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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즈 브렉퍼스트 (Japanese Breakfast) ‘Psychopomp’ (2016)

평가: 3.5/5

리틀 빅 리그(Little Big League)라는 인디 밴드로 활동하던 혼혈 미국인 여성 미셸 자우너가 한국인 어머니의 암 선고 소식을 접했다. 간호 기간이었던 2주 동안 그는 일종의 명상이자 자기 치유의 일환으로 < Psychopomp >라는 앨범을 하나 제작했고, 소량으로 찍혀 공연장에서 판매되던 작품은 인터넷 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서서히 주목을 받았다. 베스트셀러 에세이 < H마트에서 울다 >의 마지막 챕터이자 2022년 그래미 신인상 부문 후보 재패니즈 브랙퍼스트의 탄생 일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저승사자’라는 제목처럼 중심 소재는 죽음이다. ‘믿는다면 천국은 실존할 것’이라며 희망을 담아 노래하는 ‘In heaven’에는 상실의 공포가 감돌고, ‘Heft’는 대장암으로 먼저 세상을 뜬 이모의 사례에서 피어난 불안감을 노래한다. 몽롱한 앰비언트 곡인 타이틀 트랙 ‘Psychopomp’의 끝에 등장하는 실제 어머니의 음성 ‘괜찮아, 괜찮아’는 감정의 직격탄을 날린다. 신파라 할 사람도 있겠지만 삶에는 이처럼 은유가 불가능한 순간도 있다.

앨범의 다른 부분은 젊은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을 보여준다. 절규에 가까운 소리로 뒤덮인 ‘Jane Cum’은 우디 알렌 영화의 등장인물 이름을 변형해 소재로 삼았으며, ‘Everybody wants to love you’의 서늘한 도입부에서는 롤모델이었던 한국 혼혈 카렌 오의 밴드 예예예스의 사운드가 비춰 보인다. 과감하고 짙은 슈게이징 사운드 또한 꿈을 품은 청춘이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음악이다.

어두운 트랙만큼이나 밝고 명랑한 음악도 함께 담고 있지만 그 접근법은 감정의 승화와는 거리가 있다. 슬픔에 지나치게 함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억지로 애써 훌훌 털어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힘든 시간을 기억에 담은 채 삶의 복잡성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계속 전진할 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보편적인 삶의 철학, 간단하지만 이것이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음악이 인종과 문화를 넘어 꾸준하게 사랑과 공감을 받는 이유다.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에서 갖가지 낯선 소리를 담아내고, < Jubilee >로 싱그러운 축제를 열기 전 젊은 뮤지션의 초상이 그대로 새겨진 음반이다. 마치 데생에 가까운 모난 질감과 깔끔하지 않은 프로덕션은 지금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욱 정겹다. < H마트에서 울다 >를 읽으면서 함께 듣자. 이름도 낯선 아티스트가 어느새 오랜 친구처럼 느껴질 테니.

-수록곡-
1. In heaven
2. The woman that loves you
3. Rugged country
4. Everybody wants to love you
5. Psychopomp
6. Jane Cum
7. Heft
8. Moon on the bath
9. Triple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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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H마트에서 울다’ : 세계를 사로잡은 록 뮤지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족, 음식, 슬픔과 사랑에 관한 강렬한 이야기

“엄마가 이제 내 곁에 없는데 내가 한국인일 수 있을까?”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한국을 찾은 지난 2018년. 이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 세계 120여 회 투어의 종착지로 고국인 한국을 택한 그는 마지막 공연의 열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인터뷰에 응했다. 피곤한 내색은 없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하루에 4~5시간씩 한국어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던 그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옮겨왔다. 노력하는 자의 성실함이 주는 경애? 공연장을 꽉 채우는 스타가 가진 의외의 모습 때문에? 모두 아니다. 그건 인터뷰 내내 그가 전한 한국을 향한 애정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상실감, 공연 후의 후련함, 아쉬움 등의 감정이 맑고 짙게 뭉쳐져 다가왔던 탓이다.

지금의 활동 전 그는 ‘리틀 빅 리그’란 밴드의 일원이었다. 그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된 건 25살 무렵 갑작스레 찾아온 엄마의 암 소식과 그의 죽음 때문이었다. 슬픔을 덜기 위해 소규모 자본만을 동원해 발매한 < Psychopomp >(2016)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괜찮아, 괜찮아, 돈 크라이 스위티”

동명의 수록곡 속 엄마는 위로하지만 앨범은 짙은 슬픔으로 젖어 있었다. ‘Jane cum’의 부수고 뭉개고 절규하는 외침과 ‘Everybody wants to love you’, ‘Heft’ 등의 밝은 곡을 고루 담았지만 작품은 절절하게 외치고 있었다. ‘나는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엄마의 죽음이란 개인적 상념을 담은 음반은 음악을 현업으로 이어가지 않던 당시 그를 무대 위로 복귀시켰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느 정도 감정의 잔재를 털어낸 정규 2집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2017)을 거쳐 얼마 전 3집 < Jubilee >(2021)를 발매한 그는 엄마의 죽음이란 ‘끝’을 보고 역설적으로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 고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음악 일대기에는 음악가 이전의 미셸 자우너가 겪은 가장 큰 상실과 치유, 회복, 성장이 모두 녹아있다. 실제로 < Jubilee >은 유달리 밝고 힘차다. 슬픔의 끝을 묶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미셸 자우너가 새로운 시작을 선포했다.

< H마트에서 울다 >에는 이러한 미셸 자우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독한 잔소리꾼인 엄마와 얽힌 애증의 일화부터 이제야 그를 이해하게 됐을 무렵 찾아온 암 투병, 살리기 위한 노력, 죽음, 상실과 회복 등등.

뮤지션의 노래는 그의 삶을 이해하고 느꼈을 때 더 명징하게 온다. ‘엄마가 이제 내 곁에 없는데 내가 한국인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의 답을 찬찬히 찾아가는 이 에세이는 그렇게 미셸 자우너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오가며 위로를 건넨다. 엄마. 엄마가 아니던가. 엄마가 우리를 품었듯 마음속에 엄마를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위대한 사실이 개인적인 미셸 자우너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이유일 것이다.

■ 지은이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

몽환적인 슈게이징 스타일 음악을 하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다. 2016년 1집 〈저승사자Psychopomp〉로 데뷔했으며, 2017년 2집 〈다른 행성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소리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는 『롤링스톤』 올해의 앨범 50에 선정됐다. 2021년 3집 〈주빌리Jubilee〉가 빌보드 2021 상반기 최고 앨범 50에 선정되며 전 세계 주요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발히 투어 공연을 하고 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두 번 올랐으며, 『H마트에서 울다』는 뉴욕 타임스에서 29주 이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차례

H마트에서 울다
울긴 왜 울어
쌍꺼풀
뉴욕 스타일
와인이 어딨지?
암흑 물질

언니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살아가기와 죽어가기
당신이란 사람에게 황겁할 정도로 도저하지 않은 점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법과 질서
묵직한 손
사랑스러운
내 사랑은 계속될 거예요
잣죽
작은 도끼
망치 여사와 나
김치냉장고
커피 한 잔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