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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California love (Feat. 제노 of NCT)'(2021)

평가: 2/5

데뷔 16주년을 앞둔 엔터테이너는 더이상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작년 가스펠 스타일의 ‘Harmony’를 선보였던 동해가 이번엔 알앤비를 가져왔다. 슈퍼주니어 내에서 준수한 작사 작곡 능력을 입증한 그의 자작곡에 오랜 파트너 제이덥이 힘을 보탰다.

도입부의 그윽한 기타 톤이 노을 지는 해변의 풍경을 그리지만 그 환상은 얼마 가지 못해 흐릿해진다. 매끄러운 밴드 사운드가 동해의 노랫말을 건너 광활한 캘리포니아를 그리는 것도 잠시, 억지로 오토튠을 입힌 목소리가 몰입을 흩트린다. 소속사 후배인 NCT 멤버 제노의 랩으로 건조한 분위기를 걷어 내보려는 야심 찬 시도도 효과가 미미하다. 라이브 비디오 속 담백한 그의 보컬 톤이 도리어 더 빛날 뿐 장점을 퇴색시킨 선택에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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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127(NCT 127) ‘Sticker’ (2021)

평가: 3/5

물음표 섞인 갸우뚱거림이 서서히 리듬을 타는 순간, 다국적 보이그룹 엔시티의 핵심 가치인 ‘네오(Neo)’가 뇌리에 박힌다. 생소한 감각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불명확해 거리감이 느껴지나 지난해 엔시티 127이 < NCT #127 Neo Zone >으로 대중에 한 발짝 다가서며 그 간격을 좁혔다. 기세를 이어 엔시티는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두 번째 단합 대회 < NCT Resonance >를 개최했고 행사에 참석했던 23명의 청년들은 올해 다시 각자의 위치에서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반향에 공명하는 엔시티 127의 악기는 피리다. 동양풍 사운드와 탄탄한 베이스의 순환은 타이틀곡 ‘Sticker’에서 이들의 오묘한 정체성을 꾸며내는 최적의 요소로, 맹렬한 외침을 담은 ‘영웅’의 프로듀싱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가창에 대비를 두어 또 하나의 실험 데이터를 쌓는다. 랩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들여온 알앤비 보컬은 성대를 긁고 꺾어가며 리드미컬한 멜로디를 주도한다.

단편적인 기교로만 맛을 돋우다 보니 본연의 멋을 상실했다. 단출한 기악 구성에 이렇다 할 변주마저 없는 ‘Sticker’는 태용과 마크의 래핑을 그저 보컬진의 유려함을 견인하는 정도로 활용한다. 단순 파트 배분의 문제를 넘어 엔시티 세계관의 근원인 힙합이 중심에 위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형국은 앨범 전반으로 뻗어가 피아노가 잔잔히 흐르는 ‘내일의 나에게’ 같은 발라드 트랙의 몰입까지 저해한다. 결과적으로 앨범 커버처럼 멤버 모두가 색을 잃고 만 것이다.

벌어진 이음새를 다시 쫀쫀하게 붙이는 건 냉소를 머금은 메시지다. 데뷔곡 ‘소방차’부터 최근의 ‘Punch’까지 진취적이고 저돌적인 태도로 일관한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기조를 유지하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달콤 쌉싸름한 ‘Lemonade’는 세상의 잡음을 시큼한 레몬에 비유해 쿨하게 들이키면서도, 직진 본능에 충실한 ‘Bring the noize’의 질주는 사회를 향해 역으로 노이즈를 발산하며 선명한 스키드 마크를 찍는다. 특히 위 두 곡에서 보컬리스트 재현이 낮은 톤으로 읊조린 랩 파트는 본작의 주요 퍼포먼스로 자리하며 팀의 운용 반경을 넓힌다.

