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일 재즈 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가 사망했다.1933년생이니 구십 가까운 노익장이었다. 선배인 찰리 파커나 존 콜트레인에 동년배인 소니 롤린스와 더불어 모던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색소포니스트로 꼽히는 쇼터는 밴드 리더와 조력자를 오가며, 하드 밥과 퓨전 재즈를 아우르며 원대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웨인 쇼터의 역사는 곧 모던 재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경력의 대표작 7곡을 소개한다.

재즈 메신저스 – A night in Tunisia / A Night In Tunisia(1960)
위대한 드러머 아트 블래키를 중심으로 색소포니스트 행크 모블리와 트럼페터 케니 도햄,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실버 같은 명인들이 거쳐간 음악 집단 재즈 메신저스는 삼십 년 넘게 장르의 전파자 역할을 수행했다. 1961년, 쇼터가 재적할 당시 재즈 메신저스는 당시로선 드물게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디지 길레스피가 작곡한 ‘A night in Tunisia’는 많은 재즈 연주자가 레퍼토리로 연주하는 ‘스탠더드’가 되었고 클리포드 브라운과 덱스터 고든 등 여러 음악가가 각자의 개성을 담아냈다. 재즈 메신저스의 버전은 블래키의 활화산 같은 드러밍에 스타일리스트 리 모건의 트럼펫이 색소폰과 대화하듯 가락을 주고받는다. 재즈 메신저스에서 쌓은 경험은 경력의 밑거름이 되었다.

웨인 쇼터 – Speak no evil / Speak No Evil(1964)
깊고 푸른 빛에 쇼터와 일본 여성 테루코 나카가미를 담은 앨범 재킷이 도회적이다. 포스트 밥, 모달 재즈의 명작으로 인정받는 1964년 앨범 < Speak No Evil >은 재즈 명가 블루노트 레코드에서 1964년 발매되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두 번째 퀸텟에서 합을 맞춘 피아니스트 허비 핸콕과 콘트라베이시스트 론 카터에 트럼펫 연주자 프레디 허바드와 드러머 엘빈 존스의 드림팀을 구축했다. 코드 대신 모드를 사용하는 모달 재즈 ‘Speak no evil’은 인상적인 도입부를 매개로 하나둘 모드의 탑을 쌓아나간다. 사방팔방 흩어지는 대신 조금씩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은 과유불급의 미학. 쇼터는 모던재즈의 핵심을 꿰뚫었다.

마일즈 데이비스 – Frelon brun / Filles De Kilimanjaro(1968 UK, 1969 US)
마일즈 데이비스 퀸텟은 재즈 역사상 가장 화려한 라인업으로 알려져 있다. 마일즈(트럼펫)를 중심으로 존 콜트레인(색소폰), 레드 갈란드(피아노), 폴 체임버스(베이스) 필리 조 존스(드러머)로 구성된 1기는 비밥 시대를 관통했고, 웨인 쇼터(섹소폰), 허비 핸콕(피아노), 론 카터(베이스), 토니 윌리엄스(드럼)의 2기로 포스트 밥과 재즈 록을 탐험했다.
쇼터는 < In A Silent Way >(1969), < Bitches Brew >(1969)와 같은 1960년대 말 재즈 혁명의 지원군이었다. 불어로 ‘킬리만자로의 소녀들’이라는 뜻의 1968년 음반 < Filles De Kilimanjaro >는 포스트 밥과 퓨전 재즈의 중간지대를 절묘하게 낚아챘고 ‘갈색 왕벌’을 의미하는 ‘Frelon brun’은 긴장감 넘치는 토니 윌리엄스의 리듬워크를 마일즈와 쇼터가 양분했다. 트럼펫과 색소폰의 소리 특질과 대조가 돋보인다.

웨인 쇼터 & 밀톤 나시멘토 – Tarde / Native Dancer(1975)
쇼터는 친구 허비 핸콕처럼 장르 탐험에 의욕적이었다. 존 맥러플린의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 칙 코리아의 리턴 투 포에버와 함께 삼대 퓨전 재즈 그룹으로 꼽히는 웨더 리포트로 활동하는 틈틈이 솔로작을 발표했다. 브라질 팝의 걸작 < Clube Da Esquina >(1972)의 밀톤 나시멘토와 합작한 1975년 작 < Native Dancer >는 재즈와 펑크(Funk), 라틴을 아우른 음악성으로 에스페란자 스팔딩과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모리스 화이트에게 영감을 주었다. 포르투갈어로 오후를 뜻하는 수록곡 ‘Tarde’는 포근한 색소폰 음색과 나시멘토의 입체적인 목소리가 조화롭다. 두 거장의 여유로운 산책 같은 곡이다.

웨더 리포트 – Black market / Black Market(1976)
마일즈 데이비스의 재즈 록 걸작 < In A Silent Way >(1969)와 < Bitches Brew >(1969)에서 합을 맞춘 오스트리아 출신 건반 연주자 조 자비눌과 웨인 쇼터는 1971년 웨더 리포트를 결성했다. 여타 퓨전 재즈 밴드처럼 체코 베이시스트 미로슬라브 비투오스와 브라질의 퍼커셔니스트 에알토 모레이라 등 수많은 멤버들이 이합집산했으나 자비눌과 쇼터의 중심은 굳건했다. 재즈 베이스 계의 혁명아 자코 파스토리우스가 처음 참여한 1976년 작 < Black Market >은 빌보드 200 42위와 빌보드 재즈 앨범 차트 2위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동양적 선율을 가미한 ‘Black market’은 중후반부 색소폰으로 응축해 온 긴장감을 터뜨렸다.

스틸리 댄 – Aja / Aja(1977)
세련된 록 음악의 대명사와도 같은 스틸리 댄은 1972년 < Can’t Buy A Thrill >을 시작으로 1970년대 내내 수작을 배출했다. 페이건과 월터 베커 2인조에 다양한 스튜디오 뮤지션들을 초빙한 형태로 제작된 1977년 작 < Aja >는 ‘Peg’과 ‘Deacon blues’, ‘Josie’같은 팝적인 곡들로 빌보드 200 3위를 성취했다. 페이건의 지인이었던 한국인 ‘애자’에서 음반 명을 따온 재밌는 일화도 있다. 8분의 러닝타임에 스티브 개드의 드럼과 래리 칼튼 기타, 조 샘플의 키보드 연주를 담은 ‘Aja’는 쇼터의 테너 색소폰 솔로로 곡의 격조를 높였다. 쇼터가 참여한 앨범의 유일한 곡이기도 하다.

조니 미첼- The dry cleaner from Des Moines / Mingus(1979)
작가주의 포크 음악으로 알려진 조니 미첼의 촉각은 재즈로 향했다. 1972년 작 < For Your Roses >로 시작해 1976년 작 < Hejira >에 이르러 결실을 보았다. 독보적 포크-재즈 음반이었다. < Mingus Ah Um >(1959)을 남긴 재즈 사의 거인 찰스 밍거스와 협업한 1979년 앨범 < Mingus >는 밍거스의 마지막 흔적을 담았다. < Native Dancer > 이후 오랜만에 조우한 쇼터와 허비 핸콕, 자코 파스토리우스와 콩가 연주자 돈 앨리어스가 세션으로 참여했다. 자코의 베이스 연주와 직접 설계한 관악기 편곡이 두드러진 ‘The dry cleaner from Des Moines’는 웨더 리포트에서의 환상 하모니를 재현했다.
이미지 작업: 백종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