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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Beyoncé) ‘Renaissance'(2022)

평가: 4.5/5

‘팝의 여왕’이란 칭호는 순수한 퍼포먼스나 보컬 실력과 더불어, 후대를 견인할 기준점과 영향력을 제시할 수 있는 초월성에서 기인한다. 갑작스레 등장해 오감을 직격한 즉발성 팝 컬렉션 < Beyonce >(2013)와 예술과 상업의 합일을 일군 무결점 명반 < Lemonade >(2016). 이 두 작품이 비욘세를 지금의 절대적 위상에 오르게 한 결정적인 도약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참신함과 완성도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꾸준한 회자 속 대체 불가능한 불변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장대한 트릴로지의 개막이자 6년 만의 정규작 < Renaissance >는 그렇기에 쉽고 안전한 팝의 노선을 따르지 않는다. 마치 모두의 지지 속 미지의 향로를 개척하고 등대를 세워야 하는 선각자의 걸음인 셈이다. 키워드는 코로나 여파로 전례 없는 침체기를 맞이한 ‘댄스’ 문화다. 비욘세는 단어의 재건을, 더 나아가 누구나 마음대로 움직이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왕좌에서 일어서기 시작한다. 어두컴컴하고 땀 냄새 자욱한 지하실로 행차한 여왕의 진두지휘하에 인류의 동적 본능을 복원하고 해방하려는 본격적인 지반 공사가 펼져진다. 바야흐로, 1980년대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클럽 신에서 부흥한 ‘하우스’ 르네상스의 재(再)도래다.

각성을 위해 빼곡히 수놓아진 152명의 참여자 명단, 시대별 캐논을 위시한 샘플 크레딧, 디제이의 셋리스트처럼 각 트랙을 유기적으로 이은 세구에(segue) 형식까지. 사학자의 면모와 기획자의 통찰을 겸비한 < Renaissance >는 비욘세의 보컬을 재료로 한 전지구적 거대 리믹스 기획이자 광란의 경배 의식에 가깝다. 언뜻 포맷 자체로는 두아 리파가 선보였던 초호화 믹스셋 < Club House Nostalgia >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미국의 디제이 더 블레스드 마돈나가 두아 리파의 광풍을 무도회로 재편성했듯, 각지의 힙합 프로듀서와 디제이가 재림의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모여들었다.

트랙에 걸쳐 여러 장소와 지역, 시대를 호령했던 댄스 플로어의 역사가 순차적으로 복각된다. 라파엘 사딕과 나일 로저스 조합으로 펑크(Funk)의 광채를 담아낸 ‘Cuff it’, 샘플링의 교본 격인 로빈 에스의 ‘Show me love’ 리프와 빅 프리디아의 강렬한 랩 스크래치를 버무린 하우스 넘버 ‘Break my soul’ 등이 그렇다. 기나긴 여정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것은, 영원한 고전인 도나 섬머 ‘I feel love’를 직접 호출하여 격한 예우와 경의를 표하는 ‘Summer renaissance’의 몫이다.

침투와 혼합 과정은 때론 교묘하게 행해지는데, 지극히 현대적인 트랩 비트 위로 에스닉한 토속 사운드가 등장하는 ‘Thique’는 클럽 신의 시제를 탐닉하고, ‘America has a problem’은 음산한 덥(dub) 향취와 강박적인 탐탐 사운드를 통해 먼지에 둘러싸인 다양한 전자 음악 분파의 실루엣을 미세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PC 뮤직의 수장 A. G. 쿡의 손길이 닿은 ‘All up in your mind’의 주재료는 2010년대 등장한 신흥 강자 ‘버블검 베이스’의 팽창된 질감이다. ‘Pure / honey’의 경우에는 심장 박동스런 리듬과 최면 같은 읊조림으로 집단 광기를 유도하다 순식간에 베이지색 미러볼 밑으로 옮겨 놓기도 한다. 위협적이고, 쾌락적이다.

코첼라 실황을 담은 라이브 앨범 < Homecoming >과 < The Lion King : The Gift >를 거치며 여성 운동과 블랙 프라이드의 공식적인 대변자로 올라선 만큼 메시지적 측면도 결코 놓치지 않았다. 가스펠부터 댄스홀, 알앤비, 뉴 잭 스윙 등 상징적인 블랙 뮤직들의 재현은 물론 ‘있는 그대로의, 내 피부가 편안하고 아늑해’(Cozy)라는 메시지에는 흑인으로서의 긍지가 담겨 있고, ‘넌 내 영혼을 부수지 못해’(Break my soul)라는 외침에는 팬데믹이 야기한 대퇴직 시기(Great Resignation) 속 희망 잃은 젊은이를 향한 위로와 지지 선언이 담긴다. 단순한 댄스가 아닌 ‘하우스’로 키워드를 내건 것 역시 백인 중산층에 의해 음지로 밀려난 소수자를 품은 피난처, 웨어하우스의 포용 의지를 잇겠다는 표명이다.

