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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IZM 뮤직 아카데미] Back To The 80’s

강의소개
이즘이 새로운 음악 강좌 [Back To The 80’s]를 시작합니다. 최근 대중음악의 키워드는 복고, 레트로입니다. 그중에서도 1980년대 음악이 그 중심이죠. 이번 강의는 가장 화려했던 1980년대 팝 음악을 조명합니다. 큰 스피커로 함께 모여 제대로 음악을 듣고, 배우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문의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의 번호로 연락 주세요.

* 일시: 2023년 2월 9일 ~ 2월 23일 (매주 목요일, 3주 과정) 저녁 6:30 ~ 8:30
* 장소: 빅퍼즐 문화연구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70-26, 2층)
* 강사: 이즘 대표 겸 라디오 작가 소승근 (한동준의 FM POPS 작가로 활동 중)
* 수강료: 10만원 (개별 강좌 신청 가능 / 강의 1회 당 4만원)
* 수강신청 기간: 2023년 1월 6일 ~

* 문의: 010-2784-9906
신청링크: (클릭 시 새 창으로 연결됩니다)

커리큘럼
1. 1980년대의 역주행
2. 1980년대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3. 음악의 패러다임을 바꾼 M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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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2022 올해의 팝 싱글

유난히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한 해다. 예상치 못 한 고지 점령과 아슬아슬한 추격전, 그리고 통쾌한 정상 탈환까지. 주연과 각본이 쉴 새 없이 바뀌며 반전의 반전을 이룩하던 1년간의 드라마는 어느덧 막을 내렸다. 그 크레딧을 천천히 살펴보며, 차트 내외곽에서 활약을 펼친 그 영광의 10곡을 소개하려 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As it was’

새 출발 이후 곧바로 그룹 시절과의 단절을 완수한 해리 스타일스는 올해 ‘As it was’로 완연한 대세에 올라섰다. 자국인 영국에서는 10주 동안 1위를 차지했고, 미국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의 정상에서는 무려 15주 동안 군림하며 통산 4위의 기록을 세운 것. 심지어 솔로 아티스트로는 최장기간이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앨범 제목 < Harry’s House >처럼 1위 자리를 마치 그의 집처럼 드나든 셈이다.

비결은 ‘무자극’이었다. 1980년대 뉴웨이브부터 요즘 인디 록까지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를 한데 넣고 섞어, 따뜻하게 속을 데워주는 깔끔한 수프 같은 곡을 완성했다. 그 중심에 놓인 기름기를 쫙 뺀 해리 스타일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노래를 찾게 만드는 정겨운 맛을 내줬다. 정점을 찍은 인기와 물오른 실력이 엇갈리지 않고 동시에 만난 흔하지 않은 케이스다. 그러니 연기로의 외도보다는 음악에 집중해주시길. (한성현)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 ‘Bad habit’

강단 있는 알앤비 록스타가 승리를 쟁취한 방법은 무엇일까. SNS, 챌린지, 차트 줄 세우기, 밈, 방송 등 노래의 성공적인 대중화를 위해 각종 플랫폼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는 작금의 시대에서 그가 선택한 방식은 당연하게도 ‘음악’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만을 좇는 ‘나쁜 습관’에 영원히 지속 가능한 음악으로 일갈을 가한다.

소울 그룹 인터넷의 멤버로 시작해 켄드릭 라마 등 이름난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일찍이 실력을 인정 받아 2022년 정상에 올랐다. 오롯이 음악만을 생각한 뚝심의 결과. 트렌드의 부정을 역설(力說)했지만, 역설(逆說)적이게도 스티브 레이시는 스스로 유행의 최전선에 섰다. 아무리 급변하는 세상이라도 좋은 음악은 살아남는다. (임동엽)

원리퍼블릭(OneRepublic) ‘I ain’t worried’

초기 히트 공식을 반복한 작법에 따라붙은 자기복제 꼬리표, 그에 따른 평가 절하에도 걱정 따위는 없었다. 폭넓은 장르 도입 너머 보편적 송라이팅을 최우선으로 추구했던 원리퍼블릭의 정성이 다시금 결실을 거둔다. 놀라울 만큼 쉽고 선명하다. 부단한 담금질의 산물인 생생한 멜로디를 연료 삼아 ‘I ain’t worried’는 37년 만에 개봉한 속편 < 탑 건 : 매버릭 >에 탑승해 스크린을 넘어 박스 오피스와 음악 차트 상공을 쾌속 비행했다.

원리퍼블릭의 ‘탑 건` 라이언 테더의 탁월한 프로듀싱 역량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중적 흡인력을 갖춘 록 선율과 경쾌한 휘파람 사운드를 끌어온 샘플링 기법, 공간감을 연출한 편곡까지 엘리트 조종사의 날 선 감각이 올해 절정에 달했다. 시리즈를 상징하는 사운드트랙 ‘Take my breath away’와 ‘Danger zone’의 아성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신흥 클래식 넘버. 찬사와 홀대를 양득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결정적 한 방을 터뜨렸다. (김성욱)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The heart part 5’

켄드릭 라마는 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믿는다. 밥 딜런과 보노의 궤를 잇는 흑인 사회운동가는 < Good Kid, M.A.A.D City >(2012)와 < To Pimp A Butterfly >(2015), < Damn >(2017)의 명반 퍼레이드로 평단의 찬사를 독식했고 랩 뮤직의 시초격인 소울 뮤지션 질 스콧 헤론(Gil Scott-Heron)과 퍼블릭 에너미가 주도했던 폴리티컬 힙합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의 파급력을 다시금 공고하게 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 Mr. Morale & The Big Steppers >의 프로모션 싱글 ‘The heart part 5’는 자전적 특성을 담은 ‘The heart’ 시리즈의 5번째 순서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사회의식이 강했던 선배 가수 마빈 게이의 1976년 작 ‘I want you’를 샘플링해 재즈와 펑크(Funk)적 색채가 다분하며 반복적인 리듬 아래 선언문과도 같은 언어를 채웠다. 분노와 일갈을 억누른 랩은 냉소적 시선을 견지해 더욱 날카롭고 성찰적이다. 딥페이크 기술로 화제가 된 뮤직비디오는 로스앤젤레스의 흑인 공동체를 위해 힘썼던 래퍼 닙시 허슬(Nipsey Hussle)과 살인 사건에 휘말렸던 전 미식축구 선수 오제이 심슨(OJ Simpson),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윌 스미스 등 6인의 표상으로 흑인의 삶을 아울렀고 갱 문화를 비롯한 흑인 사회의 그릇된 방향성에 사랑만이 해결법(I want you)임을 제시했다. (염동교)

도자 캣(Doja Cat) ‘Vegas’

도자 캣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여러 히트곡을 배출한 2021년 < Planet Her >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아티스트는 영화 < 엘비스 >의 부름을 받아 입지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까지 올라간 ‘Vegas’는 전쟁터 같은 힙합 세계에서 도자 캣이 이제 슈퍼 루키를 넘어 독보적인 주연에 등극했음을 알린다.

