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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NCT) ’90’s love’ (2020)

평가: 2.5/5

뉴 잭 스윙의 브레이크로부터 사이프레스 힐을 연상케 하는 베이스와 비트 신스가 제목을 보지 않고도 레퍼런스한 시대를 추측게 한다. 곡을 출발하는 파티 랩의 챈트와 후반 보코더 샘플은 노골적인 레트로. ‘본 적 없는 시간의 의미 / 오렌지빛 압구정을 걸어’라며 경험 없는 세대가 과거를 찬미하는 모습은 낯설지만 당돌하다. 물론 그 패기가 올드 스쿨 스타일이 아닌 곡에 ‘너도 느껴지지 / 이 노래는 Old School Vibe’라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건 흠이다.

여러 짚을 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복고의 목적 아래 깔끔하게 다듬어진 곡이다. 요동치는 베이스 루프, 긴장감을 조성하다가도 꿈결 같은 부드러움을 담는 신스 브리지 및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장치들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정돈되어있다. 피상적인 레트로 감각을 지적하기 전에 넘치는 활력과 적재적소 배치된 멤버들의 보컬 및 랩 퍼포먼스가 먼저 몸을 움직인다. 마니아들에게는 ’90년대 힙합 에센셜’ 플레이리스트로의 교두보 역할 이상은 어렵겠지만, 팬들에게는 입지를 굳혀가는 그룹의 성공적인 후속 활동 곡으로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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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NCT Resonance Pt. 1’ (2020)

평가: 3.5/5

거대한 원반을 빙 둘러싼 NCT 멤버들은 해산과 집합을 반복하며 소속사가 내건 ‘무한개방’과 ‘무한확장’의 기치를 수행해왔다. 목적은 경직된 형식 대신 신개념의 유연한 자유 변형이었고 표현 방식은 오래도록 도외시하여 트렌드에 뒤처진 힙합과 랩이었다. 복잡한 첫인상과 어수선한 도입기도 있었으나 네오(Neo)라는 수식어답게 새 시대의 SMP를 선보이며 세대교체를 수행해왔다. 심혈을 기울인 이 프로젝트는 이제 새 멤버들을 더해 보다 선명한 전환점을 새기고자 한다. 

앨범은 ‘일곱 번째 감각’부터 굳게 지켜온 랩과 힙합 기조에 ‘소방차’, ‘영웅’에서의 저돌성, ‘Boss’의 안정적인 운영, ‘Cherry bomb’의 서사까지 다채롭게 버무려낸다. 그룹의 중심에는 태용과 마크, 루카스 등 랩 멤버들이 위치하며 힙합 팀의 성격을 강조하나 전위적인 일렉트로닉 샘플같이 차가운 성격부터 빈티지한 록과 재즈, 그루비한 댄스 곡, 부드러운 알앤비 등 온화함까지 성공적으로 품어낸다. 슈퍼엠이 거대함을 상당수 가져가며 더욱 깔끔하고 모던하며 날렵한 노래를 채택할 수 있게 된 것도 팀에게는 호재다. 

휘파람 소리와 함께 앨범을 열어젖히는 ‘Make a wish (Birthday song)’부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안정적인 랩과 보컬 파트의 주고받기부터 후렴부 신스 리프를 더하고 후반 BPM을 떨어트리는 등 기본 틀을 끊임없이 용해하면서도 만듦새는 안정적이다. 종잡을 수 없이 부수고 깨트리며 우아하게 종결됐던 ‘Cherry bomb’만큼은 아니지만 유쾌하고 자연스럽게 미니멀한 훅 중심으로 회전하는 짜임새가 남다르다. 

‘Boss’의 모범적인 후속작 ‘Volcano’와 앳된 NCT 드림의 변신을 꾀하는 ‘무대로’ 역시 신선한 루프를 중심으로 쿨 톤의 열정을 적극 표출한다. 서정적인 무드로 진행되는 비트 위 랩과 발라드를 교차하는 트랙 ‘백열등’, 재즈 기타 터치로 시작해 로파이 무드를 깔끔하게 구성한 ‘Dancing in the rain’ 역시 강성 트랙 사이의 훌륭한 이음새다. ‘피아노’와 ‘From home’까지 전체적으로 멜로디 감도가 좋고 담백한 구성이 과하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네오’로 무장한 이들에게서 언뜻 그들의 세기말 선배들이 겹쳐간다는 사실이다. 로킹한 비트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비트를 적극 활용하고, 쉬지 않고 랩을 몰아치면서도 보컬 파트와 교류하는 것이 HOT와 신화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굳이 나누자면 여기서 비판적 메시지를 줄이고 감미로운 발라드 트랙들을 배치했다는 데서 HOT보다는 신화와 가깝다. ‘Jam #1’이 겹쳐가는 기타 사운드의 ’Misfit’이 대표적이고 파워풀한 댄스 트랙 ‘Music, dance’ 역시 그 영향이 짙다. 

동시에 이 두 곡은 앨범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는 트랙들이다. 빈틈없이 꽉 찬 ‘Misfit’은 비록 그 정치성은 희석됐을지 몰라도 NCT가 지향하는 새로운 스타일이 아주 오래전부터 유지된 SM의 모범 양식임을 주지시킨다. 여기에  127 멤버들의 유일한 트랙 ‘Music, dance’가 ‘탈 SM’ 주자였던 샤이니의 색을 품으며 NCT는 과거의 정수를 취하면서도 언제든 자유자재로 실험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 있음을 넌지시 보이기도 한다. 

