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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들 ‘Generation'(2021)

평가: 2.5/5

공정성의 시대, 호미들이 사랑받는 법
오늘날 서사 없는 ‘머니 스웩(swag)’은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스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힙합에서 스웩이 스웩으로써의 역할을 하려면 제대로 된 디딤돌이 있어야 한다. 음악 청취자가 그들의 자기과시를 인정하고, 동경하고, 그리하여 그들을 ‘진정한 래퍼’로 받아들였을 때 스웩은 스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출생으로 동네 친구 셋이 모여 만든 호미들에게 스웩의 디딤돌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다. 처음 대중의 관심을 끈 EP < Ghetto kids >를 비롯해 이들이 계속해서 끌어오는 게토(빈민가) 서사는 호미들 스웩의 진정성을 만든다. 즉, ‘주머니가 무거워서 바지가 안 올라가'(‘빽’)는 삶을 사는 현재는 ‘매일 밤 날 태우고 여주로 데려가던 그때 그 봉고차'(‘내 목소리가 들리지’), ‘가끔 영등포 폐가 때처럼 땀 흘리며 인나'(‘말했었잖아’)던 시절과 등치가 되며 그들만의 정체성이 된다.

정규 1집 < Generation >엔 그런 정체성이 가득 차 있다. 또한 이는 그들 스웩에 서사적 완결성을 부여한다. ‘Business man’의 ‘쟤네들은 가사 쓸 때 전부 허위로 / 우린 우리만의 노력으로 전부 이뤄’나 ‘뚝’의 ‘바쁜 척해 술 리에서 보여 매일 / 우린 여전히 작업해 / 나는 직접 만들어 내 돈’이란 발화는 가난했던 시절과 맞닿으며 무결한 성장 서사로 완성된다. 누구와 달리 정말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래퍼로서의 진정성을 내세우는 것이다.

‘진정성’은 호미들에게 있어 양날의 칼이다. 가난이 그들만의 ‘정체성’이자 ‘진정성’의 토대가 될 수 있지만 이후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차, 명품, 가족, 여자.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 소환하는 소재가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하다 못해 일면 시대착오적이란 느낌까지 든다. ‘Intro’부터 ‘리제로’로 이어지는 전반부는 가히 레퍼런스의 반복이자 누구나 쓸 수 있는 비유의 절정.

‘벌고서 보니까 이거만 한 게 없더라 ** 최고야 명품과 사치 ferrari 488′(‘Generation’), ‘우리가 바지 내릴 때 넌 앞머리나 내리고'(‘No hook’), 등 차나 명품을 향한 예찬을 힙합 문화의 허슬에 엮어 해석하더라도 거의 모든 곡에 쓰이는 혐오 표현은 호미들이 대표하고자 하는 대상이 누구인가 묻게 한다.


‘리제로’의 다음 표현을 보자. ‘밥 먹을 땐 아무거나 먹지만 / 하룻밤을 보낼 땐 언제나 미식가’. ‘RPM 8000’은 ‘그녀는 먹고 싶어 해 내 빠삐코 / 백화점으로 산책 화장실 갈 때 아니면 1층만 가네’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그들의 곡 안에서 여성은 ‘싼 티가 나는 여자 BJ'(‘다 그대로’)로, ‘bitch’로, 나아가 ‘hoe girl’로 차용될 뿐이다.

결국 이들이 대표하고 연대하고 손을 얹는 것은 ‘차용되지 않고 차용할 수 있는, 차용하는 것을 꿈꾸는 자’들 이다. 음반 명인 ‘세대(generation)’가 지칭하는 것 역시 앞선 예시의 사람만을 포함한다. 결국 ‘난 끝까지 너네의 힘이고'(‘하루가 달리’)와 ‘이젠 우릴 믿고 도전해 my friend'(‘Outro’)로 이어지는 음반의 마무리까지 어떤 청취 층은 끝끝내 비가시화된다.

