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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스웨츠(Pink Sweat$) ‘Pink Planet’ (2021)

평가: 3/5

미국의 R&B 싱어송라이터 핑크 스웨츠(Pink Sweat$)는 첫 시작부터 성공적이었다. 2019년 발매된 데뷔작이자 첫 번째 미니앨범 < Volume 1 EP >를 발매하자마자 수록곡인 ‘Honesty’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무려 4,589만 회를 기록,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에 입성하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 Pink Planet >은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그의 정체성인 분홍빛으로 사방이 칠해진 도시를 건설한다.

핑크 스웨츠는 이름처럼 분홍색 옷을 즐겨 입고,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 곳곳에도 분홍빛을 더한다. 언뜻 분홍색은 시각적 요소로 음악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단순히 캐릭터 구축을 위해 색채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세상은 너무 어둡다. 서로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상상해봐.“라고 이야기하듯, 핑크 스웨츠는 음악을 통해 자신이 받은 긍정적 에너지를 다시 표출하고자 한다. ‘너를 위해서라면 어떤 최악의 일도 한다’고 말하던 ‘At my worst’나 사랑을 믿지 못하는 연인에게 확신을 이야기하는 ‘Honesty’의 정서가 그렇다. 

앨범은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분홍빛 사이를 자유롭게 채색한다. 색깔의 확장이자, 역량의 증명이다. 세 장의 미니 앨범과 한 장의 정규 앨범 사이 간극은 좁아 보이지만, 분명 이전의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전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미묘한 변화가 핵심이다. 어쿠스틱 기타 기반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사운드 소스의 폭이 넓어졌다. 가벼운 질감의 오르간과 합창으로 가스펠과 알앤비를 적절히 조합해낸 ‘Pink city’가 그 예. 진득한 6/8박자의 전형적인 알앤비에 스트링을 더한 ‘Heaven’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와 함께할 때 마치 천국같이 느껴져’라는 가사로 로맨스를 더한다. 

미니앨범 < The Prelude >에서 보였던 일렉트로닉 성향 또한 유지한다. 나지막한 속삭임이 담긴 ‘Interlude’로 분위기 전환을 유도한다. 강렬한 신시사이저가 시작을 알리는 ‘Beautiful life’, 그루브 있는 비트의 힙합 알앤비 ‘Pink money’‘, 묵직한 신스 베이스로 감각적인 리듬감을 선사하는 ‘Icy’는 따지자면 채도 짙은, 강렬한 분홍빛에 가깝다. 밝고 잔잔한 어쿠스틱에 한정되지 않고 본인의 색깔 안에서 영역을 넓혀간다.

기분 좋은 음향 사이로 그려내고자 하는 건 앞서 언급했듯 긍정의 언어, 분홍빛 에너지다. ‘When we are ninety-two, the same as seventeen(우리가 92살이 될 때에도, 17살일 때와 같을 거야).’라는 사랑의 순수가 담긴 ‘17’, ‘Just know forever, I’ll be there for you(이것만은 평생 알아줘, 내가 네 곁에 평생 있을 거라는 걸)’라는 고백의 ‘Lows’는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랑의 정의다. 잠시라도 마음 편히 사랑을 노래할 수 있는 핑크 스웨츠의 낙원이 바로 < Pink Planet >이다.

-수록곡-
1. Pink city
2. Heaven

3. Paradise
4. Magic
5. So sweet
6. Chains
7. Interlude
8. Beautiful life
9. Pink money

10. At my worst
11. 17
12. Lows

13. Not alright
14. Give it to me
15. Icy
16. Pink family
17. At my worst (Feat. Kehlani)
18. Hone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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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아 ‘우리의 방식'(2021)

평가: 3/5

최근 여성 뮤지션들의 약진은 주로 인디 신에서 돋보였다. 굵직한 행보를 이어왔던 정밀아와 김사월이 양질의 앨범을 선보였고, 민수, 문선 같은 신인 인디 뮤지션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백지영, 린, 다비치 등 발라더가 주름잡던 2000년대 초, 중반과 달리 지금 음악 신의 흐름은 뒤바뀌고 있다. 이러한 동향 속에서 발라드 음반을 꾸준히 발매하는 권진아의 행보는 유독 돋보인다.

권진아의 중심은 바깥이 아닌 안을 향한다. 세상이 향하고 있는 방향, 대중이 원하는 음악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에 집중한다. 타고난 보편적 음악성이 대중을 사로잡으면서도, 동시에 큰 히트를 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뷔 이래 여러 유행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도 고집 있게 자신의 정체성인 발라드와 알앤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정체는 2019년에 발매한 정규앨범 < 나의 모양 >.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발라드가 수록곡 대부분을 차지했다. < 우리의 방식 >은 그 스타일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본인의 색깔을 명확히 짚고자 한다.

