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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잔나비 소곡집 I’ (2020)

평가: 3/5

잔나비의 음악적 영감은 과거다. 복고의 자글자글한 기타 소리, 간결한 코드 진행 등 과거의 문법에 충실하며 원초적 감성을 표출했다. 이렇듯 전작들은 사운드적으로 과거를 조명했다면 < 잔나비 소곡집 I >은 다른 의미로 과거 지향적이다. 바로 앨범 전반을 수놓는 그리움과 회상의 노랫말과 정서다.

‘소곡집’이라는 타이틀 답게 쉬어가는 단계의 기록으로 어쿠스틱 풍의 간결한 테마가 주를 이룬다. 록킹한 < MONKEY HOTEL >보다 < 전설 >의 흐름과 가깝다. 자연스레 메시지에 집중하게 된다. 오르간과 플루트로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가을밤에 든 생각’이 대표적이다. 단출한 사운드에 ‘밤이면 오손도손 그리운 것들 모아서 / 노랠 지어 부르겠지’라는 서정적인 노랫말을 얹어 청자를 추억으로 인도한다.

< 잔나비 소곡집 I > 안에서 슬픔, 기쁨, 이별 등 삶의 굴곡진 감정들은 ‘회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 무게를 덜어낸다. 통통 튀는 바운스 리듬을 기반으로 한 ‘한걸음’은 ‘애만 태우던 곳‘의 애달픔 혹은 ‘그 사랑 머물렀던 곳’의 설렘 등 대조적인 감정을 한 데 담아낸다. 보컬 최정훈이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곡 ‘늙은 개’는 어쿠스틱 기타와 민요 풍 합창단의 소리 위 강아지에게 사람의 음식을 준다는, 불가능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본 유쾌한 발상을 풀어내고 있다.

약동하는 행진가, 청춘을 향한 응원가 ‘작전명 청-춘!’으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격동의 시기를 지나 발매한 앨범이지만 그만큼 칼을 갈기보다 지나온 시간을 훑어보며 조심스레 복귀를 알린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처럼 신선한 충격은 없어도 소박한 음악이 마음에 푹 잠긴다. 잔나비는 다시 한 번 찬란하고 따뜻했던 순간들을 꿈꾼다.

-수록곡-
1. 가을밤에 든 생각
2. 한걸음
3. 그 밤 그 밤
4. 늙은 개
5. 작전명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