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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즈(Lovelyz) ‘Unforgettable’ (2020)

평가: 3.5/5

러블리즈는 견고한 탑을 쌓아왔다. ‘Ah-choo’, ‘안녕 (Hi~)’의 풋풋함부터 ‘Destiny’, ‘찾아가세요’까지 발랄한 소녀의 이미지 아래 특유의 서정적이고 아련한 옛 가요의 노선을 가져가며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것이 커리어 동안 반복되다 보니 답습의 의혹을 유발하기도 했으나 여타 그룹과 구별되는 선명한 세계임은 분명했다.

< Unforgettable >은 이상의 문법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본인들의 영역을 지키면서도 트렌드를 수용해 새로운 모습을 성취한다.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왔던 윤상 산하의 작곡팀 원피스(OnePiece)가 아닌 새로운 프로듀서진 스타더스트(Stardust)가 합류했고, 다크한 무드와 콘셉트는 익숙지 않다. 파격적인 시도로 성장을 도모한다.

‘Obliviate’는 새 콘셉트와 탄탄한 정체성을 둘 다 만족시킨다. 선율이 대이동 하는 화려한 스트링으로 러블리즈 특유의 감성을 확보하고, 확실한 기승전결로 대중성을 획득한다. 팀의 특징인 다채로운 멜로디와 시원시원한 고음 가창을 벌스와 후렴구 사이 프리코러스에 과감하게 몰아넣는 것도 기존 스타일을 충족한다.

반면 사운드는 미래지향적이며 다양한 소스를 활용하는데 도입부에서 서서히 고조시키다가 후렴구에서 훅(Hook)성 멜로디를 반복해주며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는 마음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조화의 면모는 ‘자각몽’으로도 이어진다. 신스 베이스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대폭 활용해 새로운 기조를 도입하며 앞서 언급한 답습의 의혹을 탈피한다. 요지는 후렴구 멜로디에 있다. 보폭이 넓은 멜로디와 반음계 형태의 멜로디가 서로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신비감을 조성한다. 변화와 유지의 절충안을 보여주면서 팀의 새로운 가능성을 각인한다.

서브 곡들도 변화의 흔들림을 안정감 있게 지탱한다. ‘이야기꽃’은 마이너 조성의 레게 리듬으로 출발해 직선적인 신스 팝 후렴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매끄럽다. 보통의 작법이라면 알앤비의 요소가 더해질 법한데 원초적인 리듬을 로킹하게 이어가는 것이 신선하다.

사운드뿐만 아니라 노랫말에서도 어두운 단면을 그려내 성숙한 이미지를 장착한다. 이별의 아픔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절대, 비밀’은 변화의 노선 앞에서 익숙한 곳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일렉트로닉 피아노로 만든 레트로한 구성에 가상 드럼을 가미하여 촌스러움 대신 현대적 감각을 조율한다.

평탄한 그래프를 그리는 와중 분기점이 될 작품이다. 음악적으로 큰 기복은 없었으나 ‘WoW!’나 ‘찾아가세요’처럼 오히려 대중성을 놓치기도 했다. < Unforgettable >은 ‘유지’와 ‘시도’의 적절한 배합에 의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알맞은 시기에 적당한 변화를 더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 수록곡 –
1. Unforgettable
2. Obliviate
3. 자각몽

4. 절대, 비밀
5. 이야기꽃
6. 걱정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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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즈(Lovelyz) ‘Obliviate’ (2020)

평가: 3/5

케이팝 전반에 바람이 인다. 에이핑크와 여자친구가 각각 ‘덤더럼’과 ‘Apple’로 새 국면을 제시했듯, 청춘 콘셉트를 고수해온 그룹들이 저마다 변화 기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러블리즈 ‘Obliviate’도 그 흐름에 있는 곡이다. 세 곡 모두 미래지향적 사운드를 대폭 도입했다는 점과 예상하기 힘든 독특한 곡 구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현 케이팝 시장에 유행하는 세일즈 포인트를 체감할 수 있다. 몇몇 대목에서 아이즈원의 ‘Fiesta’가 연상되는 것은 ‘의도된 복잡성’과 ‘생경한 일렉트로 팝’의 특성이 겹치는 이유다.