이제 앨범 제목 앞에 항상 붙어있던 ‘NCT #127’이란 스티커는 필요 없다. 1년 반만의 복귀지만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본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지난 5년간의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평판은 물론 상업적 성과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움을 갈망하는 문화 기술은 흥행이 아닌 유행을 이끌기 위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개방과 확장으로 영생을 꿈꾸는 그들에게 < Sticker > 역시 먼 미래를 위한 빅데이터에 불과하다.

– 수록곡 –
1. Sticker
2. Lemonade
3. Breakfast
4. 같은 시선 (Focus)
5. 내일의 나에게 (The rainy night)
6. Far
7. Bring the noize
8. Magic carpet ride
9. Road trip
10. Dreamer
11. 다시 만나는 날 (Promis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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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NCT) ’90’s love’ (2020)

평가: 2.5/5

뉴 잭 스윙의 브레이크로부터 사이프레스 힐을 연상케 하는 베이스와 비트 신스가 제목을 보지 않고도 레퍼런스한 시대를 추측게 한다. 곡을 출발하는 파티 랩의 챈트와 후반 보코더 샘플은 노골적인 레트로. ‘본 적 없는 시간의 의미 / 오렌지빛 압구정을 걸어’라며 경험 없는 세대가 과거를 찬미하는 모습은 낯설지만 당돌하다. 물론 그 패기가 올드 스쿨 스타일이 아닌 곡에 ‘너도 느껴지지 / 이 노래는 Old School Vibe’라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건 흠이다.

여러 짚을 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복고의 목적 아래 깔끔하게 다듬어진 곡이다. 요동치는 베이스 루프, 긴장감을 조성하다가도 꿈결 같은 부드러움을 담는 신스 브리지 및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장치들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정돈되어있다. 피상적인 레트로 감각을 지적하기 전에 넘치는 활력과 적재적소 배치된 멤버들의 보컬 및 랩 퍼포먼스가 먼저 몸을 움직인다. 마니아들에게는 ’90년대 힙합 에센셜’ 플레이리스트로의 교두보 역할 이상은 어렵겠지만, 팬들에게는 입지를 굳혀가는 그룹의 성공적인 후속 활동 곡으로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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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NCT Resonance Pt. 1’ (2020)

평가: 3.5/5

거대한 원반을 빙 둘러싼 NCT 멤버들은 해산과 집합을 반복하며 소속사가 내건 ‘무한개방’과 ‘무한확장’의 기치를 수행해왔다. 목적은 경직된 형식 대신 신개념의 유연한 자유 변형이었고 표현 방식은 오래도록 도외시하여 트렌드에 뒤처진 힙합과 랩이었다. 복잡한 첫인상과 어수선한 도입기도 있었으나 네오(Neo)라는 수식어답게 새 시대의 SMP를 선보이며 세대교체를 수행해왔다. 심혈을 기울인 이 프로젝트는 이제 새 멤버들을 더해 보다 선명한 전환점을 새기고자 한다. 

앨범은 ‘일곱 번째 감각’부터 굳게 지켜온 랩과 힙합 기조에 ‘소방차’, ‘영웅’에서의 저돌성, ‘Boss’의 안정적인 운영, ‘Cherry bomb’의 서사까지 다채롭게 버무려낸다. 그룹의 중심에는 태용과 마크, 루카스 등 랩 멤버들이 위치하며 힙합 팀의 성격을 강조하나 전위적인 일렉트로닉 샘플같이 차가운 성격부터 빈티지한 록과 재즈, 그루비한 댄스 곡, 부드러운 알앤비 등 온화함까지 성공적으로 품어낸다. 슈퍼엠이 거대함을 상당수 가져가며 더욱 깔끔하고 모던하며 날렵한 노래를 채택할 수 있게 된 것도 팀에게는 호재다. 

