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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에스파(aespa) ‘Better things’ (2023)

평가: 3/5

영미권을 겨냥한 싱글이긴 하나 거창한 모양새를 보여주기보단 오히려 힘을 빼고 가볍게 접근한다. 피아노와 퍼커션 중심의 미니멀한 구성은 멤버들의 몽환적인 보컬 스타일을 부각하고 청량한 여름 느낌을 한껏 살린다. 주체적인 태도와 에스파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자신감을 담은 가사는 심오하지 않은 선에서 그치면서도 그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Savage’ 혹은 ‘도깨비불’과 같은 공격적인 스타일도 아니고 < My World >의 수록곡들처럼 훅이 강렬하게 꽂히는 것도 아닌지라 기존작들처럼 깊은 인상을 심기에는 부족할 수 있으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함을 성공적으로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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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나(Lacuna) ‘우주의 여름’ (2023)

평가: 3/5

해피로봇 레코드의 4인조 록 밴드 라쿠나는 함께 소속된 선배 밴드 쏜애플과 솔루션스처럼 또렷한 음악적 특징을 가졌다. 2018년 EP < 끝이 없는 꿈을 그대에게 줄게요 >부터 꿈결 같은 음파를 록의 형태로 구현한 라쿠나는 2020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실력파임을 입증했다.

2022년 발매한 EP < Summer Tales >를 잇는 라쿠나표 여름 서사 ‘우주의 여름’엔 한여름 밤의 꿈과 현세와의 낭만적 단절이 녹아있다. 시종일관 쏘아대는 쨍한 전기기타가 록의 외연을 둘렀고 각종 이펙트로 쌓은 층위가 편곡적 매력을 배가했다. 일견 직선적인 외형을 베이스의 굴곡감으로 마모했다. 사운드 포화를 중화한 보컬 장경민의 음색과 동화적인 노랫말은 낯선 우주 속 너와의 교신. ‘우주의 여름’은 라쿠나의 특이점을 재차 부각한 싱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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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라임라잇(LIMELIGHT) ‘Madeleine’ (2023)

평가: 4/5

전작 ‘Honestly’, ‘Starlight’, ‘Eye to eye’, ‘Blanc noir’ 등을 작곡한 김승수와 다시 손을 잡은 ‘Madeleine’은 가볍고 투명한 댄스팝이다. 서머 시즌을 겨냥한 이번 싱글은 ‘Starlight’, ‘Blanc noir’, ‘Crystal’과 달리 힘을 빼 멤버들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가져간다.

현재의 음악 트렌드 대신 1980년대의 댄스팝에 2010년대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와 트로피컬 하우스를 투과한 이 노래는 현재의 유행을 따르지 않아도 자신감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브릿지 이후에는 수혜와 미유의 고음, 귀여운 안무, 코러스 등 화력을 집중해 클라이맥스로 이끌고 톤이 낮은 가은은 미유와 수혜의 가는 음색과 대비되며 곡의 중심을 잡는다. ‘Madeleine’은 2023년 여름에 나온 걸그룹 노래 중 가장 자연스럽고 대중적이며 듣기에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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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로로 인터뷰

데뷔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첫 싱글 ‘입춘’이 주목을 받고 그 여파로 한국대중음악상 두 부문에 후보로 지정되는 등 알찬 성과를 보였는데, 먼저 이에 대한 소회를 듣고 싶다.
회사와 함께 열심히 달려온 성과를 빠르게 이루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하고, 당연히 기분도 좋다. 물론 운이 따라준 것도 있으니 지금의 이 행운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고자 한다.

실제 데뷔곡 ‘입춘’은 방탄소년단 멤버 RM의 SNS에 공유되기도 했다.
DM(다이렉트 메시지)에 외국인 사용자가 보낸 영어 메시지가 많이 들어와서 처음에는 해킹이라도 당했나 싶었다. 그런데 찬찬히 보니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곡이 올라왔다”, “노래 잘 듣고 있다” 등의 내용이라 SNS에 공유된 소식을 알게 되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다 보니 힘듦을 토로하는 노래도 “내가 잘해야지” 식의 가사가 많다. 후렴에서 “도와줘요”를 외치는 ‘입춘’이 더 와닿은 이유였다. 노래의 배경을 소개해 줄 수 있나?
제목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쓰인 곡이다. 계절도 그렇지만 현실도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냉혹함 속에 살아가는 ‘우리’를 생각했다. 청춘이 아프고 시들다가도 다시 꽃을 피우고 싶어 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도와달라”는 가사도 특정한 대상보다는 살아가는 세상에 시원하게 외치고 싶은 마음을 간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넘어지더라도 꽃을 피우고 싶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달라는 의도를 담았다.

