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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김도헌의 Twist And Shout

레베카 블랙, 최악의 가수를 넘어

‘졸작’은 무엇일까? 뜻을 묻는다면 ‘잊히게 될 작품’이라 답하겠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창작물들, 그 와중 준수한 결과물을 움켜쥐려 애쓰다 보면 나머지는 붙잡으려 해도 기억 속에서 떠내려가고 만다. 평범한 것들에도 그럴진대 미진한 완성도에는 더욱 여유를 두기 어렵다.

그런데 어떤 졸작은 상식 이상으로 형편없는 탓에 폭발적인 조롱이 쏠려 망각의 운명을 거부하고 유명해진다. 인터넷 용어로 ‘밈(Meme)’이 되어 유행 요소로 자리잡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평가가 이루어지며 명예를 회복(?) 하기도 한다. 대개 사소한 범작은 변화를 일궈내지 못하지만, 거대한 실패는 정말로 성공의 어머니가 된다.

레베카 블랙(Rebecca Black)은 한 때 역사상 최악의 가수였다. 그는 인터넷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졸작 노래 ‘Friday’의 주인공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레베카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로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싫어요’를 받은 사람이 됐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Baby’의 ‘싫어요’를 뛰어넘은 120만 개의 ‘싫어요’였다. 2021년까지 유튜브 조회수는 2억 회에 달한다.

지금은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2021년 기준 381만 ‘싫어요’를 기록하며 유튜브 역사상 가장 많은 ‘싫어요’ 순위에서 20위에 올라있다. 대개 ‘싫어요’는 많은 ‘좋아요’가 감당해야 할 세금 같은 것이지만, ‘Friday’의 경우 ‘좋아요’와 ‘싫어요’의 비율이 1:3에 달한다. 이것도 시간이 흘러 많이 개선된 것으로 한때는 ‘싫어요’ 비율이 88%에 달하기도 했다.

2011년 당시 13세였던 레베카 블랙은 가수가 아니었다. 춤과 보컬 레슨을 받긴 했지만 프로 뮤지션으로의 의식은 희미했다. ‘Friday’는 노래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레베카의 부모님이 ARK 뮤직 팩토리(ARK Music Factory)라는 작은 회사에 4천 달러를 지불하고 받은 곡과 뮤직비디오였다.

rebecca black friday hate 이미지 검색결과

당시나 지금이나 한 번이라도 ‘Friday’를 들어보면 잔인한 ‘싫어요’ 수치가 근거 있는 의사 표현(?) 임을 알 수 있다. 금요일에 들떠 신나는 주말을 보내자는 주제 아래 ‘어제는 목요일, 오늘은 금요일, 내일은 토요일, 그다음은 일요일’,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등 작정하고 쓰기도 어려운 노랫말이 이어진다. 불안한 목소리는 기계 보정으로 해결해 더욱 기이하게 들린다. 여기에 꽤 공을 들여 촬영한 뮤직비디오에서 단 하나의 표정으로 일관하는 레베카 블랙의 어색한 연기가 정점을 찍었다.

‘Friday’는 공개와 동시에 유명해졌다. 너무 못 만들었다는 이유로 조회수가 폭주했고 셀 수 없이 많은 패러디 영상이 파생됐다. 그 해 빌보드 싱글 차트 58위까지 오른 곡이 되며 상업적으로도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열세 살 소녀에게 세간의 조롱과 혐오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레베카 블랙은 왕따를 당해 학교를 자퇴해야 했으며 세계적으로 달리는 악성 댓글에 우울증을 앓았다. 유튜브 영상을 유료화하려는 ARK와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대부분이 기억하는 레베카 블랙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팝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이후 팝스타 케이티 페리의 ‘Last friday night’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레베카의 모습을 기억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가수로 데뷔하게 된 레베카가 이후에도 꾸준히 가수 활동을 이어나갔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Friday’ 이후에도 레베카는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며 불현듯 찾아온 유명세를 기회로 삼았다. 2013년에는 ‘Friday’의 후속곡 ‘Saturday’를 발표하며 즐기는 모습을 들려줬고,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의 노래를 커버하며 실력도 쌓아나갔다.

2016년 본인의 이름을 걸고 발매한 싱글 ‘The great divide’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기계음 가득한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준수한 가창력으로 무대를 즐기는 레베카 블랙이 있었다. 올해 초에는 싱글 ‘Girlfriend’를 발표하며 퀴어 커뮤니티에 대한 응원과 지지 메시지도 밝혔다. 비로소 사람들이 ‘Friday’ 대신 아티스트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레베카 블랙은 ‘Friday’의 10주년 기념 리믹스 버전을 공개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2010년대 초 인기를 얻은 일렉트로닉 듀오 3OH!3, 베테랑 뮤지션 빅 프리디아와 신진 팝 가수 도리안 일렉트라가 레베카 블랙의 새 출발을 함께했다.

‘하이퍼 팝’이라 불리는 스타일의 대표 그룹 100 겍스(100 gecs)의 딜런 브래디가 프로듀싱한 곡은 세련된 케이팝처럼 다양하게 변주되고 왜곡된다. 미래 지향적인 옷을 입고 웃음 짓는 뮤직비디오 속 레베카 블랙은 수많은 밈과 함께 스스로를 희화화한다.

리믹스 발표 후 가진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레베카 블랙은 10년 전 ‘Friday’를 이렇게 회고했다. “저는 13살이었어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죠. 하지만 그게 13살 아닌가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사랑하고 있잖아요. 정말 멋져요.”.

누구든 실패할 수 있다. 극소수의 천재들만이 처음부터 성공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그러지도 못하는 것이 우리의 보편적인 삶이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인이 ‘싫어요’를 누르는 최악의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동시에 운명은 공평하다. 향후 레베카 블랙이 아티스트로 성장할지 ‘Friday’에 머무를지는 모르지만, 고통스러운 조롱과 시련 속에도 성실했고 ‘유명한 졸작’의 주인공임을 자랑스레 자청하며 대중의 시선을 바꿨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 누구도 그를 미진하거나 형편없다고 조롱하지 않는다.

작품은 잊힐지언정 사람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냉철하되 창작가에게는 따스하게 다가서야 하는 이유다. 졸작에도 기회는 있다. 함께 가라앉거나, 실패를 디딤돌 삼아 다음 단계로 성장하거나. 선택은 도전하는 자만이 가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