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KPOP Album

데이식스(DAY6) ‘The Book Of Us : Negentropy – Chaos Swallowed Up In Love’ (2021)

평가: 3.5/5

물리학 개념으로 풀어낸 < The Book Of Us > 시리즈는 어느 때보다 격동적이었다. 자연계를 지탱하는 ‘중력’ 아래 모인 청년들은 ‘엔트로피’라는 혼란의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맥스웰의 악마’와 ’글루온’을 통해 끈끈한 유대를 형성했다. 성장 스토리의 끝은 무질서한 ‘엔트로피’에 반대되는 ‘네거티브 엔트로피’. 혼돈을 집어삼킨 사랑으로 균형을 되찾은 < The Book Of Us : Negentropy>는 팀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진다.

멤버들의 폭넓은 음역대와 변칙적인 짜임새는 여전한 매력 포인트다. 다툼을 통해 더욱 돈독해지는 관계를 그린 ‘Everyday we fight’는 노랫말이 기타 연주와 살짝 엇박자로 떨어지면서 색다른 단조 구성으로 오프닝을 알린다. 뒤따르는 ‘You make me’ 역시 마이너 감성이 두드러진 록 타이틀이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후렴의 가창이 나지막이 깔리는 신시사이저와 대비를 이루며 개개인의 음색을 돋보이게 한다.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기를 바라는 ‘구름 위에서’, 따스한 코러스가 감도는 ’둘도 아닌 하나’를 비롯해 디스코 리듬의 ‘Healer’는 평온하게 흘러가는 앨범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행복한가요 Check/사랑하나요 Yes‘와 같이 관객과 주고받을 수 있는 떼창 구간은 데이식스 식 희망 찬가의 특징을 담았다. 창작에 대한 고뇌가 느껴지는 전작들에 비해 평범하나 가벼우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로 부담을 떨쳐낸 그 결과물은 안정적이다.

지난 3월 리더 성진의 군 입대로 당분간 완전체의 하모니를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 그러나 이런 불가피한 상황에도 다가올 역경을 겁내지 않고 맞잡은 손을 놓지 않는 이상 ‘무적’이라고 굳게 믿고 애절한 고백과 덤덤한 독백이 어우러진 발라드 ‘우리 앞으로 더 사랑하자’로 2년에 걸쳐 완성된 단편집에 의연한 마침표를 찍는다.

청춘 일기의 마지막에도 철학적인 담론은 없다. 당장의 솔직한 감정에 충실했고 대중성은 물론 록이라는 개성을 놓지 않았다.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등진 탓에 20대를 보내는 다섯 남자들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젊음을 항해하는 밴드에게 잠시 숨을 고르며 감사하고 소중했던 기억들을 되새기는 모습만큼은 낭만적이다.

– 수록곡 –
1. Everyday we fight
2. You make me
3. Healer
4. 둘도 아닌 하나
5. 구름 위에서
6. 무적 (ONE)
7. 우리 앞으로 더 사랑하자

Categories
Album KPOP Album

웬디(WENDY) ‘Like Water’ (2021)

평가: 3.5/5

걸그룹 레드벨벳의 2019년은 그해 피날레를 장식한 ‘Psycho’의 흥행으로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행복으로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연말 무대 리허설 도중 제작진의 부주의로 멤버 웬디가 낙상 사고를 당한 것. 향후 그룹 활동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중상이었으나 충분한 휴식기를 가지며 회복에만 전념했고 마침내 건강해진 얼굴을 되찾은 웬디는 대중과 다시 마주한다. 활동 재개와 더불어 솔로의 시작을 알리는 첫 미니앨범 < Like Water >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음악에 담아 흘려보낸다.

핵심은 웬디의 음색이다. 상큼한 ‘레드’나 매혹적인 ‘벨벳’의 흔적은 없다. 별다른 기교 없이 기본기에 충실한 가창은 오히려 투명에 가깝다. 오프닝 트랙 ‘When this rain stops’부터 피아노 반주와 목소리만으로도 기존 팀과의 차별을 둔다. 위로의 노랫말과 함께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클라이맥스는 한구석에 그늘져 있던 근심 걱정을 씻어내는 환희의 순간이다. 낯선 ‘초행길’에서의 완급 조절 또한 탁월하다. 블루스 리듬과 현의 흐름을 따라 굽이치는 보컬은 극적인 전개를 이끈다.