사실 가장 처음 쓴 노래는 ‘비틀비틀 짝짜꿍’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힘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나와 회사의 공통적인 생각에 ‘입춘’을 쓰게 되었다.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 낸 노래 중에 가장 아끼는 곡이기도 하다.

현재 국어국문과에 재학 중인 영향인지 가사를 보고 있으면 표현이 참 세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
보통 세상을 둘러보다가, 또는 주변 사람들과 평범하게 대화하다가 가사가 시작된다. 거창한 소재보다는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가지는 생각을 꾸밈없이 표현한다. 취업에 대한 청춘의 걱정이나 흉흉한 세상 등 여러 소재를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고 싶다’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두 번째 싱글인 ‘거울’도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깨달은 생각을 집에 가져가서 가사로 만든 곡이다.

문학 작품에서 가사의 영감을 받은 적도 있는지.
소설보다는 시를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다루는 주제에 어울리는 문체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있다. 특히 허연 시인의 시집 < 불온한 검은 피 >를 정말 좋아한다. 날카롭고 어두운 문체가 내가 쓰고자 하는 분위기와 맞는다 생각한다.

노래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 작사와 작곡 모두 본인이 다 하는 것으로 아는데.
글을 먼저 쓴 다음 가사를 추출하고, 이후 어울리는 멜로디를 붙인다. 편곡은 얼마 전에 데뷔한 같은 어센틱 레이블 소속 가수 이새(Jesse)가 담당한다.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의 결이 나와 비슷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내가 레퍼런스를 제시하거나 사운드 측면에서 의견을 내면 찰떡같이 알아듣고 작업해 준다.

결이 비슷하다는 것은 록 장르를 의미하는 것인가?
그렇다. 둘 다 록 사운드와 장르 특유의 기승전결을 좋아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지도 함께 연구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록이 매니아는 있어도 대중적으로 잘 소비되는 장르는 아니다. 그럼에도 록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가 궁금하다.
평소에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성격은 아니고, 오히려 남의 의견을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음악을 할 때만큼은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답답하더라도 록을 들으면 해소가 되곤 하는데, 이처럼 내가 받은 영향을 남에게 다시 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록에는 외치는 듯한 그런 울림이 있지 않나. 나도 세상에 소리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록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그렇다면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나 음악은 어떻게 되나.
장르는 대체로 다양한데 가사에 울림이 있어 몰입할 수 있는 곡을 좋아한다. 선배 뮤지션으로는 이소라와 자우림을 정말 좋아하고, 해외 가수 중에서는 코난 그레이를 꼽고 싶다. 세상을 따뜻하게 표현하는 가수다.

노래 자체도 좋지만 라이브 무대에서 보여주는 실력도 뛰어나다. 원래 좀 노래를 했는지, 아니면 피나는 연습의 산물인지.
내 경우는 확실히 후자다. (웃음) 아무것도 없이 회사에 연습생으로 들어온 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레슨을 받고 있다. 연습을 계속하면서 점차 구실을 갖추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느껴서 미래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회사에 다짜고짜 음악을 배우고 싶다는 메일을 먼저 보낸 후 계약했다고 알고 있다.
원래 음악에 대한 직업적인 생각이 딱히 있지는 않았는데, 어느 순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연락을 보냈다.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조금 더 노력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때 치기 어린 내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참 신기하다.

