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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Epik High) ‘Face ID (Feat. 기리보이, Sik-K, JUSTHIS)’ (2021)

평가: 3/5

사람 만나기 쉽지 않다. 지난 2년간 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었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대신 비대면 소통을 보편화했다. 마스크 없이 활짝 웃는 얼굴을 꿈꾸는 데서 시작한 에픽하이의 신곡은 방향을 틀어 익명성에 기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악플러를 겨냥한다. 가시가 돋친 듯 날카로운 가사는 팬데믹이 야기한 위험 요소와 맞닿아있고 오는 12월에 발표될 < Epik High Is Here 下 >의 톤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을 짐작하게 한다.

2014년 작 ‘Born hater’의 동생곡처럼 들린다. 곡의 스케일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베이스가 강조된 강력한 비트가 전반적으로 날 것의 록 사운드를 구현하며 직설적인 가사의 뒤를 받친다. 정교하게 설계된 타블로의 버스(verse)와 후렴 뒤 등장하는 저스디스의 스킬풀한 12마디는 묵직하고 반복적인 비트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곡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다만 미쓰라의 랩은 라이밍과 박자감 측면에서 단조롭고 밋밋하다. 오토튠에 트랩비트를 버무린 식케이의 훅은 그 자체로는 불균질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곡의 흐름 덕에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투컷의 편곡과 비트 메이킹 능력이 다시 빛을 발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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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케이 (Sik-K) & pH-1 & 박재범 & 김하온 (HAON) ‘깡 Official Remix'(2020)

평가: 2/5

3년 전 실소를 자아냈던 ‘후배들 바빠지는 중!’의 자기 최면이 정말로 이뤄질 줄 누가 알았으랴. 박재범과 그의 레이블 하이어 뮤직의 식케이, pH-1, 하온은 허황된 에고와 시대착오적인 퍼포먼스로 새 시대 웃음 필수 요소가 된 ‘깡’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한다. 행운의 졸작은 인기가 더해지면 비운의 걸작처럼 여겨지지 않던가. 젊은 래퍼들의 활약과 ‘입술 깨물기 금지, 꾸러기 표정 금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등 일명 ‘시무 20조’만 잘 따르면 꽤 괜찮은 곡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매끈한 박재범의 보컬과 트렌디한 멤버들의 랩이 듣는 것조차 민망했던 원곡의 위화감을 상당수 중화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깡’은 그 정도 노력으로 살릴 수 있는 수준의 곡이 아니다. ‘한국 다람쥐’ 혹은 ‘헌드레드 달러 빌’을 연호하는 인트로 음성, 개연성 없는 보컬 파트로의 전환 모두 삭제하고 트랩 비트 하나만 살려 랩 트랙으로 만들어도 호평하기 어려웠을 곡인데, 구조는 그대로 두고 목소리만 달리 한 셈이라 호박에 줄을 긋는 정도밖에 안된다. 곡의 새 주인은 하이어 뮤직인데 불현듯 갑자기 비의 랩과 목소리를 들을 것만 같다. 

한 줄 한 줄 모두 해부되어 조롱당하는 노랫말을 애써 가져와 파편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이 리믹스가 유행에 편승하려는 흥미 위주의 결과물임을 말해준다. 한 번 피식하고 지나갈 정도라면 나쁘지 않으나 곡은 음원 차트 순위권에 오르며 ‘화려한 조명’에 감싸지고 있다. 후배들은 굳이 이런 곡에 바빠질 필요가 없다. 웃음의 목적이 아니라면 이제 ‘깡’은 그만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