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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킴(Lim Kim) ‘MAGO’ (2021)

평가: 3/5

구각을 벗어난 < Generasian >의 과감한 탈피에 이어 뮤직비디오 속 동양 궁수의 모습으로 림킴은 흔들림 없는 영역 구축을 이어간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매한 ‘MAGO’는 한국 신화 속 창조신 마고할미에 영감을 얻어 누가 세상을 창출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역사를 재현하고자 강건한 언어로 여성의 자부심을 웅변한다. 많은 단어를 날카롭게 교차시켜 어지러운 충돌을 의도하던 전작과 비교하면 간결해진 메시지다. 시선과 물음을 자신에 한정하지 않고 타인에게로 확장해 확고한 연대를 이끄는 모습이 새롭다.

이렇다 할 대중적 요소가 결부되지 않았음에도 프로듀서 말립(Maalib)이 주조한 타악기 리듬이 일관성을 지키고 한결 정돈된 멜로디가 귀를 세운다. 아쟁과 박 등의 전통 악기를 동원해 동양적이고 원시적인 분위기도 십분 살렸다. 묵직한 저음과 을씨년스러운 날숨을 오가는 림킴의 결연에 찬 목소리는 한 혁명가의 연설 같기도. 요소와 장치들을 다수 덜어내고 비움과 호흡에 집중한 카리스마 있는 싱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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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균 ‘Here I am’ (2021)

평가: 3/5

하동균의 ‘Here I am’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친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는 곡이다. 끝날 줄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너와 내가 여기에 있어 의미가 있고, 결국 희망의 네버랜드는 곧 다가온다. 잔잔한 기타 코러스 사운드의 백 그라운드가 곡의 분위기를 이끌고 하동균 특유의 감미로운 보컬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모두가 힘든 지금의 시기에 나와 모두에게 힘을 전하는 아티스트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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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아일랜드(ASH ISLAND) ‘Island’ (2021)

평가: 2.5/5

출사표는 대개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규정하곤 한다. 상업적 성공이 어느 정도 동반할수록 그 경향은 더욱 짙어지기 마련이다.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를 두고 < 고등래퍼 2 >의 이미지보다 ‘이모 랩(Emo Rap)’의 수식어가 먼저 등장하는 것도, 2019년 로킹한 기타 사운드가 발화하는 ‘Paranoid’의 히트를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적당량 오토튠이 가미한 창법, 어둡고 탁한 프로덕션, 그리고 우울과 불안, 불특정 대상에의 갈구를 담은 가사와 같이 이모 랩이 지닌 장르적 성질은 오늘날 그의 스타일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후속작 < Island >를 이루는 골자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통상적 밴드 악기가 강조되는 1990년대 록 사운드는 여전히 주요 작법으로 자리하고, 전작의 프로듀싱을 맡은 토일(TOIL)에 이어 동류의 음악을 구사하는 스키니 브라운(Skinny Brown)이 작곡진에 합류하며 이러한 성향의 기본기를 한층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전작이 ‘애쉬’라는 명명처럼 잿빛 기조의 음악을 주로 다뤘다면 본작은 생명의 어감이 포함된 ‘아일랜드’를 호출하며 본격적으로 밝은 정체성을 다루기 시작한다. 근간을 이루던 부재의 감정 역시 드넓은 ‘자아’의 범위에서 국소적인 ‘사랑’으로 옮겨간다.

