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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이(ADOY) ‘Her’ (2021)

평가: 3/5

개러지 록을 구사했던 이스턴 사이드킥과 일렉트로닉 록밴드 프럼 디 에어포트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경의 뮤지션들이 만나 결성한 신스팝 밴드 아도이는 지난 4년간 1장의 정규 앨범과 2장의 EP를 발표하며 트렌디한 국내 밴드 음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독창성과 대중성을 함께 포용해온 그간의 결과물들이 ‘커머셜 인디’로 일컫는 그들의 지향점을 지탱했고 가사의 90% 이상을 영어로 구성해 세계화도 꾀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앨범 커버가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이들의 3번째 EP < Her >도 대중적 감각과 고유한 음악색 사이에서 평형감각을 유지한다.

신시사이저의 높은 지분율은 주요 선율을 책임지고 소리의 겹을 쌓은 독특한 질감을 주조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동일하다. 물결이 넘실거리듯 나긋나긋하게 진행되는 오프닝 트랙 ‘Simply’가 대표적인 사례다. 베이스 사운드가 돋보이는 로파이 곡 ‘Baby’와 곡 중간에 삽입된 라틴풍 리듬이 이색적인 ‘Ny’가 이들의 사운드스케이프가 신시사이저로 한정되지 않음을 드러냈다. 기승전결의 구성 대신 전체적인 분위기 형성에 중점을 두는 이번 앨범의 악곡 전개는 간혹 멜로디 선명도를 떨어뜨리지만 델리스파이스가 연상되는 서정성에 명확한 후렴구를 더한 신스팝 넘버 ‘Antihero’가 그 지점을 상쇄했다.

청춘을 주제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냈던 2018년도 정규 1집 < VIVID >와 달리 이번 앨범의 서사는 ‘Antihero’의 노랫말 ‘내일의 내 꿈처럼 할리우드로 도망가자’처럼 비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다. 뉴욕에서의 삶을 꿈꾸듯 그린 ‘Ny’와 헌신을 약속하는 ‘Saint’도 그 분위기를 이어가며 서사의 일관성을 제공했다. 현실 세계 이면의 낭만을 붙잡은 아도이의 < Her >는 꿈과 환상이 채색된 사랑으로 팬데믹이 야기한 단절의 공백을 채웠다.

– 수록곡 –
1. Simply
2. Antihero
3. Saint
4. Baby
5. Ny
6.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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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늑대가 나타났다'(2021)

평가: 4/5

뜨겁고도 차가운 맑은 것들의 힘

이 음반은 많은 것을 묻게 한다. 무엇 때문에 앨범의 지휘자 이랑은 이런 이야기들을 담게 되었는가. 2012년 첫 정규 < 욘욘슨 >,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 수상을 안긴 소포모어 < 신의 놀이 >(2016)에 이어 5년 만에 발매된 세 번째 풀 랭스는 전례 없이 강하고, 세고 어둡다. 늘 그가 손에 쥐고 사용하던 작법들, 어쿠스틱 기타와 첼로를 중심으로 곡을 쌓고 서로 다른 가사를 한 곡에 동시에 넣는 등의 구성은 비슷하지만 그 안에 적힌 메시지의 촉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나’를 뚫고 지나 ‘사회’에 닿으려는 듯 갖은 비유를 넣어 목소리를 낸다.

이는 작품과 동명의 타이틀 ‘늑대가 나타났다’부터 선명히 드러난다. ‘이른 아침 가난한 여인이 굶어 죽은 자식의 시체를 안고 /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를 울며 지나간다’는 내레이션으로 문을 연 노래는 합창단의 웅장한 코러스와 만나며 어떤 뜨거움을 전한다. ‘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 이 가난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여기에는 명백히 개인을 넘어 세상을 향한 소리침이 담겨있다. 쿵쿵 울리는 드럼과 거기에 맞춘 여러 사람의 호흡은 힘을 주어 ‘우린 쓸모없는 사람들이 아니요’라며 분노를 토한다.

좁게 자신 주변의 것들을 다뤘던 데뷔작을 지나 < 신의 놀이 >가 적나라하게 가족과 죽음 등을 소재로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그 자체로 사회를 본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앨범에는 솔직한 분노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울분이 가득하다. ‘환란의 세대’는 지금껏 발표한 곡 중 가장 굵고 거친 이랑의 보컬이 담겨있다. ‘목도 안 메도 되고, 불에 안 타도 되고, 손목도 안 그어도 되고’란 가사가 연이어 펼쳐지는 와중 몇몇 사람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애써 고개 돌린 누군가의 삶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특히나 이 곡은 코러스 버전으로도 실렸는데 노래의 끝, 두텁게 중첩된 기괴한 합창단의 울림이 마치 인생의 고통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또 하나 돋보이는 변화는 독백의 적극 활용. ‘의식적으로 잠을 자야겠다’,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등에 사용된 감정 없이 내뱉는 독백들은 음반에 가득 채워진 ‘말하고자 하는 욕망’ 혹은 ‘전하고자 하는 욕망’들과 다름없다. 그만큼 앨범은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는 적확하게 우리에게 온다. 영화감독으로, 에세이 작가로, 또 음악인으로 존재하며 그가 풀어낸 ‘내 얘기’들은 산재한다. 누구든 그를 볼 수 있다. 아니 누구든 그를 ‘온전히’ 볼 수 있다. 이랑의 서사는 언제나 티끌 없이 맑고, 거짓 없이 온전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번 앨범의, 나아가 ‘이랑’이란 아티스트의 핵심이다. 끊임없이 토해내는 그의 이야기들은 솔직함을 타고 더할 나위 없이 온전하게 다가온다. 삶에 밀착해 회고하는 친구, 가족, 죽음, 가난, 사랑, 일 따위의 것들이 이랑을 통해 순수하게 투영된다. 끝없이 그의 음악이 환호받는 것은 이 정제되지 않은 고백에서 시작될 것이다. 하나하나 곡이 쓰인 배경을 묻고, 듣고 싶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래서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음반. 착실하게 두 땅에 발을 붙여 올곧게 ‘나’를 외쳤고 되돌아 울려 퍼지는 메아리는 그렇게 ‘우리의 것’이 된다.

