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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마빈 게이 < What's Going On > 50주년 특집


음악을 좀 들었다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을 얘기한다. 참 쉽고 편하게 언급한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말은 거의 다 누구에게 들어본 말이고, 어디선가 본 글들이다. 자기의 경험과 생각이 없이 학습에 의해서 다른 사람이 했던 얘기를 전달하니 멋지고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모타운 음반사의 사장 베리 고디 주니어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정치, 사회, 역사, 환경 등 온갖 무거운 주제를 담론으로 끄집어낸 < What’s Going On >은 마빈 게이의 아티스트적인 고집과 음악인으로서의 열정이 집약된 음반이다.

이즘 필자들 역시 1971년 5월 21일에 발표된 이 음반을 처음부터 쉽고 편하게 듣지 못했다. < What’s Going On >은 그런 앨범이 아니니까. 50년 동안 축적되고 숙성한 20세기의 유물이 과연 21세기에는 어떻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지 살펴본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독특한 드럼소리..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흑인음악은 인기가 없었다.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라이오넬 리치 등 몇몇 가수들과 소수의 알앤비 노래만 라디오에서 선택받았다.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진짜 흑인 음악은 늘 찬밥 신세였고 마이너리그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음악 평론가들과 < 월간팝송 >, < 음악세계 > 같은 잡지에서는 < What’s Going On >을 명반으로, ‘What’s going on’을 명곡으로 언급했다. 라디오에 나오지도 않는 노래를 왜 명곡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허세에 찌든 나는 그 LP를 구입했다.

앨범을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유사하게 들렸던 노래들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과 드럼 소리가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Mercy mercy me’, ‘Inner city blues’, ‘Right on’의 통통 튀고 명징한 드럼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드럼 사운드를 못 만들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 드럼 소리는 특별했고 첫 곡 ‘What’s going on’부터 마지막 노래 ‘Inner city blues’까지 유기체처럼 연결된 앨범 구성도 신기했다.

월남전에서 돌아온 친동생한테 직접 들은 전쟁의 참상, 아버지와의 갈등, 모타운 레코드 사장 배리 고디 주니어의 여동생과 행복하지 않은 정략결혼 등 마빈 게이가 겪었던 개인적인 문제들을 알고 나서야 < What’s Going On >의 진가를 깨달았다. 원석은 보석으로 세공됐지만 솔직히 ‘Flyin’ high’와 ‘Save the children’, 두 곡은 지금도 재미없다. (소승근)

진보적 소울을 알려주는 아프로 사운드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을 처음 접한 건 중학생 무렵이다. 한창 팝을 듣고 있던 터라 ‘명반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던 그 앨범을 지나치기 어려웠고 얼마 후 당대의 사회 문제를 노래했다는 부가 정보를 얻었다. ‘What’s going on’이나 ‘Mercy mercy me’처럼 즉각적으로 귀에 가닿는 곡도 있지만 익숙지 않은 작·편곡 방식에 조금은 당황했다. 이후 친구 녀석 MP3에 들어가 있던 ‘Sexual healing’과 초기작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 최근에 감상한 1976년 작품 < I Want You >로 그와의 연을 이어갔지만 <What’s Going On>’과의 재회는 실로 오랜만이다.

이번에 앨범을 다시 들으며 꽂힌 ‘Right on’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현악기 세션과 플루트, 빨래판 긁는 소리의 라틴 아메리카 전통 악기 귀로를 얹은 7분 30초짜리 즉흥 합주곡이다. 통일된 리듬 아래 놓인 봉고와 콩가 연주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집단성을 드러내고 플루트는 사랑과 사이키델릭을 드리운 1960~1970년대 히피의 정서를 환기하며 ‘True love can conquer hate every time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미움을 이길 수 있다)’라는 노랫말에 힘을 싣는다.

