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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You.F.O’ (2022)

평가: 3/5

2000년대 후반 전성기를 누렸던 걸그룹들이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소녀시대가 5년 만에 모두 모였고 원더걸스 선예가 솔로 가수로 돌아왔다. 이들과 앞다투어 히트곡을 내놓았던 카라도 재결합 준비 중이다. 그룹이 재정비하는 동안 니콜은 ‘You.F.O’을 통해 먼저 출발 신호를 보낸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와 귀엽고 스포티한 콘셉트를 앞세우던 카라가 떠오르는 청량한 댄스 팝에 니콜의 엉뚱한 이미지와 어울리는 가사를 직접 썼다.

대중에 낯익은 모습으로 추억을 복각하는 동시에 지난 8년간 급변한 K팝 시장을 분석하고 반영했다. ‘Pretty girl’, ‘미스터’ 등 많은 히트곡을 쓴 스윗튠 대신 오마이걸의 ‘살짝 설렜어’와 ‘비밀정원’을 쓴 스티븐 리가 작곡을 맡으며 트렌디한 사운드를 이식했고, 숏폼 콘텐츠를 겨냥한 포인트도 곳곳에 심어두었다. 지난 영광과 향수에 매몰되지 않고 최근 흐름에 자연스레 섞여 든 싱글이 본격적인 팀 활동 전 선취점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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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어 뮤직 ‘BRB’ (2022)

평가: 3/5

두 소속 아티스트와의 결별 인사다. 래퍼 식케이와 갓세븐의 멤버 제이 비(Jay B)는 ‘BRB’를 마지막으로 하이어뮤직과의 동행을 마친다. 인연의 끝은 마침표보단 쉼표에 가깝다. ‘Be right back'(곧 돌아올게)의 줄임말인 곡의 제목이 계속해서 이어질 그들의 관계를 암시한다. 직장동료로서 쌓아왔던 유대감 또한 담아냈다. 특히 레이블의 초기 멤버이자 대부분의 커리어를 함께한 식케이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뿐만 아니라 지난 시간 동안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전한다.

하이어뮤직의 대표이자 아티스트인 차차말론(Cha Cha Malone)과 프로듀서 듀오 그루비룸이 합작한 비트는 마지막 인사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회사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은 2020년 두 번에 나눠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 Red Tape >의 강렬함과 < Blue Tape >의 청량감 사이에 위치한 콘셉트로 그들이 다채로운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집단임을 재증명한다. 각각 열 여섯 마디씩 자리를 맡은 래퍼들은 비슷한 음색과 랩 스타일이 겹치는 탓에 개개인의 독특한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유사한 컬러감 속에서도 자신만의 모양으로 시선을 뺏는 김하온의 재능과 박재범의 노련함은 곡이 가지는 특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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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구(GongGongGoo009) ‘ㅠㅠ’ (2022)

평가: 3.5/5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를 활동명으로 정한 래퍼 공공구는 단순한 작명과 달리 밀도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음악을 채운다. 시류를 따르지 않고 고고한 길을 걸어 2017년부터 힙합 신의 주목을 받은 그는 2019년에 국내 흑인 음악 플랫폼인 힙합엘이에서 진행한 신인 발굴 프로젝트 < The:Rise >에 얼굴을 비추며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대형 기획사의 홍보 없이 이뤄낸 결실이다.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2017년 믹스테이프 < 회색단지 >를 공개하고 5년의 연성을 거친 EP < ㅠㅠ >는 완성도에 대한 의지와 솔직함으로 견고하다. 개인적인 가정사와 음악가로서의 고충 등이 자칫 일기장으로 전락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독특한 방식으로 특별함을 더한다. 앞선 곡의 구절을 인용해 다음 가사를 전개하고 수미상관의 서사적인 장치가 몰입도를 높인다. 유기성을 띄는 트랙들은 마지막 곡 ‘ㅠㅠ’로 수렴하며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성한다.