전기 영화다 보니 트렌디한 힙합 사운드의 사용은 키워드만 보면 어색할지도 모른다. 작품에서 ‘Hound dog’의 원곡자 빅 마마 손튼(Big Mama Thornton) 역을 맡은 숀카 두쿠레(Shonka Dukureh)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영민한 비트와 후렴이 일말의 괴리감을 메꾼다. 시대와 인종의 장벽을 넘은 무대 위, 매서운 전달력과 흥겨운 싱잉 랩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래퍼의 실력도 역시 굳건하다. 복고 추세로도 모자라 옛 명곡의 적극적인 차용이 주류로 올라선 오늘날의 흐름 가운데 특히 빛나는 곡이다. (한성현)

덴젤 커리(Denzel Curry) ‘Walkin’

덴젤 커리가 2023 그래미 어워드 힙합 부문 후보에 이의를 제기했다. 자신의 음반을 포함해 올 한해 호평을 받았던 앨범들을 명단에서 제외한 데에 불만을 토로한 것. 어리광으로 치부될 수 있는 발언이지만 그에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 Ta13oo >(2018), < Zuu >(2019) 등의 탄탄한 디스코그래피로 제이 콜, 켄드릭 라마 이후의 컨셔스 래퍼 선두 주자 타이틀을 노리는 그가 이번엔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로 제대로 역량을 터뜨렸다.

그 중 ‘Walkin’은 단연 베스트 트랙이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가사에 담아 역설적으로 불합리한 사회를 고발한다. 정통 붐뱁에서 하이햇과 함께 트랩으로 변주하는 사운드, 그에 맞춰 플로우를 바꾸는 랩은 무거운 주제를 전달하면서 일말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다. 켄드릭 라마의 ‘The heart part 5’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흑인 커뮤니티에 자극을 주며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도약을 만들어냈다. 덴젤의 ‘Walkin’이 올해를 대표할 자격은 충분하다. (백종권)

푸샤 티(Pusha T) ‘Diet coke’

드레이크는 앨범을 (훨씬) 더 많이 팔았다. 릴 베이비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더 많은 노래를 빌보드 차트에 올렸다. 2022년 현재 힙합 신에서 푸샤 티보다 잘 팔리고 인기 있는 래퍼는 많다. 그러나 ‘Diet coke’에서 그의 랩을 듣는다면, 선정을 납득할 것이다.

일로매진(一路邁進)의 승리다. 노래는 그의 바위처럼 단단한 태도와 모든 음악적 특징을 압축한다. 맹수처럼 사나운 랩, 랩에 집중할 여유를 넉넉히 주는 반복되는 비트, 마약상의 경험에서 비롯된 공격적인 텍스트까지. 프로듀서 에이티에잇 키스(88-keys)가 18년 전 만들어 카니예 웨스트와 새로 손본 비트는 빈티지한 느낌을 물씬 자아내고 여기서 래퍼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자신감과 여유가 넘친다. 축소, 경량화, 단발성이 득세한 힙합 신에서 이런 묵직하고 정직한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래퍼는 많지 않다. 이게 기록이나 수치적 성적을 떠나, 푸샤 티가 항상 승리하는 이유다. (이홍현)

리조(Lizzo) ‘About damn time’

여성을 대표한 뮤지션은 많다. 1980년대 이후 마돈나가 줄곧 여성의 섹스(욕구)를 거침없이 발화 하고 레이디 가가는 ‘태어난 대로 살자’며 ‘Born this way’를 열창, 여성을 넘어 소수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약간 결이 다르긴 하지만 메간 더 스탈리온, 도자 캣, 카디 비 등의 음악가는 자신의 ‘바디’를 음악적 어필 포인트로, 서슴없이 자기 과시를 행하는 중이다.

리조 역시 여성을 대표하고 자신을 과시한다. 하지만 그는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몸’에 주목,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를 이끈다. 그를 이 분야의 대명사로 만든 앨범 < Cuz I Love You >가 그랬듯 이 곡도 몸의 두께와 상관없이 ‘음악은 키우고 조명은 낮추며’ 신나게 즐기자고 말한다. 1980년대 펑크/디스코 사운드를 골자로 트레이드 마크인 플루트 선율을 담은 점 또한 과거와 맥을 맞춘다. 이 연속성이 반복됨에도 올해 팝은 또다시 리조로 집약이다. 왜? 곡이 가진 독보적이고 힘 있는 메시지 덕분. 시대가 변하지 않는 한 그의 바디 찬가는 계속해서 시대를 대표할 것이다. (박수진)

수단 아카이브(Sudan Archives) ‘Selfish soul’

기록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된 신성한 행위다. 이 뜻깊은 작업을 활동명에 새겨 넣은 뮤지션 수단 아카이브는 방대한 음악 자료 수집을 통해 깨우친 가치를 단 2분 22초 안에 압축했다. 둥둥거리는 베이스로 맥이 뛰기 시작한 트랙은 소울 가득한 목소리, 가스펠 풍의 백 보컬, 그리고 박수 소리에 맞춰 그 박동을 빠르게 이어가고 이내 북동 아프리카의 바이올린과 조우하며 경쾌한 대비를 이룬다. 말미에는 짧은 랩까지 가미해 투철한 실험 정신과 장르를 끌어안는 포용성을 두루 발휘한다.