공정성의 시대 호미들의 성공이 ‘특정 세대’에게 사랑을 받는 건 ‘한 세대’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난, 성공, 책임감, 여성의 수단화 등등. 이 앨범은 그 쓰라린 초상을 보여주고 그 초상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호미들의 넥스트 스텝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이 이 배제를 어떻게 풀어가며 ‘가난 서사’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호미들의 머니 스웩, 진정성, 정체성이 짙어지느냐 흩어지느냐는 이 음반을 시작으로 다시 출발선 앞에 섰다.

– 수록곡 –
1. Intro
2. Generation(Prod. by Leansmoke)
3. No hook
4. 빽! 
5. 쟤넨 다 바보
6. 리제로
7. 말했었잖아 
8. 내 목소리 들리지 
9. 다 그대로 
10. Business man
11. RPM 8000
12. 뚝
13. 하하호호
14. 하루가 달리
15.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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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다혜차지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2020)

평가: 4/5

국악계에 젊은 바람이 분다. 그것도 여러 방향에서 꽤 굵직한 풍향을 타고 불어온다. 오랜 기간 젊은이들의 취향과 먼 거리에 서 있던 국악에 서양 악조를 가미, 펑키(Funky)하고 로킹한 국악으로 재탄생했다.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일으킨 동서양 장르 간의 화합은 다시 젊은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유튜브 라이브 채널 < 앤피알 뮤직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NPR Music Tiny Dest Concert) >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그룹 씽씽을 시작으로 오방신과, 한국남자(이희문x프렐류드), 이날치 그리고 추다혜차지스 등이 새로운 ‘힙 사운드’의 제격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 씽씽 출신 소리꾼 추다혜가 주축이 되어 만든 추다혜차지스의 위치는 특별하다. 팀을 꾸린 지 이 년 만에 발매한 첫 정규 <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는 한국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던 무가 그러니까 굿 음악을 중심 에센스로 삼고 그 곁을 레게, 재즈, 펑크(Funk), 록으로 감쌌다. 무속 음악이 주는 오싹함을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와 맞닥트려 시원한 쾌감을 만들고 군데군데 중독적인 펑크 리듬과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장착해 무가인 듯 무가 아닌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평안도, 제주도, 황해도에 전해져 내려오는 작자 미상의 무가를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 가사를 개사한다. ‘비나수+’는 노랫말 사이 ‘서울하고도 특별시라 서대문구 연희동 로그스튜디오로’란 서사를 넣어 곡에 현재성을 부여하고 ‘차지S차지’의 경우 대부분의 가사를 추다혜가 직접 다시 썼다. 돋보이는 것은 추자혜의 존재감이 비단 앨범의 뒤편에만 놓인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전체 음반에서 주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추자혜의 목소리다. 가사와 가창을 전면에 세우고 악기의 음색은 후면에 배치, 본래 소리가 가지고 있는 정수를 흔들림 없이 밀어붙인다.

이렇게 우리 음악의 정형성이 주가 될 수 있는 건 충실히 바탕을 다지는 악기 덕택이다. 노선택과 소울소스에서 기타를 쳤던 이시문, 윈디시티, 까데호 등에서 활동한 베이시스트 김재호, 김오키뻐킹매드니스에서 드럼을 연주한 김다빈이 덜도 없고 더도 없이 딱 적당한 조미를 가한다. 한마디로 어우러짐의 시너지가 상당하다. 또 한 마디로 어우러짐의 무게중심이 신선하다. 몽환적이고 넘실대는 기타 사운드에 색소폰이 부서질 듯 합류하는 ‘사는새’, 기필코 춤추게 만들겠다는 듯 펑크로 중무장한 ‘리츄얼댄스’를 거쳐 ‘에허리쑹거야’는 레게를 핵심 소스로 삼아 곡을 끌어간다. 마지막 곡 ‘복Dub’에서는 앞선 ‘에허리쑹거야’를 다시 소환해 전자음을 입혀 몽롱한 아웃트로로 탄생시켰다.