온전히 공감을 사기에는 다소 한정적인 소재들이지만 돈과 사랑에 대한 주제로 약점을 극복한다. 단순히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끼워 넣은 트랙이 아닌 서사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며 빈틈을 메운다. 금전적으로 고통받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모습을 그린 ‘돈가져와’,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랑을 떠나보낸  ‘나방’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곡들은 적절한 순서를 지키며 불안정한 내면의 스토리라인을 선명하게 그려 나간다. 

밀도 있는 구성은 재생이 멈추고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힙합의 유행 이래로 넘쳐나는 래퍼의 홍수 속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음반은 ‘작품’의 조건을 충족한다. XXX의 < Language >가 떠오르는 미래지향적인 사운드, 김심야와 저스디스와 유사한 느낌의 랩 메이킹 등이 신선함을 떨어뜨리는 점은 매꿔 나아가야할 과제이지만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래퍼의 등장을 기다린 팬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데뷔작이다.

-수록곡-
1. 괴물  
2. 돈 가져와
3. 돈 가져와 2 
4. 집에서 짐
5. 산책
6. 나방  
7. 진화  
8. 북극곰
9. 헤쳐모여 
10. 뒤 
11. 상담 내용 
12. Skit 
13. 집중 
14. 마지막처럼  
15.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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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Bronze) ‘Skyline’ (2022)

평가: 3.5/5

몇 년간 시티팝에 집중해온 프로듀서 브론즈가 전작 < East Shore >, < Aquarium >에 이어 다시 한번 레트로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간의 음악적 시도를 알뜰하게 조합한 < Skyline >은 어떤 장르를 사랑하는 뮤지션으로서의 역할에 깊이 있게 몰입하고, 그 끝에 다다르려 노력한 음반이다. 시간 여행의 타이밍이 장르 유행이 지나가는 시기에 있기에 우직한 노력의 현실적 의미를 돌아보게 하지만 단단한 음악적 매무새가 앨범을 둘러싼 여러 걱정을 잊게 한다.

앨범 전반적으로 다양한 사운드를 깔끔하게 묶어 낸 모습이다. 흥겨운 리듬의 퓨전 재즈 ‘Odyssey’와 재규어 중사(SFC.JGR)의 부드러운 알앤비 터치가 귀에 들어오는 ‘Laundry’가 대표적이다. 시티팝이라는 문법으로 쓸 수 있는 작문의 한계를 시험하는 모양새다. 어떤 사운드를 내겠다는 당위가 선제적으로 추구해야 할 곡 자체의 아름다움보다 앞서있는 부분이 종종 귀에 들어오나 긴 호흡의 프로젝트를 일관성 있게 지속했다는 측면에서 그 뚝심이 더 도드라진다.

함께한 보컬들의 음악적 성과가 돋보인다. 감각적인 장식음을 얹어내는 보컬 이하이의 절제된 그루브와 빈 공간의 미학을 들려주는 가수 후디의 매력이 간간하다. 1997년 데뷔한 일본의 아티스트 히야조 아츠코가 참여한 곡을 앨범의 마지막에 배치한 모습에서 얼마간의 자부심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유행이 시티팝의 특별한 면모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것을 본토의 뮤지션에게 인정받는 장면이다.

과거 지향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나가이 히로시의 앨범 커버 등 1980년대를 그대로 재현한 분위기가 바이닐 열풍에 힘입은 전작들의 마케팅 전략을 스치게 한다. 시간이 보정한 추억을 조명하는 모습을 볼 때 상업적 복고 경향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바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삶의 속도 조절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까닭에 생겨난 전략이다. 지금까지 나온 브론즈의 모든 정규 앨범은 많은 이가 느끼는 이러한 헛헛함을 포착한다.

