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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이치원(pH-1) ‘Lately (Feat. Hoody)’ (2021)

평가: 3/5

피에이치원의 겨울왕국엔 외로움이 군림한다. 작년 한 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폭넓게 협업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 그가 2018년 ‘Communicate’ 이후 후디와 다시 한번 합을 맞췄다. 3년 만에 힘을 모은 듀오의 연말은 온기와 낭만이 사라진 지 오래다.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기타 리프가 건축한 알앤비 넘버엔 소울 넘치는 사색과 고독감만이 서려 있다. 계절감 가득한 멜로디에 부드러운 랩을 얹어 어긋난 관계와 결별을 노래한 이들의 동계작전은 쓸쓸한 감정을 증폭한다. 완급 조절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래퍼와 적재적소에 존재감을 발휘한 싱어, 그리고 힙합 레이블 AOMG의 범용성이 빛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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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Celebrity’(2021)

평가: 3.5/5

체인스모커스의 ‘Roses’와 ‘Closer’, 핑크의 ‘Just give me a reason’의 선율을 닮은 곡 자체는 무난하다. “You’re my celebrity” 훅이 전반에 반복되며 캐치한 멜로디를 갖춘 선공개곡은 향후 공개될 5번째 정규 앨범에 대한 스케치를 그려보게끔 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하지만 이런 예고편 격의 노래조차도 아이유의 손 끝에서 쓰인 ‘사랑 시’와 함께라면 더없이 소중해진다.

‘별난 사람’들을 격려하는 마음으로부터 추출한 “잊지 마 넌 흐린 어둠 사이 /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의 가사 한 줄만으로도 특별하다. “골칫거리 아웃사이더”도, “상상력, 아이덴티티까지 모두 다이어트”하는 이들도 점선을 따라 하나로 이어 “발자국마다 이어진 별자리”로 그려낸다. 모든 부분에서 최정상의 아티스트가 화려한 셀러브리티의 칭호를 어둠 속 마이너리티들에게 양보하며 격려와 동행을 노래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Celebrity’는 자전적인 이야기다. 뮤직비디오 속 숱한 제약 속 슈퍼스타로 살았던 “기묘했던 아이”(‘너랑 나’)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팔레트’)이라는 깨달음의 시간을 거쳐, “백만 송이 장미꽃을 나와 피워볼래(‘Blueming’)”라 만개한 후 마침내 불특정 다수를 격려하고 끌어안는 서사다. 아이유 아래 자아를 고민해온 인간 이지은의 경험이 더해지며, 노래 속 응원은 가장 깊은 곳 억눌린 자아의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로 깊게 확장된다.

작곡가 라이언 전과 클로이 라티머의 소프트 EDM도 최신의 문법이 아니지만 좋은 수로 결론지어진다. 간결한 구성과 익숙한 장르로 접근성을 넓히고 몰입도를 높인다. 평범도 비범하게 만드는 아티스트의 티저로 적절한 선택. 신세대의 감각과 현시대가 원하는 보편적 위로의 감성을 양 손에 쥔 아이유는 ‘왼손으로 그린 별’들을 모아, 소외된 이 없이 모두 함께 빛날 수 있는 차가운 우주 속 따스한 은하수를 펼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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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Whale’ (2020)

평가: 3/5

예열 없이 시작되는 보컬. 즉 곡의 도입과 동시에 보컬이 터져 나오는 구성에서 노래가 초점 맞추고자 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청량한 신시사이저와 경쾌한 기타 리듬에 덧댄 힘 있는 세정의 목소리가 적절한 시너지를 낸다. 자신을 고래에 빗대 만든 서사 역시 무난한 소재가 되나 묘한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맑고 강하게, 또한 멜로디컬하게 고조되는 메인 신시사이저 선율과 내세운 콘셉트에 그 어떤 새로움은 없다. 전체의 질감이 무딘 것은 아니나 날 선 묘안은 아닌, 안정 노선을 안전하게 오간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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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Dynamite’ (2020)

평가: 2.5/5

‘Dynamite’는 70년대에 충실하다. 뮤직비디오에서 골반을 튕기며 손가락을 허공에 찌르는 춤사위와 복고적인 패션은 1977년 디스코 붐을 일으킨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를 연상케 한다. 음악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드럼과 기타, 베이스가 정박자에 맞아떨어지는 신나는 리듬과 그 위에 얹어진 팝스러운 선율은 듣기 좋은 디스코 팝이 분명하다.

1970, 1980년대 미국을 주름잡은 디스코를 차용해 한결 쉬워진 음악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이러한 문법은 팝스타의 색채를 짙게 하는 반면, 방탄소년단의 잔상을 옅게 하는 장단점을 동시에 공유한다. EDM 사운드를 겹겹이 쌓아 올린 ‘DNA’에서의 폭발적인 전율과 인상 깊은 멜로디도 부재하고, 빠른 템포 안에서 멤버들의 보컬은 매력을 분출하지 못한다. 빌보드 싱글 차트를 선점하고자 외국 작곡가들을 섭외한 일종의 성장 전략은 성과적 측면에서 적기일지 모른다. 다만 차트로 진입한다 한들, 이것이 커리어에 획을 긋는 음악이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방탄소년단은 케이팝 스타를 거쳐 팝스타가 되어가고 있다. ‘Dynamite’ 역시 빌보드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각국에서 리액션 비디오가 업로드되는 등 안팎으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의도도 대중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 세계로 뻗어가지만, 모순되게도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를 기점으로 음악적 내실은 점점 공허해졌다. 그저 히트작을 남기는 팝스타를 지향점으로 삼기에는 그들에게 주어진 것도, 주어질 것도 많다. 어느 것도 놓치지 않았던 그 세밀함을 다시 한번 복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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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치 ‘Cool한 42 (with 박문치 유니버스)’ (2020)

평가: 2.5/5

예능 프로그램 < 놀면 뭐하니? >에서 싹쓰리(유듀래곤, 린다G, 비룡)에게 갈 뻔한 곡을  매만져 박문치 유니버스와 함께 잔치를 벌였다. 박문치 유니버스는 레트로 대표주자 기린, ‘널 좋아하고 있어’를 같이 부른 준구, 인디밴드 일로와이로의 강원우 등이 모여 박문치의 음악 세계를 보조하는 모임이다.

복고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사운드와 도입부의 갈매기, 파도 소리에서 전해지듯 음악은 1990년대 추억의 여름을 가리킨다. 다른 뮤지션을 위해 의뢰를 받아 만들었고 뉴트로라는 자신의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커리어 상의 특별한 접점을 남기진 않는다. 다만, ‘행복하게, 재미있는 것을, 같이 한다’라는 박문치의 모토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자신의 길을 단단히 다져가는 박문치 신곡이 특별하진 않아도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