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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Crazy In Love’ (2021)

평가: 2.5/5

‘달라달라’로 쾌조의 출발을 알렸던 있지의 여정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난해한 사운드로 글로벌 시장을 노렸던 ‘Not shy’부터 조금씩 경로를 이탈하더니 주체적이고 당당한 ‘나’에서 ‘마피아’라는 특정 타자로 분했던 < Guess Who >에서는 방향의 좌표마저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그룹을 지탱해 온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혼돈의 시기에 내놓는 첫 정규앨범은 정체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이는 결과물이다.

전작의 혹평을 만회하기 위한 정공법으로 초심을 택했다. 그룹의 대표곡 ‘달라달라’와 ‘Wannabe’를 탄생시킨 별들의 전쟁과 다시 손을 잡고 힙합, 라틴, 뭄바톤이 합쳐진 화려한 사운드로 성공 공식을 또 한 번 따르고자 한다. 타이틀곡 ‘Loco’는 히트곡의 형태를 답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200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뽕끼 어린 멜로디가 후렴구에 등장하며 몰입을 떨어뜨린다. 한껏 미쳐야 하는 곡이지만 튀는 구간 없이 안전하게 흘러가는 구성을 취해 저돌적인 메시지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지 못한다.

타이틀곡이 끊은 불안정한 시작은 무던한 수록곡들의 전개를 통해 여유를 되찾는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떠오르는 기분 좋은 멜로디의 틴 팝 ‘Sooo lucky’는 있지를 상징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껏 발산하며 벅차오르는 리듬을 활용해 드라마틱한 효과까지 살린다. 몽환적인 건반 연주에 호소력 짙은 보컬을 조명한 ‘Love is’, 이매진 드래곤스의 ‘Thunder’를 연상시키는 톡톡 튀는 박자감의 ‘Chillin’ chillin’’ 등 산뜻한 기운을 지닌 곡들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밝은 팝 장르에서의 소화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남에도 전작에 이어 여전히 힙합에 포커스를 둔다. 미국 여성 래퍼 사위티(Saweetie)의 ‘Best friend’와 비슷한 ‘Swipe’는 틱톡에서 인기를 끌 법한 사운드의 전형에 가깝고 ‘#Twenty’는 빠른 템포의 트랩 비트와 래핑이 엉성한 조화를 이룬다. 한마디로 전문 래퍼가 아닌 멤버들의 어색한 랩과 곡이 부조화를 일으킨다. Z세대 다운 솔직한 가사로 위트를 더했지만 소재의 재미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남들보다 일찍 맞이한 성공은 이른 성장통이 되어 돌아왔다. 당당한 틴프레시 이미지를 기반으로 발랄한 댄스 음악을 넘어 스펙트럼의 확장을 시도했으나 그룹에게 맞아떨어지는 해답은 여전히 탐색 상태에 놓여있다. 향후 안정적인 포지셔닝을 위해 강박적으로 콘셉트와 장르 변화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정한 틀에 이들을 끼워 맞추려는 행보는 오히려 그룹의 색깔을 가리고 있다. 그룹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난 나야’가 자연스럽게 돋보일 때, 있지는 진정으로 미칠 수 있다.

– 수록곡 –
1. Loco
2. Swipe
3. Sooo lucky
4. #Twenty
5. B[oo]m-boxx
6. Gas me up
7. Love is
8. Chillin’ chillin’
9. Mirror
10. Loco (English ver.)
11. 달라달라 (Inst.)
12. Icy (Inst.)
13. Wannabe (Inst.)
14. Not shy (Inst.)
15. 마.피.아. In the morning (Inst.)
16. Loco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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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ITZY) ‘Guess Who’ (2021)

평가: 2/5

JYP 출신 걸그룹의 핵심은 스타성이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특장점을 파악하고 뽐낼 줄 아는 엔터테이너적 면모를 우선시한다. 있지 또한 사랑에 목매지 않던 ‘달라달라’부터 다채로운 사운드의 ‘Not shy’까지 당돌함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주체적인 MZ세대의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해진 연출을 수동적으로 따라야 하는 < Guess Who >는 다섯 소녀의 생동감을 제어한다.