코모도스와 쿨 앤 더 갱 등 어린 시절 흑인음악 하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던 흥겨운 펑크(Funk)와는 거리가 있고 커티스 메이필드의 <Superfly> 정도가 ‘Right on’의 알싸함을 공유한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노랫말에 반영했던 게이와 메이필드는 소리 체계에서도 경계를 허무는 여러 시도로 시대를 대표하는 진보적 소울 음악가가 되었다. (염동교)


처연한 커버도 시대대변의 명작

겉옷은 물로 젖어 있는 반면 머리 위엔 무언가 하얗게 서려 있는 걸로 보아 촬영 당시 진눈깨비가 내렸던 모양이다.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생각에 잠긴 듯한 눈으로 카메라가 아닌 어딘가를 응시할 뿐이다. 배경지식 하나 없이 바라보더라도 앨범 커버 속 흑인 남성에겐 분명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 주인공이 소울 음악의 대부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엔 이 처연한 사진 한 장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약소국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는 숱한 희생자를 낳았다. 전선에서 목숨을 다한 군인은 물론이고 무자비한 학살을 당한 베트남인과 반전 시위 중 총격을 당한 미국 대학생들처럼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사회적 약자들도 있었다. 전쟁으로 피해를 보았던 많은 이들의 눈물은 냉랭한 전황을 대변하듯 하늘에서 얼어붙어 떨어졌다.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걸친 마빈 게이는 이 슬픔의 조각을 닦아내지도 스며들게 하지도 않았다. 에나멜 원단 위에 그 시절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애도를 표했다. (정다열)

그루브만으로 소울 R&B의 뿌리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귓속에 찔러 넣은 이어폰엔 롤링 스톤즈와 비치 보이스의 기타 리프가 흘렀고 비틀스를 추앙하던 20살의 나에게 흑인 음악이라고는 스티비 원더, 로린 힐 정도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소위 ‘명반’이라 칭송받는 앨범들을 탐색하는 일에 심취해 취향과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숙제하듯 음악을 소비하기도 했는데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벼운 비평적 정보만 습득한 채 온전한 감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터라 당시 총평으로는 ‘신성한 목소리 톤이 주는 안정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발매 50주년에 재차 들었던 이 흑인 음악 바이블은 억지로 채운 지난날의 잔상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정연한 구조의 콘셉트 앨범 속 스며든 구성품들에 금세 사로잡혔다. 다양한 악기들을 뚜렷하게 솎아내고 도처마다 코러스를 노련하게 배치하는 정갈한 프로듀싱이 지금에서야 와닿았다. 사회적 메시지를 견지하고 미래 환경 이슈마저 예견하는 화자의 비범한 견해와 같은 것들을 제쳐 두고도 듣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 몸에 형성된 그루브만으로 < What’s Going On >은 소울 알앤비의 뿌리이자 근원지로서 기능을 완수했다.

< What’s Going On >은 장인의 혼이 깃들어 있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대중음악사에 영원히 간직되었다. 어느덧 반세기의 세월을 거쳤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회자할 것이다. < 롤링스톤 > 선정 ‘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의 2020년 개정판 1위를 차지하며 더욱 고평가될 여지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머지않아 30줄에 접어들어 다시 꺼내 듣는다면 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진경을 보여줄 작품임은 확실하다. (김성욱)

흑인음악의 바이블…롤링스톤 선정 명반 1위

미국의 음악 잡지 < 롤링스톤 >은 2020년 500개의 명반 순위를 업데이트했다. 이 목록은 2003년 처음 발표되었고 이후 2012년과 2020년 총 두 번의 개정을 거쳐왔다. 가장 최근 발표된 순위에서 눈여겨볼 점은 1위였던 비틀스의 <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가 24위로 내려가고 6위였던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이 1위에 올라간 것. 시간이 흘러 더욱 고평가된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줬지만 6위에 위치했던 앨범을 8년 만에 1위에 올려놓은 저의가 궁금하다.

이는 보수적인 느낌이 강했던 잡지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2012년에는 마빈 게이를 제외하면 백인 뮤지션들이 상위 10위권을 차지했지만 개정된 목록에는 흑인 아티스트인 스티비 원더와 로린 힐이 탑텐에 안착했다. 흑인 또는 여성의 인권과 관련된 사례가 문제화되고 있는 현재의 시대적 흐름을 읽은 것이다.