  • – 수록곡 –
    1. 늑대가 나타났다 
    2. 대화
    3. 잘 듣고 있어요
    4. 환란의 세대
    5. 빵을 먹었어
    6. 의식적으로 잠을 자야겠다 
    7. 그 아무런 길
    8. 박강아름
    9.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10. 환란의 세대(Choir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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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AKMU) ‘Next Episode'(2021)

평가: 4/5

그리하여 Next Episode
2017년 2개의 노래가 담긴 짧은 싱글 앨범 < Summer Episode >에 이어 4년 만에 < Next Episode >란 후속작을 써냈다. 전작의 초점이 Summer 즉, ‘여름’의 이미지에 맞춰져 있었다면 보다 많은 7개의 수록곡으로 채워진 이번 음반은 Next 즉, ‘다음’을 말한다. 시점은 현재. 코로나 19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은 오늘날 발칙한 두 남매는 무뚝뚝하고 다정하게 희망을 건넨다. 지금이 ‘지나면’ 아니, 바로 지금 곁에 있을지도 모를 그 순간들을 일상에서 포착해내면서.

이들이 음악의 소재로 삼은 것은 줄곧 그랬듯 특별하지 않아 더욱 특별하다. 정식 데뷔 이전 오디션 프로그램 < K팝 스타 >에서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던 ‘다리꼬지마’, ‘라면인건가’처럼 여전히 우리 주위의 것을 글감으로 삼는다. 그 익숙함을 특별함으로 치환하는 것은 전곡 작사 작곡으로 활약하는 멤버 이찬혁의 상상력. 군 제대 이후 발매한 지난 정규 앨범 < 항해 >(2019)를 기점으로 한껏 성숙한 감정의 폭을 장착한 그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강한 힘을 내비친다. 쉽고, 간결하고, 재치 있으며, 깊다. 독특한 관점과 시선으로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단단한 곡들을 써냈다.

신선한 것은 작품을 통해 자신들 앞에 놓인 또 하나의 장애물을 넘으려 했다는 것이다. 콜라보. 피처링이 아닌 함께(with) 써 전곡에 쟁쟁한 뮤지션과 나란히 섰다. 늘 선명하게 드리던 악뮤스러움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확실히 돌려놨다.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1980년대 신스팝의 느낌을 살린 ‘전쟁터’는 이선희의 목소리로 생생한 활력을 얻고 그 누구도 제목으로 상상할 수 없을 ‘맞짱’은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과 만나 섬세히 감성을 태운다. 여기서 ‘악뮤틱함’은 일방적인 동기화가 아닌 융화, 융합에 가깝다. 즉, 두 남매의 색을 잃지 않으며 상대의 색과 어우러진다.

뭉근한 상상력의 끝은 아이유와 손잡은 ‘낙하’, 자이언티가 합세한 ‘Bench’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떨어지고 떨어지면 결국 날아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발한 상상으로 탄생한 ‘낙하’는 떨어지는 느낌을 잘 살린 멜로디와 뒤엉키며 잊을 수 없는 후크라인으로 완성됐다. 청량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가 포문을 여는 ‘Bench’ 역시 거침없이 자유를 말한다. ‘지붕 없는 벤치에 누워’, ‘지붕 없는 벤치에서 깨어나’ 평화와 사랑을 누리겠다고 말하는 이 가사 앞에 녹아내리지 않을 공산이란 없다. 삶에 살짝 프레임을 씌워 바꾼 세상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흐른다.

힘쓰지 않고 핵심을 풀었다. 또한 이것저것을 애써 겹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곁에서 찾아 재밌고 유쾌하게 그렸다. 악동뮤지션에서 이제 악뮤로 새 음악장을 펼친 그들에게 세상은 온통 영감의 촉매가 된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룹의 ‘세련된 키치함’이 다가온다. 그리하여 이들이 말하는 Next는 어수선한 전염병 시대의 종말과 더불어 말 그대로 악뮤의 넥스트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취할 수밖에 없는 두 남매의 강력한 귀환. 매번 ‘넥스트 레벨’이다.

  • – 수록곡 –
    1. 전쟁터(with 이선희) 
    2. 낙하(with 아이유) 

    3. Bench(with Zion.T)
    4. 째깍 째깍 째깍(with Beenzino)
    5. 맞짱(with 잔나비 최정훈) 
    6. Stupid love song(with Crush)
    7. Everest(with Sam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