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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Love Poem'(2019)

평가: 4/5

‘아이유 사단’으로 창조한 ‘아이유 유니버스’

결론부터 말해 긴 호흡으로 오래도록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첫 만남은 다소 무난하다 느낄 법하지만, 재생횟수가 늘어갈수록 촉촉히 스며드는 특유의 감성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각 트랙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은 들으면 들을 수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여러 갈래로 확장되며 앨범 자체에 긴 생명력을 부여한다. 단순히 듣는 것에서 나아가 함께 그것들을 해석해보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의미로 찾아 나가는 일들이 수반된다는 것. 그리고 그 찾아낸 의미들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앨범을 들으며 전보다 조금 더 이 노래들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 화려한 포장없이 음악적 매무새만으로 이 정도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아이유의 성장은 정말 가파르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전반적인 구성은 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 페르소나 >와 닮아 있다. 각기 다른 6개의 단편이 아이유라는 자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화와 다른 것은, 배우의 역할에 한정되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엔 감독까지 맡으며 전반적인 과정을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르로 보면 로맨스도 있는가 하면, 수필도 있고, 에세이도 있고, 시도 있는 느낌이나, 주인공의 문법이 확실한 덕분에 앨범의 통일성은 무리없이 유지된다. 정성스럽게 동봉되어 있는 해설지는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밝힘으로써 듣는 이들에게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청취행위를 유도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나는 이런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 것처럼.

이처럼 여전히 언어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나, 그렇다고 음악적인 부분에서 소홀한 것은 또 아니다. 오히려 각 이야기에 딱 맞는 음악을 입혀 주제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노랫말에 맞는 장르 선택도 선택이지만, 전작과의 차이라면 역시 어느 때보다도 ‘함께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발매 직후에 콘서트 계획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리얼세션 기반의 합주가 생동감과 현장감을 부각시킨다. 이전의 앨범이 오로지 자신만의 것이었다면, 이번엔 오랫동안 함께해 온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보다 부각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새로운 시도가 가장 응집되어 있는 곡이라면 역시 ‘그 사람’이다. 보다 장르적으로 접근한 블루스 기타와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음울한 목소리가 이제까지의 노선을 살짝 꺾으며 재미있는 의외성을 발한다. ‘너랑 나’를 잇는 8년만의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은 ‘시간의 바깥’은 뮤지컬식 구성에 아이리시의 이국적인 감성을 얹으며 완벽한 판타지를 구현한다. 순식간에 현실로 복귀해 영화 < 페르소나 > 속 ‘밤을 걷다’의 등장인물로 분하는 ‘자장가’는 그 이별의 감성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아이유 가창의 백미.

예상을 웃도는 로킹함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Blueming’에선 1980년대 뉴웨이브의 향수가 숨어있다. 잔향을 품은 디스토션과 퍼커션이 만개하는 사랑의 감정을 발랄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할까. 여기에 처음과 마지막에 각각 자신과 타인을 향해 귓속말을 건네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다짐하게 만드는 ‘Unlucky’와 ‘Love poem’까지. 언뜻 보면 시대나 장르의 일관성이 없는 백화점식 구성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근간에 곧게 뿌리내린 유니크한 자아가 주인이 누군지 의심하지 않게 만든다. 그 안에서 우리는 이질감없이 소리를 타고 흐르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 곱씹을 뿐.

단단하게 자신을 가꾸어 온 자만이 건넬 수 있는, 역량과 재능이 똘똘 뭉쳐 빛을 내는 한 장이다. 점점 싱어송라이터들의 개성이 묵살되어 가는 시대에, 메인스트림에 있는 이가 이 정도로 창작의 측면이 부각된 작품을 선보였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앨범이라는 개념을 보다 크게 바라봄과 동시에 더욱 폭넓은 소재의 스토리텔러로 거듭났다는 사실은 < Chat-Shire >(2015)와 < Palette >(2017)를 비교했을 때 가장 빛나는 성과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단순히 듣는 것에서 나아가 능동적인 청취행위를 유도한다는 것과 음악 역시 하나의 ‘문학작품’임을 재차 깨닫게 했다는 점. 정말 지금의 아이유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것만 같다.