휘파람 소리와 함께 앨범을 열어젖히는 ‘Make a wish (Birthday song)’부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안정적인 랩과 보컬 파트의 주고받기부터 후렴부 신스 리프를 더하고 후반 BPM을 떨어트리는 등 기본 틀을 끊임없이 용해하면서도 만듦새는 안정적이다. 종잡을 수 없이 부수고 깨트리며 우아하게 종결됐던 ‘Cherry bomb’만큼은 아니지만 유쾌하고 자연스럽게 미니멀한 훅 중심으로 회전하는 짜임새가 남다르다. 

‘Boss’의 모범적인 후속작 ‘Volcano’와 앳된 NCT 드림의 변신을 꾀하는 ‘무대로’ 역시 신선한 루프를 중심으로 쿨 톤의 열정을 적극 표출한다. 서정적인 무드로 진행되는 비트 위 랩과 발라드를 교차하는 트랙 ‘백열등’, 재즈 기타 터치로 시작해 로파이 무드를 깔끔하게 구성한 ‘Dancing in the rain’ 역시 강성 트랙 사이의 훌륭한 이음새다. ‘피아노’와 ‘From home’까지 전체적으로 멜로디 감도가 좋고 담백한 구성이 과하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네오’로 무장한 이들에게서 언뜻 그들의 세기말 선배들이 겹쳐간다는 사실이다. 로킹한 비트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비트를 적극 활용하고, 쉬지 않고 랩을 몰아치면서도 보컬 파트와 교류하는 것이 HOT와 신화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굳이 나누자면 여기서 비판적 메시지를 줄이고 감미로운 발라드 트랙들을 배치했다는 데서 HOT보다는 신화와 가깝다. ‘Jam #1’이 겹쳐가는 기타 사운드의 ’Misfit’이 대표적이고 파워풀한 댄스 트랙 ‘Music, dance’ 역시 그 영향이 짙다. 

동시에 이 두 곡은 앨범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는 트랙들이다. 빈틈없이 꽉 찬 ‘Misfit’은 비록 그 정치성은 희석됐을지 몰라도 NCT가 지향하는 새로운 스타일이 아주 오래전부터 유지된 SM의 모범 양식임을 주지시킨다. 여기에  127 멤버들의 유일한 트랙 ‘Music, dance’가 ‘탈 SM’ 주자였던 샤이니의 색을 품으며 NCT는 과거의 정수를 취하면서도 언제든 자유자재로 실험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 있음을 넌지시 보이기도 한다. 

그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균질한 결과물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기도 하나 < NCT Resonance Pt. 1 >는 적어도 현재 NCT가 정점의 궤도에 올라섰음을, 그리고 그 기세가 쉬이 꺾이지 않을 것 같다는 단단한 인상을 전달한다. 옥석을 가려 잘 만든 케이팝 앨범이다. 2020년대를 시작하는 SM의 자신감이 ‘Make a wish’ 속 ‘I can do this all day’ 읊조림에 압축되어 있다.

-수록곡-
1. Make a wish (Birthday song)
2. Misfit
3. Volcano
4. 백열등 (Light Bulb)
5. Dancing in the rain
6. Interlude: Past to Present
7. 무대로 (Déjà Vu; 舞代路)
8. 月之迷 (Nectar)
9. Music, dance
10. 피아노 (Faded in my last song)
11. From home
12. From home (Korean Ver.)
13. Make a wish (Birthday song) (English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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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엠(SuperM) ‘Super One’ (2020)

평가: 3/5

SM의 세계화 전략은 자본과 물량, 그리고 자신감이다. 캐피톨 레코즈와 손을 잡고 스스로를 ‘케이팝 어벤저스’라 자청하는 슈퍼엠(SuperM)은 긴 시간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한 그룹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자의식을 한껏 부풀린다. 그렇기에 이들은 반드시 거대해야 한다. 샤이니, 엑소, NCT, 웨이브이로부터 차출된 일곱 멤버들에게는 미국 시장에 기획사의 성격과 지향점을 분명히 각인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다. 

