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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Weezer) ‘All my favorite songs’ (2021)

평가: 3.5/5

신스팝으로 버무린 < Van Weezer >를 기다렸으나 코로나 19로 일정이 꼬이면서 2019년 < Weezer (Black Album) > 때부터 언급했던 ‘피아노 기반’의 ‘매우 별난’ < OK Human >이 먼저 세상에 나왔다. ‘All my favorite songs’는 이 앨범의 선 공개 곡이자, 타이틀이다.

현악기와 드럼 기반에 트럼펫을 포인트로 얹었다는 점에서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클래식 기법이 더해진 비틀스의 그림자가 드리우지만, 각 악기의 선율과 리더인 리버스 쿼모의 보컬은 밴드의 복귀에 이상이 없음을 알린다. 언제, 어디서, 누가 들어도 위저임을 알게 해주는 신나면서도 신나지 않은 이들의 신비한 특성은 이 곡의 가사에서도 드러난다. ‘나는 파티를 좋아하지만 가지 않는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죄책감이 느껴져’처럼 엉뚱한 이중 심리를 재치있게 노래한다.

Weezer (Teal Album) >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며 아쉬움을 남겼던 이들이 이번엔 리메이크가 아닌 창작으로 변화를 꾀하며 다시금 타임머신의 시동을 걸었다. 익숙했던 기타 피크를 내려놓고 어색한 활을 손에 쥐었지만 그 어디에도 망설임은 없다. 이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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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리, 케이에스아이, 디지털 팜 애니멀스(Anne-Marie, KSI, Digital Farm Animals) ‘Don’t play’ (2021)

평가: 3/5

앤 마리와 KSI의 확연히 다른 목소리와 보컬 스타일은 대화 형식의 진행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 더불어 엑스박스 360 게임기, 샤넬 향수 등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상품을 가사에 넣어서 현실적인 느낌도 확보했다. 사랑 줄다리기를 하는 노래 속 두 남녀의 상황은 현악기 프로그래밍 덕에 한층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UK 개러지의 빠른 리듬으로 ‘Don’t play’는 역동성도 동시에 발산한다. 애틋하면서도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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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Drivers license’ (2021)

평가: 3.5/5

디즈니 채널의 < 하이 스쿨 뮤지컬 >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데뷔곡은 셀레나 고메즈의 ‘Lose you to love me’처럼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 하이 스쿨 뮤지컬 >에 함께 출연해서 남자친구가 된 조슈아 바세트와 그에게 꼬리 친 배우 겸 가수 사브리나 카펜터에게 들으라는 듯 가감 없이 노래한다. 조슈아 바세트와의 추억, 그에 대한 회한과 분노, 체념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가식과 당당한 척을 거부한다.

허스키한 회색 음색은 절망적이고 점차 휘몰아치는 클라이맥스는 격앙된 분노를 분출한다. 우울하고 어둡지만 상심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드러난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이매진 드래곤스의 사운드 안에서 로드의 음색으로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른 뮤지션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

절정으로 치닫다가 주요 멜로디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편곡은 근래에 듣기 힘든 하이라이트. 오랜만에 기승전결이 있는 팝송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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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Ed Sheeran) ‘Afterglow’ (2020)

평가: 3.5/5

2020년은 변이와 혼란의 해였다. 희망은 잠식되는 듯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뜻하지 않게 전 세계를 연대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내년이면 조금은 나아질 거라는 소망이 담긴 한 해의 끝에 에드 시런은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And we’ll burn so bright ’til the darkness softly clears(우리는 밝게 타오를 거야 어둠이 부드럽게 걷힐 때까지)’라는 가사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따뜻한 질감의 어쿠스틱 기타가 주를 이루는 ‘Afterglow’는 초기 에드 시런의 포크 성향을 다시 꺼내온다. 가장 최근의 정규앨범인 < No.6 Collaborations Project >는 그 노선을 달리했었기에, 이 곡이 더욱더 반가운 이유다. 기타 한 대만으로 사운드는 폭넓은 포물선을 그리고, 포물선을 따라 자유롭게 유영하는 멜로디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작년에 쓴 곡이라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꼭 알맞은 따뜻한 위로송이다. 언제나 고난과 역경은 있듯이 우리의 삶에 계속해서 유효할 음악. 조용한 연말에 찾아온 기분 좋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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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커디(Kid Cudi) ‘Show out (Feat. Skepta, Pop Smoke)’ (2020)

평가: 2/5

일찌감치 트릴로지로 예고된 키드 커디(Kid Cudi)의 작품 < Man On The Moon >의 완결을 고하는 < Man On The Moon III: The Chosen >의 타이틀 중 하나이다. 불규칙한 스네어, 하이햇 패턴이 특징인 트랩의 하위 범주인 드릴을 기반으로 한 곡은 저음부터 울리는 거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낮게 깔린 팝 스모크의 목소리로 시작되어 타이트한 스켑타와 키드 커디의 랩으로 이어지고, 오토튠이 얹어진 몽환적인 브릿지까지 더해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인상은 불투명하다. 마지막 파트를 통해 주인공이 되어야 할 키드 커디는 다른 아티스트에 비해 부족한 이해도로 해석에 실패하며 트랙을 흐릿하게 만들었고, 짧은 벌스 구성으로 생기는 빈틈을 메꾸듯 반복되는 후렴구 역시 감상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장르를 대표하는 팝 스모크와 스켑타의 능력은 다소 증명했지만, 정작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에 대해선 의문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