문화는 돌고 돈다. 고전 록 음반의 순위가 하락하고 최근 유행하는 펑크(Funk), 알앤비, 힙합 등 흑인 음악 앨범이 상위권에 올라왔다. 그중 사회 고발적인 가사, 유려한 멜로디, 부드러운 보컬로 흑인 음악의 바이블이라는 명칭을 얻은 마빈 게이가 자연스레 일위에 오르게 된 것. 이로써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명작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김도연)

50년이 흐른 현시점에도 의미를 갖다

마빈 게이의 이름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즐겨 듣던 찰리 푸스와 메간 트레이너의 듀엣곡 ‘Marvin gaye’를 통해서였다. 이때 마빈 게이라는 가수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그의 노래를 직접 찾아 듣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 노래 제목 ‘Marvin gaye’가 아닌 실제 마빈 게이의 노래, 그중에서도 명반 1위로 꼽히는 < What’s Going On >을 들어보았다. 발매한 지 50주년을 맞은 앨범이지만 내게는 첫 경험이다.

70년대 흑인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가사와 메시지에 집중하며 감상하는 편이 곡들을 이해하는데 수월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사회 고발적 메시지는 월남전, 실업, 인종차별, 빈곤과 같은 고통으로 점철된 당대의 참담한 시대상을 들려주었다. 무거움으로 지배된 가사는 부조리를 향한 치열한 분노로 표출되기보다는 그의 호소력 짙은 보컬로 전하는 평화와 공존에 대한 읍소에 가까웠다.

혼돈과 질서를 중재하고자 했던 음악의 의식은 50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일갈을 날린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성별, 정치적 신념, 나이,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향한 공격과 비난이 오가는 첨예한 갈등이 들끓고 있다. 총칼을 들고 물리적인 싸움을 벌이지는 않지만 소통과 화합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는 일촉즉발의 아노미 상태와 다를 바가 없다.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데, 왜 상대방을 짓밟지 못해 안달일까. 무의미한 싸움에 분노하며 울부짖고 서로를 해치는 이들에게 꼭 < What’s Going On >을 들려주고 싶다. (김성엽)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는 앨범

록과 같은 백인 음악이 취향인 필자에게 알앤비와 소울은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다. 특히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확실하고 뚜렷하면서도 선 굵은 멜로디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 What’s Going On >에 대해 남은 기억은 ‘What’s going on’을 여는 가사 ‘Mother, mother’ 뿐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듣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설이니까. 특정 스타일로 치우치지 않고 대중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 챙겨야 할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기에.

1960년대 미국의 흑인 사회, 베트남전, 공해 문제 등을 향한 저항 정신을 지구 반대편의 1990년대 생 ‘록 키드’가 이해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다. 장르도 친숙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주 들어 익숙해지면 좋게 들리는 효과 덕에 첫 곡 ‘What’s going on’부터 영적 기운의 ‘What’s happening brother’, 남미 향의 ‘Right on’까지 그래도 음악만은 무리 없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메시지가 중요했기에 늘 반쪽짜리 감상에서 끝났다.

50주년을 기념하는 그의 앨범은 세상을 바꿨지만 아직까지 한 인간의 세계는 뒤집지 못했다. 가장 아끼는 노래가 변함없이 타미 테렐과 함께 부른 ‘Ain’t no mountain high enough’인 이상 이변은 없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그 의미와 해석이 달라지고, 재평가가 이뤄지는 마당에 음반 몇 번 듣는다고 깊은 해석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60주년이 된다고 해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원히 사랑할 수는 있다. (임동엽)

명반 그 너머의 의미를 지니다

흑인 음악의 발전과 아티스트 권리 주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이 오늘날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귀감이 된 역사적 명반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처음 접하는 이에게 친절을 배제한 채 그저 학술적 설명만을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반복하기만 한다면 그 흥미가 반감되는 것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반세기 역사를 감안하면서도 초심자에게 쉽게 다가갈 방법이 있을까. 아마 그 해답은 후세가 마빈 게이를 소비하는 저마다의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퍼블릭 에너미의 척 디(Chuck D.)는 컨셔스 랩 불후의 명반 <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1988)의 탄생 배경을 두고 ‘힙합의 < What’s Going On >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사회적 문제를 다룬 선배의 의지를 본인의 언어로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진정 세대를 초월한 명반이라면 진중하기도, 때로는 가볍게 다가오기도 해야 한다. 2014년, 미국의 디제이 아메리고 가자웨이(Amerigo Gazaway)가 기획한 기묘한 조합의 장 < Yasiin Gaye > 시리즈를 보자. 마빈 게이와 래퍼 모스 데프(Mos Def) 음악의 매시업이라는 영감에서 시작된 이 앨범은 ‘Inner city travellin’ man’ 같은 독특한 리믹스곡을 발표하는 방향으로 일종의 현대식 변용을 탄생시킨다. 메시지에 국한되지 않은 발상의 전환을 펼친 셈이다.

