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POP Album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Heroes”‘ (1977)

평가: 5/5

냉전 시대 미소간의 대립과 배우들의 열연이 빛난 영화 < 스파이 브릿지 >는 1960년대 서베를린의 고립 과정을 생생히 그리고 있다. 영문 모른 채로 통행을 제지당한 자유 진영 시민들은 하룻밤새 포위되었고, 많은 동독 주민들은 장벽을 넘으려다 전기 울타리와 총에 쓰러져갔다. 처절한 육지의 섬, 미군의 공군 수송 작전으로만 움직이던 도시, 그 서베를린에 데이비드 보위가 있었다.

< Heroes >의 위대함은 바로 이 시대성에 있다. 베를린 3부작의 시작인 < Low >는 사실 프랑스 샤또 드 에후빌에서 녹음되었고 철학보다는 치밀한 소리 미학의 승리였으며, 브라이언 이노와의 관계가 서먹해진 < Lodger >도 역시 월드 뮤직과 아트 록의 실험적 결합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그러나 이 영웅의 서사시는 크라우트록으로부터 펑크 록과 보위 스타일 소울을 더해 뉴 웨이브의 청사진을 그려내면서 1970년대 냉전 시대의 긴장과 분단의 시대상까지 옮겨오는데 성공했다. < Low >로 그려낸 사운드의 바탕 위에 황폐하고 삭막하지만 분명한 심장의 고동을 더하며 인간의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앨범 작업은 < Low >의 올스타 멤버 그대로 장벽 바로 근처의 한자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 크라우트록에 대한 보위의 비상한 관심은 베를린 체류 시기 크라프트베르크, 노이! 등 창조자들의 작품을 흡수했고, 이 변신의 귀재 손에서 인공적인 일렉트로닉은 직관적인 록의 터치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시시때때로 붉은 군대의 감시를 받던 억압된 상황이 더해지며 앨범 전체를 뒤덮고 있는 황망한 아우라가 생성된다.

‘Beauty and the beast’로부터 시작되는 A사이드는 진격의 기타 리프를 앞세운 록 트랙들이다. 프로그레시브 레전드 킹 크림슨의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을 초빙해 만들어낸 소리는 직관적이고, 강렬하면서도 미니멀리즘 철학에 근거해 건조한 사운드를 유지한다. 심지어 이 곡은 영락없는 소울의 코러스, 메인 리프 뒤의 디스코 스타일 기타 연주, 크라우트록의 사운드 왜곡 등 그야말로 보위 노하우의 총동원이지만 어디 하나 튀는 부분 없이 안정적인 폐허를 재건해낸다. 이런 혼합은 곧바로 이어지는 ‘Joe the lion’과 ‘Blackout’에서도 재능을 뽐낸다.

이 어두운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드는 것이 인스트루멘탈 위주 구성의 B사이드다. 여기에는 베를린 터키 이민자들의 거주지를 그린 ‘Neukoln’과 일본 전통 현악기를 동원해 동양의 앰비언트를 구상해낸 ‘Moss garden’, 이 트랙 앞에서 더욱 확실한 암울함의 대비를 들려주기 위해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예술을 신디사이저와 피아노의 결합으로 표현해낸 ‘Sense of doubt’ 등 하나하나 치열한 트랙이 포진되어있다. 카를로스 알로마와 함께 < Station To Station > 시절의 월드 리듬을 일깨우는 ‘The secret life of arabia’의 마무리가 가벼운 전환을 제공하지만, 치열한 하나하나의 인스트루멘탈 실험에는 앰비언트와 아트 록, 크라우트 록의 정교한 결합과 이를 통한 새로운 소리의 대안이 탑재되어 있다.