흑인 음악을 집대성한 만큼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그들의 공동체 의식을 투영한다. 각기 다른 헤어스타일을 소재로 풀어낸 노랫말은 그 형태와 색깔, 질감으로 다양성 존중을 피력하고, 흑인 여성들과 촬영한 뮤직비디오에서 수단 아카이브는 몸소 삭발과 핑크색 가발 쓴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주장에 힘을 싣는다. 흥미로운 ‘내용’, 간결하고도 짜임새 있는 ‘구조’, 여기에 사회를 관통하는 ‘맥락’까지. 기록의 3요소를 완벽히 충족한 현대식 민족음악 아래 새로운 무도회의 여왕이 탄생했다. (정다열)

엔칸토(Encanto) ‘We don’t talk about Bruno’

대중, 시장, 평단의 예상 밖 일치된 환대였다. 차차차 리듬을 내건 살사 음악은 친숙해서 신선하지 않고 가볍게 흘러 평가대상에서 밀려날 듯했다. 실제로 영화 OST를 쓴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도 아카데미상 후보로 딴 곡을 제시했을 만큼 이 곡은 주변의 비핵심 트랙으로 간주되었다. 가수들도 영화 캐릭터의 보이스를 맡은 생소한 인물들이어서 대표곡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음이 명백했고 왠지 여럿이 합창하는 곡에 승부를 걸지 않는 디즈니의 규범에도 부합하지 못했다.

반면 대중들은 이 야유적 어투의 쾌활한 아우성에 적극적 갈채를 건네면서 명곡은 범람했어도 디즈니에게 부재했던 빌보드 넘버원 싱글이란 나름의 영예를 안겼다. 무려 5주간 1위였다. (영국은 7주간) 진부할 수 있는 떼창은 오랜만에 접하는 완벽한 앙상블로 해석되어 코로나 시대에 갈구된 가족가치를 일깨우며 선전했다. 유머의 기민성, 가족 모두를 비추는 공평과 다양성, 굿 바이브레이션 사운드 그리고 미스터리 터치가 어우러진 한편의 완벽 크로스오버! 2022년을 사랑스럽게 했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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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2022 올해의 가요 싱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의 한국을 관통하는 슬로건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코로나도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 지금, 그간 꺾이지 않고 재도약을 위해 숨죽이고 있던 음악계는 그 여느 때보다 강한 자생 의지를 드러내며 움츠린 어깨를 펴고 있다. 숨겨둔 화력을 마음껏 뿜어내며 유독 따스함이 감돈 올해, 그 뜨거운 열기를 일조한 가요 10곡을 선정했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아이브 ‘Love dive’

남자 아이돌이 일대 부진의 늪에 빠진, 걸그룹 천하에서 아이브는 경쟁자들의 선풍적 인기몰이나 사회적 트렌드 세팅은 아니었어도 선례가 없을 독자적 표현프레임을 구축하며 웅비했다. 토대는 대중가요에서 거부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곡’ 흡수력의 부각. 가사를 빼도 이야기가 잡힐 정도의 ‘사운드 스토리텔링’을 구현해낸, 변화무쌍하고 벅찬 기승전결 구성이 그 시작이었다. 순식간에 인식의 단계가 인정의 단계로 점프하면서 한해 내내 음반과 음원의 폭발적 호응이 둘러쌌다.

부단한 가사 전달의 노고, 고저가 교차하는 보컬의 분발, 동시대 곡 어디에도 부재한 어두움(다크 팝?)은 비장함마저 피워 올렸고 열다섯-스물의 풋풋한 하이틴들임에도 30대들마저 끌어들이는 윗세대 소구력도 뿜어댔다. 그 어떤 포장과 퍼포먼스보다는 우선 곡이 양질이어야 한다는 음악 예술의 보편이성과 오랜 성공도식을 환기시켰다. ‘괴물’ 신인에 의한 ‘정상’가동이라는 비대칭의 지혜를 일깨우며 ‘올해의 신인’을 단박에 ‘올해의 아티스트’로까지 밀어 올린 ‘올해의 노래’!! (임진모)

크러쉬 ‘Rush hour’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올 한해 크러쉬의 ‘Rush hour’ 챌린지에 동참한 연예인을 줄 세운다면 운동장 한 바퀴는 거뜬할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까지 더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제이홉이라는 슈퍼스타의 지원 사격, 제대 후 첫 복귀라는 화제성 등 그 파급의 진원을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승리의 근거는 완성도 있는 음악이다.

이토록 강렬한 크러쉬의 펑크(Funk)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정규 음반이 고요한 새벽에 내면을 들여다봤던 < From Midnight To Sunrise >이고 입대 직전에 발매했던 EP가 아련한 사랑 테마의 < With Her >임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방향 전환이다. 꾸준히 업템포의 리듬으로 고취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안무를 추는 크러쉬라니. 단순 바이럴을 위한 곡이 아닌 기악 요소의 적절한 배치와 매끄러운 변주, 이미 여러 번 검증을 마친 보컬의 유려한 콜라주이다. 컴백과 동시에 한 해를 대표할만한 노래를 완성했다. (백종권)

뉴진스 ‘Attention’

뉴진스(New Jeans)의 ‘New’라는 단어에 K팝에 반향을 일으키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전복의 대상은 구세대부터 동세대까지 아우르되 모순은 직관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뉴트로, 하이틴 등 최신의 키워드를 거침없이 전면에 내세우며 입체적인 방식으로 차별성을 피력한다. 이미지적으로는 Y2K 감성의 피처폰, 고전 포털 사이트 등 2000년대 대표 청소년 문화가 현대의 생활양식에 자연스럽게 섞였고, 음악적으로는 1990년대 뉴 잭 스윙과 하우스 리듬을 현대적으로 믹싱한 비트에 다시 1990년대 알앤비의 향취를 얹었다.

그럼에도 미니멀하다. 다섯 명의 보컬이 하나의 음을 투과하여 화음을 이루는 코러스 외에는 멜로디를 최소화하고 10대 멤버들은 2030세대의 청소년기 문화를 위화감 없이 즐기며 청춘의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노스탤지어와 선구안의 결합은 관성적인 새로움으론 꿰뚫을 수 없는 대중의 잠재된 갈망을 자극했다.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기대와 부담을 환호로 맞바꿀 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접근으로 현재 K팝 기획의 고착화된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정수민)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월드투어’

오늘날 인디의 근거지는 홍대가 아니다. 세이수미의 범지구적 활약을 거쳐 인디의 메카로 떠오른 부산은 검은잎들, 소음발광 등의 괴물 신인과 각양각색의 작업물을 내놓으며 독자적인 로컬 신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한 작은 클럽에서의 지연(知緣)으로 시작해 서로의 대표작과 지역색을 합한 지연(地緣) 앨범으로 돌아온 두 밴드,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는 부산 밴드 명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제의 아티스트다.