< What’s Going On >은 범인종적, 범장르적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블루지한 기타 리프를 감각적으로 녹여낸 존 메이어의 ‘Inner city blues’와 스트록스, 에디 베더, 조쉬 옴므 등이 참여하여 퍼지 톤 사운드를 가미한 ‘Mercy mercy me’ 펑크 커버가 그렇다. 이들은 단순 연주하는 것이 아닌 신선한 해석으로 곡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또한 마빈 게이는 비교적 젊은 뮤지션의 음악에서 카메오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찰리 푸스는 그의 이름을 딴 ‘Marvin gaye’라는 곡으로 영국 차트 정상을 거머쥐었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곡 ‘Yonkers’는 무려 그의 이름을 이용한 파격적인 펀치라인으로 힙합 신의 큰 화제를 가져오기도 했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그의 영향권에 존재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은 곧이곧대로 반복 청취만 거듭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다방면으로 바라보고 체득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장준환)

현실의 부조리를 해부한 직관적 가사

1년 전 처음 접한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은 스펙터클에 익숙한 귀에 심심한 음악이었다. 명반이라면 시대를 뛰어넘은 어떤 보편성이 있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었다. 익숙지 못한 멜로디 대신 직관적인 가사에서 그 답을 찾았다.

1960년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넓게 펼친 가사는 현대까지 맞닿아 있다. ‘What’s going on’은 폭력에 증오로 맞서는 대신 어머니, 형제를 차례로 부르며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고 사랑의 힘에 무게를 싣는다. ‘What’s happening, brother’의 베트남 전쟁, ‘Inner city blues’가 담고 있는 빈민가 흑인들의 일상, ‘Mercy mercy me’가 말하는 환경오염 모두 현실의 부조리와 은폐를 드러내 균열을 가한다.

마빈 게이가 제기한 문제는 여전히 종식되지 않았다. 그래도 공동체의 동력은 BLM 운동으로 이어지며 현대에도 지속되는 일상적 위협을 타파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나타났다. 한 시대의 공감을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50년 동안 수그러들지 않은 힘을 가진 작품이다. 타인인 내가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 앨범을 명반 1위로 선정한 < 롤링스톤 >지의 의도를 어렴풋이 깨닫는다. (정수민)

1970년에 환경문제를 꼬집다

20살, < What’s Going On >을 처음 접하고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건 ‘제목’이었다. 대단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표제였다. ‘What’s going on?’. 흔히 안부나 진행되는 상황을 물을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마빈 게이의 < What’s Going On >에는 ‘물음표’가 없었다. 해석하면, ‘무슨 일이야?’가 아닌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됐다. “물음이 아닌 대답이라는 뜻일까?” 강한 호기심을 안고 앨범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작품 감상 후, 여러 비평가의 첨언까지 곁들이고 나서야 이 음반이 당대 미국 사회를 직시한 마빈 게이의 ‘진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소울 음악 역사상 최초의 콘셉트 앨범답게 일률적인 편곡으로 수록곡 간의 경계가 무의미했고, 이는 마빈 게이가 바라본 당대의 암면들을 엮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았다. 전쟁의 참상,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가난과 마약 등 처참한 실상의 내용 중에서도 유독 강하게 다가온 곡은 ‘Mercy mercy me (The ecology)’였다. 빌보드 싱글 차트 4위에 오른 이 노래는 당시의 ‘환경 문제’를 꼬집고 있었다. “파란 하늘은 어디 갔나요? / 방사선 폐기물이 땅 아래에 퍼지고 바다에는 기름이 버려져요.”. 이번 특집 기획을 위해 다시 듣고는, 서울을 뒤덮은 미세 먼지와 최근 불거진 일본 오염수 방류 관련 논란이 자연스럽게 겹쳐져 놀랐다.