새 프로듀서 스타더스트(Stardust)의 합류와 전술한 성질을 강경하게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을 잃지 않아 어색하지 않다. 무엇보다 빠른 기조 변화 속 각자의 파트가 충분히 구비되어 러블리즈의 강점인 보컬 라인이 피해 받지 않도록 프로듀싱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Destiny’의 비장한 발라드나 ‘Wow!’ 같이 신시사이저 중심의 곡을 소화한 이력이 쌓여, 오케스트라 빌드업과 차세대 재료의 극적 혼합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그룹 색채가 생생하게 살아남는다. 기억을 지우는 주문 ‘Obliviate’이지만, 데자뷔를 남겨놓아 큰 무리 없이 새로운 기억을 덧입혔으니, 성공적인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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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김지연) ‘Over and Over'(2019)

평가: 2/5

러블리즈 케이 김지연의 첫 번째 솔로 데뷔앨범. 예명을 뒤로하고 본명을 내세운 그는 그룹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음악을 통해 한 발자국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팀 내에서 처음으로 발매된 개인 앨범은 자신을 넘어 앞으로 러블리즈가 가져야 할 다양성을 예고한다. 김지연은 그동안 쌓아 올린 음악적 신뢰를 지키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실력과 가능성 그리고 기존과 차별화된 모습까지도 증명해야 한다.

‘Back in the day’와 ‘I go’로 이어지는 시작부터 아쉽다. 동화는 러블리즈의 음악에서 자주 묘사됐지만 위의 두 곡은 다시 한번 러블리즈의 전작들을 답습하여 어설픈 디즈니를 떠오르게 한다. 오랜 시간 발목을 붙잡았던 청순가련을 버리고 희망을 노래하는 것은 반갑지만 진행의 차이만 있고 틀은 바꾸지 않았다. 아련하게 외치는 ‘I go’는 절망에 빠진 누군가를 구하기에는 힘이 모자란 채 멜로망스 정동환의 스트링 라인만이 혼자 빛을 내며 이야기를 끝낸다. 그 속에서 주인공 케이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표류한다.

꿈에 대해 고백하는 ‘Dreaming’도 특별하지 않다. 동심으로 포장하기엔 ‘손끝에 닿을 듯한 작은 꿈’, ‘두 눈을 감으면 두 손이 닿으면 속삭여줘 Baby dont cry’ 같은 유치한 가사가 몰입을 방해한다. 이어지는 밤을 시제로 사랑을 말하는 알앤비 곡 ‘종이달’과 비교되며 어리숙한 모습은 오히려 배가 된다. 어른을 흉내 내는 아이처럼 한껏 고조된 감정은 ‘Cry’와 ‘이 비(雨)’로 이어진다. 이별과 추억을 담은 발라드곡은 케이의 여린 음색과 어우러져 좋은 하모니를 이뤄내지만 결국 서정성에만 머문다.

변화에 대한 부담은 온전히 대중의 몫이었다. 힘이 들어간 목소리는 음을 하나하나 짚어내 불안하고 각기 다른 주제의 곡을 같은 톤과 높낮이로 불러 듣는 재미를 떨어트린다. 그동안 케이는 드라마 OST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앨범 단위의 서사를 이끌어 가기엔 부족하다.

러블리즈는 엠넷의 < 퀸덤 >에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Sixth sense’를 커버하며 이미지 고착화를 경계했지만 오히려 엉성한 무대로 조롱받았고 성숙한 느낌으로 다시 편곡한 ‘Ah-choo’는 곡에 대한 이해조차 떨어지는 모습에 스스로 놀림거리가 되었다. 염려스럽게도 케이의 개인 앨범은 그런 평가의 연장선이 될 확률이 낮지 않다. 러블리즈란 틀은 야심 차게 건 김지연이란 이름에도 그림자처럼 붙었다. 그에게 굳은 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내공은 아직 쌓이지 않았다.

– 수록곡 –
1. Back in the day
2. I go
3. Dreaming
4. 종이달
5. Cry 
6. 이 비(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