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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블랙 키스(The Black Keys) ‘Delta Kream'(2021)

평가: 3.5/5

블랙 키스는 2000년대 초반 일어난 개러지 록 리바이벌 물결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인디 밴드 시절부터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원료 그대로의 개러지 사운드가 여타 개러지 밴드와의 차별점으로 작용해 두각을 나타냈고 < Brothers >, < El Camino >의 흥행으로 상업적 성취까지 이뤄내며 지금까지 미국 개러지 록 밴드의 구심점을 담당한다.

전작 < Let’s Rock > 투어를 마친 뒤 20년 동안 빼곡히 채운 블랙 키스 이력서에 < Delta Kream >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시작은 멤버 댄 아우어바흐와 패트릭 카니가 유년시절부터 심취하고 습득해온 날이 선 블루스 본능을 여과 없이 분출하면서부터. 앨범은 영감의 근원을 상기시키기 위해 실행한 커버 프로젝트로 이 듀오의 음악적 뿌리로 여겨지는 ‘힐 컨트리 블루스’의 전통을 계승한다.

이 앨범은 2006년에 공개한 < Chulahoma >로 이미 그 존경심을 드러낸 주니어 킴브러를 포함해 알 엘 번사이드, 미시시피 프레드 맥도웰 등 아메리칸 블루스 전설들의 발자취를 따른다. 실제 알 엘 번사이드의 사이드맨으로 활동했던 기타리스트 케니 브라운과 주니어 킴브러의 베이시스트 에릭 디튼이 세션에 합류하면서 드문 코드 변경과 꾸준한 기타 리듬이 형성한 그루브가 특징인 힐 컨트리 블루스의 기조를 생생하게 유지한다.

알 엔 번사이드 원곡에 비해 전체적으로 느슨하지만 팽팽하게 주고받는 악기 간의 호흡이 더해진 ‘Poor boy a long way from home’을 필두로 한층 덜어낸 베테랑들의 연주가 유연하게 흐른다. 데뷔작 < The Big Coming Up >에서 거칠게 연출한 주니어 킴브로의 ‘Do the rump’를 부드러운 톤으로 재해석해 블랙 키스의 조율 능력이 상당함을 공표한다. 한편 가성 보컬과 케니 브라운의 능란한 슬라이드 기타가 인상적인 ‘Going down south’의 현대적 번역은 시간을 역행하며 알 엘 번사이드가 활동하던 그 시절 미국 남부의 허름한 선술집으로 공간을 옮겨 놓기도 한다.

그 동안 블랙 키스가 강조한 고전적 블루스의 정체성을 깊숙하게 파고들어 산뜻한 질감으로 구현한 < Delta Kream >으로 이들은 힐 컨트리 블루스의 유산을 충실하게 기록한다. 팀의 고유성을 견고히 다듬으며 블루스로의 회귀를 선택한 10번째 정규작 < Delta Kream >은 데뷔이래 지속해서 추구해온 지향점이자 그들만이 시도할 수 있는 과감한 찬사다.

-수록곡-

  1. Crawling kingsnake
  2. Louise
  3. Poor boy a long way from home
  4. Stay all night
  5. Going down south
  6. Coal black mattie
  7. Do the romp
  8. Sad Days, lonely nights
  9. Walk with me
  10. Mellow peaches
  11. Come on and go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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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Not In Chronological Order'(2021)

평가: 3.5/5

화려한 등장이었다. 4년 전 ‘Issues’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이래 현재 팝 시장에서 줄리아 마이클스의 이름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저스틴 비버의 ‘Sorry’와 에드 시런의 ‘Dive’ 등을 작곡하며 존재를 알렸고 여러 싱글에 피쳐링으로 참여해 입지를 넓혀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9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의 기억으로도 익숙한 그에게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송 오브 더 이어’(Song of the year) 후보에 오른 ‘If the world was ending’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캐나다 아티스트 JP색스와의 듀엣곡으로 작년 한 해 찬사를 받으며 완연해진 팝스타적 면모는 작곡가와 솔로 뮤지션 양쪽 진영을 오가며 연마한 공예품이자 < Not In Chronological Order >의 예고편이 된다.

이번 앨범은 담백한 악기 활용이 인상적이다. 묵직한 베이스 드롭이 주도하는 ‘Wrapped aruond’를 포함해 나른하게 깔린 인트로 기타 사운드가 어둡게 맥동하는 리듬으로 변조한 ‘All your exes’는 점진적인 전개가 매력적인 팝 펑크(Punk) 곡으로 히트메이커의 자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Pessimist’와 일렉트로닉 요소가 자리한 ‘Lie like this’처럼 주류의 팝 사운드를 차용해 느껴지는 관습적 문법은 독보적인 음색 아래 정체성을 부여한다. 전통적인 어쿠스틱 발라드 ‘That’s the kind of woman’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진부함을 벗어낸다.

