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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블렛(Cherry Bullet) ‘Cherry Rush'(2021)

평가: 2/5

다채로운 듯 보이나 무색무취하다. 데뷔 후 2년이 지난 체리블렛을 요약하는 말이다. 수많은 걸그룹 시장 속 그들의 위치는 불안정하다. 상반되는 이미지로 두 가지의 매력을 담고 있다는 콘셉트는 레드벨벳과 블랙핑크의 지분이 압도적이며, 톡톡 튀는 달콤한 사랑 노래도 모호한 퍼포먼스도 여타 걸 그룹들에 비해 존재감이 희미하다.

첫 번째 미니앨범 < Cherry Rush >도 고질적인 기조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레트로 신스팝 곡 ‘Love so sweet’ 는 복고 열풍에 편승하고자 할 뿐, 오히려 독자적인 매력을 퇴색시킨다. 변주되는 리듬이 곡의 생명력을 불어넣다 가도 익숙한 후렴구만이 귀에 남는다. 그 후렴구마저도 소소하게 주목받은 계기가 그룹이나 곡에 대한 매력보다 패티김의 ‘그대 없이는 못살아’와의 유사함이라는 점에서 매력도 떨어진다. 1990년대의 향수를 부르는 따뜻한 신시사이저가 곡을 감싸는 ‘종소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풋풋함의 전달은 유효했지만 설렘의 감정을 종소리로 비유한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캐치한 라인을 앞세워 보컬을 안정적으로 쌓아 올린 ‘라팜파’와 일렉트로닉 댄스 기반의 강한 비트 위 당찬 에너지를 표출한 곡 ‘폼 나게’로 이어지는 무난한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는 가사다. ‘Cool 내 눈에 들어와, yeah It’s true 첨이야 넌 딱 맞는 boy’처럼 운율을 위해 영어 단어를 억지로 투여한 인상이 짙은 가사들은 촌스럽게 다가온다. ‘폼 나게 첫눈에 엣지 있게, 폼 나게 슈퍼스타도 저리 가’는 시대적 상황과 트렌드에 도태되어 거부감만 들뿐. 십수 년 전에 머물러있는 작법은 명백한 패착이다.

아티스트의 기획과 브랜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소속사의 안일한 전략은 방치에 가깝다. < Cherry Rush > 속 러블리, 에너제틱의 팀 컬러 이외에 멤버들의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멤버들의 아직 발산하지 못한 매력에 한 줄기 희망이 있다.

– 수록곡 –
1. Love so sweet
2. 라팜파 (Follow me)
3. 폼 나게 (Keep your head up)
4. 멋대로 해 (Whatever)
5. 종소리 (Ting-a-ring-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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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HOODSTAR 2’ (2020)

평가: 3/5

힙합 진영이 여자, 명품, 고가의 자동차를 다루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부와 명성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남성적 스토리텔링은 하나의 클리셰이자 축적된 관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그 관습에서 다른 질감으로 소재를 다루는 래퍼다. 성공을 향한 그의 집착은 처절함을 넘어서 처연함을 안겨주고 주제에 대한 극한의 밀어붙임은 그의 과거를 궁금하게 한다. < HOODSTAR >와 < 선택받은 소년 : The Chosen One >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그는 < HOODSTAR 2 >로 슈퍼스타의 야망을 드러낸다.

앨범 전체의 트랩 비트는 ‘돈을 왕창 벌어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자’는 지향점만큼 선명하며 랩 음악 초심자들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라이밍이 더해진다. 뿌리, 루이(Louis), 구찌로 라임을 맞추는 ‘Uneducated arirang’은 아리랑의 가락에 오토튠을 칠한 명품 예찬 송이고 성명을 발표하듯 자신을 각인시키는 ‘U n e d u c a t e d k i d ’ 는 ‘know, more, clothes’로 운율을 조성한다. 명료한 발성을 통한 의미전달 덕분에 허황되어 보이는 내용이 유쾌하게 들린다. 그의 특출함이다.