조금 더 뚜렷해지고, 조금 더 깊어졌다.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브리티시 록 기반의 ‘우리의 방식’은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노래한다. ‘잘 가’는 토이(Toy)가 그랬던 것처럼 장면을 연상시키는 노랫말이 인상 깊다. 안테나 작곡가인 서동환이 편곡을 맡아 매끈하게 다듬어진 웰 메이드 발라드를 완성한다. ‘어른처럼’의 파트너를 죠지로 택한 것도 탁월하다. 둘의 절제된 알앤비 보컬은 떠나간 사랑에 대한 감정을 담담하게 마주한다.

음반의 의미는 ‘자생의 능력’에 있다. 소속사의 신뢰를 지지대 삼아 자신의 음악을 마음껏 펼치며, 유행에 올라타지 않고 굳건히 영역을 지킨다는 것이다. 권진아의 흔들림 없는 행보는 시대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색다른 감상을 선사한다. 그만의 방식으로 태어난 < 우리의 방식 >은 그 어떤 앨범보다도 ‘권진아스러운’ 음반이 되었다.

– 수록곡 –
1. 우리의 방식 
2. 잘가

3. 꽃말
4. You already have
5. 어른처럼 (With. 죠지) 
6.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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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Sia) ‘Music'(2021)

평가: 3/5

시아의 활동 범위가 이제 영화로까지 이어진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개봉 예정이 없지만 자국인 호주에선 지난 1월 14일 공개돼 먼저 관객을 만났다. 영화 < Music >. 2007년 직접 쓴 단편 소설을 각색해 만든 뮤지컬 형식의 극으로 작품 속 10개의 사운드트랙 역시 시아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작년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고한 그는 이 창작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다. 즉, 9번째 정규 음반이자 감독 데뷔작 < Music >에 영향받아 쓴 동명의 앨범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맺음’을 담당한다.

우선의 숨 고르기 앞서 음반의 얼개는 다소 헐겁다. 스스로 이 정규 음반을 단순한 사운드트랙이 아닌 스튜디오 음반이라 명명했으나 전체적인 흐름과 에너지가 전에 비할 것이 못 된다. ‘Chandelier’라는 그해 최고의 히트 싱글을 탄생시킨 < 1000 Forms Of Fear >(2014)의 강렬한 퍼포먼스나 다른 가수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곡들에 새 숨결을 불어 넣은 < This Is Acting >(2016)의 신선한 구성. 혹은 < Everyday Is Christmas >(2017)의 쫀득한 멜로디와 화려한 색감이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

앨범의 구심력을 끌어올 구성보단 각 곡의 인상에 더 힘을 쓴 기색이다. 말하자면 보너스 트랙을 포함한 14개의 곡은 각자 저마다의 굴곡을 가지고 있다. 수록곡이 모두 모여 하나의 파도를 만들기보단 잔잔한, 크고 작은 14개의 물결이 모였다. 영화 속 영상과 만났을 때 확실한 화력을 장착할 곡들은 선공개된 싱글 ‘Together’, ‘Hey boy’, ‘Courage to change’ 등을 제외하곤 부피가 크지 않다. 시아의 검증된 작사, 작곡 실력이 이번에도 대번 그 힘을 보여준다고 할지라도 곡 사이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미드 템포의 일렉트로 팝 ‘Eye to eye’와 피아노를 바탕으로 점점 웅장해지는 ‘Music’이 교차하여 재생될 때 수록곡은 각자도생하며 선명히 기억에 남는 건 꾹꾹 눌러 사운드를 꽉 채운 노래가 될 뿐이다.

얼마나 새로운 모습이 있는가, 혹은 얼마나 더 인상적인 모습이 있는 가란 질문의 답은 쉽지 않다. 확실한 건 기세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영국 가수 두아 리파와 함께 작업한 ‘Saved my life’, 쭉쭉 뻗어 나가는 가창이 일품인 ‘Floating through space’, 힙합 비트의 ‘Play dumb’ 등 여전히 그가 좋은 곡을 쓴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민은 다시 시작점에 놓인다. 비단 ‘사운드트랙’만이 아닌 정규 앨범은 ‘사운드트랙’이어야 설명될 수 있는 빈틈들이 많다. 거칠지만 갈라지지는 않는 시아의 목소리, 전매특허인 매끈한 선율들이 담겨있지만 음반 전체의 이어짐이 부족하다. 때문에 작품의 메시지 또한 성기게 흘러간다. 영화의 스토리 없이 존재하기엔 힘이 약하다.

– 수록곡 –
1. Together
2. Hey boy
3. Saved my life
4. Floating through space(Feat. David Guetta)
5. Eye to eye
6. Music
7. 1+1
8. Courage to change
9. Play dumb
10. Beautiful things can happen
11. Lie to me
12. Oblivion(Feat. Labrinth)
13. Miracle
14. Hey boy(Feat. Burna Boy)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