반대로 고유한 문체를 지닌 점도 묻어난다. 영국의 음악 전문지 < NME >와의 인터뷰에서 비관적인 과거를 깨닫고 새로운 사랑과 함께하는 건강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던 그는 전체 작사를 도맡으며 개인적인 사연들을 주저 없이 써내려 간다. 앞서 언급한 ‘All your exes’는 자칫 차분한 듯 보이나 상대방의 모든 전 여자친구들이 죽은 세상에 살고 싶다며 신랄함을 드러내고 이별 후의 무기력감은 ‘Love is weird’에서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와 대조적으로 ‘Little did I know’에는 염세적 태도를 고수한 지난날의 자신을 일깨운 사랑의 기록이 담기며 깊은 감상을 자아낸다.

앞서 발매한 3장의 EP는 줄리아 마이클스가 보컬리스트로서의 내구력을 다지는 기간이었다. 본래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매료되는 표현력까지 겸비한 첫 번째 정규작인 이 앨범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을 독무대로 만들며 응축된 내공을 여실 없이 증명한다. < Not In Chronological Order >라는 제목처럼 연대순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번 음반은 줄리아 마이클스가 전진해가는 순서의 한 과정이다.

-수록곡-

  1. All your exes
  2. Love is weird
  3. Pessimist
  4. Little did i know
  5. Orange magic
  6. Lie like this
  7. Wrapped around
  8. History
  9. Undertone
  10. That’s the kind of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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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 칼리드(DJ Khaled) ‘Khaled Khaled'(2021)

평가: 2.5/5

‘We the best music!’을 외치는 시그니처 사운드처럼 그는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목마르다. 재작년 자신의 앨범 < Father Of Asahd >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하지 못하자 대신 그 자리를 꿰찬 타일러 크리에이터를 SNS를 통해 디스한 사건이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최고의 뮤지션을 캐스팅해 화려한 라인업으로 귀보다도 눈을 먼저 사로잡는 디제이 칼리드의 전략은 열두 번째 정규작 < Khaled Khaled >에서도 이어진다.

대중적인 프로덕션과 곡조를 충실히 뒤받치는 덕에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늘 몇몇 즐기기 좋은 곡들이 자리한다. 포문을 여는 ‘Thankful’은 바비 블랜드(Bobby Bland)의 ‘Ain’t no love in the heart of the city’를 샘플링해 가스펠 코러스와 플루트로 생동감을 연출한 호기로운 인트로다.

데릭 앤 더 도미노스의 ‘Layla’를 발췌한 ‘I did it’ 역시 원곡의 전설적인 기타 리프에 화답하는 세 래퍼의 랩이 멋지고, 포스트 말론의 훅은 현시대의 ‘록스타’ 다운 카리스마로 노래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808 베이스 위 공간감 있는 브라스를 머금은 ‘I can have it all’의 소울풀한 허(H.E.R.)의 보컬과 고뇌를 토로하는 믹 밀의 래핑은 본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

그러나 이렇게 힘찬 기운을 전달하는 곡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다채로운 색감의 비트는 가수의 색깔과 잘 맞아떨어지나 디제이 칼리드의 곡이라기보다 해당 뮤지션의 또 다른 싱글이라는 인상에 가깝다. 잔치에 초대된 뮤지션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며 높은 텐션으로 랩과 노래를 주고받지만, 거대 네임밸류의 피쳐링진은 너무나 많고 이를 감독하는 지휘가 부족한 탓에 화끈해야 할 파티의 퍼레이드는 수록곡 간의 유기성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에너제틱한 ‘I did it’을 지나 느닷없이 긴장감을 덜어내는 ‘Let it go’는 저스틴 비버와 래퍼 21 새비지의 콜라보가 부조화를 이루고, 잭슨 파이브의 ‘Maybe tomorrow’를 가져와 갑작스러운 긍정 에너지를 버무리는 ‘Just be’에서는 앨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의아하게 한다. 이렇다 할 명분 없이 행해진 소재 확장이라 가수의 활약에도 어색함이 가득하다. 속도감 있는 ‘Body in motion’에 이은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드레이크와의 작년 선 공개 싱글 ‘Popstar’는 맥이 풀리고, 드레이크 특유의 나른함 ‘Greece’도 전체 구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넘버다.

들을 거리는 풍부하나, 하나의 앨범으로서 뚜렷한 콘셉트를 제시하는 능력은 이번에도 미달이다. 단일 작품보다 해외 팝을 즐겨 듣는 어느 리스너의 플레이리스트를 연상하게 하는 앨범은 창작자의 존재감을 감지하기 어렵고, 몇몇 수준급의 곡에도 감상은 허공을 맴돈다. 바람대로 < Khaled Khaled >로 그는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탈환했다. 하지만 ‘We the best music!’의 외침은 점점 공허하게 들린다.