거친 록의 질감으로 시작해 포효하듯 날 선 음색이 휘어잡는 첫 곡 ‘Undo’, 작품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무당 방울 소리와 드럼이 마치 북처럼 귓전을 울리다 이내 블루지한 기타가 호흡을 다잡는 ‘비나수+’. 또 비슷한 기타톤으로 ‘비나수+’와 노래 끝의 멜로디를 맞춘 ‘오늘날에야’까지. 음반의 재해석은 생생하고 장르의 교차는 매력적이다. 변주를 통해 신나는 춤판을 만들고 흥겨운 추임새를 강조한 ‘차지S차지’는 또 어떤가. 이건 새 시대 청년들을 움직일 트렌디한 뽕필 댄스 음악이다.

국악을 타장르와 뒤섞은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국악, 그중에서도 무가라는 토속적인 소리를 무너트리지 않고 머리에 둔 채 이토록 젊게 꾸려낸 음반은 많지 않다. 통속성을 격파하고 한국적 질감을 유지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독특하다. 코리안 펑키 샤머니즘 뮤직. 추다혜차지스가 새 문을 열었다.

– 수록곡 –
1. Undo
2. 비나수+
3. 오늘날에야
4. 사는새
5. Unravel
6. 리츄얼댄스
7. 에허리쑹거야
8. 차지S차지
9. 복D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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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Go生'(2020)

평가: 1.5/5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 스트레이 키즈 >로 데뷔한 이래로 첫 정규앨범이다. 작년 메인보컬 우진이 갑작스럽게 탈퇴하며 혼란의 시기를 보낸 것도 잠시, 작곡부터 작사까지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알려진 < GO生 >은 그룹의 정체성을 스스로 일축해내고자 한다.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팀 내 프로듀싱 그룹 쓰리라차(3RACHA)가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다만 그 전략이 아쉽다. 음악을 요리에 비유한 ‘神메뉴’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지는 몰라도 일차원적인 탓에 기대감을 부여하기 어렵고, 앨범명이자 싱글 제목인 ‘GO生’도 마찬가지. 음악적 완성도보다는 흥미를 유발하고자 한 단순한 전략이 소구력을 더해주지 못한다. ‘그래 너는 비행기 타고 날아가라 / 나는 무궁화호 타고 기차여행 할란다’와 같은 평이한 노랫말은 그들의 음악적 홀로서기에 대한 의구심까지 동반한다.

일관된 사운드로 앨범은 매력을 잃었다. 데뷔 때부터 고집해 온 파워풀한 EDM 사운드는 여전히 발전하지 못한 채 발목을 잡고 만다. 앨범의 수록곡 대부분이 EDM임에도 수록곡들 간의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신스 베이스, 드럼 패드 등 신시사이저로 점철된 ‘Easy’, 디스코 리듬이 더해진 ‘Phobia’, 강렬한 에너지를 표현한 ‘타’는 러닝타임 내내 전자 사운드를 무의미하게 소모할 뿐이다. 새로움 없이 지루하다. 임팩트 없는 보컬 또한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묻히고 만다. 희망적인 청춘을 노래한 ‘청사진’의 청량한 전자 기타 사운드가 그나마 앨범에 활기를 더해준다.

< GO生 >은 새롭거나 그들을 기억할 만한 요소가 없다. 앨범 전체의 흐름이 유연하지 않고, 긴장감은 자취를 감췄다. 강렬한 EDM 사운드 속에서도 몸을 맡기고 흔들만한 신나는 구간도 없다. EDM 사운드에 주력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자신들만의 것을 어떻게 구현해나가느냐가 관건인데, ‘스트레이 키즈’만의 것이 부재한다.

이들이 성장 가도를 걷기 위해서는 ‘우리의 음악은 우리가 만든다’는 ‘자급자족(自給自足)’보다는 ‘나날이 발전에 가까워’지는 ‘일취월장(日就月將)’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은 현실 속 아이돌이지, 드라마 속 성장기를 그리는 주인공이 아니지 않은가.