반세기 이전 저술된 기록이 지금도 유효한 메시지로 생동한다는 점이 이 걸작을 특별하게 만든다. 작품에서 마빈 게이가 전하고자 한 교훈은 결국 사랑(‘Love’)이다. 음반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총 서른두 번이나 언급하며 그것을 절실히 강조한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참 자비에 목마르다. (이홍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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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마빈 게이(Marvin Gaye) ‘What’s Going On'(1971)

‘미국병’의 진단을 통해 모타운에 덤벼든 아티스트의 용기

“당신 말야. 오늘 신문 봤어? 켄트주립대학에서 죽은 학생들에 대한 기사 읽었지? 켄트사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잠도 못자고 계속 울기만 했다니까. 이제 달이라든지 유월 어쩌구하는 3분 짜리 노래를 부르는 건 싫어.”

마빈 게이는 이렇게 목청을 높이면서 모타운 레코드사의 작곡가인 알 클리블랜드와 레날도 벤슨이 ‘무슨 일이지'(What’s going on)를 써 가지고 왔을 때 예전처럼 신변잡기식 노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 그의 관심은 월남전에 쏠려있었다. 자신의 친동생 프랭키가 파월장병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반전시위를 하던 켄트주립대학 학생들이 진압군의 M1소총에 맞아 죽은 비극적 사태에 더욱 충격을 받은 마빈 게이는 개과천선으로 급선회, 이제부터는 사회의식을 담은 노래를 하기로 작정했다.

그는 점점 사그러들고 있는 흑인정신을 되살리고 싶었다. 고통을 노래하고 기존에 저항하는 위대한 소울의 정신을 그는 잊지 않았다. 마빈 게이의 걸작이자 팝 역사의 명반으로 떠받들어지는 < 무슨 일이지 >(What’s Going On)는 그렇게 하여 탄생되었다. 그것은 실로 그 시점 미국이 안고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고뇌하는 한 인간의 35분 짜리 명상이었다.

“어머니, 너무 많은 당신들이 울고 있어요. 형제여. 너무 많은 그대들이 죽고 있어요… 전쟁이 해답은 아냐. 사랑만이 증오를 무너뜨릴 수 있지. 여기에 사랑을 건넬 길을 찾아야만 해. ‘무슨 일이지'”

이 노래를 잇는 ‘형제여 무슨 일이야'(What’s happening, brother)는 바로 동생 프랭키가 베트남에서 겪은 체험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두 곡이 주제의 측면에서 앨범 전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마빈 게이는 ‘시내의 블루스'(Inner city blues)에서 도시 빈민가 흑인들의 곤궁을 요사했고, ‘내게 자비를'(Mercy mercy me)에서는 파괴되어가는 환경, 즉 공해를 노래했다. ‘어린이를 구하자'(Save the children)는 미래가 없는 세상에 대한 비탄이 담겨 있다. 소재가 광범위하지만 ‘고통’이라는 핵심 테마와는 모두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음반이 ‘흑인 아티스트 최초의 컨셉트 앨범’으로 규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무거운 성격을 드러내고 있으니 모타운 회사측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베리 고디 사장은 당시 레코드 구매자들이 사회비평의 음반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사적인 컨셉트가 대중들에게 부담을 초래해 ‘상업적인 자살’ 행위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타이틀 곡이 히트하고 있는데도 그는 4개월이나 앨범 출시를 유보했다. “빨리 풀어. 안그러면 다시는 당신들을 위해 음반 안만들테니까. 이건 내 마지막 경고야.” 마빈 게이는 새로운 것에 빗장을 걸고 있는 회사측의 한심한 태도에 광분했다.

하지만 결국 승리자는 마빈 게이였다. 앨범은 출반하자마자 승승장구해 소울 차트는 정상을 밟았고 팝차트에도 10위권에 진입했다. 뿐만 아니라 타이틀곡을 비롯, ‘시내의 블루스’, ‘내게 자비를’ 등 3개의 히트싱글이 터져 나와 모두 차트 톱10에 랭크되었다. 앨범의 판매고는 8백만장에 달해 그 때까지 모타운 사상 가장 잘팔린 음반으로 기록되었다. 그것은 ‘대중의 수준’을 무시한 베리 고디 사장에게 대중이 내린 무서운 응징이었다.