그 합작의 서막을 여는 ‘월드투어’는 올해의 발견이다. 딸깍거리고 자글거리며 각자의 톤을 자랑하는 기타는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낭만의 로드 트립을 펼치고, 혼성 보컬을 자연스레 포갠 합창은 대가족의 ‘혈연’까지도 넘보는 듯하다. 8년 전,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캐러밴’이 밟은 서툰 글래스톤베리행 초행길이 떠오른다. 그때와 달리 홍대와 부산, 더 나아가 세계로까지 뻗어가며 발전을 거듭한 한국의 인디. 이제는 거짓이 아니게 된 ‘세계진출’과 그 소박한 염원과 설렘,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라는 따뜻한 코멘트에는 오랜 인디 팬들이 경유할 수 있는 감동과 헌사가 담긴다. (장준환)

(여자)아이들 ‘Tomboy’

멤버 수진이 탈퇴하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발표한 ‘Tomboy’는 이전 노래들과는 달랐지만 (여자)아이들을 걸그룹 최상위 포식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위기에서 공개한 ‘Tomboy’가 국민 히트곡이 된 아이러니는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 인생과 닮았다.

다른 그룹들이 뭄바톤 비트를 바탕으로 한 제3세계 리듬과 드롭, 트랩 스타일을 탐닉할 때 (여자)아이들은 20여 년 전에 유행한 팝 펑크로 자신들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어렵지 않은 안무와 쉬운 주요 멜로디가 히트 공식의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Tomboy’는 2022년 최고의 히트곡이다. 반대의견은 있을 수 없다. (소승근)

비오 ‘Love me’

‘Counting stars / 밤하늘에 펄’, 2021년 힙합계에 새로운 별이 떴다. < 슈퍼스타K >를 넘어 국내 대표 음악 경연으로 자리 잡은 < 쇼미더머니 >의 10번째 시리즈를 통해 화려하게 비상한 주역, 그가 바로 비오다. 단숨에 블루칩으로 떠올라 레드벨벳의 슬기, 소유 등 대중 음악 곳곳에 소리를 남기며 노래하듯 랩 하는 싱잉랩(Melodic rap)의 유행 속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저스틴 비버와 더 키드 라로이의 ‘Stay’를 닮은 비트 위에서 부드러운 톤으로 매끄러운 랩을 펼치며 자신의 매력을 온전히 발휘한다. ‘Counting stars’에 이어 에픽하이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 감각도 확실하게 돋보인다. 이런 젊고 유능한 뮤지션이 끊임없이 나오는 곳이 여기 대한민국 K-힙합 신(Scene)이다. 쇼미(< 쇼미더머니 >) 10년이 강산은 못 바꿔도 음악이 흐르는 물길은 바꿔버렸다. (임동엽)

빅 나티 ‘정이라고 하자 (Feat. 십센치)’

그리움을 완결된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선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단어로 그 마음을 정확하게 포착해야 한다. 빅 나티와 십센치는 그들의 식어버린 기억을 ‘정이라고 하자’고 말하며 감정을 똑바로 직시했을 때 생기는 어떤 미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사무치는 이별을 주제로 한 가사는 차트에 이미 가득하기에 관계의 세심한 극복을 다룬 이 곡이 크게 사랑받은 건 반가운 일이다.

적은 수의 코드와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라는 타율 높은 상업적 전략에 터 잡아 유행의 최전선을 달린 스타일의 흑인 음악 터치를 더했다. 대중의 마음을 선명하게 볼 줄 아는 가수들의 조합이라 곡의 내부 요소 간 앙상블도 적절하다. 빅 나티의 선율감이 도드라지는 보컬, 십센치의 언제나 풋풋한 감성, 그리고 따뜻한 어쿠스틱 편곡이 조화를 이룬다. 이보다 듣기 편한 곡을 상상하기 힘들다. (김호현)

윤하 ‘사건의 지평선’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던 어린 혜성은 방향을 잃고 궤도를 이탈했다. 그럼에도 윤하는 고독히 ‘우리’를 중심으로 공전했다. 간결하게 귀를 사로잡는 최근 트렌드와 정반대로 5분이란 시간 동안 숨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록 사운드의 ‘사건의 지평선’은 절대 흔들리지 않고 간직한 그의 음악 세계로 쌓아 올린 견고한 우주였다.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표류했던 과거로부터 보낸 구조 신호가 마침내 두꺼운 경계를 뚫고 몇 광년을 거쳐 지금 도달했다.

굴곡진 인생을 말미암아 굵게 새긴 서사는 재개된 축제의 열기를 타고 울려 퍼져 거대한 필연처럼 대중의 마음과 감응한다. 희망은 언제나 곁에 머문다. 주변을 잠식한 절망은 분명 두텁지만, 그보다 밝은 빛이 존재하기에. 산전수전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았던 아티스트의 긍정적인 목소리가 명확한 지침서가 되어 모두를 내일로 이끌기 시작한다. 이에 윤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손기호)

한로로 ‘입춘’

눈이 녹아 비가 되기 직전의 찰나, 새 출발을 알리는 봄이 본디 그러하듯 모든 시작엔 추위와 온기가 동시에 서려 있다. 갓 첫걸음을 내디딘 아리따운 스물셋 소녀 한로로 역시 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마주한다.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자신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이라 밝힌 데뷔 싱글 ‘입춘’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설렘과 불안을 노래한다.