그러나 보위 군단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증명하는 단 하나의 곡을 꼽으라면 당연히 불세출의 송가 ‘Heroes’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굽이치는 신디사이저 소리의 벽을 세우기 위해 브라이언 이노는 계속하여 기계를 손봤으며, 로버트 프립은 앰프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일명 피드백 효과에 조율을 살짝씩 다르게 하며 입체적 사운드를 만들었다. 여기에 토니 비스콘티는 세 대의 마이크를 순차적으로 활용하며 목소리의 울림을 통해 장대한 구성을 끝마쳤고, 마지막 보위는 ‘장벽 앞에서 키스하는 연인’의 서사시를 통해 시대에 강한 울림과 거대한 대서사시의 울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설로 남은 이 곡 하나에 사실상 앨범의 전체 정의가 압축되어있다 하겠다.

지기 스타더스트와 영화 배우, 씬 화이트 듀크 시절과 비교해 1978년의 보위는 풍족하지 못했다. 예술을 위해 찾은 베를린은 살벌했고 마약 중독을 이겨내야 했으며 재정적으로도 파산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이기 팝, 토니 비스콘티, 브라이언 이노가 있었고 분단의 도시가 제공하는 예술의 영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데이비드 보위에게는 치열한 예술의 혼이 있었다. 제도권을 넘어 새로움을 창조하였고 외계인과 인공의 탈을 벗은 인간 그대로의 시선이 있었다. 우리 시대의 음악 영웅은 이토록 치밀하고도 따뜻했다.

-수록곡-
1. Beauty and the beast 
2. Joe the lion 
3. “Heroes” 
4. Sons of the silent age
5. Blackout 
6. V-2 Schneider
7. Sense of doubt
8. Moss garden 
9. Neuköln 
10. The secret life of Arabia 

Categories
Album POP Album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Low’ (1977)

평가: 5/5

베를린 3부작 : 천재에서 예언자로

1976년 데이비드 보위는 향락에 가득했던 하얀 백작 시대를 폐기하고 스위스 제네바 호수에서 안정을 취했다. 수많은 가십과 당시의 상황이 대변하듯 그는 정상이 아니었고, 마약이 할퀴고 간 심신은 풀 한 포기 나지 않을 정도로 황폐해져 있었다. 공허한 상업적 성공을 뒤로하고 그가 찾은 탈출구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악명높은 ‘육지의 섬’ 서베를린이었다. .

< Station To Station >으로 깔아놓은 변화의 촉매제는 1970년대 한창 부상하던 크라우트 록이었다. 히피 시대의 허망함을 채운 화려함이 글램이었다면 그 이후 해체주의, 전위주의의 포스트 모던은 독일의 실험적이면서도 난해한 일렉트로닉-신스팝으로 발현했다. 최첨단 과학 기술을 빌려 과학 기술을 비판하는 현대적인 전자음악은 이전부터 보위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있었다.

흔히 이런 독일의 일렉트로닉 때문에 보위가 서베를린으로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지만 사실은 다르다. 1970년대 당시의 서베를린은 동독으로부터 둘러싸인 ‘육지의 섬’이었고 미군의 조달 물자에 의존하는 도시였으며, 게다가 노이나 크라프트베르크 같은 팀의 본거지는 서독의 손꼽히는 부유한 도시 뒤셀도르프였다. 사실 서베를린 선택은 쾌락에 중독된 미국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고립된 환경에서 작업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컸다.

지친 과거의 스트레스를 승화라도 하듯 보위는 ‘육지의 섬’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완벽한 실험의 결과를 위해 보위는 명실상부한 음악 실험자이며 디자이너인 브라이언 이노를 초청하였고 글램 록 시기 영광을 함께했던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를 다시 불렀다. 자칫 거칠고 소외될 수 있었던 실험을 깔끔한 배치와 구조로 잡아내며 3부작에 불멸을 부여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3인조가 향한 곳은 중세시대 영주의 성을 전위 음악가 미셸 마네가 개조한 프랑스의 스튜디오, 샤또 드 에후빌이었다.