여기서 근본적인 이모(Emo)의 정의는 흐려진다. 그 낌새는 타이틀 ‘멜로디’부터 드러나는데, 산뜻한 도입부와 캐치한 훅이 강렬하게 치고 나오는 작법은 좀 더 대중적이고 유순한 ‘팝 랩’의 영역으로의 안착을 도모한다. 상쾌한 질주감을 표현하는 ‘Over’와 주스 월드의 추모곡 ‘Beautiful’이 이러한 의지를 이어받아 명징한 청춘 이미지를 그려내기도 한다. 또한 타인과의 교류도 더욱 원활하다. 각인적인 트랩 비트 아래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그랑프리’와 대규모 라인업으로 끌어올린 고조를 유지하는 ‘Checks’는 순도 높은 청적 쾌감을 선사한다.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마침내 완성된 ‘애쉬’와 ‘아일랜드’의 퍼즐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완성된 형태라고는 답하기 어렵다. 비슷한 지향점을 겨냥하는 ‘Okay’는 피처링의 부조화로 쌓아올린 집중력을 상실하고, 전작의 기조와 닮은 ‘A star is born’은 팝 시장의 권력을 구가하는 포스트 말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차분한 어조로 호소하는 ‘Eclipse’와 정반대로 빠른 속도감을 무기로 내세운 ‘Lonely’는 완전한 팝으로의 전복을 꾀하지만 변곡점을 그릴 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며, 전술한 ‘그랑프리’와 ‘Checks’에서는 본인의 역량이 참여진의 개성에 가려지는 양상을 보인다.

습작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 Ash >가 ‘이모 랩’ 계승의 의지를 드러내는 일관성과 이어 웜(Ear Worm)을 유도하는 임팩트로 놀라운 흡입력을 창출했다면 < Island >가 확보한 새 국면은 애쉬 아일랜드 본인에게 생명력을 부여함과는 별개로 작품 자체의 소구력에서 다소 빈약한 모습을 보인다. 여러 시도 가운데 여운을 주는 트랙보다 그렇지 않은 쪽의 비율이 높다는 점도 산만함을 부여하는 원인이 된다. 본작에서 보여준 준수한 장르 소화력을 토대로, 이를 다듬어 도약의 발판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 수록곡 –
1. 멜로디
2. Okay (Feat. 스윙스)
3. Over 
4. A star is born
5. 그랑프리 (Feat. Beenzino) 
6. Checks (Feat. 수퍼비, 박재범, The Quiett)
7. Eclipse
8. Lonely
9. Error (Feat. Loopy)
10. Beautiful (Feat. Skinny Brown) 
11. One More Night (Feat. Lilb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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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보이, 원슈타인(lIlBOI, Wonstein) ‘FRIENDS’ (2021)

평가: 3/5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됐다. 2020년 < 쇼미더머니 9 >의 자이언티 & 기리보이 팀에서 자웅을 겨뤘던 그들이 다시 비트를 맞춘다. 경연대회에서 ‘Officially missing you’와 긱스라는 흔적을 가리고 우승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릴보이’와 노래하듯 랩하는 싱잉랩을 넘어 뮤지션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원슈타인’이 십년지기 친구 같은 호흡으로 그루브를 탄다.

가사는 오랜 벗과의 소회를 담았지만 ‘꽃길이었으면 해/우리들 새로운 시작이’라는 도입부이자 후렴은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응원처럼 다가온다. 음악에서는 옛 교우와의 추억을 노래하지만, 현실에서는 새로운 우애가 싹트는 재밌는 상황을 어색함 없는 두 사람의 근사한 래핑이 살린다. 곡의 분위기조차도 편안한, 여러모로 ‘친구(들)’라는 제목에 충실한 싱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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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치, 영케이(Young K) ‘What a wonderful word’ (2021)

평가: 3/5

박문치라는 이름만 보고 과거에 빚진 레트로 댄스 트랙을 우선적으로 떠올리면 곤란하다. 이 노래는 ‘프로듀서’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감미로운 알앤비 트랙이기 때문. 리드미컬한 비트 위를 교차하는 기타와 키보드의 섬세한 터치를 중심으로, 사랑의 설렘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영케이의 보컬이 지휘자의 의도를 넘치게 소화하고 있는 느낌. 다소 무난한 느낌이긴 하나, 좋은 멜로디와 탄탄한 편곡으로 이루어진 그 뼈대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낭만을 선사한다. 가창자에게는 그룹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감성을, 프로듀서에게는 어떠한 틀에 머물지 않는 역량을 함께 전달하는, 꽤 괜찮은 사랑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