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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조(EJO) ‘Chameleon Man’ (2021)

평가: 3/5

모델, 디제이로 먼저 이름을 알린 에조는 음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여러 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2019년 발매한 첫 정규음반 < Mind Web Wanderer >로 무경계 뮤지션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했고 이후 까데호와 넉살 등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한 리믹스 앨범으로 존재를 다시 한번 알렸다.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이 개성파 래퍼는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맥락 없는 음악’을 지향한다. 사운드의 반복을 통해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무의식과 마주할 수 있도록 의도하는 것이 노래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와 인도,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재즈, 힙합, 일렉트로닉을 넘나들며 장르의 벽을 허물었고 자신이 만들어낸 이 감각적인 세계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한다. 전작이 마인드맵처럼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내면에 집중했다면 이번 음반은 심연에 자리하고 있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낸다. 어린 시절부터 고민해 온 고향의 정의를 이야기하는 ‘Home callin’은 본인을 가장 잘 나타낸 곡이다.

‘카멜레온 맨’이라는 앨범명에 걸맞게 다양한 악기의 사용으로 하나의 노래 안에서 여러 변화를 시도한다. 엇나간 듯 마이너코드로 구성된 ‘Legalize it’은 아프리카 전통악기와 자연의 소리를 활용해 후렴을 강조하고 영어 가사의 수록곡 중간에 한국어를 삽입해 주의를 환기한다. 몽롱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동시에 각각 다른 색을 띠는 음악은 작곡 역량이 돋보이게 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간다.

에조의 노래가 대중적인 음악은 아니다. < Chameleon Man >은 자극적인 것들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낯설고 괴리감을 느끼게 하지만 한국 음악 신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으로 충만하다.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데 거침없는 이 뮤지션은 지평선위에서 다음 이정표를 바라보고 있다.

– 수록곡 –
1. Home callin’
2. Pandemic
3. Intarude
4. Legalize it
5. Chameleon man
6. Git paid
7. Keep reppin’e
8. Rab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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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랜치스(The Avalanches) ‘We Will Always Love You'(2020)

평가: 4/5

호주 출신 전자음악 밴드 애벌랜치스가 4년 만에 정규 앨범 < We Will Always Love You >로 돌아왔다. 이들은 1997년 결성된 이래 사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이번 앨범을 포함 단 3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과작의 뮤지션임에도 샘플링을 활용하는 음악 장르를 일컫는 플런더포닉스의 대표 주자로 꼽히며 창조적인 재구성의 미학을 펼쳐낸 정규 4집은 그들의 명성을 지탱한다.

앨범을 들을수록 스티븐 스필버그가 1977년에 감독한 영화 < 미지와의 조우 >의 후반부 장면이 떠오른다. 번쩍거리는 미확인 비행체와 음악으로 대화하는 아름다운 장면은 ‘음악은 만국공통어다’라는 메시지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이 작품 역시 은하 저편 미지의 세계와의 교신으로, 화려한 피쳐링 군단은 지구대표 음악사절단이며 샘플링 된 곡들은 지구에 보석 같은 흔적을 남긴 소리샘이다. 이 구성 요소들을 한데 모아 영롱한 마법 구슬로 빚어내는 건 애벌랜치스의 몫이다.

이들의 음악은 샘플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단 점에서 기존의 매시업과 차별점을 가지며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를 발췌하되 자신들의 악기 연주와 프로덕션으로 재포장하는 사운드 메이킹이 그 증거다. 영국의 포크 뮤지션 바시티 버냔의 1970년 곡 ‘Glow worms’는 ‘Reflecting light’에서 단서만 제공해주고 자취를 감춘다. 잔잔한 포크의 색채가 걷히며 몽환적인 사이키델릭의 기운을 드리운 채 사라진다. 복고적 전자음악의 기술자 제이미 엑스엑스의 서늘한 사운드는 ‘Buffalo stance’로 1989년을 뒤흔든 네네 체리의 당돌한 래핑과 기분 좋게 부딪히고 이렇게 삼바 풍의 춤곡 ‘Magalenha’는 이색적 요소를 투입한 ‘Wherever you go’로 재탄생한다.

샘플링 소재가 뚜렷하게 감지되는 곡도 있다. ‘Interstellar song’은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Eye in the sky’의 후렴구를 도입부에 전면 배치하여 손쉽게 대중성을 확보한다. 엠지엠티(MGMT)의 보컬에 더 스미스의 상징과도 같은 조니 마의 찰랑거리는 기타가 합세한 ‘The divine chord’는 20세기를 상징하는 작곡가 버트 바카라크의 선율을 빌려와 중량감을 높인다. 두 곡은 우주적이고 공감각적인 사운드에 팝적인 멜로디가 겹치는 앨범의 하이라이트. 펑키(Funky)한 디스코 ‘Music makes me high’와 애상적인 ‘Running red lights’도 뚜렷한 멜로디에 강점을 갖춘다.

은하 저편에 도달하지 못해도 이 작품은 우리 지구인들에게 특별한 종합선물세트가 된다. 샘플링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장르를 넘나드는 우주적인 소리에 넋을 잃고 홀릴 것이며 학구파들에게는 파고 파도 끝없는 금맥이 될 작품이다. 원곡을 듣는 재미와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더해진 덕분이다. ‘이미 세상을 뜬 아티스트의 예전 노래를 샘플링하는건 마치 그들의 영혼을 불러오는 것과 같다!’라고 그룹의 멤버 로비 채터는 말한다. 과거와 현재의 숨결이 닿아 하나의 곡으로 귀결되는 순간 너와 나의 음파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흐른다.

– 수록곡 –

1. Ghost story (Feat. Orono)
2. Song for Barbara Payton
3. We will always love you (Feat. Blood Orange)
4. The divine chord (Feat. MGMT & Johnny Marr)  
5. Solitary ceremonies
6. Interstellar love (Feat. Leon Bridges)  
7. Ghost story pt. 2 (Feat. Orono & Leon Bridges)
8. Reflection light (Feat. Sanada Maitreya & Vashti Bunyan)
9. Carrier waves
10. Oh the sunn! (Feat. Perry Farrell)
11. We go on (Feat. Cola Boyy & Mick Jones)
12. Star song.IMG  
13. Until daylight comes (Feat. Tricky)
14. Wherever you go (Feat. Jamie xx, Neneh Cherry & CLYPSO)
15. Music makes me high
16. Pink champagne
17. Take care in your dreaming (Feat. Denzel Curry, Tricky & Sampa The Great)
18. Overcome
19. Gold sky (Feat. Kurt Vile)
20. Always black (Feat. Pink Siifu)
21. Dial d for devotion (Feat. Karen O)
22. Running red lights (Feat. Rivers Cuomo & Pink Siifu)  
23. Born to lose
24. Music is the light (Feat. Cornelius & Kelly Moran)
25. Weightl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