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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Unlimited Love'(2022)

평가: 3.5/5

전성기를 함께 했던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의 두 번째 복귀 소식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지지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1983년 결성 이후 단 한 번도 뒷걸음친 적 없던 행보 중에서도 < Blood Sugar Sex Magik >, < Californication > 등 정점의 순간마다 그의 연주가 있었고 오랜 시간에 거쳐 완성한 질감은 너무도 고유해져 조쉬 클링호퍼와 같은 대체자의 활약에도 비집고 들어올 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프로듀서 릭 루빈까지 가세한 12번째 정규 < Unlimited Love >에서 선 공개 싱글 ‘Black summer’를 필두로 오리지널리티 재현에 나선 그들은 펑크(Funk)를 기반으로 쌓아 올린 아스라한 탑의 정상에서 완전한 부활을 선언한다.

플리의 베이스가 중심이 되는 특유의 그루브는 묵직한 슬랩으로 포문을 여는 ‘Here ever after’로 되새겨진다. ‘Poster child’, ‘She’s a lover’에서 랩과 보컬을 오가며 박자를 타는 앤소니 키디스와 적재적소에 음을 짚어 존재를 드러내는 기타 리프까지. 지난 세월만큼 힘은 덜어냈지만 여전한 펑키 스타일을 선보이며 절제란 틀에 갇히지 않고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서로의 손끝에 집중한다. 이는 대다수 곡에 자리하는 악기 솔로 파트에 녹아들어 청각적 쾌감을 제공한다.

꾸준한 도전으로 맺은 결실도 수확한다. ‘Aquatic mouth dance’에선 세련된 브라스 세션으로 재즈 색채를 덧칠하며 폭넓게 섭취한 장르의 결과물을 배출하고, 소리의 잔향이 몽환적인 ‘It’s only natural’과 전자음을 뼈대 세운 ‘Bastards of light’를 통해 전작 < The Gataway >의 유산도 잊지 않는다. 한편 ‘발라드 넘버 ‘Not the one’, ‘Veronica’로 캘리포니아의 나른한 여유마저 가져온다.

변함없는 모습에 반갑게 인사를 건네지만 다음을 이어갈 대화거리가 없다. ‘레드 핫’ 공식을 철저히 따르는 구성과 멜랑콜리 사운드에서 기인한 청취가 편안하여 오히려 각 트랙의 매력을 흐릿하게 해 뚜렷한 구분 없이 흘러가게 만든다. 과거 ‘Give it away’, ‘Dani California’처럼 확실하게 돋보이는 타이틀의 부재도 원인 중 하나. 빠른 속도와 캐치한 멜로디의 대중적 접근 ‘One way traffic’, 하드록에 가까운 ‘The heavy wing’으로 완급을 조절하지만 전체적인 전개에 있어 긴장이 느껴지지 않아 밋밋하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위 웅장한 콰이어의 ‘Tangelo’로 마무리 짓는 < Unlimited Love >는 그럼에도 잘 갖춰진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총괄 편이다. 트렌드를 거부하고 기량과 연륜으로 다진 17개의 고집스러운 만듦새는 시대에 부드럽게 안착,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하며 현세대 최고의 록 밴드임을 또다시 증명해낸다.

– 수록곡 –
1. Black summer
2. Here ever after
3. Aquatic mouth dance
4. Not the one
5. Poster child
6. The great apes
7. It’s only natural
8. She’s a lover
9. These are the ways
10. Whatchu thinkin’
11. Bastards of light
12. White braids & pillow chair
13. One way traffic
14. Veronica
15. Let ’em cry
16. The heavy wing
17. Tang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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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Black summer’ (2022)

평가: 3.5/5

2016년 < The Getaway > 이후 6년 만인 오는 4월 발표하는 열두 번째 앨범 < Unlimited Love >의 첫 번째 싱글이다. 무엇보다 밴드의 최고 순간을 함께 만들었던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가 다시 복귀한 뒤 처음으로 공개하는 ‘Black summer’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조력자인 프로듀서 릭 루빈까지 가세, 그들의 오랜 오리지널리티를 마주한다.

기타, 베이스, 드럼의 간소한 구성으로 갖춰진 곡은 9집 < Stadium Arcadium >처럼 유려하다. 중심은 존 프루시안테의 리듬을 기반으로 한 서정적인 연주. 특유의 톤으로 잔잔하게 선언한 그의 재합류 의사는 중반부 펼쳐지는 솔로 파트까지 이어지며 다만 화려하지 않게 응축한 에너지가 일전의 영광과 맞닿는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도 개성을 드러내는 악기와 다소 힘을 뺀 앤소니 키에디스의 보컬이 빈틈없고, 여전한 가사까지 포함해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 그대로 돌아온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연륜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경력만큼 쌓아온 고유의 사운드가 아스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