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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커디(Kid Cudi) ‘Porche topless’ (2023)

평가: 3/5

우주를 유영하듯 아름답고 울적했던 콘셉트 앨범 < Man On The Moon > 삼부작을 완성한 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 엔터갤럭틱 >의 연출·각본·성우까지 도맡으며 종합 예술가로 거듭난 키드 커디의 신보엔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발매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뮤지션의 고백으로 은퇴나 장기 휴식의 암시까지 더해져 더욱 그렇다. 이에 ‘Porsche topless’는 차기 앨범 < Insano >의 트랙 중 가장 먼저 공개된 리드 싱글로 현시점에서 키드 커디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키드 커디를 상징하는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 사랑과 위로를 다루던 가사와는 결을 달리한다. 지붕 없는 포르쉐에서 세상을 향해 건배하는 신나는 드라이빙. 경쾌한 BPM과 속도감 있는 랩핑이 돋보이며 간결하게 주고받는 후렴구 호응이 흥을 돋운다. 유행하는 숏폼 감성을 가진 가볍고 오락적인 곡에 불과하지만, 뮤지션의 의도대로 늦여름의 유유자적함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I landed on the moon”, 드디어 달에 착륙했다는 그의 외침엔 과거와 같은 미련과 고통 대신, 휴식을 떠난 아티스트의 후련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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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드커넥션(Nerd Connection) ‘I robbed a bank’ (2023)

평가: 3.5/5

야성적으로 질주하는 전기 기타와 드럼, 심드렁하면서도 날 선 보컬, 모든 걸 시원하게 부숴버리겠다는 메시지까지. ‘좋은 밤 좋은 꿈’,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와 같이 잔잔한 멜로디가 먼저 떠오르는, “어지러운 세상, 따뜻한 음악”을 전하던 감성 밴드 너드커넥션이 앰프가 찢어질 만큼 출력을 최대로 높였다.

신조만은 굳건한 일탈이다. 전술한 그룹 슬로건의 핵심은 지키되 그 혼란에 대처하는 방식만 공격적으로 돌린 것. 질서가 무너진 자본주의 사회 속 화자는 체계의 중심인 은행으로 향했고 나아가 ‘은행을 털겠다(I’m robbing a bank)’고 거칠게 선언한다. 극단으로 치닫긴 하지만 관조를 멈추고 직접 현장으로 뛰어든 너드커넥션. 투쟁 주체로 올라선 이들의 새 문법에 온기를 넘어 열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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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미스나인(fromis_9) ‘#Menow’ (2023)

평가: 2.5/5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후광을 진 뭇 그룹이 첫 환희를 넘지 못하고 스러질 때 코발트 빛 한 줄기만은 찬란했다. 쉬운 노래와 단번에 휘감기는 후렴구를 곱한 프로미스나인의 정공법은 효과적이었고, ‘We go’와 ‘DM’부터 8인 체제 전환을 앞두고도 건재함을 과시한 ‘Stay this way’까지 짙은 청량미를 덧칠했다. 독자 영역을 형성해가는 와중에 첫 정규 < Unlock My World >, 그리고 타이틀 ‘#Menow’는 다음 단계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해야 했다.

어딘가 옅다. 물론 중심을 잡는 묵직한 베이스와 맥시멀한 반주는 밝고 활달한 팀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펑크 리듬 기타가 새로이 지원 사격하는 모습도 신선하다. 다만 적절한 전개 위 채색을 맡은 멜로디가 흐리게 맴돈다. 선명도 낮은 후렴구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든든한 보컬 투톱 송하영과 박지원이 활약할 구간 역시 부재하다. 스케치는 근사하지만 원색을 잃은 곡에 여름날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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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철, 세진 ‘칵테일 파라다이스’ (2023)

평가: 4/5

처음 본 사람과 친구가 되고, 숨겨왔던 진담을 꺼내고, 연애가 시작되고… 술은 각종 마법을 부린다. 평소 각별한 술 친구인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과 옥상달빛 세진이 만든 ‘칵테일 파라다이스’는 이런 술의 신비와 기쁨이 오롯이 담았다. 즐겁게 업되다가 끝내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적인 순간, 흔들리고 뒤엉키는 취기까지도 말이다.

칵테일은 다른 맛의 재료가 섞여 새로운 맛을 낸다. 세진의 톡 쏘는 ‘청량함’과 윤석철의 크리미한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산미와 당도가 조화롭다. 늘 ‘적당히’가 어려운 법인데, 리듬과 멜로디, 보컬이나 가사 어디 하나 어설프거나 어색함이 없다. 두 사람의 유쾌한 블렌딩이 가장 최신의 보사노바이자, 웰메이드 팝을 탄생시켰다.

‘피나콜라다 모히또, 아이리쉬 커피, 올드패션 맨하탄 블루하와이’ 같은 이국적인 단어는 독특한 어감을 만들고, “한 잔 더” 하며 반복되는 후크도 알싸하고 시원하다. 피아니스트 윤석철의 노래도 사뭇 인상적이다. 피아노처럼 맑고 투명한 목소리가 음정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나가듯 유려하게 한 음 한 음을 오르내린다.

칵테일의 성서로 불리는 데이비드 A. 엠버리(David A. Embury)의 < 칵테일의 예술(The Fine Art Of Mixing Drinks) >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칵테일은 예술이자 재미다. 제대로 섞여야 맛이 나고, 일희일비한 순간을 선사해야 한다.” 멋진 칵테일을 음악에 담았으니, 그저 듣고만 있어도 ‘좋은 사람들과 한 잔’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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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킴 ‘한강에서 (Feat. 빅 나티)’ (2023)

평가: 3.5/5

‘모든 날, 모든 순간 (Every day, every moment)’와 ‘너를 만나’의 연이은 히트에 이문세와 변진섭, 성시경으로 이어지는 한국 발라더 계보에 이름이 거론될 정도였다. 흡인력 있는 음색과 가창에 2020년대 초반 발라드 왕좌는 폴킴의 차지였다. 선율감이 빼어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그는 ‘비’와 ‘안녕’ 등 히트곡 대부분을 작곡하기도 했다.

대새 래퍼 빅나티와 함께한 ‘한강에서’는 감각적인 팝 록이다. 젊은이들의 대표적 데이트 코스 한강을 소재로 설레는 감정을 형상화한다. 힘을 뺀 가창은 봄과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그리고, 빅나티의 랩은 “잠실보다 잠원이 더 좋지만, 잠이 많은 네 침실에서 가까우니까”란 구절로 공감을 끌어낸다. 절절한 발라드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에 두루 능함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