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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MAP OF THE SOUL : 7′(2020)

평가: 3.5/5

방탄소년단이 집약한 ‘영혼의 지도’는 데뷔 이후 일곱 멤버들이 밟아온 지난 7년 간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한다. 지난해 초 선보인 < MAP OF THE SOUL : PERSONA >의 다섯 트랙이 국제 시장을 호령하는 월드 스타의 기쁨과 설렘을 집약한 후, 그 누구도 걷지 못했던 길을 개척하는 고독과 두려움을 ‘Interlude : shadow’ 이하의 곡들이 어두운 장을 들춰 보인다.

빛과 그림자를 대비한 후 굳은 의지로 밝은 미래를 노래하는 서사는 앞서 < Love Yourself > 시리즈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 Map OF THE SOUL : 7 >이 새로운 건 역설적으로 이 앨범의 설계가 과거를 기반으로 하는 덕이다.

앨범은 2013년 데뷔 초 ‘학교 시리즈’ 방탄소년단의 도면 위 그룹의 지난날과 다가올 앞날을 동시에 쌓아 올려 전시한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가 ‘상남자’를 계승한다면 ‘On’은 ‘N.O’에 해당하고, 앨범을 닫는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은 연습생 시절부터 만들어온 ‘We are bulletproof’ 시리즈의 마무리다. < 2 Cool 4 Skool >의 인트로를 샘플링해 만든 제이홉의 솔로 ‘Outro : ego’는 순환의 결정적인 증거.

그룹의 회고는 ’00:00 (Zero o’clock)’에서 보컬 라인이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 차원과 RM과 슈가의 듀엣 ‘Respect’의 복고적인 스크래칭과 랩 사운드 차원으로 나눠진다. 전자에선 보컬 멤버들의 솔로곡 ‘Moon’, ‘시차’, ‘Inner child’와 지민과 뷔의 ‘친구’ 등 이지 리스닝 팝이 주를 이루고, 후자의 랩 파트는 ‘Black swan’의 절박함과 ‘욱 (Ugh!)’의 반항, ‘Outro : ego’의 에너지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춘다.

이 구성이 방탄소년단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개인적인 차원은 물론 케이팝 보이그룹의 역사를 요약하여 압축하는 서사의 차원으로도 들린다는 점이 흥미롭다. 거대 팬덤과 함께 규모를 확장해온 그룹의 팬송 < MAP OF THE SOUL : PERSONA > 시리즈부터 서태지의 ‘교실이데아’와 H.O.T ‘아이야!’의 적자임을 증명하는’욱(Ugh!)’,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숙해가는 ‘시차’의 메시지와 멤버 간의 우정과 화합을 노래하는 ‘친구’까지 여러 부분에서 방탄소년단은 자신을 정립하며 동시에 케이팝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젊은 팝스타 트로이 시반과 함께한 ‘Louder than bombs’와 시아(Sia)가 참여해 ‘케이팝에 없던 거대한 것’을 만들고자 한 ‘On’은 의외로 앨범에서 겉돈다. 이는 세계가 그들을 사랑하게 된 서사의 바탕이 UN 연설처럼 철저히 멤버들의 개인적 경험과 케이팝 특유의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한 로컬의 경험인 덕이다. 라틴 리듬의 어쿠스틱 팝으로 꾸린 지민의 솔로곡 ‘Filter’처럼 좋은 결과물도 있지만, ‘On’만큼은 시아 없이 방탄소년단만의 목소리로 꾸린 버전이 더 어울린다.

케이팝 그 이상을 넘어 전진하고자 하는 방탄소년단에게 < MAP OF THE SOUL : 7 >은 새로운 2020년대의 모습을 위해 필수불가결적이었던 정체성 확립과 정리의 작품이다. 팝스타들과의 단순 콜라보레이션을 넘어 세계에 충격을 안기고 국제 규격에 연착륙하는 것이 그들의 향후 과제임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적어도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음을 증명하며 ‘방탄 스타일’은 물론 케이팝의 표준 양식을 제시한다. 