그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균질한 결과물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기도 하나 < NCT Resonance Pt. 1 >는 적어도 현재 NCT가 정점의 궤도에 올라섰음을, 그리고 그 기세가 쉬이 꺾이지 않을 것 같다는 단단한 인상을 전달한다. 옥석을 가려 잘 만든 케이팝 앨범이다. 2020년대를 시작하는 SM의 자신감이 ‘Make a wish’ 속 ‘I can do this all day’ 읊조림에 압축되어 있다.

-수록곡-
1. Make a wish (Birthday song)
2. Misfit
3. Volcano
4. 백열등 (Light Bulb)
5. Dancing in the rain
6. Interlude: Past to Present
7. 무대로 (Déjà Vu; 舞代路)
8. 月之迷 (Nectar)
9. Music, dance
10. 피아노 (Faded in my last song)
11. From home
12. From home (Korean Ver.)
13. Make a wish (Birthday song) (English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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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엠(SuperM) ‘Super One’ (2020)

평가: 3/5

SM의 세계화 전략은 자본과 물량, 그리고 자신감이다. 캐피톨 레코즈와 손을 잡고 스스로를 ‘케이팝 어벤저스’라 자청하는 슈퍼엠(SuperM)은 긴 시간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한 그룹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자의식을 한껏 부풀린다. 그렇기에 이들은 반드시 거대해야 한다. 샤이니, 엑소, NCT, 웨이브이로부터 차출된 일곱 멤버들에게는 미국 시장에 기획사의 성격과 지향점을 분명히 각인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다. 

‘무한대’와 ‘괴물’을 한 데 융합한 ‘One (Monster & Infinity)’은 제목부터 비장하다. 2012년 샤이니 ‘셜록’에서 선보인 바 있는 두 곡의 조합 전략을 가져와 지각 충돌을 벌인다. 거친 워블 베이스로 꿈틀대는 ‘Infinity’에서 부드러운 후렴 멜로디를, ‘Monster’에서는 긴장감 있는 메인 베이스 리프를 추출하여 이식한 결과물이 매끈하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과한 것이 SM 사가(Saga)의 대표작에 알맞다. 

이 ‘대표’라는 의무 아래 앨범은 SM 남성 아이돌의 계보를 압축한 프로토타입이 된다. 다채로운 멤버들이 뭉쳤으나 엑소, 샤이니, NCT의 성공 사례들을 집약하여 미국 시장 친화적인 변주만을 더했기에 각각의 개성보다는 일관된 익숙함이 먼저다. 사이버펑크 풍의 싸늘한 무드와 현대적인 사운드 소스로 일관되게 달려 나가는 ‘100’은 NCT 프로젝트에 백현의 폭발하는 보컬을 더했고, 정적인 무드에 꿈틀거리는 베이스와 오리엔탈 무드를 얹은 ‘호랑이’는 엑소 ‘으르렁’의 유니즌 코러스에 NCT의 랩 멤버들을 추가한다. ‘Ko ko bop’을 간결하게 다듬어낸 ‘Wish you were here’도 유사한 경우다.

개별 그룹에서도 가능했을 운용을 콜라보레이션으로 확장한지라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외 수록곡들은 팝의 규격에 적응하는 과정인데 여기서도 태민과 카이의 퍼포먼스, 마크 태용 루카스의 신진 랩 세력, 백현의 알앤비 무드는 파편화된 면모로만 존재한다.

교통정리의 어려움도 있다. 보컬 라인의 매력이 드러날 때 랩 멤버들이 등장하고, 랩 멤버들이 저돌적으로 나아갈 때 섬세한 보컬이 더해지는 식이다. 가령 ‘Drip’의 경우 곡을 이끌어가야 할 마크의 랩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보컬 멤버들에게 바통을 넘기며, ‘Step up’은 반대로 태민과 백현의 보컬 라인 호흡이 랩 멤버들의 개입으로 불규칙하다는 인상을 준다.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만큼 완성도에 소홀하진 않다. 유니즌 코러스로 시작하는 두 곡 중 ‘Big chance’는 차분한 딥 하우스로 확장되고 ‘Dangerous woman’은 트랩 비트 위 선 굵은 포인트를 심으며 2010년대 후반부의 팝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한다. 선 굵은 베이스와 신스 리프, 피아노 연주를 교차하며 후렴부 합창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Together at home’도 근사하고 선명한 기타 리프 위 하우스 트랙 ‘With you’도 군더더기가 없다. 그룹의 첫 발라드 곡 ‘Better days’ 같은 곡은 근래 저스틴 비버의 차트 히트곡이라 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다.

슈퍼엠을 바라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야심작이나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 시간까지 소모해가며 기획한 작품치고 ‘모였다’는 상징성 외 새로움이나 흥미 요소는 부족하다. 그러나 소속사의 정수를 반복 노출하여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에는 충실하다.

따라서 슈퍼엠의 ‘케이팝 어벤져스’는 영웅 군단의 시작보다 마무리 < 어벤져스 : 엔드게임 >에 더 가깝다. < Super One >의 시작은 창조의 개념이 아니다. 과거를 갈무리하여 현재와 미래의 SM에게 새로운 문법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충격 전술로 그 의의가 있다. 일대일 대결구도보다 다대다의 장기전을 내다본다.

– 수록곡 –
1. One (Monster & Infinity)
2. Infinity
3. Monster
4. Wish you were here
5. Big chance
6. 100
7. 호랑이
8. Better days
9. Together at home
10. Drip
11. Line ’em up
12. Dangerous woman
13. Step up
14. So long
15.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