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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아이즈원(IZ*ONE) ‘Fiesta'(2020)

평가: 2/5

도입부 이후 빨라지는 템포, 느슨해진 두 번째 벌스와 메인 보컬 조유리의 빌드업을 지나고 나면 화려한 전자음으로 점철된 드롭 구간이 ‘빵!’ 하고 터진다. 여기에 정직한 댄스 비트까지, ‘비올레타의 자가복제 그 자체다.

자가복제라는 말을 완전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비올레타’를 작곡한 최현준, 김승수가 다시 만나 전작과의 연속성을 가진, 상당히 세련된 일렉트로 팝을 만들어냈으니. 다만 축제를 알리듯 브라스 악기를 모방한 사운드만 빼면, ‘비올레타’의 잃어버린 쌍둥이를 찾은 것 마냥 둘의 유전자가 동일해 말 그대로 ‘차이’를 모르겠다는 뜻일 뿐이다.

활동곡 자체로만 보자면, 기존의 논란 자체를 깡그리 무시한 채 그대로 밀고 나간 것 같으나(심지어 노래 제목도 ‘피에스타’가 아닌가!), ‘Destiny’나 ‘You & I’처럼 기만적인 트랙이 수록되어 있는 걸 보면 ‘Fiesta’가 활동곡으로서는 최선이었겠구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힘을 달라는 ‘Dreamlike’가 지금 시점의 아이즈원에게 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아무런 힘없는 소녀들 뒤에서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파렴치한 어른들의 셈법 치고는 상당히 매력도가 떨어지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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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나플라(Nafla) ‘태워'(2020)

평가: 3/5
  • ‘Jail’, ‘Wu’에서 보여준 그의 붐뱁을 기대했던 팬에겐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한 장르에 매몰되기에 나플라는 다재다능하다. 정규앨범 < u n u part. 2 >의 두 번째 선 공개 곡인 ‘태워’는 랩이 아닌 노래로 1월에 발매한 < u n u part. 1 >의 이별 감성을 이어간다. 이미 ’35th night’, ‘4 tied hands’에서 보컬의 가능성을 보였던 나플라는 전작의 수록곡 ‘Love me’와 ‘슬픈 노래만 들어’를 거쳐 이번 곡으로 래퍼라는 틀을 벗어나 음악적 재능을 발현한다.

    1990년대 알앤비를 재현한 ‘태워’는 보컬이 중심이다. 빡빡하게 진행되는 멜로디를 느린 기타와 잘게 박자를 나눈 하이햇을 더해 그루브를 만들며 필요한 감정만을 표현해 확실하게 강약을 조절한 뒤 곡의 절정에서 ‘이미 이미 이미 이미 떠난 마음을 어떻게 잡어’라며 고조된 분위기를 팽팽하게 당겨 유지하는 그의 가창 기술이 돋보인다. 경연 프로그램 < 쇼미 더 머니 >에서 우승한 후에 트랩, 싱잉 랩 등 다양한 시도로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발전했다. 그의 변화에 의문 대신 확신을 가져다 줄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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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Album

아이콘(iKON) ‘I decide'(2020)

평가: 3/5

2018년 대박 히트곡 ‘사랑을 했다’의 옳은 예다. 너나 할 것이 전세대가 (자 타의로) 빠져들었던 그 노래의 쉬운 멜로디, 평탄한 진행, 선명한 후렴구 등의 특징을 그대로 끌어온 짧은 EP는 총 5개의 수록곡을 크게 하나의 범주 아래 집합시킨다. 그건 바로 ‘후크송’이다. 첫 번째 곡 ‘Ah yeah’가 일렉트릭기타와 중후반부 트랩 사운드의 이질적인 결합으로 거친 질감을 만들고 마찬가지로 타이틀 ‘뛰어들게’는 요즘 잘 쓰지 않는 옛 감성의 하모니카 소리를 전면에 배치. 흔히 말하는 뽕짝의 걸쭉함이 연상되는 위험을 택한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사운드 소스를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강단 있는 선택과 따라 부르기 쉬운 선율이 전체 음반을 가득 채운다. 대놓고 클랩 비트(박수소리)와 싱어롱 지점을 남겨 둔 ‘온 세상’은 뽕뽕거리는 신시사이저로 아기자기한 귀여움을 강조하고 미드 템포의 발라드 ‘견딜 만해’ 역시 건반 사운드로 시작해 또 한 차례의 킬링 포인트를 밀어 붙인다. ‘너란 바람 따라’가 그다지 인상 깊은 지점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그 노래가 가진 전형적인 발라드 구성 때문이 아닌 앞선 곡들에게는 있던 찰진 후크 감각의 부재 때문이다.

