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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OH MY GIRL) ‘THE FIFTH SEASON’ (2019)

평가: 3/5

가끔 ‘Liar liar’, ‘Coloring book’처럼 말괄량이일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오마이걸은 아련한 사랑을 노래하는 순수 소녀들이었다. 타이틀곡 ‘다섯 번째 계절(SSFWL)’은 이 정체성의 선명한 각인이다. 북유럽풍의 간결하고 절제된 멜로디 라인과 단편 동화집을 연상케 하는 서사 구조, 그리고 걸크러쉬 유행에도 굴하지 않고 수줍게 내민 순백의 이미지가 있다.

사랑을 확신하는 순간을 ‘다섯 번째 계절’에 비유한 서지음의 서정적인 가사와 이를 뒷받침하는 오케스트라 세션, 신비로운 여림과 후렴부 화사한 발산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보컬 배치가 돋보인다. 이는 ‘Closer‘, ‘Windy day‘, ‘비밀정원‘으로부터 이어져 온 핵심 전개다. 어느 정도의 기시감은 있으나 정규 앨범의 첫 타이틀로 무난한 표준형을 제시하며 외도보다는 정도(正道)를 택한다.

앨범도 타이틀의 기조를 이어 콘셉트를 공고히 한다. 신혁, 스티븐 리(Steven Lee), 션 알렉산더(Sean Alexander), 그리고 캐롤라인 구스타프슨(Caroline Gustavsson) 등 오마이걸의 이미지를 형성한 작곡가들을 한데 모았다. 그들의 시너지는 화려함 대신 우아함으로 수렴한다. 타이틀 ‘불꽃놀이‘처럼 튀어 올랐던 전작 < Remember Me >에 비해 힘을 뺀 모습은 뚜렷한 원색보다 은은하게 묻어나는 그러데이션에 가깝다. ‘비밀정원‘의 속편으로 봐도 무방한 ‘소나기’가 앨범의 방향을 이어가고, ‘Perfect day’의 록적인 터치를 피아노로 대체한 ‘Tic toc’ 또한 발랄하지만 사운드 핵심은 겸손이다.

욕심 없는 전개는 안정을 가져다 주나 튀는 시도를 가로막기도 한다. ‘미제 (Case No.L5VE)’의 뚜렷한 기승전결과 중반부 ‘홀린 듯 홀린 듯 그렇게 / 살며시 다시 널 그리네’의 몽롱한 보컬은 오밀조밀한 구성의 승리다. 반면 긴박한 트랜스 인트로와 반전되는 메시지의 ‘Crime scene’, 브라스 세션과 뭄바톤을 혼합한 ‘Checkmate’는 화려하게 터지는 듯하다 앞서 형성한 이미지에 개성이 눌리는 모습이다. 멤버들의 차분한 보컬과 대비되는 공격적인 사운드의 미묘한 부조화는 덤이다.

오마이걸은 느닷없는 인도풍 멜로디의 ‘Windy day‘와 사운드 과부하의 ‘Coloring book’, 그리고 유아적 콘셉트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라는 오답 노트를 갖고 있었다. 그렇게 나온 그들의 첫 정규작 < The Fifth Season >은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만을 담는 데 집중한다. 지속적인 정체성 탐구와 숱한 자기 견제가 만들어낸, 안정적인 프로토타입이다.

– 수록곡 –
1. 다섯 번째 계절 (SSFWL)
2. 소나기
3. 미제 (Case. No.L5VE)
4. Tic toc
5. 유성 (Gravity)
6. Crime scene
7. 심해 (마음이라는 바다)
8. Vogue
9. Checkmate
10. 다섯 번째 계절 (SSFWL)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