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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트(Celeste) ‘Not Your Muse’ (2021)

평가: 4/5

셀레스트(Celeste)는 어느 때보다 특별한 2020년을 보냈다. BBC ‘사운드 오브 더 이어 2020’의 우승자로 선정되었고, 브릿 어워즈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 연말에는 영화 <소울>의 사운드 트랙 ‘It’s all right‘을 부르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그는 갑작스러운 성공에도 신중하고 흔들림 없이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첫 정규 < Not Your Muse >는 리듬앤블루스와 멜랑콜리를 바탕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에곤 쉴레의 <무릎을 세우고 앉은 여인>을 닮은 앨범 아트에 멜랑콜리함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정서는 셀레스트가 직접 작사한 가사로 이어진다. 발라드 트랙 ’Strange’는 2018년 캘리포니아의 산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산이 불타는 모습에서 열정을, 불이 꺼지고 연기와 재가 남은 모습에서 관계가 붕괴되는 모습을 포착한다. 그 외에도 ‘Tell me something i don’t know’나, ‘The promise’ 등 다양한 상황에서 느끼는 우울함으로 앨범의 기조를 형성한다.

그의 허스키한 음색은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와 비슷하다. 재미있게도, ‘Love is back’의 브라스 사운드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Back to black’을 연상케 한다. 또한 셀레스트는 ‘제 2의 아델’이라 불릴 정도로 그와 비슷한 면모를 많이 보인다. 셀레스트가 데뷔 앨범의 대부분을 직접 작사・작곡한 점에서 아델의 데뷔 앨범 < 19 >이 떠오른다. ‘Stop this flame’의 파워풀한 가창력과 ‘Ideal woman’의 어쿠스틱 기타와 어우러지는 담담한 보컬을 오가는 모습에서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 부각된다.

다운 템포의 우울한 곡들만 있는 건 아니다. 존 루이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광고에 삽입되었던 ‘A little love’는 크리스마스 캐롤 같이 따뜻한 느낌이다. 스카이 스포츠 프리미어 리그의 주제곡으로 인기를 얻은 ‘Stop this flame’은 재즈의 요소를 가져온 업템포 피아노 사운드로 역경을 뚫고 지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앨범은 ‘Some goodbyes come with hellos’의 낙관적인 메시지로 마무리 짓는다. 이는 다음 작과 연결하는 느낌을 주면서, 디럭스 앨범에 수록된 곡들과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 Not Your Muse >는 리듬앤블루스, 소울, 재즈를 통해 멜랑콜리를 기본 기조로 가져가되 업템포의 곡을 가미해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다. ’Not your muse’에서 나타나는 예술가와 뮤즈의 관계, ‘Ideal woman’의 자기 확신 등 시적인 가사도 의미를 더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갈 줄 아는 아티스트다. 조급해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걸음에서 성장에 대한 확신이 느껴진다.

– 수록곡 –
1. Ideal woman 
2. Strange 
3. Tonight tonight
4. Stop this flame 
5. Tell me something I don’t know
6. Not your muse 
7. Beloved
8. Love is back
9. A kiss
10. The promise
11. A little love 
12. Some goodbyes come with hel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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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씨디씨(AC/DC) ‘Power Up’ (2020)

평가: 4/5

1979년 팀의 보컬 본 스콧을 알코올 사고로 잃은 AC/DC는 심기일전하여 1980년 < Back In Black >으로 헌정과 위대한 업적을 동시에 포획했다. 그 후 40년이 지나고, 밴드는 또 한 번 작별을 마주했다. 밴드의 창립 멤버이자 앵거스 영의 형, 든든한 리듬 기타로 팀을 지탱해온 말콤 영이 3년 전 알츠하이머 투병 끝에 사망한 것이다. 동시에 밴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보컬 브라이언 존슨이 청력 손상으로 투어 중 밴드에서 하차했고, 드러머 필 루드는 범죄 혐의를 받았으며, 베이시스트 클리프 윌리엄스도 밴드를 떠났다.