인디 레이블에서의 연습생 시스템은 다소 생소하다. 어떻게 돌아갔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
프론트맨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배우는 시기였다. 앞서 말했듯 보컬 레슨도 받았고 미디(MIDI)도 배웠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한로로’라는 아티스트의 브랜드를 어떻게 구축할지 함께 고민했다. 처음에는 귀여워 보이는 팝 쪽으로 갈까도 했지만 아무래도 내게 맞는 옷이 아니라 판단했고, 차근차근 과정을 거치면서 록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반적으로 노래가 어둡고 서정적인 느낌이 있다 보니 듣고 있으면 어떤 삶을 살아왔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학창 시절은 사실 생각보다 활발한 편으로, 오히려 친구들을 웃겨주거나 얘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다 같이 입시로 힘든 상황에서 터놓고 대화하다 보니 자연스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친구들을 넘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신인 뮤지션이지만 드라마 < 나의 해방일지 > 사운드트랙 ‘다이아몬드’에 작사가로 참여했다. 신인 가수에게 작사 의뢰가 가는 것이 흔한 경우는 아닐 텐데.
마침 같은 소속사의 가수 최기덕의 곡이었다. 원래 작사 작곡 능력이 뛰어난 분이지만 내 작사 역량을 좋게 보고 기회를 먼저 주셨다. 다행히 드라마 측에서도 좋게 봐주셨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쓴 곡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악뮤 이찬혁이 진행하는 이찬혁비디오 프로젝트의 < 우산 > 앨범 수록곡 ‘Romantico'(TETE 원곡)도 그렇고, 이외 다른 사운드트랙도 다른 작곡/작사가의 노래에 보컬로 참여했다. 본인의 곡을 직접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의 입장에서 이런 경우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는지 궁금하다.
작곡가나 원곡자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보컬을 연습한다. 아무래도 내가 쓴 곡이 아니다 보니 원작자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최대한 화자의 이야기에 몰입해서 녹음하려 한다. ‘Romantico’의 경우도 녹음하면서 이찬혁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부르면 되는지 솔직하게 질문했다.

< 우산 > 앨범 참여는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구체적인 것은 나도 잘 모르지만 이찬혁 측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곡을 고르고, 이에 어울리는 보컬을 찾다 나를 발견해서 연락을 줬다고 알고 있다. 내가 가진 무드가 음반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그 후로도 간혹가다 SNS에서 재밌는 영상을 보내거나 하는 그런 식으로 말을 주고받고 있다. (웃음)

폭발적인 전개를 보여준 ‘입춘’과 ‘거울’ 이후 발표한 ‘비틀비틀 짝짜꿍’은 다소 발랄했고, ‘당신의 밤은 나와 같습니까’와 ‘정류장’은 잔잔한 편이었다. 그런데 데뷔 1년을 넘기고 발매한 ‘자처’는 처음 두 곡과 편곡 면에서 느낌이 비슷해서, 이를 듣고 한 바퀴 여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틀비틀 짝짜꿍’을 제외하면 나머지 곡은 당시 느끼는 감정을 순차적으로 담아서 바로 발표했다. 따라서 순서에 특별한 의도가 담기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내 생각이 돌고 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파했다가도 힘을 내며 열심히 살고, 그러다 후회가 들기도 하는 그런 그림. 그런데 이것이 그저 내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도 그때마다의 감정에 따라서 곡을 쓰고 공개할 것 같다.

가수 전에는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다고 했는데, 이렇게 보니 음악에도 느슨하게 서사가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콘셉트 앨범을 낼 수도 있지 않나 싶은데.
구체적으로 주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욕심은 있다. 조금 더 살아봐야 생각이 구체화되지 않을까 싶다.