황량한 감정에 오싹한 ‘초자연적인 경험’까지 더해진 < Low >는 이미 발매 당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혁신으로 중무장한 앨범이었다. 그런데도 난해하기는커녕 기존 보위 스타일을 이어가며 새로운 요소들을 맞춰가는 ‘지속 가능한 진화’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진입 장벽 낮추기는 사이드 A면에 집중되는데, 2분에서 3분 내외의 구성, 인스트루멘탈과 가사의 왕래를 통해 유기적인 흐름을 형성한다.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알로마의 진한 기타 솔로를 통해 어두운 감정을 형상화한 ‘Breaking glass’와 특유의 경쾌한 피아노 연주로부터 출발해 강렬한 로큰롤을 뽑아내는 ‘Be my wife’ 등은 기존 팬들에게도 익숙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특히 펑크(Funk) 기타 리프에 소울 풍의 보컬을 더한 ‘Sound and vision’은 이 시기 데이비드 보위를 대표하는 싱글 중 하나다.

브라이언 이노의 신시사이저는 때로는 공허하게, 때로는 활기차게 곳곳에 배치되지만, 전체 그림을 깨지 않을 정도의 기막힌 균형을 맞춘다. ‘What in the world’의 리드 부분에서 오묘함과 기괴함을 더하면서도 훅 부분에서는 절묘하게 자리를 비울 줄 알고, 익살스러운 멜로디를 전개하면서도 밥 딜런 스타일의 보컬에 마약 중독 시기 실화를 노래하는 ‘Always crashing in the same car’의 중간 부분에서는 비장미를 가득 품는다. 제목 그대로가 데이비드 보위의 상황을 상징하는 ‘A new career in a new town’은 하모니카 연주와 더불어 약간의 설렘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투영한다.

사이드 B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미니멀리즘 실험을 집대성한다. 브라이언 이노의 무의식과 데이비드 보위의 치열한 곡 설계로 꾸며진 6분짜리 아트 록 교향곡 ‘Warszawa’는 그야말로 압권으로, 100가지 버전의 목소리와 네 장의 파트, 신비로운 노랫말을 담은 베를린 3부작의 하이라이트다.

여기에 반복적인 신시사이저 루프가 짙게 내려앉은 ‘Art decade’, 가곡 ‘Scarborough fair’의 멜로디를 창의적으로 변용한 ‘Weeping wall’, 재즈 색소폰 연주와 대비되는 비장미의 ‘Subterranean’의 앰비언트 3형제가 실험을 무사히 호위한다.

< Low >는 대중이 기대하는 팝과 아티스트 본연의 실험 정신을 한데 버무려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당대의 미학 기조와 철학계의 기조까지 부합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프로그레시브나 성난 펑크 록 대신에 보위는 앰비언트를 설정했고 펑크 사후의 포스트-펑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980년대의 뉴 웨이브와 1990년대 암울한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트립합 등은 모두 이 앨범의 녹을 먹었다.

피폐한 정신의 천재 백작이 육지 한가운데 차가운 냉전의 섬에서 예언자로 거듭난 것이다. 글램 록 시대 이후 데이비드 보위 앨범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며, ‘베를린 3부작’ 중에서도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

– 수록곡 –
1. Speed of life 
2. Breaking glass 
3. What in the world
4. Sound and vision 
5. Always crashing the same car
6. Be my wife 
7. A new career in a new town 
8. Warszawa 
9. Art decade
10. Weeping wall 
11. Subterraneans

Categories
Album POP Album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Young Americans’ (1975)

평가: 4/5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커버곡 모음집 < Pin-Ups >의 충격을 끝으로 한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사라졌고, 주요한 음악 파트너 믹 론슨과 화성에서 온 거미 밴드는 해고되었다. 포스트 지기 시대의 막을 올린 < Diamond Dogs >는 현대에서는 재평가받으나 발매 당시에는 ‘괴작’이라는 악평을 피하지 못했다. 위기라면 위기라 할 수 있었던 1975년의 음악적 공백기, 하지만 데이비드 보위의 관심은 대중의 예측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1975년 발매된 아홉 번째 정규 앨범 < Young Americans >는 플레이 버튼을 누른 수많은 이들에게 당황스러울 정도의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부드러운 필리 소울의 고향 필라델피아에서 흑인음악에 심취한 보위는 당대 최고의 세션 멤버들과 함께 블루 아이드 소울 싱어의 작품을 구상하기에 이른 것이다. < The Man Who Sold The World > 이후 연이 없었던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와 재결합했고, 최고의 세션 베이시스트라 평가받는 윌리 윅스(Willie Weeks)와 전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드러머 앤디 뉴마크(Andy Newmark)까지 합류했다. 심지어는 대단한 비틀스까지.