‘무한대’와 ‘괴물’을 한 데 융합한 ‘One (Monster & Infinity)’은 제목부터 비장하다. 2012년 샤이니 ‘셜록’에서 선보인 바 있는 두 곡의 조합 전략을 가져와 지각 충돌을 벌인다. 거친 워블 베이스로 꿈틀대는 ‘Infinity’에서 부드러운 후렴 멜로디를, ‘Monster’에서는 긴장감 있는 메인 베이스 리프를 추출하여 이식한 결과물이 매끈하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과한 것이 SM 사가(Saga)의 대표작에 알맞다. 

이 ‘대표’라는 의무 아래 앨범은 SM 남성 아이돌의 계보를 압축한 프로토타입이 된다. 다채로운 멤버들이 뭉쳤으나 엑소, 샤이니, NCT의 성공 사례들을 집약하여 미국 시장 친화적인 변주만을 더했기에 각각의 개성보다는 일관된 익숙함이 먼저다. 사이버펑크 풍의 싸늘한 무드와 현대적인 사운드 소스로 일관되게 달려 나가는 ‘100’은 NCT 프로젝트에 백현의 폭발하는 보컬을 더했고, 정적인 무드에 꿈틀거리는 베이스와 오리엔탈 무드를 얹은 ‘호랑이’는 엑소 ‘으르렁’의 유니즌 코러스에 NCT의 랩 멤버들을 추가한다. ‘Ko ko bop’을 간결하게 다듬어낸 ‘Wish you were here’도 유사한 경우다.

개별 그룹에서도 가능했을 운용을 콜라보레이션으로 확장한지라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외 수록곡들은 팝의 규격에 적응하는 과정인데 여기서도 태민과 카이의 퍼포먼스, 마크 태용 루카스의 신진 랩 세력, 백현의 알앤비 무드는 파편화된 면모로만 존재한다.

교통정리의 어려움도 있다. 보컬 라인의 매력이 드러날 때 랩 멤버들이 등장하고, 랩 멤버들이 저돌적으로 나아갈 때 섬세한 보컬이 더해지는 식이다. 가령 ‘Drip’의 경우 곡을 이끌어가야 할 마크의 랩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보컬 멤버들에게 바통을 넘기며, ‘Step up’은 반대로 태민과 백현의 보컬 라인 호흡이 랩 멤버들의 개입으로 불규칙하다는 인상을 준다.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만큼 완성도에 소홀하진 않다. 유니즌 코러스로 시작하는 두 곡 중 ‘Big chance’는 차분한 딥 하우스로 확장되고 ‘Dangerous woman’은 트랩 비트 위 선 굵은 포인트를 심으며 2010년대 후반부의 팝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한다. 선 굵은 베이스와 신스 리프, 피아노 연주를 교차하며 후렴부 합창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Together at home’도 근사하고 선명한 기타 리프 위 하우스 트랙 ‘With you’도 군더더기가 없다. 그룹의 첫 발라드 곡 ‘Better days’ 같은 곡은 근래 저스틴 비버의 차트 히트곡이라 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다.

슈퍼엠을 바라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야심작이나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 시간까지 소모해가며 기획한 작품치고 ‘모였다’는 상징성 외 새로움이나 흥미 요소는 부족하다. 그러나 소속사의 정수를 반복 노출하여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에는 충실하다.

따라서 슈퍼엠의 ‘케이팝 어벤져스’는 영웅 군단의 시작보다 마무리 < 어벤져스 : 엔드게임 >에 더 가깝다. < Super One >의 시작은 창조의 개념이 아니다. 과거를 갈무리하여 현재와 미래의 SM에게 새로운 문법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충격 전술로 그 의의가 있다. 일대일 대결구도보다 다대다의 장기전을 내다본다.

– 수록곡 –
1. One (Monster & Infinity)
2. Infinity
3. Monster
4. Wish you were here
5. Big chance
6. 100
7. 호랑이
8. Better days
9. Together at home
10. Drip
11. Line ’em up
12. Dangerous woman
13. Step up
14. So long
15.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