일관된 장르 구성도 안정적이다. 차분한 보이스의 발라드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강조한다. ‘Like water’의 어쿠스틱 기타 도입부는 소속사 선배 태연의 ‘Fine’과 유사하게 그려지나 스트링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풍성해졌다. ‘서로 더 채워주고 토닥여’ 같은 가사는 절제된 감정선으로 공백기 동안 믿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Best friend’ 슬기와의 합도 아름답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두 절친의 하모니가 힘든 시간을 이겨낸 그의 스토리에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7년 만에 아이돌이란 연못을 벗어난 보컬리스트는 당장 뚜렷한 모양새를 취하진 않는다. 다듬어진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웬디만 드러낸다. 단출한 구성임에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느껴지는 < Like Water >에서 언제든 그 모습을 달리할 자신감이 엿보인다. 정해진 형태가 없는 물처럼.

– 수록곡 –
1. When this rain stops
2. Like water
3. Why can’t you love me?
4. 초행길 (The road)
5. Best friend (With 슬기)

Categories
Album POP Album

닉 조나스(Nick Jonas) ‘Spaceman'(2021)

평가: 3/5

디즈니 채널에 출연해서 10대의 인기를 얻었던 보이 밴드는 힙합이 유행하는 음악시장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결국 조나스 브라더스는 음악적 견해의 차이를 이유로 2013년 해체를 발표했지만 이후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서로의 소중함을 느낀 형제는 2019년에 ‘Sucker’로 돌아왔고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달성했다. 팝록이 유행하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 덕분에 그들의 컴백은 인상적이었다. 재결합 후 진행된 첫 솔로 프로젝트는 막내 닉 조나스의 네 번째 정규 앨범 < Spaceman >이다. 그룹 시절과 달리 솔로로 독립한 다음부터는 섹시한 이미지를 내세웠고 그 결과, 형제 중 가장 활발한 독립 행보를 보여준다.

팬데믹 기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상태를 우주에 비유한 앨범 이름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영화 < 마션 >을 콘셉트로 했다. 거리, 관용, 행복, 헌신 네 가지 주제로 나눈 팬데믹의 경험은 사회적 고립에 따른 정서적 고통, 그 아픔에 대한 해독제로 사랑을 제시한다. 유사한 사운드의 색과 대비되는 각 주제마다 구분되는 가사는 인상적이다. 전작 < Last Year Was Complicated >가 강한 남성이 연상되는 관능적 알앤비로 채워졌다면 이번 앨범은 신시사이저의 비중을 높여 몽환적인 분위기로 충만하다.

알앤비와 신시사이저의 강한 존재감은 기존 소울의 무게를 가볍게 해서 음반의 중심추가 흔들린다. 앨범에서 숨쉬는 조나스 브라더스의 유쾌한 분위기는 반갑지만 아티스트로서는 인상적이지 못하다. 앞 곡의 후반부와 다음 곡의 도입부가 연결되어 콘셉트 앨범의 형식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앨범의 완성도는 높다. 정주행하는 동안 집중이 가능하고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세상과의 단절된 우주인의 서사를 완성한다. 닉 조나스는 지금부터 자신의 음악 세계를 유영한다. 

-수록곡-
1. Don’t give up on us
2. Heights
3. Spaceman
4. 2Drunk  
5. Delicious
6. This is heaven  
7. Sexual
8. Deeper love
9. If I fall
10. Death do us part
11. Nervous

Categories
Album KPOP Album

빅톤 ‘VOICE : The Future Is Now'(2021)

평가: 3/5

< 프로듀스 101 >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승우와 최병찬이 속한 그룹 빅톤이 데뷔 후 5년 만에 발매한 첫 정규 앨범이다. 긴 연차에도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보이 그룹은 ‘그리운 밤’으로 데뷔 후 3년 만에 음악방송 첫 1위를 차지한 것이 가장 큰 성과. 아이돌에게 정규 앨범은 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을 때 선보이는 결과물이기에 이번 음반도 그동안 농축된 원액을 터뜨리듯 한층 단단해진 실력으로 업그레이드된 곡들을 소화한다.

전작과의 차별점이 돋보인다. 타이틀곡 ‘What I said’는 강렬한 퓨처 베이스에 알앤비를 가미했던 기존의 노선을 따르지 않고 트랩 비트에 라틴 분위기를 자아내는 금관악기를 덧입혀 세련미를 더했다. 익숙한 훅 ‘Like it like that’을 매력적인 음색으로 소화해 신선함을 선사하는 멤버들의 역량은 놀랍다.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관능적인 ‘Chess’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으로 퍼커션을 쌓은 디스토션 기타 리프는 사운드의 헝클어짐을 부여하고 그 반대편에서 그루브가 느껴지는 드럼은 절제된 섹시미가 스며들며 대비 효과를 극대화한다.