댄스 전반의 흐름을 16개의 트랙을 통해 고르게 분포한데다 곡간 연결부와 전체적인 완급, 개개 퀄리티 모두 흠잡을 곳이 없다. 비주얼 앨범으로 충격을 가져온 일전의 행보를 한 번 더 비틀어 뮤직 비디오 하나 없이 온전한 오디오적 몰입을 유도했다는 점에서는 과거의 방편에 기대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엿보인다. 상당한 자본과 시간을 요하는 프로젝트임에도 본인의 브랜드에 입각한 대규모 송캠프와 철저한 분업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물꼬를 텄다는 것도 놀라운 성과다. 성적은 어떠한가. 빌보드 앨범과 싱글 차트 정상은 물론 전 수록곡 차트 진입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까지 거머쥐었으니. 이제 아무도 그를 의심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여왕의 귀환 아래, 새로운 성경의 첫 장이 펼쳐진다.

– 수록곡 –
1. I’m that girl
2. Cozy
3. Alien superstar
4. Cuff it
5. Energy (Feat. Beam)
6. Break my soul

7. Church girl
8. Plastic off the sofa
9. Virgo’s groove
10. Move (Feat. Grace Jones & Tems)
11. Heated
12. Thique
13. All up in your mind
14. America has a problem
15. Pure/honey

16. Summer renaiss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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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Jimmy Lee’(2019)

평가: 4/5

라파엘 사딕은 오랫동안 지켜왔던 것들이 있다. 뉴 잭 스윙 그룹 ‘토니 토니 톤(Tony! Toni! Tone)’으로 활동할 당시 선보였던 네오 소울과 알앤비의 성향을 그대로 가져왔고, 유행하던 일렉트로닉은 멀리한 채 그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그런 라파엘 사딕이 이번에 가져온 음악은 새로운 실험 정신에 의거한다. 라파엘 사딕의 오랜 팬이라면 그 도전이 반갑지만은 않겠으나, 그 변신이 아주 낯설지는 않다. 여전히 그만의 흡인력이 존재한다.

펑키한 그루브와 레트로한 질감의 소리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약간의 신시사이저를 사용하며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그가 내보인 사운드는 사이키델릭에 근접한다.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형의 이름을 딴 < Jimmy Lee >의 수록곡 대부분은 마약을 소재로 노래하고 있다.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My walk’를 보자. 노이즈가 자글자글하고 일렉트로닉 건반의 리프가 몽환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에서 사이키델릭과 형태가 비슷하다.

< Jimmy Lee >를 통해 보여주는 라파엘 사딕의 위상은 굳건하다. 소울풀한 보컬로 장르의 벽을 허물고, 마약이라는 다소 위험한 소재를 음악이라는 매개로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며 부드럽게 녹여낸다. 새로운 장르의 시도도 여기로부터 온 것은 아닐까. 그동안 강조하던 네오 소울에 힙합, 펑크, 일렉트로닉을 더해 자신의 스타일로 승화하며 음악적 자신감을 내비친다. 동시에 자신의 뿌리인 블랙 뮤직을 놓지 않으며 정체성을 공고히 다진다.

일렉트로닉은 그 색채만 옅게 내비칠 뿐, 주력하는 소울과 알앤비를 기반으로 한다. 사운드의 변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뒷받침해주는 일종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악명 높은 교도소로 유명한 ‘Rikers island’는 마이너한 코드와 소울풀한 콰이어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노래는 교도소 문을 닫는 듯한 효과음으로 비극을 암시한다. ‘Real’, ‘Complexion’ 등 흑인 인권에 대해 노래하던 켄드릭 라마가 랩으로 참여한 ‘Rearview’는 협업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역시나 약물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노래의 끝에서 반복되는 ‘Your life is in your rearview’라는 가사로 환각 상태를 묘사한다. ‘Something keeps calling’ 또한 약물 중독의 부정적인 요소를 노래하지만, 경고보다는 회유에 가깝다. 마약으로 사망한 형에 대한 슬픔이 담긴 곡이다.