복잡한 속사정은 여리다가도 폭발하는 호흡 끝에 담겨 있다. 마음 녹여줄 누군가를 기다리던 목소리는 따스한 기타에 포개지며 피어날 준비를 마쳤고, 드럼이 꽃봉오리를 두드리는 순간 목청을 높여 작은 바람이 간절한 열망으로 피어오르게 한다. 간주를 장식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는 감정선을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직후의 가창에선 성대와 음을 살짝 비틀며 가슴을 냉랭히 찢어발긴다. 꽃놀이의 화사함으로 기억하던 계절의 현실은 차디찼지만 굳건한 뿌리의 민들레는 시들지 않았다. 오늘을 넘어 다가올 내일에 용기의 홀씨를 흩뿌린 올해 최고의 청춘 송가. (정다열)

조용필 ‘찰나’

한국대중음악사와 함께 걸어온 발걸음의 무게와 다르게 청춘처럼 산뜻한 ‘가왕’의 복귀다. < Hello >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조용필은 자신을 사랑한 이들이 빠져든, 그리고 빠져들 ‘찰나’를 조각하여 모두가 함께할 추억을 현재에 새겨 넣었다. 물론 2022년을 대표하는 자리에 거장의 이름을 올려둔 것은 역사적 가치나 명망에 따른 전관예우의 혜택은 아니다. 기대감을 늘 확신으로 뒤바꿔온 도전정신, 몇 번이고 격변한 시대와의 호흡 등 완숙해질수록 더 치열해지는 그 오랜 노력에 보내는 찬사다.

영원한 열정을 쏟아부었을 ‘찰나’ 역시 칭호에 걸맞게 절륜하면서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하다. 도시의 밤공기를 머금은 듯 활기찬 록 선율과 옅게 흩뿌리는 코러스가 각자의 자리에서 화려하게 반짝이고, 그 가운데 환희에 찬 보컬이 유려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관록을 뿜어낸다. 갈고닦은 재료들이 단방향의 선율로 매끄럽게 조합되어 모든 세대의 귀를 만족시킬만한 트랙이 탄생했다. 정규 20집으로 향하는 왕도, 그 첫걸음에 울려 퍼진 행진곡은 역시 단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손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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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IZM 뮤직 아카데미] 흑인음악 이야기

강의소개
이즘이 새로운 음악 강좌 [흑인 음악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흑인 음악은 무엇인가요? 흑인 음악이라 불리는 리듬 앤 블루스, 소울, 펑크, 디스코 등은 어떻게 생겨나서 현재 대중음악의 대세가 되었을까요? 각 장르가 생겨난 역사와 대표곡을 함께 읽고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큰 스피커로 함께 모여 제대로 음악을 듣고, 배우는 시간일 될 것입니다. 문의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의 번호로 연락해주세요! 더불어 연이어 공개될 강의에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일시: 2022년 6월 30일 ~ 8월 4일 (매주 목요일, 6주 과정) 저녁 7:00 ~ 9:00
* 장소: 빅퍼즐 문화연구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70-26, 2층)
* 강사: 이즘 대표 겸 라디오 작가 소승근 (한동준의 FM POPS 작가로 활동 중)
* 수강료: 15만원 (개별 강좌 신청 가능 / 강의 1회 당 2만 5천원)
* 수강신청 기간: 2022년 5월 16일 ~

* 문의/신청: 010-9460-2573
신청 링크: (클릭 시 새 창으로 연결됩니다)

커리큘럼
1. 알앤비와 소울의 위대한 여정 1
2. 알앤비와 소울의 위대한 여정 2
3. 흥겨움의 끝판왕 Funk
4. Funk를 대중화한 디스코의 명곡들
5. 비트와 가사로만 음악을 한다! 랩의 역사
6. 흐린 기억 속으로 사라진 80년대의 고품격 알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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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임진모 인터뷰

MBC 창사 60주년 특별 기획 라디오 프로그램 <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는 임진모 진행으로 2021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곡씩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유행가를 소개했다. 총 365곡이다. 1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유행가 하나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짚는 의의를 넘어 시대와 세대의 벽을 허물고 원활한 교류를 자아내는 순환의 장 역할을 수행했다.

그와 동행한 많은 청취자들이 감사와 공감을 보냈다. 한국방송협회 주관 ‘작품상’과 ‘이달의 PD 상’ 부문에서의 수상 소식 역시 임진모만의 다채로운 시각과 해석으로 세대 간 접점을 형성한 결과일 것이다. 어느 쌀쌀한 2022년의 초입,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하게 발자국을 남긴 <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에 대한 감회를 나눴다.

지난 12월 31일, <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가 365회의 대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본인이 주체적으로 진행하신 프로그램인 만큼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사실 1년 내내 하루에 한 곡씩 한다는 게 재밌겠다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더군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지금은 후련한 느낌도 들고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뭐랄까, 시원섭섭하다고 할까요.

방송국 측에서 선생님을 진행자로 모신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더 매력적인 인물도 많겠지만, 아무래도 365곡이라는 범위가 굉장히 넓을뿐더러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노래라는 상당히 광범위한 범주이기 때문에 제가 그나마 적합하겠다고 판단한 것 아닐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일이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평론가라는 타이틀이 주어진 저에게는 국내 음악사를 한번 정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정리와 관련한 제 롤 모델이 < 혁명의 시대 >, < 자본의 시대 >, < 폭력의 시대 >를 쓴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인데요, 어디를 가도 얘기하지만 대중음악의 덩치를 크게 통사, 작품(싱글과 앨범), 인물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를 통해 그중 하나인 노래 즉 ‘작품’이 해결된 거죠. 이렇게 끝맺음 하고 나니 부분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뿌듯함이 있습니다.

365곡의 선정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조그맣게 선정위원회를 만들어 볼까도 고려했어요. 하지만 담당자인 MBC 라디오 하정민 PD는 진행자인 제 판단에 의한 선곡이 프로그램 제작에 가장 합리적일 거라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5분가량의 짧은 시간이니 부담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어찌 보면 저의 시각과 해석을 존중해 준 셈입니다. 이 대목에서 하PD께 감사드리고 싶은데요. 평면적인 원고를 입체적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자료를 다 찾아 곡 해설에 다큐적 역사성을 부여해 줬습니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그와 먼저 방향과 관련해 큰 틀을 잡았습니다. 우선 ‘유행가’라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에 집중했어요. 한때 유행가라는 개념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흔히 대중음악과 유사어로 사용되지만 명곡을 포함하는 대중음악이란 용어와 달리 유행가에는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노래가 꼭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예술적으로 미흡하더라도 특정한 시대 속에서 집단이나 대중과의 접점이 이뤄졌다면 유행가 아닐까요.