비록 그 자신은 ‘플라스틱 소울’이라 명명하며 겸손했지만, 그 결과물은 여느 백인 아티스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에 있었다. 그루브 넘치는 드럼과 퍼커션 리듬 위에서 색소폰이 하늘하늘 춤을 추고 가스펠적 코러스가 터져 나오는 톱 트랙 ‘Young americans’부터 의심스러운 눈빛은 녹아내린다. 유명 재즈 색소폰 주자 데이비드 샌본(Daivd Sanborn)과 < Aladdin Sane >부터 함께한 건반주자 마이크 가슨의 대단한 투톱 연주에 보위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야말로 천상궁합이다.

1970년대 중반을 휘어잡던 디스코와 펑크 리듬도 빼놓을 수 없다. ‘Fascination’은 훗날 세계적 R&B 스타로 거듭나는 루더 반데로스와 함께 펑키한 기타 리프로 매혹스러운 리듬을 빚는다. 제임스 브라운의 유산으로 만들어낸 후렴구의 ‘Right’과 1950년대 두웁 밴드 더 플레어스(The Flairs)의 기타리프를 빌려 보위의 첫 미국 차트 1위 곡이 된 ‘Fame’ 등, 텐션을 조절하며 원류의 느낌을 살리고 감칠맛을 더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매니저로 더욱 명성을 얻은 평론가 존 랜도(John Landau)는 이 앨범에 ‘소울에 빠진 영국 팝, 결론은 배척 대신 융합’이라는 평을 내렸다. 비록 작품은 데이비드 보위의 커리어 중 특정 장르의 느낌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지만, 카멜레온이라는 별명의 소울과 R&B에 깊은 멜로디를 버무리며 확고한 이름을 새긴다. 부드러운 팝 발라드 ‘Win’과 가스펠의 느낌이 더욱 도드라지는 ‘Somebody up there likes me’, 산들산들 한 기타 리프와 스트링 사운드가 감미로운 ‘Can you hear me’ 등에서 앨범 커버의 중후한 신사 보위를 느낄 수 있다.

‘Young americans’ 후반부 ‘I read a news today, oh boy’ 한 줄로 예고된 존 레논의 참여는 장르적 변화에 색다른 스타의 손길을 더했다. 오노 요코와의 별거 기간이었던 ‘잃어버린 주간’ 시절, 엘튼 존과 믹 재거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교류하던 존 레논은 ‘Across the universe’ 리메이크와 ‘Fame’에 공동 작곡, 백보컬로 참여하며 데이비드 보위에게도 비틀즈의 은총을 내렸다. 글램 록의 화려함에 다소 저평가 받던 보위의 음악에 ‘립스틱을 칠했을 뿐인 로큰롤’이라는 정확한 분석을 제공한 것은 덤.

과감한 변신이었음에도 < Young Americans >는 영국 앨범 차트 2위,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9위에 올랐으며 다채로운 요소들을 통해 든든한 음악적 가교를 놓았다. 순조롭게 신무기를 장착하고 난 보위는 이제 더 큰 세계로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술과 코카인, 헤로인의 백색 가루에 취한 두 번째 페르소나,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의 등장이다.

– 수록곡 –
1. Young americans 
2. Win
3. Fascination 
4. Right 
5. Somebody up there likes me
6. Across the universe 
7. Can you hear me
8. Fame

Categories
Album POP Album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1972)