새로운 실험 정신은 늘 위험을 동반한다. 라파엘 사딕의 < Jimmy Lee >는 단순한 사운드 변화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에 정면돌파 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나아지지 않는 흑인사회에 대한 인식, 미국 사회에 만연하지만 완전히 제재되지 않는 약물 중독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라파엘 사딕의 개인사까지 담겨있다. 그의 사회적 시각이 담긴 기념비적 앨범이다. 알앤비, 소울, 블루스. 자신을 규정짓던 장르에 새로운 주체를 더 해 또 다른 라파엘 사딕을 완성했다. 기대해왔던 고집은 한풀 꺾였지만,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음반이다.

– 수록곡 –
1. Sinners prayer
2. So ready
3. This world is drunk
4. Something keeps calling (Feat. Rob Bacon) 
5. Kings fall
6. I’m feeling love
7. My wallk
8. Belongs to God (Feat. Reverend E. Baker)
9. Dottie interlude
10. Glory to the veins (Feat. Ernest Turner)
11. Rikers island
12. Rikers island redux (Feat. Daniel J. Watts)
13. Rea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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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hael Saadiq

라파엘 사딕은 오랫동안 지켜왔던 것들이 있다. 뉴 잭 스윙 그룹 ‘토니 토니 톤(Tony! Toni! Tone)’으로 활동할 당시 선보였던 네오 소울과 알앤비의 성향을 그대로 가져왔고, 유행하던 일렉트로닉은 멀리한 채 그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그런 라파엘 사딕이 이번에 가져온 음악은 새로운 실험 정신에 의거한다. 라파엘 사딕의 오랜 팬이라면 그 도전이 반갑지만은 않겠으나, 그 변신이 아주 낯설지는 않다. 여전히 그만의 흡인력이 존재한다.

펑키한 그루브와 레트로한 질감의 소리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약간의 신시사이저를 사용하며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그가 내보인 사운드는 사이키델릭에 근접한다.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형의 이름을 딴 < Jimmy Lee >의 수록곡 대부분은 마약을 소재로 노래하고 있다.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My walk’를 보자. 노이즈가 자글자글하고 일렉트로닉 건반의 리프가 몽환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에서 사이키델릭과 형태가 비슷하다.

< Jimmy Lee >를 통해 보여주는 라파엘 사딕의 위상은 굳건하다. 소울풀한 보컬로 장르의 벽을 허물고, 마약이라는 다소 위험한 소재를 음악이라는 매개로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며 부드럽게 녹여낸다. 새로운 장르의 시도도 여기로부터 온 것은 아닐까. 그동안 강조하던 네오 소울에 힙합, 펑크, 일렉트로닉을 더해 자신의 스타일로 승화하며 음악적 자신감을 내비친다. 동시에 자신의 뿌리인 블랙 뮤직을 놓지 않으며 정체성을 공고히 다진다.

일렉트로닉은 그 색채만 옅게 내비칠 뿐, 주력하는 소울과 알앤비를 기반으로 한다. 사운드의 변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뒷받침해주는 일종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악명 높은 교도소로 유명한 ‘Rikers island’는 마이너한 코드와 소울풀한 콰이어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노래는 교도소 문을 닫는 듯한 효과음으로 비극을 암시한다. ‘Real’, ‘Complexion’ 등 흑인 인권에 대해 노래하던 켄드릭 라마가 랩으로 참여한 ‘Rearview’는 협업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역시나 약물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노래의 끝에서 반복되는 ‘Your life is in your rearview’라는 가사로 환각 상태를 묘사한다. ‘Something keeps calling’ 또한 약물 중독의 부정적인 요소를 노래하지만, 경고보다는 회유에 가깝다. 마약으로 사망한 형에 대한 슬픔이 담긴 곡이다.

새로운 실험 정신은 늘 위험을 동반한다. 라파엘 사딕의 < Jimmy Lee >는 단순한 사운드 변화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에 정면돌파 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나아지지 않는 흑인사회에 대한 인식, 미국 사회에 만연하지만 완전히 제재되지 않는 약물 중독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라파엘 사딕의 개인사까지 담겨있다. 그의 사회적 시각이 담긴 기념비적 앨범이다. 알앤비, 소울, 블루스. 자신을 규정짓던 장르에 새로운 주체를 더 해 또 다른 라파엘 사딕을 완성했다. 기대해왔던 고집은 한풀 꺾였지만,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음반이다.

– 수록곡 –
1. Sinners prayer
2. So ready
3. This world is drunk
4. Something keeps calling (Feat. Rob Bacon)
5. Kings fall
6. I’m feeling love
7. My wallk
8. Belongs to God (Feat. Reverend E. Baker)
9. Dottie interlude
10. Glory to the veins (Feat. Ernest Turner)
11. Rikers island
12. Rikers island redux (Feat. Daniel J. Watts)
13. Rea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