– 수록곡 –
1. Unlucky 
2. 그 사람 
3. Blueming 
4. 시간의 바깥 
5. 자장가 
6. Love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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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Twice) ‘Feel Special'(2019)

평가: 2.5/5

박진영이 있기에 트와이스는 ‘스페셜’하다. 지난 4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케이팝 최전선 아이돌 그룹의 현재, 멤버 미나의 휴식 선언과 지효의 열애설 등 복잡했던 배경을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 네가 있어 난 다시 웃어‘라는 노랫말로 진솔히 풀어낸다. 가끔 투박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런 비즈니스 이면의 진심 어린 접근이 여타 3대 기획사와 차별되는 JYP만의 강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Feel special’을 특별하지 않게 만든 존재 역시 박진영이다. 해외 작곡가들과 함께 구축한 투스텝 하우스 사운드는 세련된 데 반해, ‘Signal’과 마찬가지로 멜로디 라인이 구식이다. 원더걸스, 미스에이까진 유효했던 JYP 특유의 마이너 코드 선율이지만 2019년의 트와이스에 어울리진 않는다. 달콤함과 차가움 사이서 길을 잃었던 ‘Fancy‘에 비해 확실한 성숙을 지향하며 일관된 모습은 있으나, 그 완성도나 표현의 방법은 역대 트와이스의 곡 중 최하위권이다. 

반면 앨범은 꽤 들을 만하다. 타이틀 트랙이 만들어놓은 쓸쓸하고 차분한 분위기 아래 도회적이고 시크한 일렉트로 팝을 잘 배치한 덕이다. 해외 작곡가들의 대거 참여로 ‘Feel special’과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된 맛이 있으며, 멤버들의 가창은 어리숙했던 < Fancy You >와 비교해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클린 밴딧(Clean Bandit)을 연상케 하는 ‘Rainbow’는 묵직한 베이스라인과 청량한 건반 및 보컬을 대비하여 힘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라이언 전의 ‘Get loud’에선 휘파람 소리와 더불어 멤버들의 가라앉은 보컬이 차가운 무드를 조성하고, 그 흐름은 트랩 비트와 2000년대 초 신스 팝을 교배한 ‘Trick it’에서도 성공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흥을 깨는 어리숙한 랩과 ‘Trick it’ 추임새는 없는 것이 더 좋았다. 심은지가 작곡한 ‘Love foolish’는 단연 ‘시크 트와이스’의 최고 곡 중 하나.

여러 모로 부족했던 < Fancy You >를 발판 삼아 트와이스의 관성을 깨고자 노력한 모습이 들린다. 전작처럼 구성이 어설프지 않은 데다 새로운 서사를 잘 도입한 덕에, 특별한 지점은 없어도 자연스레 그룹의 새로운 전기를 그릴 수 있게 됐다. 팬덤 원스(Once)에게는 더욱 애틋할 성장 스토리다.  

다만 그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 박진영이라는 사실이 딜레마다. 팀 내외 이슈가 겹치며 흔들릴 수 있었던 상황을 ‘JYP 찬스’로 잘 해결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성숙과 세련된 모습으로의 전환에 ‘Feel special’은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블랙아이드필승과 JYP의 익숙한 문법은 여기까지만. ‘Dance the night away‘나 ‘Breakthrough’ 같은 타 작곡가의 작품이 트와이스의 ‘스페셜한’ 앞날에 더 어울려 보인다. 

– 수록곡 –
1. Feel special
2. Rainbow
3. Get loud
4. Trick it
5. Love foolish
6. 21:29
7. Breakthrough (Korean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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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Red Velvet) ”The ReVe Festival’ Day 2(2019)