마빈 게이의 승리는 저절로 얻은 것이 아니라 투쟁의 소산이기도 했다. 신념을 갖고 자기 주장을 관철해 모험을 기피했던 모타운 회사의 제작 스탭을 물리치고 자신 스스로 프로듀스한 음반을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전까지 모타운은 소속 작곡가나 기획자들이 음반제작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마빈 게이와 이 앨범이 갖는 또 하나의 업적은 그 같은 판도를 뒤엎고 회사로부터 ‘아티스트의 자유’를 쟁취했다는 데 있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도 이 앨범은 모타운 사운드의 획기적 전환을 초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쿠바의 전통음악인 콩가의 연주가 전체에 깔리면서 스트링(絃)과 함께 유연하게 삽입된 색소폰 연주, 은은하면서 두꺼운 보컬 하모니가 주도하는 제3세계적 음악 그리고 재즈와 가스펠의 분위기는 미들 템포의 리듬과 더불어 전에 없던 스타일이었다. 마빈 게이는 이렇게 하여 모타운의 새로운 70년대 사운드를 개척하는 위업을 쌓았다.

이 작품의 의의는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흘러도 위대한 소울 음악이 보여준 사회적 양심은 여전히 꿈틀대고 있음을 알린 것에 있다. 나중 흑인 목사 제시 잭슨은 이 앨범을 듣고 마빈 게이에게 “당신은 누구보다 훌륭한 성직자”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롤링 스톤』지의 묘사처럼 < 무슨 일이지 >는 잭슨 목사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울 음악과 그 가치에 눈을 뜨게 했다.

-수록곡-
1. What’s Going On
2. What’s Happening Brother
3. Flyin’ High (In The Friendly Sky)
4. Save The Children
5. God Is Love
6. Mercy Mercy Me (The Ecology)
7. Right On
8. Wholy Holy
9. 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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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근의 하나씩 하나씩 Feature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들을 수 없는 1970, 80년대 펑크(Funk)의 명곡들



  •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 로빈 씩의 ‘Blurred lines’, 마크 론스과 브루노 마스의 ‘Uptown funk’, 브루노 마스의 ’24K magic’과 ‘Treasure’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죠? 모두 펑크(Funk) 음악이라는 거죠. 이 노래들은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래미도 수상해 상업성과 음악성 모두 공인 받은 대중의 음악입니다.

    1960년대 소울 음악에서 파생한 펑크(Funk)는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흑인의 자긍심을 드러내고 자신들의 뿌리를 찾으려는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었죠. 1990년대에 흑인음악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펑크(Funk)는 찬밥신세였습니다. 실용음악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실기시험을 볼 때 대부분 16비트의 펑크(Funk) 음악을 연주하는 이유는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재밌고 자신의 능력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흑인음악이 예전과 달리 대중화되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위대한 펑크(Funk) 뮤지션들의 노래 중에서 국내에선 흥겨운 노래보다는 ‘After the love has gone’이나 ‘Three times a lady’, ‘Easy’, ‘Cherish’처럼 발라드 곡들이 한정된 인기를 얻었죠. 그래서 신나는 노래를 좋아하는 저는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에 늘 불만이었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펑키(Funky)한 곡들을 자주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접 찾아서 듣지 않는 한 들려지지 않는 펑크(Funk)의 명곡들은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그동안 어두운 지하실에서 연명하고 있는 펑크(Funk)의 명곡들을 밖으로 꺼내 빛을 비추어주고자 합니다. 리스펙!


    Sly & The Family Stone의 ‘Thank you’
    제임스 브라운과 함께 펑크(Funk) 음악의 1세대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밴드입니다. 공식적으론 1966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지만 이들의 전성기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로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이 기간에 ‘Everyday people’, ‘Stand’, ‘Dance to the music’, ‘Family affair’, ‘Hot fun in the summertime’, 그리고 인순이가 ‘Higher’로 번안했던 ‘I want take you higher’까지 고속 질주했던 슬라이 & 더 패밀리 스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1970년 빌보드 넘버원 ‘Thank you’는 자주 들을 수 없습니다. 제목 ‘Thank you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영국 가수 다이오의 노래를 떠올릴 정도죠. 자넷 잭슨의 1989년도 히트곡 ‘Rhythm nation’에서는 ‘Thank you’의 리듬을 샘플링해 이들을 헌정했습니다.