거칠고 투박한 사운드를 망설임 없이 사용한 선택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대부분의 수록곡에 잘 붙는 후렴을 만들어낸 것도 그(들)이 좋은 대중 감각을 지녔음을 반증한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그 지휘권이 이제 더 이상 아이콘의 멤버가 아닌 비아이(B.I)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응집력을 지닌 끝 곡 ‘너란 바람 따라’에 한 스푼 부족한 매끈한 멜로디는 이 그룹의 경계를 잘 드러낸다. 제대로 전체 연령을 사로잡을 곡이 아니라면 여타 아이돌 그룹과의 차이점을 뚜렷하게 건져 내기 어렵다.

때문에 이 음반은 ‘사랑을 했다’ 유의 좋은 예가 될 수 없다. 선두에 있던 멤버의 색채가 빠진 다음 작품을 놓고 봐야만 더 깊이 있는 방향성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으로서는 그룹 아이콘의 변화를 담지 않은 아직은 이전 활동 영역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 수록곡 –
1. Oh yeah
2. 뛰어들게 (Drive) 
3. 온 세상 (All the world)
4. 견딜만해 (Holding on) 
5. 너란 바람 따라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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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슈퍼 주니어(Super Junior) ‘2YA2YAO!'(2019)

평가: 2.5/5

아홉 번째 앨범인 < Time_Slip >을 리패키징한 < TIMELESS >에서 ‘아무노래 챌린지’의 지코와 처음으로 힙합에 도전했다. 원판의 흥겨웠던 타이틀 ‘SUPER clap’과는 다르게 ‘2YA2YAO!’는 묵직한 비트가 특징이며, 진지함이 묻어나는 멤버들의 래핑 사이로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는 지코의 손길은 장점이다. 새 길을 개척하는 데에 신선함보다 안정성에 기초한 협력과 데뷔 16년 차의 연륜이 곡을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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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Album

이하이 ’24℃'(2019)

평가: 2/5

3년 만의 신보에 주인공 이하이는 없다. 노래 자체의 완성도를 차치하고 가사의 주체로서 음악의 해석자로서 본인의 주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나이와 같은 24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여기에는 ‘나’가 없다. 주류의 회사에 의한 규격만 존재할 뿐이다.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운 타이틀 ‘누구 없소’는 인기가 한풀 죽은 EDM의 구조를 적극 사용한다. 포인트 되는 드롭, 그러니까 킬링 파트로 내세운 인도풍 선율이 등장하고 한영애의 레전드 송 ‘누구 없소’를 인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려 하지만 모호한 인상에 특별한 잔상이 남지 않는다. 위너의 ‘몰라도 너무 몰라’, 오마이걸의 ‘Checkmate’ 등 이미 여러 차례 다른 아이돌이 선보인 구성이며, 무대 위 장악력도 뛰어나지 않아 보컬리스트, 아이돌, 퍼포먼스 세 꼭짓점 중 어디에도 무게가 쏠리지 않는다.

짧은 EP에 상업적 성과를 낼 곡이 ‘누구 없소’였다면 아이콘의 비아이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앤비, 발라드를 담았다. 지소울이 피처링한 ‘No way’는 재지한 피아노로 시작해 기존에 그가 주로 풀어온 소울풀함에 기대여 흘러가고 오히려 두 보컬의 어우러짐은 멀어진다. 칠한 사운드로 문을 여는 알앤비 ‘Love is over’도 마찬가지로 평평하다. 훌륭한 음색에 풍부한 가창이지만 노래의 맛을 살리는 여유가 없다. 때에 맞춰 들어가는 코러스, 터트릴 만큼만 터져 나오는 감성에 뮤지션 스스로의 호흡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탓에 이하이가 작사, 작곡에 함께한 ’20분 전’은 설득력을 잃는다. 곳곳에 포진된 사랑 이야기는 도통 그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고 좋은 보컬을 가졌음에도 짜인 대로만 쓰이는 탓에 매끄럽지 않다. 업 템포의 리드미컬한 수록곡 ‘한두 번’ 역시 통통 튀는 피처링의 래핑을 담아 젊은 감성을 노렸지만 ‘네가 나한테 물 먹을 때마다 쪽팔려 죽을 것 같아 / 마음 편한 적 없고 그냥 엿 같았어’ 등의 가사를 풀어낸 이하이는 겉돌기만 한다. 결론적으로 중심이 무너졌다.

과거 ‘손잡아 줘요’에서 드러냈던 완전한 복고풍의 소울, 펑키함도 ‘한숨‘을 통해 전한 상처의 치유도 없다. 유행에 맞춰 차용한 트렌디한 곡조는 이하이만의 무언가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성숙함의 증명으로 표현한 알앤비, 발라드는 그가 진보 아닌 퇴보를 이어가고 있음을 되려 증명했다. 확실한 곡 해석도 주도적인 보컬 표현도 없다. 이 사랑 음반에 공감할 수 없다.

– 수록곡 –
1. 누구 없소 (feat. B.I of iKON) 
2. No way (feat. G.Soul)
3. Love is over
4. 한두 번 (feat. Choi Hyun Suk of Treasure)
5. 20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