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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위즈 칼리파(Jay Park, Wiz Khalifa) ‘Break your heart’ (2021)

평가: 2/5

팬들에 의해 두 힙합 아이콘이 국경을 허물었다. 오로지 투표를 통해 음악 콘텐츠를 생산하는 프로듀싱 플랫폼 팬픽에서 미국의 래퍼 위즈 칼리파와 협업할 대한민국 아티스트를 추천받았고 팬들의 선택은 박재범을 향했다. 조합만 봐선 위즈 칼리파의 메가 히트곡이자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의 존재를 알렸던 ‘See you again’이 얼핏 떠오르나 이번 합작물은 반전을 꾀한다.

기본적으로 밝지 않다. 마림바 질감의 비트를 주도하는 건 위즈 칼리파지만 기계로 뒤튼 코러스와 래핑은 건조하게 몇 개의 음계만을 오르내린다. 연인 관계를 지속하려는 노랫말과 달리 이를 전하는 목소리에선 의지 대신 단념이 엿보인다. 상대적으로 톤이 높은 박재범이 유려한 알앤비 플로우를 선보이나 40초가량의 짧은 호흡이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다.

시작부터 잘못된 만남이었을 지도 모른다. 순수 영어 가사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듯하면서도 정작 한국과 중국에만 발매했고 콜라보를 지탱하는 거대 자본의 형태가 가상화폐라는 점. 곡의 완성도와 별개로 전례 없는 기형적 구조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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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끈보이즈(SGBOYZ) ‘궁금해 (Prod. GRAY)’ (2021)

평가: 2.5/5

딩고 프리스타일이 또 한 번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일회성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은어를 내세운 이름과 90년대 컨템포러리 알앤비 그룹의 기믹을 모티프 삼은 의도적인 B급 코드의 4인조 힙합 그룹 ‘쌔끈보이즈’가 그렇다. 이는 ‘아마두’와 ‘트로트랩’의 선례에 이어 어느덧 ‘반전 이미지’ 전략이 힙합 신의 주요 셀링 포인트로 정착했음을 말해준다. 래퍼의 이미지 간극을 깊게 조명하여 무해함과 유머러스함을 강조하는 방식은 어느덧 대중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레이의 감각적인 비트 메이킹과 박재범의 그루비한 초반 도입은 우수한 합을 보이며 기획 의도의 태생적인 가벼움을 상당수 능가한다. 해학적이다시피 늘어트린 보컬조차 오히려 부담을 줄여 재미와 질적 성취를 일궈낸 셈. 다만 던밀스를 비롯해 차례로 등장하는 로꼬와 넉살 파트는 의아함이 앞선다. 그간 장점으로 평가받은 선명한 딕션은 작풍과 엇갈리는 탓에 내내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로 둔갑하기 시작한다. 검증된 랩 실력이나 이들의 매체 적응력과는 별개로 구성원 자체의 특색과 조합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다. 결국 모임에 의의를 둘 뿐인 휘발적인 곡은 외적 콘텐츠의 성장을 위한 수단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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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도모(sokodomo) ‘MM (Feat. 박재범)’ (2021)

평가: 3.5/5

바이러스의 유행은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을 방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 고등래퍼 3 >와 미니앨범 < WWW. Ⅲ >로 주목받으며 한창 끼를 펼쳐 나가던 그에게 외부와의 단절은 ‘살인 충동(Murder mind)’이란 극단적 상황으로 이끈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제어할 수 없는 이 분노는 또 다른 자신을 향하고 특유의 산만함으로 표출한다.

둔탁한 드럼과 날이 서 있는 하이햇으로 출발하는 트랙은 스산한 멜로디와 리듬감 넘치는 싱잉 랩을 만나며 점점 빨라지더니 간주엔 브라스까지 등장한다. 박재범의 하이 톤 피처링은 제2의 자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하고 선혈이 낭자한 뮤직비디오 역시 본인을 업무에 치여 사는 직장인에 비유하며 입체적인 해석을 보탠다. 복잡했던 내면의 세계를 잔인한 상상으로 풀어낸 소코도모는 이제 더 이상 풋풋했던 2년 전 양승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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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SURL) ‘Don’t say no (Feat. 박재범)’ (2020)

평가: 3/5

신예 밴드 설(SURL)의 음악은 다양한 음악적 소스가 유기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특히 유려한 멜로디를 갖춘 브릿팝의 짙은 향취는 범 대중적으로 인식의 확대를 넓히기 좋은 장점이다. 신곡인 ‘Don’t say no’를 통해서 설은 물론 박재범 역시 새로운 장르에 대한 아티스트로서의 스펙트럼을 확장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장르적으로나 스타일로도 많은팀들의 기시감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청취의 불편함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이후의 행보가 기대되는 록 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