그들의 17번째 앨범 < Power Up >은 말콤 영을 기리는 AC/DC의 복귀작이다. 형을 떠나보내고 호주로 돌아온 앵거스 영은 휴식기를 가지며 지난 수년간 형제가 작곡했던 미공개 곡들에 모으는 데 집중했다. 앞서 팀을 이탈했던 브라이언 존슨, 필 루드, 그리고 클리프 윌리엄스도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졌다. 앨범은 영 형제의 향이 짙게 묻어있는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로큰롤이다.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시그니처인 완고한 8비트 로큰롤은 AC/DC 하드록의 전형이다. 쓰리코드로 빚어낸 베테랑들의 클래식한 로큰롤 리듬은 반세기 동안 이어온 아집의 후속으로, 그간 AC/DC의 히트곡들을 연상케 한다. ‘Demon fire’의 질주하는 록 사운드는 1집 앨범 < Let There Be Rock >속 ‘Whole lotta Rosie’를, ‘Code red‘의 강렬한 기타 리프는 ‘Back in black’을 떠올리게 하고, ‘Witch’s spell’의 고동치는 인트로는 1986년 작품인 ‘Who made who’를 상기시킨다. 우려했던 말콤 영의 부재는 조카인 스티비 영의 연주로 채웠다. ‘Shot in the dark’와, ‘Kick you when you’re down’의 리듬 기타에서 스티비 영은 곡의 중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팀의 정체성을 잇는다.

‘Realize’라는 화끈한 오프너로 문을 연 앨범은 필 루드의 클래식한 드럼, 클리프 윌리엄스의 견고한 베이스, 깁슨 SG에서 뿜어져 나오는 앵거스 영의 캐치한 기타 리프는 여느 때보다 견고한 합을 이룬다. 브라이언 존슨의 야수적이고 강력한 울부짖음이 두드러진 ‘Rejection’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압도적이다. 축적해온 집요함의 산물이 장인정신으로 연출된다. 자기복제라는 잡음에 개의치 않고 점진한 결과다.

역경을 딛고 더욱 단단해진 AC/DC의 시선은 이제 잠들어 있던 록 팬들을 향한다. 50년 내공의 ‘구식 로큰롤’이라는 견고한 동력장치에 기름칠을 마친 채, 굶주려 있던 팬들의 록 스피릿을 겨냥한다. < Power Up >을 시대를 역행한 직선적인 로큰롤 음악으로 가득 채운 백전노장들의 총공격은 오차 없이 목표에 적중한다. 보란 듯 과시한 건재함 속 말콤 영에 대한 경의도 잊지 않은 채 < Back In Black > 이후 40년, 여전히 하드 록의 ‘악마’ 타이틀을 이어가는 관록을 보인다.

– 수록곡 –
1. Realize
2. Rejection
3. Shot in the dark 
4. Through the mists of time
5. Kick you when you’re down 
6. Witch’s spell
7. Demon fire
8. Wild reputation
9. No man’s land
10. Systems down
11. Money shot 
12. Code 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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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Haim) ‘Women In Music Pt. Ⅲ’ (2020)

평가: 4/5

전작 < Something To Tell You > 활동이 끝나갈 즈음 이 자매 밴드에게 힘든 시기가 닥쳤다. 맏언니 에스티는 당뇨병에 시달렸고 막내 알라나는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며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둘째 다니엘은 그의 연인이자 팀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던 아리엘 레흐트샤이드의 고환암 진단과 함께 우울증까지 찾아오는 이중고를 겪었다. 하임 자매의 시리고도 쓰라린 아픔은 다니엘의 손을 거쳐 < Women In Music Pt. Ⅲ >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앞서 언급한 시련들을 덤덤하게 털어내는 ‘Hallelujah’와 더불어 업계에서 직면한 성차별을 다룬 ‘Man from the magazine’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 과거 인터뷰에서 에스티의 격정적인 베이스 연주 모습을 비꼬았던 기자에게 ‘당신은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몰라(You don’t know how it feels)’라고 외치며 그날의 수치스러운 감정을 스스럼없이 담아낸다. 이런 진솔한 자기고백은 음악을 통해 내면의 우울함과 어두운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켰던 조니 미첼의 방식을 따른다.