또 하나 롤링스톤, 빌보드와 같은 음악 매체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중음악과 관련된 리스트나 앙케트는 흔히 ‘100곡’틀에 갇히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365곡은 수적으로도 많지만 오랜, 고정된 틀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통 어떤 조사이든 간에 평론가와 음악 관계자가 주도하거나 참여하게 되면 대부분 예술적으로 뛰어난 명곡과 수작들이 뽑히곤 합니다. 이러한 명곡들 사이에는 ‘저주받은 걸작’이란 수식이 웅변하듯 대중의 호감을 창출하지 못한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는 가능한 한 그런 명곡보다도 대중들이 오랫동안 흥얼거리고 사랑을 보낸 곡, 바로 ‘리얼’ 유행가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술성보다는 프로그램 타이틀인 ‘시대’성에 기준을 둔 셈이죠.

그럼에도 365곡은 양이 방대합니다.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전권을 가진 입장에서 부담이 없지는 않았죠. 그럼에도 모르는 노래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건방졌나요. (웃음) 365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한 해를 기준으로 잡고 방영 날짜와 시점에 부합한 곡을 하나씩 찾아 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고 각각 철에 맞는 노래가 있죠. 여름 시즌 환영받는 쿨의 ‘해변의 여인’이나 걸그룹 f(x)의 ‘Hot summer’ 그리고 가을철 하면 떠오르는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과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곤 간 사람’이 그렇습니다. 4.19 혁명, 두 차례의 오일쇼크, 5.18 광주항쟁, IMF 같은 역사적 사건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겠죠.

아쉽게 빠진 곡이나 사정상 실리지 못한 곡도 많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모든 곡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방송국 관련 문제로 등장하지 못한 아티스트도 있고, 친일 전력이 있는 음악가의 곡도 대부분 제외했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을 거쳐 1960년대까지 맹활약한 작사가 반야월과 톱 가수 남인수는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지만 그들 작품이라고 다 빼면 시대적 유행가를 고르기가 정말 힘들지요. 그러니까 중요한 역사적 맥락을 지닌 곡들은 예외로 한 거죠. 그래서 종전 후 부산에서 서울로의 환도라는 시대적 배경을 담은 남인수의 곡 ‘이별의 부산 정거장’은 리스트에 들어갔죠. 방송사에서 금지했거나 사실상 방송을 제한한 빅뱅(‘거짓말’), 룰라(‘날개 잃은 천사’), 김건모(‘핑계’, ‘잘못된 만남’), 휘성(‘안되나요’)의 노래들은 유행가에서 빠졌습니다. 하지만 출판계약이 이뤄진 상태에서 책으로 풀어낼 때는 이들 노래를 살려내려고 합니다.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존재들이니까요.

자료 조사에 있어 힘드신 부분은 없었나요.
물론 지금 정보도 잘만 조합하면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테지만, 해외에 비하면 많은 자료들이 유실된 것만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전설적인 옛날 뮤지션들이 상당수 돌아가셨어요. 따라서 지금은 기존 남아있던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워낙 부족한 탓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음반에 제작 발표 연도만 표시가 되어있어도 어느 정도 시점이 정리가 되는데 그게 없거든요. 이전과 이후 자료나 가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기억을 조합해 추정해야만 한다는 거죠.

여러 시간대를 번갈아 여행하다가도, 가끔은 옛 음악만 나오는 주간이 있었습니다. 방영 순서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순서는 다양하게 하려 했지만, 일부러 비슷한 연대의 노래를 겹치게 배치한 적이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농 시대를 이야기할 때라던가, ‘전선야곡’과 ‘단장의 미아리 고개’ 같은 6.25 전쟁 관련 노래를 다룰 때가 그랬죠. 젊은 친구들에게 재미가 반감될지라도, 창사 특집이라는 명목 상 역사적인 측면도 강조했어요.

짧은 러닝타임이 지닌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의 5분은 생각보다 깁니다. 다만 <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의 경우, 곡에 대한 설명과 역사적 사료를 포함해 약간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노래가 나갈 시간이 적습니다. 대개 곡의 2절이 시작할 즈음 방송이 끝나곤 하죠. 예를 들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처럼 90년대 이후 발라드들은 기본적으로 5분이 넘습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청취자들 누구나 완곡을 듣고 싶어 하기에 지적을 많이 받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저를 보더니 대뜸 “음악에 관계하시는 분이 어떻게 노래를 그렇게 잘라요?”라며 호통을 치더군요.

종합적인 수치와 밸런스를 통해 산출된 이 지표에서 우리는 단순한 개별 곡의 나열이 아닌 대중음악사에서의 중요도와 영향력을 일견 엿볼 수 있다. 조사 결과 365개의 곡 가운데 최다 선정된 가수는 조용필(‘단발머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친구여’, ‘여행을 떠나요’, ‘킬리만자로의 표범’, ‘Bounce’)로 총 6곡이 선정되었다. 다음으로는 서태지와 아이들(‘Come back home’, ‘하여가’, ‘난 알아요’)와 BTS(‘피 땀 눈물’, ‘봄날’, ‘Dynamite’), 현인(‘신라의 달밤’, ‘럭키서울’, ‘굳세어라 금순아’)이 3곡으로 동률을 이뤘다.

최다 선정 작곡가의 타이틀은 50년대부터 60년대까지 많은 히트 유행가를 남긴 박춘석(11곡)이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은 작곡가는 40년대 후반에서 50년대 초까지 대표적 유행가를 독점적으로 써낸 박시춘이었다. 작사가의 경우 박시춘 시대부터 많은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쓴 레전드 유호(8곡)와 가사의 명인 반야월(7곡)의 이름이 차례로 등장했다. 무엇보다 아티스트, 작곡, 작사 세 가지 전 부문에 걸쳐 공히 상위권에 랭크된 인물은 한국 록의 영원한 대부 신중현이었다.