자극을 원하는 70년대의 자극적 록의 상징…글리터록

70년대 초반 미국의 사회분위기는 60년대의 그것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회변혁의 ‘미몽’에서 깨어난 대학생들은 시위 전선에서 물러나 더 이상 사회에 고함지르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고 보수주의자 닉슨이 민주 진영의 열망에 반하여 72년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지쳐버린 젊은이들은 극도로 실망한 채 학교로, 자기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윽고 60년대 반전 및 인권운동의 기류는 사그라들고 개인주의 시대의 문이 열렸다. 마침 경제가 호황국면을 맞이하자 사람들은 안락과 소비중심의 생활패턴에 빠져들었고, 젊은 세대는 마약과 섹스에 탐닉했다. ‘자기로 좁혀진 세계’에 살게된 사람들은 자신에게 충격을 줄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머리 좋은 영국가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는 이런 시대특성을 간파하여 자극을 바라는 수요자들에게 자극적인 음악과 무대를 공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글리터 록이이요 글램 록이었다(앞의 T 렉스편 참조). 그에게 통산 다섯 번째가 되는 이 음반은 당시의 사회적 상황이 잉태시킨 글램 록의 결정판이었다.

그는 자극을 원하는 세대를 위해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매우 쇼킹한 이미지의 가상 인물을 창조했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빈스 테일러라는 무명가수의 이야기에 기초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로서 다름 아닌 보위 자신이었다. 믹 론슨(기타), 트레버 볼더(베이스), 믹 우드먼세이(드럼)로 구성된 밴드의 명칭도 지기 이미지에 맞춰 ‘화성에서 온 거미들'( Spiders from Mars)로 붙였다.

지기는 방탕하고 스타덤에 굶주렸으며 양성적인 이미지였다. 그는 자신을 지기에 맞추어 외계인 의상,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머리, 붉게 칠한 입술, 곤충처럼 그린 아이섀도우 등 파격적인 모습을 하고 무대에 섰다. 그는 이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지금 충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극단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새로운 이미지 창조에 집착한 그는 심지어 72년 초 『멜로디 메이커』지와의 인터뷰에서 “난 현재 게이이며 전부터 게이였다”라고 했다.

음반도 지기를 중심으로 각 노래를 이와 연관시켜 통일성을 부여했다. 이를테면 이 앨범도 당시 크게 유행한 ‘컨셉트 앨범’ 가운데 하나였다.

‘로큰롤 자살'(Rock’n roll suicide)과 ‘5년'(Five years)은 지기의 운명을 다루었으며 ‘별사람'(Starman), ‘달시대의 백일몽'(Moonage daydream) 등은 지기의 공상과학적 이미지를 살린 노래이다. 데이비드 보위가 공상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의한 우주시대 도래의 영향이 컸다. 지기의 양성적 컬러는 ‘여성 참정도시'(Suffragette city)와 ‘여성 스타더스트'(Lady stardust)에 나타난다.

글리터 록이라고는 하지만 번쩍이는 화려한 의상과 야한 화장 등 분위기가 그럴 뿐이지 실제 음악은 전형적인 로큰롤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제프 벡의 영향을 받은 믹 론슨(Mick Ronson)의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기타연주에 전적으로 의존했기 때문이다. 믹 론슨은 스트링(絃) 편곡에서도 재능을 발휘했다. 사운드로 볼 때 <지기 스타더스트와 화성에서 온 거미들>은 전형적인 ‘기타 록’ 앨범이다.

보위는 당시 영국 순회공연을 통해 지기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 그러나 그것이 팬들의 과열반응을 유발하면서 비난을 받게 되자, 73년 7월 지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모습을 바꾸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기 콘서트를 관람한 청소년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이후였다. 그들은 후에 지기의 쇼킹한 이미지를 되살린 펑크 록을 창조했다. 분노한 펑크 록의 젊은이들은 지기의 외적 충격은 수용했으나 그의 메시지는 결코 배우지 않았다.

Categories
Album POP Album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Hunky Dory’ (1971)

평가: 5/5

변화무쌍 ‘록 카멜레온’의 줄기세포

1972년 영국, 글램 록의 시대가 열렸다. <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Spiders From Mars >로 지구에 강림한 외계인 데이비드 ‘지기 스타더스트’ 보위가 충격적인 바이섹슈얼적 분장과 기괴한 퍼포먼스로 영국 록 시장을 강타했다. UK 앨범 차트 1위는 지난해에 이어 티렉스(T.Rex)의 < Electric Warrior >였고, 야심만만한 마크 볼란이 닦아놓은 길에 후발 주자 지기 스타더스트는 더욱 큰 자극으로 무대를 물들였다.