– 수록곡 –
1. Thankful (Feat. Lil Wayne, Jeremih) 
2. Every chance I get (Feat. Lil Baby, Lil durk)
3. Big paper (Feat. Cardi B)
4. We going crazy (Feat. H.E.R., Migos)
5. I did it (Feat. Post Malone, Megan Thee Stallion, Lil Baby, DaBaby) 
6. Let it go (Feat. Justin Bieber, 21 Savage)
7. Body in motion (Feat. Bryson Tiller, Lil Baby, Roddy Ricch)
8. Popstar (Feat. Drake)
9. This is my year (Feat. A Boogie Wit Da Hoodie, Big Sean, Rick Ross, Puff Daddy)
10. Sorry not sorry (Harmonies by The Hive) (Feat. Nas, JAY-Z, James Fauntleroy)
11. Just be (Feat. Justin Timberlake)
12. I can have it all (Feat. Bryson Tiller, H.E.R., Meek Mill) 
13. Greece (Feat. Drake)
14. Where you come from (Feat. Buju Banton, Capleton, Bounty 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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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블러드(Royal Blood) ‘Typhoons'(2021)

평가: 4/5

영국의 록 듀오 밴드 로얄 블러드는 블루스, 개러지 록의 현주소이자 미래다. 2014년 발매한 셀프 타이틀 데뷔작과 2집 < How Did We Get So Dark? >에서 습득했던 격렬한 리프의 예술은 단순으로 치부할 수 없는 핵심적인 자산이다. 최근 몇 년간 유수의 록 페스티벌에서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까지 선보이며 고공비행 중인 그들은 3번째 앨범 < Typhoons >로 협소해진 록 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점한다.

미국 밴드 퀸즈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프론트 맨 조쉬 옴므가 프로듀싱한 ‘Boilermaker’를 서막으로 앨범은 견고하게 유지된 선 굵은 하드 록 사운드에 댄스 록과 디스코를 결합한다. 듣는 순간 다프트 펑크의 ‘Robot rock’을 연상시키는 ‘Limbo’와 더해진 전자적 감각을 질감 있게 편곡한 ‘Trouble’s coming’이 그 예증이다.

타이틀 곡 ‘Typhoons’는 단연 일률적인 미덕의 결정체. 오버 드라이브를 그득히 머금은 마이크 커의 맹렬한 베이스와 안정감을 지탱하는 밴 대처의 강직한 드럼이 일으킨 화학작용이다. 메탈 장르 특유의 쾌감을 선사하는 리프는 로얄 블러드 음악의 본질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앨범 명처럼 로큰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끝자락엔 피아노 발라드 ‘All we have is now’만이 잔재로 남아 긴 호흡을 가다듬는다. 줄곧 비판으로 언급되었던 획일적인 음악이라는 벽을 허물고 새 지평을 여는 순간이다. 대담하게 진화한 로얄 블러드는 < Typhoons >로 파죽지세의 근거를 확증하며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로부터 뿌리내려진 2인조 록 밴드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잇는다.

-수록곡-

  1. Trouble’s coming
  2. Oblivion
  3. Typhoons
  4. Who needs friends
  5. Million and one
  6. Limbo
  7. Either you want it
  8. Boilermaker
  9. Mad visions
  10. Hold on
  11. All we have i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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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그래머(London Grammar) ‘Californian Soil'(2021)

평가: 3.5/5

2013년 성공적인 데뷔작 < If You Wait >를 발표한 영국의 혼성 트리오 런던 그래머는 2집 < Truth Is A Beautiful Thing >으로 차트 1위를 석권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결성 당시부터 민주적인 방식을 고수한 그들은 세 번째 앨범 < Californian Soil >을 통해 팀의 보컬리스트 한나 레이드를 밴드의 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며 변화를 도모했다.

무아지경의 영적 인트로를 시작으로 트립합의 대표자 매시브 어택의 ‘Teardrop’과 유사한 ‘Californian soil’을 타이틀로 건 이유는 먼저 자신들의 지향점을 짚기 위함이다. 2000년대 알앤비와 앰비언트 팝을 융합한 ‘Missing’으로 전작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여전히 음울한 정서가 지배하는 듯 보이나 과감한 역동성을 도입하며 전보다 새로워진 에너지를 체감하게 만든다.

그 중심에는 대담한 서정과 생동감을 결합한 보컬리스트 한나 레이드가 있다. 안정적으로 쌓아 올린 그의 보컬이 구축한 몽환적인 ‘Lose your head’가 그 결과물이며 런던을 무대로 활동하는 전자음악 프로듀서 조지 피츠제럴드의 참여도 주 요인이다. 간결하면서 웅장한 시그니쳐 사운드를 일렉트로닉 팝 요소로 주조한 ‘How does it feel’과 ‘Baby it’s you’는 신선한 호흡이 일군 걸출한 합작품.

< Californian Soil >은 미니멀리즘을 앞세운 오묘한 클래식 사운드가 감각적인 여백을 그려낸 앨범이다. 런던 그래머만이 연출할 수 있는 덜어냄의 미학이 여기 있다. 적절히 형성된 균형을 유지하고 화려함을 첨가한 < Californian Soil >은 단조롭고 정제된 흐름 속에서도 보이지 않게 흐르는 활력이자 매끄러운 잔향이다.

-수록곡-

  1. Intro
  2. Californian soil
  3. Missing
  4. Lose your head
  5. Lord it’s feeling
  6. How does it feel
  7. Baby it’s you
  8. Call your friends
  9. All my love
  10. Talking
  11. I need the night
  12.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