1985년생 아티스트가 장르의 전성기인 1980년대에 음악을 깊이 있게 향유했을 리는 없다. 그런 뮤지션이 이전에 유행한 스타일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현실이 가쁘기 때문이 아닐까. 브론즈의 음악에선 순수했던, 혹은 순수했을 것 같은 과거에 대한 동경이 있다. 앨범 소개에서 알 수 있듯 이 음반은 긴 여행을 마친 후 우리들의 도시 속으로 돌아온 이야기다. 시티팝 리바이벌의 끝자락에서 브론즈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그때의 눈으로 지금을 갈무리한다. 과거가 꼭 미래를 약속하진 않는다는 것을 그도 아는 눈치다.

– 수록곡 –
1. Touch (with Jue)
2. Illusion (with Kim Sarang, Jason Lee)
3. Milk (with Amin)
4. Ondo (with LeeHi)
5. Odyssey (with Jason Lee, Mogawaa, Hookuo) 
6. Without the star (with Hoody) 
7. Time slip (with YUKIKA)
8. Laundry (with SFC.JGR)
9. Smooth flight (with Atsuko Hiya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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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피알 이안(DPR IAN) ‘Moodswings In To Order’ (2022)

평가: 3.5/5

디피알 라이브, 클라인, 렘, 크림으로 구성된 디피알(Dream Perfect Regime)은 음악과 영상, 패션을 아우르는 창작가 집단이다. 크루의 설립자 디피알 이안은 2020년 싱글 ‘Zombie pop’를 시작으로 알앤비와 힙합을 엮은 스타일리시한 음악과 강렬한 비주얼 메이킹으로 국적 불문 팬들의 시선을 훔치고 있다.

앨범명의 앞 글자를 딴 미토(MITO)는 디피알 이안이 구축한 또 다른 자아로 감정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미토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는 작년에 나온 EP < Moodswings In This Order >와 연결되며 조울증에 따른 심리 양상을 다룬다. 먼저 구상해 놓은 서사와 이미지를 청각화하는 방식은 첫 번째 풀 렝스 앨범 < Moodswings In To Order >에 영화 음악적 특성을 부여하고, 트랙별 뮤직비디오가 더욱 유의미해지는 이유다.

앨범의 첫 곡 ‘Seraph’부터 사운드트랙 적 성향이 명확하다. 신에게 버림받은 절망감과 분노를 ‘내 날개를 불태웠어’(I set on my wingson fire)라는 가사로 표현한 이 곡은 나직한 내레이션과 현악기로 비장감을 부여했다. 곡 중간의 브라스 세션이 기독교 심판의 날을 암시한 ‘1 shot’도 시각적 성격을 함의했다. 세상의 종말과 인생 최고의 순간을 교차하는 모순적 의미의 ‘Ballroom extravaganza’도 록적인 편곡으로 다채롭다.

복고적 요소를 감각적이고 정밀한 편곡으로 세공해 이질감을 낮췄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다룬 ‘Mood’는 전진하는 편곡과 흡인력 있는 후렴구를 담았고, 베이스 연주와 클라비넷 사운드가 펑키(Funky)한 ‘Ribbon’, 보이스 이펙트를 활용한 ‘Calico’와 1980년대의 신스팝에 현대적 감각을 덧댄 ‘Mr. insanity’로 디피알 이안만의 레트로 방정식을 세웠다.

< Moodswings In To Order >는 가상의 캐릭터 미토와 디피알 이안의 실재(實在) 사이에서 벌어진 분열의 흔적이며 세상과 신을 향해 느끼는 분노와 증오, 질시 등의 감정들을 가창과 기악으로 연기(演技)했다. 일찌감치 비주얼 디렉터로 크루를 이끌어온 디피알 이안은 이미지적 요소, 확고한 스토리라인과 더불어 개별 곡의 매력도 확보한 콘셉트 앨범을 완성했다.

-수록곡-
1. Seraph
2. 1 shot
3. Mood
4. Miss understood
5. Avalon
6. Merry go
7. Ribbon
8. Winterfall
9. Calico
10. Mr. insanity
11. Ballroom extravaganza
12. Sometimes 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