신선한 창조에 경도된 대중은 뒤늦게 보위의 디스코그라피를 훑었다. 싱글 차트 3위까지 올랐던 ‘Space oddity’를 기억하는 이들은 소수였고, ‘The man who sold the world’의 헤비함은 블랙 사바스와 레드 제플린, 딥 퍼플에 한참 밀려있었다. 철저한 무명이었던 보위 음악의 재평가는 바로 그다음 앨범이자 지기 스타더스트로부터 1년 전, 기상천외하고 잠재력으로 꽉 채워진 < Hunky Dory >를 통해 이뤄졌다.

스물네 살 데이비드 보위의 모든 지식과 사상이 총동원된 앨범은 기상천외한 헌사와 번뜩이는 창의적 시선,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이 녹여진 종합 선물 세트다. 당대의 우상들에게는 후배의 겁 없는 트리뷰트부터 날카로운 사회 비판, 날 선 사운드부터 인간적인 면모까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을 아우른다. 변화무쌍한 ‘카멜레온’ 데이비드 보위의 야심 찬 출사표이자, 앞으로의 커리어를 모조리 예고한 청사진이다.

‘신비한 매력에 매혹당하고 / 빨라지는 변화 속으로 들어가네.’를 활기차게 내뱉는 ‘Changes’는 앞으로 보위의 변화무쌍한 40년을 예고하는 성명서다. 1972년 한 해 늦게 빌보드 싱글 차트에 모습을 드러낸 이 곡은 전에 없던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귀를 사로잡는다. 피아노 한 대와 목소리로만 빚어낸 ‘Oh! you pretty things’는 심오한 가사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더없이 경쾌하며, 1970년대 닐 영 풍의 어쿠스틱 트랙 ‘Kooks’에는 아들 던컨 존스의 탄생을 기뻐하는 따뜻한 인간미가 담겨있다. 변신의 첫 발걸음이 산뜻한 셈이다.

숨겨진 닐 영뿐만 아니라 앨범은 전체적으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대한 헌사를 대놓고 (혹은 여전히 은밀하게) 표방한다. 트리뷰트로 가득한 LP 뒷면의 문을 여는 것은 실제 곡의 주인공은 듣고 기겁했다는 ‘Andy warhol’, 밥 딜런의 1962년 작 ‘Song to Woody'(Woody Guthrie)를 적절히 패러디한 ‘Song for Bob Dylan’이다. 특히 루 리드의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옮겨온 ‘Queen bitch’는 기타리스트 믹 론슨의 날카로운 기타 연주가 주도하는 앞으로 글램 록 시대 보위 음악을 정확히 예고했다.

이러한 명곡의 홍수 속에서도 ‘Life on mars?’의 독보적인 아우라에 맞설 트랙은 없다. 같은 프랑스 아티스트의 원곡을 두고 만들어진 프랭크 시나트라의 앤섬(Anthem) ‘My way’의 완벽한 대척점인 이 곡은 1970년대의 ‘성난 예언자’가 바라본 제국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화성보다도 메마른, 삭막한 현실과 통제되는 대중의 비참함이 고스란히 담긴 이 곡은 데이비드 보위의 비범한 철학과 핵심을 찌르는 시각을 투영한, 시대를 빛낸 명곡이다.

1960년대 히피 무브먼트의 소멸로 갑작스레 텅 비어버린 음악계에 보위는 그야말로 혜성 같이 나타났다. 글램 록 시대 표면적 인기는 티렉스가 더 많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사색적인 이들까지도 끌어당긴 보위의 마법이었다. < Hunky Dory >는 그 모든 기본기를 담은 만능의 줄기세포다.

– 수록곡 –
1. Changes 
2. Oh! you pretty things 
3. Eight line poem
4. Life on mars? 
5. Kooks 
6. Quicksand
7. Fill your heart
8. Andy warhol 
9. Song for Bob Dylan 
10. Queen bitch 
11. The Bewlay brot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