뉴욕 출신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의 원년 멤버인 로스탐 바트망글리가 프로듀서로 가세한 손맛은 작품의 광범위한 전개를 돕는다. 거친 기타 리프와 둔탁한 드럼 비트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The steps’부터 1990년대 알앤비 흐름 위의 힙합 넘버 ‘3am’과 레게 송 ‘Another try’까지 장르와 주제를 바꿔가며 다채롭게 펼쳐진다. 다니엘과 아리엘이 참여했던 뱀파이어 위켄드의 최근 작품 < Father Of The Bride >와 유사하게 그려질 만큼, 기존의 하임이 느껴지는 복고적인 그루브는 물론 현대적인 감성까지 공유한다.

색소폰 연주가 곁들여진 앨범의 시작과 끝은 하임 자매가 자라온 로스앤젤레스로 맞닿아 있다. ‘Los Angeles’에서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느끼는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했다면, 루 리드의 ‘Walk on the wild side’가 인용된 ‘Summer girl’은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과 함께 우울감에 휩싸인 세 자매의 아픔을 잔잔하게 환기한다.

팝 시장에서 빛을 내는 록 그룹은 많지 않다. 하지만 하임은 활동 기간에 비해 적은 수의 앨범으로도 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보다 성숙해진 < Women In Music Pt. Ⅲ > 역시 선명한 족적을 찍는다. 겹쳐온 악재와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선 여성 밴드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우울함이 걷힌 도시의 거리를 여유롭게 활보하는 여름 소녀들의 발걸음이 눈부시다.

– 수록곡 –
1. Los Angeles
2. The steps 
3. I know alone
4. Up from a dream
5. Gasoline
6. 3am
7. Don’t wanna
8. Another try
9. Leaning on you
10. I’ve been down
11. Man from the magazine 
12. All that ever mattered
13. FUBT 
14. Now I’m in it
15. Hallelujah 
16. Summer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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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민 설리번(Jazmine Sullivan) ‘Heaux Tales’ (2021)

평가: 3.5/5

< Heaux Tales >는 미국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재즈민 설리번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주는 복귀작이다. 애인에게 학대당한 아픔으로 공백기를 가진 뒤 다시 일어선 < Reality Show >에 이어 로맨스 대신 상처와 폭력, 고통의 사랑을 대담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여성의 성적 욕구와 물질적인 욕망, 사회적 역할, 부정적인 신체 이미지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손가락 스냅을 이용한 최소의 그루브로 자신을 훈계하는 ‘Bodies’는 이성과 하룻밤을 보낸 뒤 자책하며 상징적인 인용구 ‘Bitch’로 앨범의 방향을 소개한다. 한때 누군가의 차를 박살내겠다고 위협했던 여가수는 분노의 심리를 드러내지 않는 대신 여성들에게 감정을 놓지 말라 말하는 ‘Pick up your feelings’로 성숙한 면모를 보여준다.

앨범의 진가는 곡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여섯 개의 독백에서 나타난다. 서로 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수록곡과 서사적인 연결을 꾀하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주목받는 알앤비 가수 아리 레녹스는 사랑을 다루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설리번 어머니의 친구의 이야기는 아내로서 여성이 가정에서 존재하는 위치를 상기한다. 뒤이어 나오는 절묘한 목소리가 사랑과 섹스에 대한 여성들의 통찰력을 구체화하여 포용한다.

