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식케이 (Sik-K) & pH-1 & 박재범 & 김하온 (HAON) ‘깡 Official Remix'(2020)

평가: 2/5

3년 전 실소를 자아냈던 ‘후배들 바빠지는 중!’의 자기 최면이 정말로 이뤄질 줄 누가 알았으랴. 박재범과 그의 레이블 하이어 뮤직의 식케이, pH-1, 하온은 허황된 에고와 시대착오적인 퍼포먼스로 새 시대 웃음 필수 요소가 된 ‘깡’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한다. 행운의 졸작은 인기가 더해지면 비운의 걸작처럼 여겨지지 않던가. 젊은 래퍼들의 활약과 ‘입술 깨물기 금지, 꾸러기 표정 금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등 일명 ‘시무 20조’만 잘 따르면 꽤 괜찮은 곡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매끈한 박재범의 보컬과 트렌디한 멤버들의 랩이 듣는 것조차 민망했던 원곡의 위화감을 상당수 중화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깡’은 그 정도 노력으로 살릴 수 있는 수준의 곡이 아니다. ‘한국 다람쥐’ 혹은 ‘헌드레드 달러 빌’을 연호하는 인트로 음성, 개연성 없는 보컬 파트로의 전환 모두 삭제하고 트랩 비트 하나만 살려 랩 트랙으로 만들어도 호평하기 어려웠을 곡인데, 구조는 그대로 두고 목소리만 달리 한 셈이라 호박에 줄을 긋는 정도밖에 안된다. 곡의 새 주인은 하이어 뮤직인데 불현듯 갑자기 비의 랩과 목소리를 들을 것만 같다. 

한 줄 한 줄 모두 해부되어 조롱당하는 노랫말을 애써 가져와 파편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이 리믹스가 유행에 편승하려는 흥미 위주의 결과물임을 말해준다. 한 번 피식하고 지나갈 정도라면 나쁘지 않으나 곡은 음원 차트 순위권에 오르며 ‘화려한 조명’에 감싸지고 있다. 후배들은 굳이 이런 곡에 바빠질 필요가 없다. 웃음의 목적이 아니라면 이제 ‘깡’은 그만 듣고 싶다.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피에이치원(pH-1) ‘Nerdy love (Feat. 백예린)'(2020)

평가: 3/5

랩 소절이 한차례 지나가면 초빙된 객원 보컬이 훅을 하는, 매드 클라운과 산이가 5년 전쯤 차트 겨냥을 위해 남용하던 이 패턴은 하이톤의 래핑과 보컬의 온도 부조화, 진부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단순한 전개 방식의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하이어뮤직 소속의 피에이치원(pH-1)의 ‘Nerdy love’는 이 포맷을 당당히 차용한다. 선배들이 극복하지 못한 부분을 본인의 장점으로 능숙히 해결하는 모습과 함께 말이다.

작정하고 승부처를 내건 곡이 아님에도 차트에 이름을 올린 힙합 노래 중 가장 트렌디하고 대중 친화적이다. 백예린의 훅과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싱잉 랩이나 곡 전반에 묻어나는 긍정 분위기, 그리고 < HALO >의 ‘Like me’부터 꾸준히 밀어 온 신선한 ‘너드미’ 콘셉트가 그 이유다. 독자적 입지를 다지면서도 보기 드문 포용력으로 대중성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드니, 어쩌면 고착화된 힙합 신에 대중이 설 위치를 마련할 적임자가 드디어 등장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