BTS가 세계의 아성에 도전하는 동안, 수많은 케이팝 산업의 관계자들과 그룹들은 우선 이 기념비적인 앨범을 수없이 참고하고 뛰어넘어야 그 다음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 수록곡 –
1. Intro : Persona 
2.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Feat. Halsey)
3. Make it right
4. Jamais vu
5. Dionysus 
6. Interlude : shadow
7. Black swan
8. Filter 
9. 시차
10. Louder than bombs
11. On
12. 욱 (Ugh!) 
13. 00:00 (Zero o’ clock)
14. Inner child
15. 친구 
16. Moon
17. Respect 
18.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
19. Outro : ego 
20. On (Feat. Sia) (Digital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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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블렛(Cherry Bullet) ‘무릎을 탁 치고 (Hands up)'(2020)

듣자마자 떠오른 건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엘리제를 위하여’ 보다도 ‘유혹의 소나타의 그 멜로디’로 대중에게 더욱더 익숙했던 선율을 재사용한 것은 소속사의 안일함과 직결된다.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다고 해서 대중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난데없이 등장한 무성의한 샘플링은 촌스러움으로 재탄생했다. 게다가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의 ‘Worth it’과 닮은 비트까지. 한 마디로, 매력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파트를 맛깔나게 잘 소화했다는 것만 빼면 이 곡에 장점은 없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마저도 동일한 어절의 반복, ‘Hands up!’하고 끝 음을 올리는 작법으로 아이돌 음악에서 이미 익숙한 디렉팅을 선보인다. 어느 그룹이 불러도 무난하게 흘러갈 이 곡에 체리블렛은 없다. 차라리 베이스 리듬이 강조된 ‘Q&A’라든가, 신시사이저의 청량한 사운드를 활용한 ‘네가 참 좋아(Really Really)’가 체리블렛의 이미지를 잘 살려준 곡이다.

데뷔 1년 차 체리블렛, 지체할 시간이 없다. 팀의 색깔과 시대의 유행을 정확히 간파해야 할 소속사 역할의 부재가 낳은 안타까운 결과물. 무릎을 탁 치기보다 이마를 짚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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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Hyukoh) ‘사랑으로'(2020)

평가: 3.5/5

혁오는 하나, 둘 나이를 세어가는 것을 멈췄다. 동시대의 청춘들이 혁오를 동경할 수 있었던 건,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맘껏 비틀대기를 노래하던 그들의 음악에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춘들의 스타가 되어 함께 나이 들어가던 그들이 이제는 시야를 넓혀 청춘이 살아갈 세상을 노래한다. 잠시 멈춰서서 바라본 혼란의 시대, 이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사랑’이다.

그들은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대중성 대신 메시지를 택했다. ‘Help’는 보사노바 리듬에 서정적인 선율을 지녔지만 다이내믹 없이 분위기가 유지되고, ‘New born’의 8분이 넘어가는 긴 러닝타임 또한 혁오가 대중성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감각적인 로파이 사운드로 대중의 소구력을 이끈다. 데뷔 초부터 그들을 수식한 힙(hip)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 다만 대중성 아닌 메시지에 집중했건만, 전작 <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에 이어 한글 가사의 부재로 그 전달이 어렵다는 점이 모순으로 작용한다.

전곡이 타이틀 곡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수록곡을 개별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앨범 내내 비슷한 톤이 유지되며 수록곡간의 이질감이 없다. ‘Hey sun’은 경쾌한 드럼 리듬을 시작으로 일렉기타의 클린톤(효과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맑은소리)을 사용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리드미컬한 베이스 리프 위에 오혁의 스캣이 얹어진 ‘Silverhair express’는 플루트와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해 색다른 편곡을 선보인다.