남성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섹스담론을 여성의 것으로 치환하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다. 힙합 트리오 솔트 앤 페파가 1991년에 발매한 ‘Let’s talk about sex’에 의해 이어져 온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이 새겨진 바톤을 넘겨받는다. 아리 레녹스의 관능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동시에 가장 노골적으로 성을 다루는 ‘On it’은 네오소울로 애로틱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Pricetags’는 젠더파워를 재정적인 것을 비롯한 모든 것에 힘을 실어주는 수단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Bust your windows’처럼 ‘화난 노래’를 빼고 그의 음악적 기초가 된 ‘여성의 힘’을 정교하게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사회의 뒷면에 자리하던 여성의 현실을 수면위로 드러내 그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롤모델의 조언도, 해피엔딩도 아니지만 상처투성이의 한 여성이 불합리로 기운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외치는 울림이다.

– 수록곡 –
1. Bodies (Intro)
2. Antoinette’s tale
3. Pick up your feelings 
4. Ari’s tale
5. Put it down
6. On it (Feat. Ari Lennox)
7. Donna’s tale
8. Pricetags (Feat. Anderson.Paak)
9. Rashida’s tale
10. Lost one
11. Precious’ tale
12. The other side
13. Amanda’s tale
14. Girl like me (Feat.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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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KAI) ‘KAI’ (2020)

평가: 2.5/5

엑소 퍼포먼스의 중심 카이가 8년 만에 그룹의 브랜드에서 벗어나 솔로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막을 연다. 데뷔 후 지금까지 음악적 역량에 대해 주목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첫 솔로 앨범의 형상이 선명하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타이틀에 걸어놓은 자신의 이름 석 자에서 스스로에 대한 명확한 자신감이 충분히 드러난다.

첫 솔로앨범 < KAI >는 살짝 힘을 뺀, 알앤비 그루브를 강조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카이의 강점인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녹일 수 있는 힙합이나 SMP가 아닌 보컬에 큰 비중을 둔 장르를 택한 것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그의 화려하지 않은 가창과 미성의 음색, 그리고 알앤비의 결합은 쉽게 연상되지 않는 조합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모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직까지 여섯 개의 솔로곡을 단독으로 이끌어가는 그의 음성은 꽤나 낯설다. ‘Ride or die’와 ‘Hello stranger’가 구사하는 부드러운 알앤비 사운드는 넓은 음역대와 난도 높은 멜로디에 부합하는 다양한 창법을 요구한다. 카이의 가창이 이를 매끄럽게 전개해주어야 하지만, 곡에 대한 주도권을 온전하게 쥐고 있다기 보다는 다소 경직되어 어색함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타이틀곡으로 ‘음’을 선택한 것은 매우 영리한 판단이다. 미니멀한 사운드 위에 느린 템포, 그리고 감미롭고 끈적한 분위기를 더함으로써 담백한 카이의 음색과 제법 잘 어울리는 알앤비를 만든다. 유연한 알앤비 곡을 소화하기에 다소 임팩트가 부족한 가창의 약점을 메우고, 분위기에 포인트를 주는 방향으로 카이의 이미지가 지닌 강점을 강조하여 상호 보완을 이뤄낸다. 한마디로, 효과적으로 아티스트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성공적인 프로듀싱이 일궈낸 결과물이다.

알앤비 사운드에서는 동료 백현의 잔향이, 그리고 중성적인 섹시함을 강조한 타이틀곡에서는 샤이니 태민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확실히 다른 아티스트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정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 백현의 보컬과는 달리 꾸밈 없는 가창의 담백함과 여린 감성이 있고, 스타일 면에서는 태민보다 야성적이고 러프하다는 점이 충분한 변별력을 보여준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아직 완벽히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 수록곡 –
1. 음 (Mmmh) 
2. Nothing on me 
3. 기억상실 (Amnesia)
4. Reason
5. Ride or die
6. Hello stra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