  • Commodores의 ‘Machine gun’
    라이오넬 리치가 리더로 있었던 코모도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펑크(Funk) 밴드지만 그 노래들은 ‘Three times a lady’나 ‘Easy’, ”Still’, ‘Sail on’, ‘Night shift’ 같은 발라드 노래들입니다. 그루브가 넘치는 ‘Brick house’나 ‘Lady’, ‘Machine gun’은 명함도 못 내밀죠. 이들의 데뷔곡 ‘Machine gun’은 1974년에 발표해서 빌보드 싱글차트 22위까지 오른 코모도스의 첫 번째 히트곡인데요. 무그신시사이저를 앞세운 연주곡입니다. 마크 월버그가 주연한 1997년도 영화 < 부기 나이트 >에 삽입돼서 뒤늦게 그 빛을 발하게 됩니다.


    Earth Wind & Fire의 ‘Sing a song’
    ‘지풍화’는 우리나라에 펑크(Funk)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69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결성된 이들의 대표곡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September’, ‘Boogie wonderland’, ‘Let’s groove’의 3부작이 있고 또 데이비드 포스터와 함께 한 불세출의 발라드 ‘After the love has gone’이 있지만 이들의 유일한 빌보드 넘버원 ‘Shining star’와 197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5위를 차지한 ‘Sing a song’을 언급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혼섹션이 멋진 ‘Sing a song’은 필 콜린스의 넘버원 싱글 ‘Sussudio’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곡이죠.


    Kool & The Gang의 ‘Get down on it’
    쿨 & 더 갱도 우리나라에서는 어스 윈드 & 파이어나 코모도스와 처지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애청곡은 ‘Cherish’라는 업템포 발라드거든요. 물론 ‘Celebration’과 ‘Fresh’가 라디오에서 간혹 들려오긴 하지만 이 두 노래만큼 훌륭한 1982년에 빌보드 탑 텐 싱글 ‘Get down on it’은 좀처럼 들을 수 없습니다. 절제된 비트 위에서 펼쳐지는 제임스 J.T. 테일러의 리듬감 넘치는 매끄러운 보컬이 이 노래의 정수입니다.


    Heatwave의 ‘Boogie nights’
    1975년 영국에서 결성된 히트웨이브는 1970년대 후반에 ‘Boogie nights’, ‘Groove line’, 그리고 발라드 ‘Always and forever’로 인기를 얻은 밴드인데요. 이 히트곡들을 만든 팀의 건반주자이자 리더인 로드 템퍼튼은 나중에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 ‘Off the wall’, ‘Thriller’, 조지 벤슨의 ‘Give me the night’, 제임스 인그램과 패티 오스틴의 ‘Baby come to me’ 같은 노래들을 작곡하게 됩니다. 그리고 코모도스의 ‘Machine gun’에서 언급한 영화 < 부기 나이트 >의 제목은 바로 이 노래에서 따온 겁니다.


    Ohio Players의 ‘Love rollercoaster’
    1959년 오하이오에서 결성된 오하이오 플레이어스는 오랜 무명 시간을 보내고 1970년대 중반이 돼서야 빛을 본 대기만성 형 밴드입니다. ‘Funky worm’, ‘Fire’, ‘Skin tight’, ‘Sweet sticky thing’ 같은 히트 싱글이 있지만 이들을 대표하는 노래는 197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에 오른 ‘Love rollercoaster’입니다.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애정관계를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이 노래는 1997년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리메이크해서 우리나라에 알려졌습니다.


    Funkadelic의 ‘One nation under a groove’
    펑카델릭의 리더 조지 클린턴은 미친 사람입니다. 정상이 아니죠. 그룹 하나를 건사하기도 힘든데 조지 클린턴은 동시에 두 개의 밴드를 운영했거든요. 바로 펑카델릭과 팔러먼트입니다. 팔러먼트의 대표곡 ‘Give up the funk’도 우리 라디오에선 찬밥신세지만 이 글에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아하는 ‘One nation under a groove’를 선정했습니다. 1978년에 발표되어 빌보드 싱글차트 28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음악은 절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둘째는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펑크(Funk) 음악은 ‘One nation under a groove’를 따라했다는 것입니다.


