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KPOP Album

우아!(woo!ah!) < Joy >(2022)

평가: 4/5

브레이브 걸스의 ‘Rollin’, 씨스타의 ‘나 혼자’, 에이핑크의 ‘No no no’, 현아의 ‘Bubble pop’, A.O.A.의 ‘심쿵해’의 춤을 만든 안무가 김규상이 설립한 NV 엔터테인먼트 소속 5인조 걸그룹 우아는 다른 팀들과 결이 다르다. 노래에 어울리는 안무를 구성하는 것보다 춤에 맞게 노래를 수정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곡과 율동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비대칭은 주목을 받지 못한 이전 싱글 ‘Woo!ah!’, ‘Purple’, ‘Bad girls’, ‘I don’t miss U’, ‘빙빙빙’에서 드러났다. 오렌지 카라멜의 ‘까탈레나’나 크레용팝의 ‘빠빠빠’처럼 대중성과 실험성, 독창성과 키치적 감성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우아는 그 선배들의 성공방식을 따르면 안 된다. 그들보다 실력이 좋기 때문이다.

다른 걸그룹들이 곱고 여린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가성을 자주 사용하나 우아는 마마무나 브레이브 걸스처럼 진성으로 노래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멤버들의 재능과 충실했던 보컬 훈련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지점이다. 한일 혼혈인 멤버 소라의 한글 발음 역시 무난해 감정 전달에도 이질감이 없다. 케플러의 히카루만큼 한글 가사를 잘 소화하는 소라는 우아의 다양성에 마침표를 찍는다.

첫 앨범 < Joy >에는 2020년에 팀을 나간 멤버 송이가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다. 가창력이 아쉬웠던 그의 탈퇴로 5인조가 된 우아는 전체적인 안무 동선에도 변화를 줬고 그에 따라 가창력과 정확한 호흡을 요구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조금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것이 이번 음반의 성장 동력이자 미덕이다. 자신감 있는 보컬은 일취월장했고 주로 고음을 맡은 민서 역시 안정적이다. ‘단거(Danger)’, ‘Switch up’, ‘Joyride’에서 곡을 휘젓고 다니는 루시의 래핑 플로우도 좋고, 인상적인 코러스와 특이하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는 신시사이저 멜로디는 허밍으로 흥얼거리기 좋다. 이것만으로도 대중적인 요소를 하나 더 장착한 셈. 여기에 최근 몇 년 간 히트공식이 된 복고적인 펑크(funk)/디스코를 시도한 ‘별 따러 가자’는 < Joy >의 보석 같은 히든트랙이다.

노래, 외모, 가창력의 편차가 심하지 않은 여러 아이돌 그룹들에게 명과 암을 제공하는 것은 코디나 안무, 사생활 논란 같은 음악 외적인 부분이 많다. 4세대 걸그룹 군에서도 괜찮은 보컬과 춤 실력을 소유한 우아가 보완해야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대 초반의 밝은 멤버들과 어울리지 않고 노래와 따로 노는 율동이다. 우아의 댄스는 평범함과 쿨함 안에서 노래와 함께 어울려야 빛을 발한다.

< Joy >는 자신들의 색깔보다 현재 걸그룹 유행에 맞춰서 대중의 주파수에 들어가려고 노력한 흔적이 뚜렷한 음반이다. 사포처럼 조금 거칠고 민트초코처럼 호와 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겠지만 이 모든 것은 우아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4세대 걸그룹 경쟁에 뛰어든 우아가 드디어 우아하게 날개를 편다.

– 수록곡 –
1. 단거(Danger)
2. Joyride
3. Go away

4. Switch up
5. Straight up
6. 별 따러 가자

Categories
Album KPOP Album

조이 ‘안녕’ (2021)

평가: 3.5/5

레드벨벳의 활동 공백기가 길어지는 사이 슬기와 아이린이 유닛을 선보였고 메인보컬 웬디의 독립 활동에 이어 조이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신곡을 발매했던 다른 멤버들과 달리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을 재해석한 이 음반에는 박혜경의 ‘안녕’, 해이의 ‘Je t’aime’, 애즈원의 ‘Day by day’를 포함한 모두 6곡이 수록되어 있다. 데뷔 후 드라마 <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를 통해 발표한 더 클래식의 ‘여우야’와 < 슬기로운 의사생활 > 삽입곡인 베이시스 원곡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등 옛 향수를 부르는 곡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었던 경험에 기반해 리메이크 앨범을 기획했다.  

이 결과물은 세계적으로 레트로 음악이 유행하는 흐름과 아티스트의 음악적 성향을 잘 파악했다. 조이의 청아한 음색과 어울리는 곡의 선택과 원곡의 발매 시기를 반영해 각기 다른 하이틴 감성을 콘셉트화한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원곡 가수의 부드러운 보컬과 조이의 투명한 목소리가 비슷한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장점이 두드러진다.

켄지, 모노트리의 황현, 박문치 등 정상급 작곡가들이 참여해 원곡을 해치지 않고 사랑스러운 조이의 감성을 가미한 편곡은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희망찬 가사와 시원한 가창으로 사랑받았던 박혜경의 ‘안녕’은 모던 록의 느낌이 강했지만 새로운 버전의 ‘안녕’은 경쾌한 브라스 연주가 더해져 청량한 분위기의 여름노래로 재탄생했다. 2001년에 해이가 부른 ‘Je t’aime’를 리메이크한 버전은 조이의 상큼한 이미지와 가장 어울린다. 오리지널의 싱그러움은 유지하되 피아노 연주와 스트링 선율을 얹어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을 이야기하는 가사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잡아냈다.  

< 안녕 >은 케이팝의 시작점인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노래를 좋아하고 감정 전달력이 강점인 조이의 취향과 역량을 반영한 음반이다. 성량이 풍부하진 않지만 기교 없이 담백하게 부르는 보컬로 섬세한 표현력을 필요로 하는 추억의 노래를 무리 없이 소화한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아닌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작품.

– 수록곡 –
1. 안녕
2. Je t’aime
3. Day by day

4. 좋을텐데 (Feat.폴킴)
5. Happy birthday to you
6. 그럴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