▶ 좌 : 디지털 앨범 커버 / 우 : 실물 음반

마침 8월 29일 공개한 신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제목은 < 이상비행 >, 여섯 곡이 담긴 EP로 4월에 발매한 ‘자처’와 라이브 공연에서 부른 ‘해초’를 수록했다. “이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동음이의어잖나. 현실에서 벗어나 꿈과 ‘이상(理想)’을 좇는 이들을 ‘이상(異常)’하게 보는 사람들이 특히 요즘 늘어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시선에서 벗어나 나의 ‘이상(理想)’을 찾아 비행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사운드 면에서는 발매 시기인 여름에 맞게 조금 더 청량하고 과감해졌다. ‘입춘’보다 밝고, ‘비틀비틀 짝짜꿍’보다는 강하게. 여름에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그전까지는 다 싱글만 발매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틀을 먼저 다지고 싶었다. 음반을 서두르게 내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완벽하게 풀어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대신 싱글을 하나씩 내면서 입지도 다지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알고 싶었다. 이제는 그래도 될 것 같아서 EP를 발매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싱글 단위로 내다보니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더라도 뚝 끊어지는 느낌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 이상비행 >이라는 제목 아래에서 한 편의 영화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나 또한 메시지에 집중하고 몰입해서 EP를 작업할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거나 열심히 작업한 곡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타이틀곡인 ‘금붕어’다. 음반 제목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라 생각해서 타이틀로 결정하게 되었고, 어항 속에 살다가 자유로워지고 싶어 바다로 나간 금붕어의 이야기를 다룬 곡이다. 막상 나가보니 바다는 어둡고 무서운 것으로 가득했고, 다시 생각한 끝에 자신이 원했던 것이 공기가 있는 푸른 지상과 맑은 하늘이라고 깨닫게 된다. 사실 금붕어는 공기에 닿으면 숨을 못 쉬어 죽지 않나. 그렇지만 죽음을 무릅쓰고도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표현하는 곡이다. ‘입춘’에서 새싹에 우리를 비유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금붕어에 나를 대입해서, 여러 시선을 다 제치고 도전하고 싶다는 용기를 담아봤다.

EP니까 언젠가 정규 앨범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인가.
당연히 그렇다. 일단 지금은 이번 < 이상비행 > EP에 집중하고 있고, 발매하자마자 본격적으로 다음 단계를 밟아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쉬면 오히려 불안한 스타일이다.

목표로 삼은 무대가 있나? 코첼라 이런 것도 좋다.
딱히 없지만 그렇다면 코첼라로 하겠다. (웃음) 사실 특정한 목표를 잡고 이를 성취했을 때 노력했던 것이 사라지는 기분이 좀 이상하다. 개인적으로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정말 나가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서게 된 것이 기쁘면서도 다음 목표를 어디로 두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서 차라리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대신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넓게 보려 한다. 무대에 건강하게 오를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의 결과다.

이즘의 공통 질문이다. 한로로를 음악으로 이끌었거나, 또는 계속 음악을 하게 만드는 인생 음악/음반 또는 아티스트는?
바네사 칼튼(Vanessa Carlton)의 ‘A thousand miles’를 정말 꾸준히 들었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곡을 처음 듣고 이후 앨범 < Be Not Nobody >도 즐겨 들었다. 지금도 기분 전환이 필요하거나 슬플 때, 산책할 때 등 기분 가리지 않고 종종 찾는다. 어떻게 보면 이 노래를 처음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매력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로로가 생각하는 한로로의 음악을 설명해달라.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과 아픔을 최대한 솔직하게 풀어내려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용기와 살아갈 의지를 주려 노력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아닐까.

진행: 한성현, 장준환, 정다열, 김태훈
정리: 한성현
사진 제공: 어센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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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Album

뉴진스 ‘NewJeans 2nd EP ‘Get Up”(2023)

평가: 2.5/5

지금 여기 K팝  

영리하고 당차게 ‘K팝’을 (재) 정의한다. 데뷔 초,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기습 공개한 ‘Attention’ 뮤직비디오부터, ‘둥둥 둥둥둥둥’하는 킥 드럼 사운드가 특징적인 저지클럽 열풍을 이끈 ‘Ditto’, 말 많았던 ‘Omg’ 뮤직비디오와 이를 가뿐히 잠재운 퍼포먼스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획기적으로 만들었다. 눈에 띄게 달랐다. 사운드를 가득 채우고, 파트별 구간을 정확히 나눠 멤버별 이미지를 중시하던 이전 아이돌과 달리 뉴진스는 힘을 풀고 분위기를 타게 한다. 잔잔하게 너울너울. 핑크 팬서리스 & 아이스 스파이스의 ‘Boy’s a liar pt.2’를 위시해 해외 팝 씬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베드룸팝 계열을 국내에 끌어온 이들은 시작부터 기존 K팝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  