평가: 3.5/5

아, SM은 왜 ‘짐살라빔’을 낳고 또 ‘음파음파’를 낳았는가…

앨범을 다 듣고 나니 ‘짐살라빔’을 괴롭게 반복하던 두 달 전이 떠올랐다. 묵혀둔 타이틀 곡과 교과서적 답습의 < ‘The ReVe Festival’ Day 1 >을 혹평한지라 큰 기대 없이 신보를 꺼내 들었는데, 발랄하고도 세련된 여름 노래 ‘음파음파’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마주한 것이다. SM은 기존 걸그룹 제작 공정대로 만든 곡들을 ‘첫날’ 재고 정리하고 ‘둘째 날’ 레드 벨벳의 진짜 시즌을 공개하는 전략을 세웠다.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음파음파’는 좋은 곡이다. 짧은 도입 이후 곧바로 전개되는 멜로디라인이 선명하고, 찰랑거리는 기타와 베이스로 주조한 디스코 리듬은 소녀시대의 ‘Holiday’를 연상케 한다. ‘빨간 맛 (Red Flavor)’의 상큼한 순간을 재현하듯 후렴을 유니즌 형태로 진행하되 풍성한 코러스를 덧붙여 지루함을 피하고, 히트곡을 열거하는 랩 파트는 ‘Dumb dumb’ 이후로 가장 재치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함에도 과한 지점 없이 유기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이런 타이틀 곡의 레트로 성향이 앨범 전체 흐름으로 이어짐을 주목하자. 앨범은 곧바로 이어지는 펑키(Funky)한 기타 리프의 ‘카풀(Carpool)’로 상큼한 여름 소녀들을 그려냄과 동시에, 시계바늘을 더 과거로 돌려 1950~60년대 고전 걸 그룹의 두왑(Doo-wop) 사운드를 가져온 ‘Love is the way’로 매력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작곡팀 모노트리(Monotree)의 추대관이 작곡에 참여한 ‘Ladies night’는 그 핵심의 트랙이다.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동명 곡으로부터 얻은 펑크(Funk) 아이디어를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와 닮은 멜로디라인, 흥겨운 브라스 세션으로 버무려 기분 좋은 ‘소녀들의 밤’을 선사한다.

레드 벨벳에게 복고는 ‘Dumb dumb’과 ‘러시안 룰렛’에서 출발해 ‘Power up’과 ‘짐살라빔’으로 박탈된 인간미를 되찾는 방법이다. ‘Rookie’와 기본 형태를 공유하는 ‘Jumpin”을 비교해보자. 원곡에서 BPM을 낮추고 베이스 리듬을 죽인 다음 보컬을 부드럽게 다듬어 기타 사운드를 강조하는데, 이 결과로 곡은 하이 텐션 랩과 고음의 보컬 없이도 인공적인 면모를 덜어낸다. ‘Love is the way’처럼 평이한 가창으로 일관하는 곡도 있지만, ‘카풀(Carpool)’과 ‘Ladies night’처럼 멤버들의 고유 음색을 최대한 표현하며 수려한 합창을 끌어내는 기획 역시 오랜만이라 반갑다.

첫 미니 앨범 < Ice Cream Cake >의 ‘Automatic’과 ‘Somethin kinda crazy’, ‘Take it slow’를 기억한다면 수민(SUMIN)의 ‘눈 맞추고, 입 맞대고’ 역시 훌륭한 마무리다. 1990년대 알앤비와 원작자의 강한 장르색을 적재적소의 보컬 배분으로 중화하는데, 그중에서도 곡을 이끄는 조이와 웬디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생각해보면 레드 벨벳은 실험보다 지속 가능성을 택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져갔다. 큰 성공을 안긴 ‘러시안 룰렛’의 레트로 신스팝이 그랬고 ‘빨간 맛 (Red Flavor)’은 지금까지 그룹의 정점으로 기억된다. 가장 최근의 정규 앨범 < Perfect Velvet >에 쏟아졌던 호평 역시 알앤비 기조 위 세련된 일렉트로 팝으로 고혹을 강화한 결과였다.

‘음파음파’와 < ‘The ReVe Festival’ Day 2 >를 좋은 앨범이라 평하는 것도 대단히 독창적이라서가 아니다. 레드 벨벳은 이 작품으로 ‘제일 좋아하는 여름 그 맛(‘빨간 맛’)’과 ‘마음에 드는 아날로그 감성(‘LP’)’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며, 실험의 면모로 흐려진 ‘우리가 사랑하는 여름 소녀’의 이미지를 다시금 공고히 한다.

– 수록곡 –
1. 음파음파 (Umpah Umpah)
2. 카풀 (Carpool) 
3. Love is the way
4. Jumpin’
5. Ladies night 
6. 눈 맞추고, 손 맞대고 (Eyes Locked, Hands Locked) 

(2019/08)


‘The ReVe Festival’ Day 1

평가: 2/5

왜 ‘짐살라빔’을 낳고 또 ‘음파음파’를 낳았는가.