“음악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했다”라는 인터뷰처럼 그의 노랫말엔 독기가 서려 있다. ‘I’m back’의 ‘백정으로 태어나서 돼버려 fuckin’ 양반’이란 구절로 입신양명의 욕망을 드러내고 ‘Street kid’에서 ‘난 1등이 안 되면 시작도 안 했어, push the limits’로 폭발적인 추진력도 보여준다. 박재범의 참여로 대중성을 확보한 ‘God bless’의 ‘착하게만 살 수는 없잖아. 성경책을 뜯어 말아 피던 난데’라며 신의 축복을 자조적으로 일축하고 평범한 길에서 이탈한 정신세계를 표현한다.

그의 멈출 줄 모르는 기세는 직설과 가벼움 사이를 진정성으로 줄타기한다. “내 음악으로 위축된 한국 힙합을 깨고 싶다”라는 포부만큼 이번 목표는 야심 차다. 쉬이 잊히지 않는 유별난 정체성에 좋은 비트를 선택하는 안목과 귀에 잘 들어오는 가사 전달까지 장착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이제 성공적인 도약을 준비한다.

– 수록곡 –
1. Uneducated arirang
2. I’m back
3. U n e d u c a t e d k i d
4. Street kid (Feat. CHANGMO)
5. God bless (Feat. Paul Blanco & 박재범)
6. Work work (Feat. The Quiett)
7. IQ 80 freestyle
8. BMW (Feat. Northfacegawd)
9. Full of pain
10. First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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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토끼 ‘KOSMOS'(2021)

평가: 2.5/5

싱어송라이터 야광토끼의 음악 속에 담긴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5년 만에 공개된 신보 < KOSMOS >는 1980~19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음악부터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그리고 청량한 인디 감성이 야광토끼라는 음악가의 우주 속 행성들처럼 맴돈다. 마치 도회적인 정서를 산뜻하게 담아낸 < Seoulight >부터 다채로운 전자음악과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던 < Stay Gold >까지 이어져 온 그의 음악 세계를 유유히 여행하는 듯하다.

< KOSMOS >가 그린 우주는 광활한 세계가 아닌 차가운 도시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작고 소중한 존재들을 향한다. 우울한 일상을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온도의 전자음들은 신비한 지구 밖 세상이 아닌 개개인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내적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 차분한 발라드곡 ‘Let me be the one’, 몽환의 숲을 그려내는 듯한 신비로운 사운드의 ‘IDK’와 ‘Just the way you are’가 감상의 흐름을 주도하며 몰입을 더한다.

잔잔하고 편안한 감성에만 집중했던 탓일까. 우주 속을 유영하듯 은은하게 흘러가는 선율들은 뚜렷한 상을 그려내지 못한다. 친숙한 사운드로 구현해 낸 < Seoulight >의 개성, 사운드의 독특한 만듦새로 강렬한 청취 경험을 선사한 < Happy Ending >의 임팩트, 한국적인 요소와의 결합을 시도한 < Stay Gold >의 새로운 도전처럼 인상적인 지점이 없다. 자신만의 우주라는 타이틀을 흐릿한 잔상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약점인 것이다.

야광토끼의 색깔을 부각하기 좋은 일렉트로닉과 신스팝 성향의 곡들도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Twilight’은 기존에 발매했던 그의 전자음악들에 비해 존재감이 희미하고, 복고 신스 사운드의 ‘아파트 천국’은 시류를 반영한 직설적인 가사를 표현한 것에 반해 곡이 다소 평이하다. 클래식한 선율과 트렌디한 비트 사이를 오가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릴을 만들어낸 ‘Bloom’만이 유일하게 유니크한 소리를 들려줄 뿐이다.

긴 공백을 깨고 들려준 신곡들은 반갑지만, 야광토끼의 음악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들은 여전히 과거의 결과물들에만 머물러 있다. 자기 컬러가 확실한 아티스트로서 변화와 도전에 거리낌이 없었던 이전 곡들을 들어보면, 이번 신보는 지나치게 안정적이다. < Seoulight >로 홀로서기를 한 지 정확히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데뷔 당시 통통 튀던 강렬한 첫인상은 점점 옅어져만 간다.

– 수록곡 –
1. Call you
2. Just the way you are
3. 아파트 천국
4. Twilight
5. Let me be the one
6. Idk
7. Bloom
8. 그저 가만히 앉아서
9. Kos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