잔잔한 수록곡들은 무난하고 리듬감 있는 곡은 쾌감을 선사한다. 덴마크 가수 크리스토퍼의 ‘Bad’가 생각나는 ‘Unpredictable’은 제목처럼 예상치 못한 소리의 충격이 크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무거운 베이스부터 프리 코러스와 랩에 나타나는 복고풍의 비트, 갑자기 등장하는 보코더까지 예측 불가능한 곡의 진행이 기분 좋은 설렘을 구성한다.

< Voice : The Future Is Now >는 난해한 예측 불가와 실험 사이에서 만족스런 열매를 맺었다. 빅톤에게 드디어 ‘좋은 곡’의 기회가 왔고 그동안 쌓은 실력으로 그 시너지 효과를 완성해야 한다. 아직 타오르지 못한 불씨가 인화점에 도달했다. 

– 수록곡 –
1. Into the mirror
2. What I said  
3. Circle
4. Chess
5. Up to you
6. All day
7. Carry on
8. Eyes on you
9. Utopia
10. Where is love?
11. Unpredictable  
12. Flip a coin
13. We stay

Categories
Album KPOP Album

한희정 ‘공간반응'(2021)

평가: 3.5/5

“무대를 잃고 여덟 명의 음악가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연주합니다.” 지난해 발매한 4장의 싱글을 바탕으로 진행한 한희정의 온라인 공연 < 공간반응 >은 감각의 새로운 공유 형태를 설계했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연주하는 음악가들, 의성어와 의태어로 잘게 쪼개진 관객의 반응을 합쳤다. 그리고 그 매개가 되어준 싱글을 모아 동명의 앨범을 발매한다.

공연과 앨범이 본질적으로 같을 수는 없지만, 둘은 각자의 공간에서 ‘소리를 매개로 주고받는 비가시적 현상에 초점을 두었다’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마치 무대에 들어선 것처럼, 앨범을 재생하면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한희정이 초대한 제3의 공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든다. 적막한 화이트 큐브에서 ‘Voice and piano’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음악에 감응하기 시작한다. 공간은 어떤 표상도 없는 소리로 채워지고 초대자와 청자는 오로지 감각 그 자체로만 소통한다.

‘In silence’와 ‘재구성 part 1’에서 현악기와 드럼, 피아노에 보컬 박민희의 목소리를 더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화음을 이루는 것 같지만 보컬보다는 하나의 악기로서 기능한다. 특히 ‘재구성 part 1’에서 가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목소리를 현악기처럼 연주한다. 그리고 이는 같은 ‘시작-격정-반복’ 구성을 취한 ‘재구성 part 2’의 바이올린 소리와 대비된다. 이를 통해 언어적 표현에 의존하기보다 소리 자체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다.

한희정은 소리의 비정형성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Another inspiration’의 서정적인 피아노 소리와 현악기 연주를 가볍게 즐기던 청자에게 건반을 내려치는 소리로 충격을 준다. ‘양배추즙’에서는 바이올린과 혀 차는 소리를 대비시킨다. 그 뒤, 일정한 박자 없이 연주하는 피아노와 현악기가 더해져 다시 한번 형식을 깨뜨린다. 이러한 장치들은  예상을 깨며 오직 양배추즙을 먹는 자신의 공감각에만 몰입하도록 돕는다.

멜로디와 가사로 이루어진 음악에 익숙한 귀에 < 공간반응 >은 다소 난해하게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한희정은 트위터에서 한 음원사이트가 노래 없는 곡이라는 이유로 ‘양배추즙’의 노출을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천천히 그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비언어적이고 비가시적인 소통 방법을 찾고자 한 실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소리를 온전히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통해 ‘다시는 노래 부르지 않으리라’라는 한희정의 말속 진심을 깨닫는다. 오랫동안 음악가로서 우리의 곁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고민이 오롯이 담긴 앨범이다.

– 수록곡 –
1. Voice and piano 1
2. In silence
3. Voice and piano 2
4. 재구성 part 1
5. 재구성 part 2
6. Voice and piano 3
7. Another inspiration
8. 양배추츱
9. Voice and piano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