– 수록곡 –
1. GO生
2. 神메뉴
3. Easy
4. Pacemaker
5. 비행기
6. 일상
7. Phobia
8. 청사진 
9. 타
10. Haven
11. TOP (“신의탑” OST)
12. SLUMP (“신의탑” OST)
13. Gone days
14. 바보라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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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익 ‘푸른 베개'(2020)

평가: 4/5

이 음반에는 짙은 안개가 가득 들어차 있다. 26년 만의 신보.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뺄 수 없는 한 자리를 차지한 포크 듀오 ‘어떤날’로 시작해 1994년 첫 솔로 음반 < 동경 >을 세상에 내놓은 조동익이 이제 서야 발매한 소포모어는 묵혀온 것들을 성급하게 내려놓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들을 지글거리는 엠비어트 뒤로, 낮고 무거운 첼로음 뒤로, 자연의 소리 뒤로 묻고 아주 천천히 꺼내 올린다.

총 12개의 수록곡 중 절반을 연주곡으로 채워 감상을 앞세운다. 이 소리의 어울림이 특히 첫 장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씁쓰레하고 몽환적인 공간음으로 천천히 빗장을 여는 ‘바람의 노래’부터 ‘날개 1’, ‘푸른 베개’는 한 곡처럼 이어진다. 그 중 ‘날개1’은 얇게 깔리는 코러스의 힘을 받아 음악적 황홀경을 넓게 펼쳐 그려내고 10분이 훌쩍 넘는 ‘푸른 베개’는 글자 그대로 서정성이 극점에 다다른다. 피아노를 하나씩 두들겨 소리를 쌓고 소음을 빼는가 하면 맑은 종소리를 가미해 사운드를 정화한다. 작품을 휘감은 어두움에서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건 바로 이 영롱함 덕택이다.

그림 그리듯 채색된 사운드와 더불어 꼭꼭 씹어 뱉은 가사 또한 마음을 울린다. 작품은 ‘그간’ 못다 한 말들을 전하는 대신 오늘날 기억의 ‘편린’을 노래한다. 2017년 암으로 세상을 뜬 선배 뮤지션이자 친형인 조동진과의 추억을 내레이션으로 회고한 ‘Farewell. jdj,knh[1972]’, 어느덧 자라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딸과 손녀를 위한 연주곡 ‘Song for chella’ 등 앨범에는 온통 나 조동익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차 있다.

오늘 바라본 그때의 기억과 지금 풀어낸 현재의 기억에는 그 어떤 아쉬움이나 고통, 회한이 없다. 이제 인생의 동반자가 된 포크 가수 장필순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 온 ‘슬픔은 잠시 마음속에 머물다 가기를 / 아픔의 꽃도 잠시 마음속에 피다지 기를’ 이란 수록곡 ‘내가 네게 선사하는 꽃’의 메시지는 조동익의 염원이라기보다 먼저 살아온 선배의 경험담에 가깝다. 젊음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그래서 젊음은’과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을까’ 자문하는 ‘내 앞엔 신기루’ 역시 치열함보단 관록의 토닥임이 더 큰 묵직한 곡들이다.

내달리지 않고 천천히 문을 열고 천천히 문을 닫는다. 이 기이하리만큼 부재하는 조바심은 곧 음반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뜻한다. 금방 익숙해지는 중독적인 후크도, 볼륨 높여 일상을 잊게 할 강력한 리듬감도 없다. 대신 그 자리는 전곡을 하나로 이어 꿰는 의도된 부유하는 잡음과 몇몇 자리에서 소리의 맥을 바꾸는 전자음이, 피아노가, 현악기가 채우고 있다. 새벽녘 세상을 메운 안개의 심상이 그러하듯 잔잔하게 다가와 살며시 적시고 서서히 사라진다. 연륜 있는 음악가의 자전적 풍경과 깃 세운 위로를 담고 있는 음반. 곁을 주면 넉넉히 잠식당할 위엄까지 품고 있다.

-수록곡-
1. 바람의 노래
2. 날개 I
3. 푸른 베개
4. 내가 네게 선사하는 꽃(Feat. Soony)
5. Song for chella
6. 그 겨울 얼어붙은 멜로디(Feat. Soony)
7. 비가 오면 생각나는
8. 그래서 젊음은
9. Farewell. jdj,knh[1972]
10. 내 앞엔 신기루
11. 날개 II
12. Lull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