앨범의 절정은 앞서 언급한 9분에 달하는 ‘New born’이다. 간주에서부터 서서히 고조되다가 난해한 일렉기타와 몽환적인 효과음으로 슈게이징을 연상시키며, ‘당신은 어둠 속에서 휘파람을 불고 있어요 / 그러니 내려와서 살펴봐요 / 우리가 있는 여기 원점으로 다시 오세요’라는 가사로 앨범의 주제인 ‘사랑’을 주지시킨다. ‘Flat dog’는 원코드(하나의 코드)로 진행된다는 점과 멜로디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비틀스의 ‘Come together’가 떠오른다.

자신들의 예술적 능력을 적극 활용해,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원하는 마음을 < 사랑으로 >에 담아냈다. 더이상 그들이 단순히 ‘힙한 뮤지션’이 아닌 ‘진정성 있는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증거다. 나이를 세어가는 것을 멈췄을 뿐, 여전히 우리네 이야기를 노래한다. 다시 < 25 >로 돌아올지언정, 그들의 음악은 사라지지 않고 여기에 있다. 혁오가 한철 지나가는 ‘힙스터 밴드’로만 남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이 앨범으로 덮어두는 것이 좋겠다.

– 수록곡 –
1. Help
2. Hey sun
3. Silverhair express
4. Flat dog
5. World of the forgotten
6. New b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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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이치원(pH-1) ‘Nerdy love (Feat. 백예린)'(2020)

평가: 3/5

랩 소절이 한차례 지나가면 초빙된 객원 보컬이 훅을 하는, 매드 클라운과 산이가 5년 전쯤 차트 겨냥을 위해 남용하던 이 패턴은 하이톤의 래핑과 보컬의 온도 부조화, 진부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단순한 전개 방식의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하이어뮤직 소속의 피에이치원(pH-1)의 ‘Nerdy love’는 이 포맷을 당당히 차용한다. 선배들이 극복하지 못한 부분을 본인의 장점으로 능숙히 해결하는 모습과 함께 말이다.

작정하고 승부처를 내건 곡이 아님에도 차트에 이름을 올린 힙합 노래 중 가장 트렌디하고 대중 친화적이다. 백예린의 훅과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싱잉 랩이나 곡 전반에 묻어나는 긍정 분위기, 그리고 < HALO >의 ‘Like me’부터 꾸준히 밀어 온 신선한 ‘너드미’ 콘셉트가 그 이유다. 독자적 입지를 다지면서도 보기 드문 포용력으로 대중성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드니, 어쩌면 고착화된 힙합 신에 대중이 설 위치를 마련할 적임자가 드디어 등장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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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Black swan’(2020)

평가: 4/5

다섯 음계로 시작하는 도입부 기타는 가야금 소리처럼 들리고 이어지는 이모 힙합의 비트 위에 유유히 흐르는 슈가와 알엠의 래핑은 곡 전체를 진지하게 끌어당기고 어둡게 채색한다. 동양의 고전과 서양의 최신 유행이라는 전혀 다른 두 요소가 양립하고 뒤엉켜 커져버린 위치에서 벗어나 깃털처럼 훨훨 날고 싶어 하는 내면을 형상화한다. 이와 함께 음악과 무대는 자유고 이것을 못하게 되는 것이 곧 죽음이라 읊조린다. ‘Black swan’은 트랩 힙합 스타일이었던 ‘Fake love’의 연장선이고 슈가의 솔로 프로젝트 ‘Shadow’는 ‘Black swan’에 대한 암시였다.

2019년에 공개한 < MAP Of THE SOUL : PERSONA >에서 밝고 가벼운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첫 싱글로 발표한 것과 반대로 이번에는 무겁고 철학적인 ‘Black swan’을 선택해 균형자를 맞춘다.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한 비틀즈처럼 방탄소년단도 이 곡을 통해 고통스런 성장과 성숙을 마주한 채 내년에 열릴 그래미를 미리 겨냥한다. 

미국의 현대 무용수 마사 그레이엄의 말처럼 방탄소년단도 자신들의 음악이 외면 받고 무대에 서지 못할 때가 오겠지만 ‘Not today’, 지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