Psycho

평가: 3.5/5

돌이켜보면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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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Red Velvet) ”The ReVe Festival’ Day 1′(2019)

평가: 2/5

‘짐살라빔’의 문제는 난해함이 아니라 나태함이다. ‘러시안 룰렛’, ‘Rookie’와 함께 3년 전 경합하던 곡을 가공하여 발표했다는 건 둘째 치더라도 경쟁작들보다 매력이 현저히 낮다. 전자는 레트로 칩튠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Dumb dumb’의 기조를 상큼하게 연장했고, 후자는 리얼 세션을 대거 가미해 인간미와 중독을 둘 다 의도하며 그룹의 캐릭터를 굳힌 바 있다. ‘짐살라빔’은 에프엑스의 ‘Red light’와 레드 벨벳의 데뷔곡 ‘행복(Happiness)’을 섞어 지나간 유행의 문법으로 번잡하게 버무린 곡이다.

곡 전체를 지탱하는 두 사운드는 이리저리 왜곡되고 증폭되는 신스 베이스와 원시적 리듬의 퍼커션으로, 이 둘의 목적은 오로지 파괴와 어지러운 충돌뿐이다. 돌출과 붕괴의 전개 속 멤버들의 랩은 곡을 따라가기에 급급하고 보컬 파트는 초고음으로 일관한다.

마침내 이들 소리가 산산이 부서지며 앞서 예고한 종소리 신스 리프와 함께 ‘짐살라빔’ 드랍이 등장하는데, 곡이 만들어질 당시 신진 레이블로 주목받던 PC 뮤직(PC Music)과 숱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응용한 결과라 새롭지 않다. 느닷없이 곡에 무게를 더하려는 조이와 슬기, 웬디의 알앤비 브릿지 파트는 ‘행복’의 재활용일 뿐 아니라 일관성까지 해친다. 놀이기구를 탄 듯 격렬한 상승과 하강 이후 혼란과 피로가 남는다.

요약하자면 ‘짐살라빔’은 뜻있는 실험도 아니고 레드 벨벳 커리어에서 유의미한 지점도 아니다. 3년 전 SM의 웰메이드 실험 ‘No matter what’, ‘소방차(Fire truck)’, ‘Free somebody’는 물론 앞서 언급한 레드벨벳의 싱글과 비교해도 촘촘하지 못하다. < Perfect Velvet > 이후 ‘Power up’, ‘Rbb(Really Bad boy)’의 내리막길을 가속화하는 트랙인데, 적어도 ‘Power up’은 휴머노이드의 여름 바캉스라는 명확한 테마가 있었고 ‘Rbb’는 크게 호불호가 갈렸을지언정 날카로운 비명소리의 충격과 통일감 있는 사운드로 B급 호러 영화를 잘 구현해낸 바 있다. 치밀하지 못한 기호들의 충돌과 분열은 파티 튠 혹은 ‘노동요 리스트’에 더 어울린다.

다른 곡은 어떨까. 인간의 목소리보다 사운드 샘플에 가까운 보컬 활용은 개선의 여지가 없고 그룹의 커리어와 회사 노하우 속 여름 파트 페이지를 발췌해 주석을 달고 재활용하다 보니 기시감만 가득하다. 힙합 트랙 ‘Milkshake’의 비유는 에프엑스의 ‘Ice cream’과 닮았는데, 장르의 색을 더해야 할 랩 파트는 미진하며 보컬 훅은 기계적으로 멜로디를 연주할 뿐이다. 트랩 비트와 아날로그 소울을 섞은 ‘LP’도 부드러운 코러스와 여린 감성으로 서지음의 신선한 비유를 담아내나 싶더니 이내 강한 비트가 부조화를 이루며 메시지를 덮는다.

< Summer Magic >의 ‘Mr. E’와 ‘ Mosquito’를 섞어 놓은 ‘안녕, 여름(Parade)’이 잔향만 남는 데 반해 ‘Sunny side up!’은 그래도 ‘Ko ko bop’을 잘 활용한 곡이다. 레게 기타 리듬 위 유연한 멜로디 라인은 흠잡을 데 없이 매끈하게 이어지고, 일관된 보컬 톤으로 노래하는 멤버들은 ‘Bad boy’의 고혹과 달걀 프라이의 신선한 비유를 꽤 납득할만하게 전달한다. 같은 레퍼런스라도 밀도와 집중의 차이가 ‘믿고 듣는 SM 2번’과 ‘많고 많은 SM 스타일’의 경계를 가른다.