최다 선정자로 조용필이 뽑혔습니다. 조용필이라는 존재를 대중음악의 관점에서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해방 이후의 최고 가수죠. 범접할 수 없는 ‘가왕’ 타이틀답게 대중에게 사랑받은 곡이 무척 많습니다. 사실상 안정애의 ‘대전 블루스’와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도 조용필의 지분이 큰 곡입니다. 국내 앨범 예술의 확립은 조용필의 공헌이 큽니다. 과거에는 타이틀 이외의 곡은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가 수록된 1980년 < 조용필 1집 >은 수록곡 전곡이 히트하면서 대중이 앨범 단위의 가치를 의식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구축했습니다. 물론 조용필은 앨범뿐만이 아니라 단일 곡으로도 최강자였지요. ‘오빠부대’나 ‘가왕’이라는 수식은 이후가 아니라 그가 활동할 당시인 1980년대에 이미 완성된 단어인 거죠. 과거 < 우리 대중음악의 큰 별들 >에서 조용필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영구 결번 1번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솔직히 하다 보니 6곡도 부족했어요. 더 들어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PD와 공유했으니까요.

또 조용필 노래는 시기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던데요…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나온 1975년부터 ‘Bounce’가 유행한 2013년까지 간격이 무려 38년입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히트곡을 창출한 것 자체가 독보적 펀치력 아닐까 싶어요. 심지어 ‘Bounce’는 가벼운 일렉트로니카, ‘Hello’는 힙합을 접목했습니다.

작곡가에서 박춘석과 박시춘이, 그리고 작사가 중에서는 유호와 반야월이 선두에 있습니다. 독보적인 결과만큼이나 이들의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던 비결이 무엇일까요.
해방 직후의 음악 시장은 강자가 싹쓸이하는 시대였습니다. 그야말로 빼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적 소수가 모든 작업물을 독점하던 시기였죠. 그런 의미에서 박춘석과 박시춘, 그리고 유호와 반야월을 빼고는 과거 음악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지금이랑 비교해 보면 현재는 굉장히 많은 가수가 활약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박춘석의 작법은 클래식의 영향 하에 있습니다. 그가 작곡한 박재란의 ‘밀짚모자 목장 아가씨’를 들어보면 알 수 있듯, 대중의 감성을 선율로 완벽하게 표현한 작곡가죠. 박시춘은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감성적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신라의 달밤’, ‘낭랑 18세’, ‘봄날은 간다’를 비롯해 리스트에 수록되지 않은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 등 유명한 곡을 많이 남겼습니다.

놀랍게도 모든 분야의 상위에 오른 음악가는 신중현입니다.
한국 록의 대부, 한국 대중음악의 진정한 시작이라는 오랜 수식이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작곡과 작사는 물론, 가수로도(에드포 때의 곡 ‘빗속의 여인’, 신중현과 더 멘 때의 ‘아름다운 강산’, 엽전들 때의 ‘미인’) 상위권에 존재하니 말이죠. 어떤 면에서 보면 대중음악의 기여도가 제일 높은 음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재지요. 1970년대를 맞이해 포크 음악의 태동이 시작하면서 김민기, 이장희, 한대수와 같은 싱어송라이터가 대거 등장했는데요. 이때 전문적인 작사 작곡 집단에서 벗어나 스스로 곡을 만들어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물결의 시작을 알린 인물이 바로 신중현입니다.

진행하면서 유독 인상 깊었던 곡이 있을까요.
녹음을 하던 도중 ‘아, 이게 유행가구나!’라는 깨달음을 내려준 곡이 바로 정난이의 ‘제7광구’입니다. 요즘 친구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과거 1973년과 1979년에 오일 쇼크가 터져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피해가 막심했죠. 그러던 어느 날 일본과 협조를 맺고 제7광구에서 석유 시추를 하게 되면서 국가적으로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는 부푼 희망을 갖게 됩니다. 이를 담은 노래가 바로 ‘제7광구’입니다. 유행가란 단순히 유명한 것을 넘어 ‘시대성’과 관련한다는 선정 기준을 제공해 준 곡입니다.

시대성의 예시를 또 하나 들자면 코미디언 서영춘이 불러 전국적인 유행을 가져온 ‘서울 구경(시골영감 기차놀이)’이라는 번안곡이 있습니다. 오늘날 랩의 효시로 언급되는 곡이기도 하죠.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 / 차표파는 아가씨와 실갱이하네’라는 가사에는 해학이 담겨있지만, 한국이 급격한 공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생긴 충돌을 다루는 곡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새로운 문화에 대한 두려움이 표현된 거죠.

선정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만화 주제가가 수록되기도 했어요.
실제로 유행가에는 세대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지코의 ‘아무노래’가 SNS 시대를 빛낸 빅 히트송임에도 어르신들은 잘 모르는 것처럼요. 하지만 이런 경우도 유행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BS에서 방영한 < 날아라 슈퍼보드 >의 OST인 김수철의 ‘치키치키 차카차카’는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노래입니다.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도 그런 경우죠. 특히 ‘산 할아버지’는 가사가 정말 이쁜 곡이죠. 당시 산울림이 아이들을 위한 대중음악이 없는 게 안타까워 동요 앨범을 세 장 연속으로 내는데요. 3형제 중 둘째 김창훈이 쓴 곡입니다. 최근에는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가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죠.

그런 의미에서 요즘 유행하는 곡은 세대 간의 교두보 역할보다는 오히려 분리의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중음악의 주인은 ‘Young Generation’이지요. 1950년대의 남인수, 고복수, 황금심이 활약하던 시절 기록을 보면 수요층이 전부 20대들이었어요. 1980년대에는 조용필과 전영록 같은 가수가 틴 마켓을 만들어내고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김승진 박해성 안혜지 이지연과 같은 ‘틴에이저 가수 집단’이 부상하면서 10대가 위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옛날에는 20대를 중심으로 각각 나이가 많은 어른과 적은 아이로 퍼져나갔다면 지금의 유행가는 세대 간 확대로 이뤄지기는 어려운 시점입니다. 음악 자체가 확장성보다는 특정 세대나 더 정확을 기하자면 팬덤을 겨냥해 만들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무엇보다 대중가요도 역사가 오래되면서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들을 음악이 정말 많아졌어요. 옛날에는 민요밖에 없었죠.

