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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 ‘Wave’ (1967)

평가: 4.5/5

‘Antonio’s song’을 사랑하신 어머니는 “But sing the song“으로 시작되는 후렴구를 곧잘 따라부르셨다. 미국의 재즈 뮤지션 마이클 프랭스가 1977년 발표한 이 곡은 보사노바풍의  세련된 분위기로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주 선곡되었다. 당시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에게 바친 헌사라는 곡 정보도 몰랐다.

보사노바(Bossa nova).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감각’을 뜻하는 이 음악은 1950년대 말 브라질 삼바가 미국 쿨 재즈의 감성을 껴안아 탄생했다. 192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은 브라질의 기타리스트 루이스 본파와 함께 1959년 제1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 흑인 오르페 >의 사운드트랙을 감독했고, 스탄 게츠와 아스트루드 질베르토가 함께한 명반 < Getz/Gilberto >에 ‘Desafinado’와 ‘The girl from Ipanema’를 제공해 보사노바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비틀스의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도어즈의 데뷔 앨범 < The Doors > 등 무수한 록 명반이 쏟아졌던 1967년. 불혹에 접어든 남미의 거장은 성숙한 음악 세계로 넉 장의 수작을 쏟아냈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협업한 명반 < Francis Albert Sinatra & Antonio Carlos Jobim >에서 미국의 스탠더드 곡을 보사노바로 재해석했고 ‘Mas que nada’로 유명한 동향의 후배 세르지오 멘데스와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 Antonio Carlos Jobim & Sergio Mendes >을 내놓았다.

솔로 앨범도 두 장이 나왔다. 조빔의 달콤한 음성을 담은 < A Certain Mr. Jobim >은 전체적으로 덜 정제된 느낌과 일관적 톤을 가져갔다.  2개월 후에 발표한 < Wave >는 전작의 연주와 프로듀싱 측면에서 단점들을 보완해 보사노바의 걸작이 되었다.

진녹색 하늘과 푸른빛 바다를 배경으로 기린이 서 있는 초현실적 화풍의 앨범 커버는 미국 사진작가 피트 터너의 작품이다. 그는 조빔의 수작 < Tide >와 < Stone Flower >에서도 앨범의 첫인상을 책임졌다. 고고한 기린의 형상이 보사노바 영지에 선 거인 조빔과 겹쳐 보인다.

동명의 타이틀곡 ‘Wave’는 앨범의 압축판과 같다. 현악 세션에 라틴 리듬을 곁들인 이 곡은 부드러이 일렁이며 포말을 생성하는 리우 해변의 파도다. < 롤링스톤 >은 이 곡을 역대 최고의 브라질 노래 73위로 선정했고 조니 매시스, 사라 본 등 여러 뮤지션이 이 노래를 재해석했다. 또 다른 대표곡 ‘Triste’는 2분을 넘는 간결한 구성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빔의 오랜 파트너인 돔 움 로마오의 퍼커션 연주가 ‘Captain bacardi’에 탄력감을 부여했다.

앨범은 전작 < A Certain Mr. Jobim >과 달리 숙련된 미국의 재즈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목관악기 피콜로 3명, 첼로 4명 바이올린엔 무려 13명이 참여하는 등 사운드 편성과 악기 연주에 공들였다. 더블 베이스를 연주한 론 카터는 마일즈 데이비스와 빌 에반스 등 재즈 거장의 앨범에 참여했고 ‘가장 많은 레코딩을 남긴 베이스 연주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The red blouse’에서 리드미컬한 연주를 선보였다.

루이스 본파, 조앙 질베르토 등 1960년대 초중반 브라질 뮤지션들의 보사노바 작품은 덜 다듬은 원석 같았다. 조빔 또한 그런 시기를 거쳤으나 물오른 작·편곡 능력에 일급 연주자의 참여, 전설적 재즈 앨범을 배출한 밴 갤더 스튜디오의 기술력으로 기술과 예술성이 완벽한 작품을 창조했다. 평단의 찬사와 더불어 빌보드 재즈 앨범 차트 5위의 호성적을 기록했고 명곡 ‘Brazil’이 수록된 < Stone Flower >와 후기작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된다.

1960년대 이후의 미국 재즈, 일본 시부야 계와 시티팝 등 다양한 스타일이 보사노바의 우산 아래 있고 국내에서도 김현철, 조덕배가 보사노바풍의 음악을 보급했다. 브라질 중산 계층의 여유와 낭만을 상징했던 보사노바는 광고와 라운지 음악으로 널리 쓰이며 대중화를 이뤘다. 보사노바의 전 세계적 확산이 조빔의 원하는 바였는지 모르겠으나 재즈와 팝 등 저변이 굳건한 미국 음악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여타 브라질 뮤지션과 차별된다. < Wave >는 보사노바가 순수했던 시절의 마지막 기록이다.

– 수록곡 –
1. Wave
2. The red blouse
3. Look to the sky
4. Batidinha
5. Triste
6. Mojave
7. Dialogo
8. Lamento
9. Antigua
10. Captain bacar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