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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2023/03 Editors’ Choice

세실 맥로린 살반트(Cécile McLorin Salvant) < Mélusine >

프랑스 설화에 빗대 정체성을 실험하는 예술가. 재즈, 샹송, 아프로 음악의 혼합을 통해 아름다운 혼종으로 거듭나다.
추천곡 : ‘Dites moi que je suis belle’, ‘Doudou’

by 신하영

씨피카(CIFIKA) < Ion >

시대가 요구한 낭만을 장착한 씨피카의 우주.
추천곡 : ‘Giant lion’, ‘Hush’, ‘Dark quasar’

by 이승원

케이엑스파이브(Kx5) < Kx5 >

하우스 뮤직 슈퍼 듀오의 탄생. EDM 팬들에게 축복이 내려졌다.
추천곡 : ‘Take me high’, ‘Avalanche (Feat. James French)’

by 김성욱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 I Go To The Rock: The Gospel Music Of Whitney Houston >

그의 새로운 트랙들을 들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다.
추천곡 : ‘He can use me’, ‘Testimony’, ‘He / I believe’

by 김호현

바바라 에우지니아(Bárbara Eugênia) < Foi Tudo Culpa Do Amor (Pérolas Populares, Vol. 1) >

MPB(브라질 팝)에 아트 록 한 스푼.
추천곡 : ‘Gosto de maçã’, ‘Qualquer jeito’, ‘Não vou mudar’

by 염동교

원헌드레드 겍스(100 gecs) < 10,000 Gecs >

올 여름 락페는 이들의 누메탈 사운드와 함께.
추천곡 : ‘Dumbest girl alive’, ‘Hollywood baby’

by 박수진

제이펙마피아 & 대니 브라운(JPEGMAFIA & Danny Brown) < Scaring The Hoes >

어떤 만남은 충돌에 가깝다. 그리고 어떤 충돌은 탄생을 빚는다.
추천곡 : ‘Steppa pig’, ‘Garbage pale kids’, ‘Burfict!’

by 장준환

에디 차콘(Eddie Chacon) < Sundown >

소울, 재즈, 펑크(Funk)를 따라 찬란히 부서지는, 황혼의 음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추천곡 : ‘Holy hell’, ‘Step by step’, ‘Same old song’

by 정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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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브록햄튼(Brockhampton) ‘Roadrunner: New Light, New Machine’ (2021)

평가: 2.5/5

스스로 내건 ‘보이 밴드’ 캐치프레이즈는 그룹의 결말을 결정지었다. 브록햄튼은 2부작 ‘로드러너’ 프로젝트를 끝으로 전격적인 해산을 발표하며 엔싱크와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선행한 노선을 뒤따른다. 타인의 접근 없이 독자적 영역에서의 창작 활동을 굳건히 지향해온 그들의 마지막 길목에는 대니 브라운(Danny Brown), 제이펙마피아(Jpegmafia), 숀 멘데스와 에이셉 사단 등 유명 피처링 진의 발길이 가득하다. 파격적 구성의 비주얼라이징은 캐주얼함을 피력하며 흔들리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단단히 결속하려 들지만, 그 결과는 순수한 젊음의 결정체보다는 권태의 산물에 가깝다.

“이 멋진 친구들을 누가 풀어줬지(Who let the dope boys out)”라는 케빈 앱스트랙트(Kevin Abstract)의 호기로운 문구 아래 모습을 드러낸 앨범은 < Saturation III >의 포문을 연 ‘Boogie’의 혼잡한 선포의 기억을 소환하며 초반 기세를 압기한다. 광각 렌즈로 모여든 크루원과 대니 브라운은 정신없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조악한 3D 디자인이 마구 일그러지는 가운데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단연 브록햄튼스러운 도입이다.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시청각 면에서 골고루 충족함과 동시에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 지점이다.

허나 뒤이어 등장하는 ‘Chain on’부터 흐름은 위태롭다. 아이작 헤이즈(Issac Hayes)의 ‘September romance intro’를 샘플링한 재지한 리프는 좋은 첫인상을 자아내지만 이내 무던한 훅과 랩 배치에 막혀 그 이상의 매력으로 거듭나지 못한다.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변칙성을 담당하던 멀린 우드(Merlyn Wood)와 조바(Joba)가 각 주연을 맡은 트랩 넘버 ‘Bankroll’과 ‘The light’는 특색 없는 단면에 그치며 무난한 징검다리를 자행한다. 그간 이들의 특장점이라 평가받던 멤버 운용과 시너지를 다시 한번 입증하기 위한 ‘Windows’는 맷 챔피언(Matt Champion)과 돔 맥레넌(Dom McLennon)의 재치 있는 비유법만이 뇌리에 남을 뿐, 이들의 히트 넘버 ‘Gummy’나 ‘Sweet’에 견줄 가치는 크게 찾기 어렵다.

물론 순수한 음악적 열의를 증명한 < Technical Difficulties >의 이력만큼 생동감을 발현하는 트랙은 곳곳에 존재한다. ‘Bleach’의 감성적인 면을 연상케 하는 ‘I’ll take you on’은 한 차례 교체 이후 멤버의 안정적인 합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고, 극적인 구성 가운데 특유의 조악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뒤엉키는 ‘Don’t shoot up the party’는 초기의 낙관적 소신과 패기를 우수하게 복구한다. 혹자는 < Saturation > 시리즈가 규정한 ‘시너지’와 ‘불연속적 아이디어의 콜라주’의 틀에 갇힌 잣대라 주장할 수 있을 테다. 실제로도 향후 발전 가능성보다는 과거 시제에 중점을 둔 판단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전술한 편견을 배제한들 < Roadrunner: New Light, New Machine >이 주장하는 매력은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다소 진중한 소재를 다룬 ‘The light pt. II’의 존재가 메시지의 깊이와 스펙트럼의 확장을 상정하더라도, 개별 트랙의 순도 높은 중독성과 획기적인 전개 방식으로 감탄을 자아내던 < Saturation > 연작이나 정갈한 완성도로 새로운 정체성 확립을 고민한 < Ginger >에 비해서도 응당한 타협점을 제대로 찾지 못한 모습이다. 결국 본작은 < Iridescence >의 적외선 투영에서 모티프를 따온 왜곡과 환영의 화려한 미장센만이 앞설 뿐, 콘셉트 선택에 마땅한 정당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꾸준히 활로를 탐색해 온 실행 정신과 달리 지금의 함의는 도약이 아닌 내려놓기로 보인다.

– 수록곡 –
1. Buzzcut (Feat. Danny Brown) 
2. Chain on (Feat. Jpegmafia)
3. Count on me
4. Bankroll (Feat. A$AP Rocky, A$AP Ferg)
5. The light
6. Windows (Feat. Sogone Soflexy)
7. I’ll take you on (Feat. Charlie Wilson) 
8. Old news (Feat. Baird)
9. What’s the occasion?
10. When I ball
11. Don’t shoot up the party 
12. Dear lord
13. The light pt.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