그러고 보니 리스트 가운데 번안곡도 굉장히 많습니다.
‘산 할아버지’와 ‘사랑을 했다’가 어린 친구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아무래도 멜로디가 쉽고 개사에 용이하다는 점이죠.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일명 ‘노가바’는 옛날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현상입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팝송을 우리말로 바꿔 소화하려는 의도가 컸어요. 보니 엠의 ‘Rivers of Babylon’이나 올리비아 뉴튼 존의 ‘Physical’ 같은 곡들이 그렇습니다. 사실 365개의 곡 중 외국 원곡이 10곡이나 됩니다. 캔의 ‘내 생에 봄날은…’과 박효신의 ‘눈의 꽃’은 일본 곡이 원곡이고,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은 오리지널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Anything that’s part of you’입니다.

물론 번안곡과 관련해 1970년대 초반 건전가요 노래 붐을 일으킨 전석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치 밀러(Mitch Miller)를 모델 삼아 합창의 개념을 가져와 전 국민이 다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번안해 보급하며 ‘싱어롱(Sing-along)’ 즉 ‘다 함께 노래 부르기’ 문화를 전파한 인물이죠. 당시 군사독재 시대에 짓눌려 있는 분위기 속 활기를 불어넣으며 포크 운동으로 연결시키는 데도 공헌하기도 했습니다. 전석환이 번안한 유명한 노래가 바로 교실에서 부른 ‘그리운 고향’이죠. 비치 보이스가 끄집어내 세계적으로 알린 ‘Sloop John B’를 번안한 곡입니다. 서수남, 하청일의 ‘동물농장’도 해리 벨라폰테의 ‘I do adore her’를 번안한 곡인데 냉정하게 비교해 보면 사실상 반은 창작곡이라 할 정도로 서수남의 아이디어가 빛나지요. 그리고 리스트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번안 곡 중 오정선의 ‘마음’은 참으로 창의적인데요. 한번 들어 보기를 바랍니다.

번안 곡에 대해 우호적 시선이신데요.
저는 번안 작업을 통해 현재 K팝이 세계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았다고 규정합니다. 약소국 시절부터 영미 팝과 이탈리아의 칸초네와 프랑스의 샹송 등, 전 세계 각국의 민요와 문화를 흡수하고 받아들인 것이 지금 글로벌 성공의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시기적인 배분에 있어서도 신경을 쓰셨나요.
하정민 PD와 합의를 본 부분이 통상적인 앙케트를 보면 옛 음악에 비해 요즘 음악이 홀대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시대별 비율을 신경 써서 해방 이후 음악부터 오늘날 사랑받는 음악까지 골고루 다루고자 했죠. 40-50년대 곡이 33곡, 60년대 곡이 42곡, 70년대 60곡, 80년대 96곡, 90년대 72곡, 2000년대 43곡, 2010년대 19곡의 분포였습니다. 70년의 세월을 관통한 겁니다. 마치 한 사람의 일생과도 같은 세월 동안 우리 대중음악이 이렇게 길게 호흡해왔구나 싶습니다.

최근 음악을 다룬 이유는 세대 접점의 측면에서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리스트를 보면 1980~1990년대 곡이 제일 많은데, 이는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엄청난 장르가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음악 산업의 규모가 커진 것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황금기인 거죠. 그때는 국민 모두가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레코드점으로 가서 음반을 구입하던 시기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국내 대중음악에 대한 소견이 궁금합니다.
누구나 다 똑같이 얘기하겠지만 지금의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이 날갯짓할 수 있던 것은 어떤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 8군 시절부터 등장한 모든 음악이 혼합과 겨루기를 거쳐 이어진 것이 지금의 세계적인 K팝입니다. 한국의 음악적 자산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같이 이제 아이돌만이 아닌 다른 한국적인 음악들도 소개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한 거죠. 또한 빛과 소금, 김현철의 음악이 시티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소환되어 젊은이들에게 낡은 음악으로 들리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그 당시에도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던 실험의 흐름이 명백히 있었다는 증거겠죠.

흥미롭게도 첫 곡이 BTS의 ‘Dynamite’고, 마지막은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Rollin’)’이 장식했습니다. 이 두 곡을 양 끝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각 시작과 끝의 의미를 상징합니다. <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의 시작은 어느 누구보다도 세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BTS의 첫 빌보드 넘버원 송인 ‘Dynamite’를 골랐고 마지막은 역주행의 신화를 기록한 ‘롤린 (Rollin’)’을 골라 많은 사람들이 상황이 어렵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전 늘 강조하죠.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이라고요.

<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이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염두에 둔 주제가 바로 세대와의 화합입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현인과 박재란의 음악을 알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어른들은 요즘 애들의 음악은 어렵다고 하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서로가 이런 음악이 과거에 존재했고, 지금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기뻤던 건 청취자들이 보내준 반응이었어요. 어르신들에게 ‘요즘 노래를 자꾸 들어보니 좋다’고, 그리고 젊은 친구들로부터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이렇게 역사가 깊은 줄 몰랐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음악은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함께 공감할 수는 있다. 결국 세대 화합의 가장 훌륭한 재료가 음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만약 먼 훗날 후세가 또 한 번 유행가를 선정한다면 지금의 리스트 또한 많이 달라질까요.
그럼요. 시대는 흐르면서 반드시 일을 저지릅니다. (웃음)

약 한 시간 반가량의 치열한 인터뷰 끝에도 열정적인 대답을 거듭한 임진모의 입가에서는 행복의 미소가 그치지 않았다. 음악평론가의 길을 택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순수한 초심을 유지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이들 역시 피곤함을 잊은 채 어느덧 그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생생한 설명을 경청하고 몰입해 있었다. 그는 마치 음악이라는 불변의 매개체를 통해 다른 세대와 온도를 공유하고, 살아 숨 쉬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는 듯 보였다.

<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 >로 큰일을 끝낸 직후지만 그의 손은 좀체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본문에서도 미루어 볼 수 있듯 국내 대중음악에서 ‘노래’의 결을 매끄럽게 정리한 그는 ‘통사’와 ‘인물’에도 도전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어쩌면 그가 나이에 개의치 않고 음악평론가의 직함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던 것은 실력뿐만이 아닌 이러한 아가페적 열정에 기인하는 것 아닐까. 임진모에게 필요한 것이 음악이라 하지만, 음악 역시 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인터뷰 : 김도헌, 박수진, 손기호, 임동엽, 장준환
정리 : 장준환
촬영 : 임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