    Marvin Gaye의 ‘Got to give it up’
    1977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노래는 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예전 국내 라디오 피디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펑키(Funky)한 디스코 넘버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거든요. 확실히 당시 전 세계를 주름 잡았던 디스코 노래들인 비지스나 케이시 & 더 선샤인 밴드의 곡들보다는 훨씬 더 펑키(Funky)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표절한 로빈 씨크의 2013년도 히트곡 ‘Blurred line’가 대한민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와 세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반증이겠죠. 절제됐지만 세련된 리듬은 마빈 게이의 비극적인 죽음과 선명하게 대비되어 더 슬프게 들리는 노래입니다.


    S.O.S. Band의 ‘Take your time (Do it right)’
    1977년 조지아 주에서 결성된 펑크(Funk) 밴드 에스오에스 밴드는 이 노래 하나만 각인시키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홀연히 사라진 의연한 그룹입니다. 이 노래를 제외하곤 빌보드 탑 40에 오른 곡이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원히트원더 뮤지션이죠. 하지만 ‘Take your time’이라는 명곡을 남기고 사라졌으니 억울하진 않을 겁니다. 1980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3위까지 오른 이 노래는 신시사이저와 슬랩 베이스 연주가 압권이죠.


    Gap Band의 ‘Big fun’
    1974년 오클라호마에서 결성된 갭 밴드는 빌보드 싱글차트 탑 텐 히트곡이 하나도 없습니다. 히트 싱글의 기준인 탑 40에 오른 노래가 두 곡밖에 없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펑크(Funk) 밴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표곡 ‘Early in the morning’과 ‘You dropped the bomb on me’, ‘Party train’은 국내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고 이 푸대접을 생활화한 실천지향형 그룹이죠. 하지만 198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에 오르지 못했지만 영국차트 4위를 차지한 ‘Big fun’은 갭 밴드의 최고의 노래입니다. 경박하지 않고 먹이를 향해 다가가는 호랑이처럼 육즁한 리듬은 차원이 다른 흥분을 선사하죠. 1986년에 AFKN 라디오를 통해 이 곡을 우연히 듣게 된 건 인생의 행운이었습니다.


    Brothers Johnson의 ‘Stomp’
    기타리스트 조지 존슨과 베이시스트 루이스 존슨 형제로 구성된 브라더스 존슨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는데요. 그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마이클 잭슨이나 샤카 칸 같은 훌륭한 가수들의 음반에 연주자로 참여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아티스트입니다. 1989년에 퀸시 존스가 리메이크한 ‘I’ll be good to you와 1977년에 빌보드 탑 텐에 오른 ‘Strawberry letter 23’도 멋지지만 1980년에 발표해서 빌보드 7위를 기록한 ‘Stomp’야 말로 브라더스 존스 음악의 정점이죠.


    Cameo의 ‘Word up’
    1970년대 중반 뉴욕에서 결성된 카메오는 1986년에 발표해서 빌보드 싱글차트 6위를 차지한 ‘Word up’이 대표곡입니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 <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의 휘파람을 앞부분과 중간에 삽입해 비장미를 연출한 ‘Word up’은 흑인음악임에도 대단히 록적인 느낌입니다. 신시사이저와 베이스 기타의 두터운 슬랩 베이스, 드럼을 강조해 비트와 리듬을 끌어올려 당시에도 시끄러운 펑크(Funk) 곡으로 들렸으니까요. 하드록 밴드 건이나 랩메탈 밴드 콘이 리메이크한 건 당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였던 멜라니 C와 댄스 팝 그룹 리틀 믹스, 심지어는 독일 출신의 컨트리 그룹 보스호스 등 수많은 후배들이 커버하며 위대하면서 시대를 앞서간 곡임을 확증해주었습니다.


    Brick의 ‘Dazz’
    1972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결성된 브릭 역시 히트곡이 많지 않은 펑크(Funk) 밴드입니다만 197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3위를 기록한 ‘Dazz’는 단언컨대 명곡입니다. 촌스럽지 않은 그루브 위에 재즈의 터치, 심지어는 플루트 같은 클래식 악기를 도입해 펑크(Funk) 음악의 지평을 확대했죠. 제목 ‘Dazz’가 댄스와 재즈의 합성어라는 것만 봐도 이들이 지향했던 음악 스타일을 알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