하이퍼 리얼리티 놀이공원 테마 확립의 목적 하나를 위해 너무 많은 단점을 노출했다. 예측 불가, 실험이라는 멋진 간판 아래 정교하지 못한 충돌, 아수라장, 기계적인 반복만이 혼란을 부른다. 송캠프 시스템이 케이팝 씬에 정착했고 소속사 내부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레드 벨벳은 파격과 충격, 혹은 재활용으로 이목을 끌어야 한다. 웰메이드와 유니크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기획사가 집중력이 떨어지면 이런 어수선한 결과물이 나온다. 어떻게든 ‘짐살라빔 짐짐살라빔’ 단어만을 욱여넣으려는 전략만 있다. 그래서 나태함이다.

– 수록곡 –
1. 짐살라빔(Zimzalabim)
2. Sunny side up! 
3. Milkshake
4. 친구가 아냐 (Bing bing) 
5. 안녕, 여름 (Parade)
6. LP

(2019/06)


‘The ReVe Festival’ Day 2

평가: 3.5/5

어떻게든 단어만을 욱여넣으려는 전략만 있다.

‘Psycho’

평가: 3.5/5

돌이켜보면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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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Day6) ‘The Book Of Us : Gravity'(2019)

평가: 3.5/5

데이식스의 5번째 미니 음반 < The Book Of Us : Gravity >는 다름 아닌 Us 즉, 우리에 주목한다. 때론 사랑하는 방법을 묻는 풋풋함(‘How to love’)이 터져 나오고 또 때론 어린 시절로 돌아가겠다 노래하는 투정(‘돌아갈래요’)이 새어 나오지만 밴드는 이러한 ‘동심’을 공감으로, 박진감으로 그리하여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밴드의 색으로 채워낸다. 신보는 전체관람가 음반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작가주의의 완성도까지 꾀어냈다.

다시 말해 보편타당한 공감이 여기저기서 숨 쉰다.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떼여온 것만 같은 첫 곡 ‘For me’는 시원한 기타 스트로크에 맞춰 멤버 Jae와 Young k가 리드하는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 ‘이젠 알아주고 싶어 / 여태 혼자 잘 해왔다고’를 통해 위로를 전하고 뒤이은 타이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짜릿하게 꽉 짜여있는 인상적인 팝록이다.

청량감 넘치는 건반으로 문을 열어 부서질 듯 내리치는 드럼이 에너지를 터트릴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 함께 써 내려가자’라는 호기 넘치는 가사까지 끌어안았다. 마음껏 뛰어놀 잔디밭은 물론 곳곳에 떼창 포인트까지 마련해두니 즐길 거리가 편재한 그야말로 탄탄한 청춘 송가다.

펑키하고 장난스러운 ‘How to love’, 복고풍의 기타 멜로디로 시작되는 ‘돌아갈래요’를 비롯해 ‘Best part’는 콜드플레이 풍의 형형색색의 신시사이저를 가져와 ‘한순간도 너에게 있어서는 / 의미가 없진 않아’ 함께 노래하며 음반을 마무리한다. 강렬하게 시작해 사랑, 설렘, 추억, 어린 시절의 낭만을 스쳐 가고 입에 잘 붙는 가사를 가져와 다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내며 높은 짜임새를 일궜다. 다만 상대적으로 기존 발라드의 작풍을 따르는, 그룹의 다양한 느낌을 보여주려 넣은 것만 같은 ‘포장’은 앞서 날 서고 각 잡힌 인상의 곡들에 비해 그 무게가 덜하다.

요새 종종 들리는 맹목적 사랑을 갈구하는 노랫말 없이, 화려한 춤 선 없이 밴드는 20대 후반, 자신들의 눈으로 바라본 현실을 노래한다. 너무 커버린 우리의 오늘날에 대한 아쉬움을 소회하고 힘들지만 함께 이 페이지를 적어보자 격려한다. 전곡에 작사, 작곡으로 참여해 ‘내’ 것의 리더십도 잃지 않았으며 쉽고 강인하게 청각을 만족시킬 제조법도 놓치지 않았다. 오랜만에 리얼 악기만이 줄 수 있는 속도감과 가사, 선율, 구성이 잘 매만져진 좋은 음반을 만났다. 시작과 끝이 한순간에 맞닿은 차트에는 없는 제대로 된 여름 앨범.

-수록곡-
1. For me 
2.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3. How to love 
4. 돌아갈래요
5. 포장
6. Best p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