음악은 새로웠고, 전략은 독특했다. 입대 전 단체 활동을 강조하던 방탄소년단처럼 이들 역시 개별 멤버보단 단체로서의 ‘뉴진스’ 어필에 열을 올린다. 늘 하나로 뭉쳐 호흡하는 그룹은 피처폰, 캠코더 등 Y2K 문화를 적극 수용한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등으로 젊은 층과 기성세대의 관심을 동시에 사는 데 성공한다. 앞을 내다본 음악과 과거와 손잡은 이미지 메이킹이 뉴진스에게 확실한 캐릭터를 안겼다. 2022년 낸 첫 EP < New Jeans > 이후 발표한 모든 싱글, ‘Ditto’, ‘Omg’과 심지어 코카콜라 CM송인 ‘Zero’마저 전 세계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샀다. 콘셉트나 음악적 변신 없이 일군 성과다.  

신보는 이미 몇 차례 대중 검증에 성공한 그 지층을 밟고 올라선다. 다만 더 가벼워졌다. 3분대를 웃돌던 러닝 타임은 2분 남짓으로 줄었고, 음반 전체를 수놓은 사운드는 더 정제됐다. 프롤로그 ‘New jeans’, 인터루드 ‘Get up’을 포함해 총 6개의 노래를 수록한 작품의 재생 시간은 단 12분. 의도적으로 훅 라인을 앞쪽에 배치, 짧은 시간에 뚜렷한 인상을 심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전보다 음역대를 제한 및 가창, 음색의 통일성에 힘을 쏟은 프로듀싱이 가장 먼저 감지되는 변화다. 핵심은 이 비슷한 질감의 노래 탄생이 시기 적절하다는 데 있다. 요즘 날의 분절된 음악 감상 경향. 즉, 음악이 BGM으로 휘발되는 지금 뉴진스 음반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저지클럽을 중심으로 몽환적인 보컬이 매력적인 ‘Super shy’, 사이렌 소리가 묘한 긴장감을 만드는 ‘ETA’, 물 흐르듯 매끄럽게 떨어져 내리는 ‘Cool with you’ 등 각 음악은 약간의 분위기 차이만 있을 뿐 곡 사이 뚜렷한 경계를 지니지 않는다. 통일(혹은 통제)된 구성은 곧 노래 외부 상황과 결탁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블랙핑크, 아이브, 있지 등 당당함을 내세운 그룹에게 그 외부 상황이란 곡에서 노래하는 주체, ‘예쁘장한 Savage’나 ‘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애들과는 다른 나’ 등 구체적으로 집약될 것이나 ‘친구 같은 아이돌’을 표방하는 이들에게 확장의 방향은 ‘뉴진스(그 너머의 나)’로 향한다.  

다시 말해, 곡에서 ‘나’를 특징짓지 않고, 어디에서든 소화 가능한 일명 “숨죽인 음악”을 하는 뉴진스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과 협업해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아이폰 14를 수록곡 ‘ETA’ 영상과 무대에 적극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단체, 그룹, 혹은 브랜드 ‘뉴진스’ 밖의 많은 것을 톤다운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작자 민희진의 능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데뷔 9개월 만에 멤버 전원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엠배서더가 된 것까지 지금 이들의 브랜드 가치는 최정상을 내달린다.  

작금의 잘나가는 아이돌이 글로벌 엠배서더로 인기를 인정받듯, 이들도 음악 외의 상품들을 대표하며 성공을 자축한다. 그 과정에서 음악은 ‘자체로서’가 아닌 ‘수단으로서’ 쓰인다. 일면, 노래를 부르는 멤버들 역시 음악 안에서만큼은 스스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 K팝이 종국에 산업으로 닻을 내린다면, 신보의 착지는 완벽하다. 뉴진스는 어떤 의미에서든 지금 여기의 K팝을 이끈다. 우리 곁의 친구를 표방하며 동시에 명품을 대표하는 그 이질성을 잊게 할 만큼. 뉴진스는 전형적인 듯 전형적이지 않은 K팝을 한다.  

-수록곡-
1. New jeans
2. Super shy
3. ETA
4. Cool with you
5. Get up
6. AS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