추리극의 시작부터 2년에 걸쳐 정립한 메시지를 흐린다. 소속사 선배 그룹 투피엠의 ‘하.니.뿐.’의 작명이 떠오르는 ‘마.피.아. in the morning’은 긴장감을 더하는 사이렌과 808 베이스 위에서 난해한 가사로 사랑의 주문을 건다. 200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후크송 작법으로 중독을 노리지만 ‘ICY’처럼 그루브 넘치는 리듬 전개나 ‘Wannabe’같이 격렬한 댄스 브레이크가 없다. 메인 보컬 리아의 음색이 낮은 음역대에 조화롭게 스며들면서도 나머지 멤버들의 랩과 대비를 이루지 못하며 반전을 조성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으로 총을 만들어 쏘는 동작은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나 ‘Kill this love’가 겹치고 검은 가죽과 스판 재질의 의상에선 에이오에이의 ‘사뿐사뿐’이나 에버글로우의 ‘La di da’의 잔상이 머무른다. 냉혹하게 그려져야 할 범죄조직 세계를 카리스마 있는 여전사나 캣우먼같이 식상한 설정으로 표현한 것. 개성으로 똘똘 뭉친 대형 기획사의 창작물이라고 하기엔 안일하고 나태한 결과물이다.

그나마 틀에 얽매이지 않은 곡들이 전작의 기조를 이어간다. 기타 리프와 박수가 어우러진 ‘Wild wild west’는 가까이하기엔 위험한 선인장에 빗대어 노래하며 자유분방했던 < Not Shy >의 연장선에 선다. 트렌디한 ‘Shoot!’은 플루트 소리와 공간감으로 맛을 살린 코러스가 몽환적인 무드를 형성하지만 힙합 비트의 ‘Kidding me’는 후렴 부분의 드롭과 박자를 잘게 쪼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후반부가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과 닮아 있다.

태생부터 ‘달라달라’를 외쳤지만 그 주장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한 적은 드물다. 그럼에도 팀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개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패기와 열정이었고 뻔뻔한 듯 당당한 태도가 그들의 진정한 매력이다. ‘Wannabe’의 노랫말처럼 굳이 뭔가 될 필요는 없다. 정체성까지 흔들리며 콘셉트에 사로잡혀 있기엔 시간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 수록곡 –
1. 마.피.아. in the morning
2. Sorry not sorry
3. Kidding me
4. Wild wild west
5. Shoot!
6. Tennis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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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ITZY) ‘Not shy’ (2020)

평가: 2.5/5

젊은 신예 작곡가의 패기를 담은 듯, 빈틈없이 채운 사운드로 중무장했다. 색소폰의 펑키한 리듬이 곡 전체를 지배하고 확확 바뀌는 구성은 무게중심을 옮기게끔 하여 음악에 입체감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힘 있게 흘러가는 멜로디다. 특히 프리 코러스에서 후렴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매끄러워 기대감을 올리기에 충분한 역할을 한다. 이전보다 자연스러워진 멤버들의 보컬도 한몫한다.

다만 이 카타르시스를 방해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 후렴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코러스 ‘있지~’는 중독성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나 오히려 당황스러움을 안길 뿐이다.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들 정도. 또한 201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Turn down for what’, ‘GDFR’ 등의 EDM 사운드가 스쳐 지나가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피로해지는 점까지 데리고 왔다.

전작과 다른 곳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호불호의 간극이 커졌다는 의미도 내포하지만 적어도 있지의 것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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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ITZY) ‘IT’z Me'(2020)

평가: 2/5

있지의 다섯 멤버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는 ‘Wannabe’의 후렴에서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진 않아, 난 그저 나이고 싶어(I don’t wanna be somebody / Just wanna be me)’를 힘차게 외친다. 하지만 의도와는 반대로 멤버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는 이 지점에서 곡명처럼 수많은 ‘워너비’들의 흔적이 포착된다.

투애니원 스타일의 멜로디와 메탈 기타 리프의 후렴부, 블랙핑크와 레드 벨벳이 겹쳐가는 5인조 구성과 보컬 운용, 미스에이와 트와이스로부터 이어받은 JYP 특유의 활기찬 이미지가 한 데 모여 있다. 제목은 ‘달라달라’였으나 그리 다르지 않았던 데뷔곡의 기조를 이어간다. 

흥미롭게도 이 ‘다르지 않음’은 있지가 데뷔 후 빠르게 인기를 확보하며 대중적 성공을 거두게 만든 으뜸 요소다. 이들은 독특한 콘셉트나 사운드, 스토리텔링 대신 거대 기획사의 일반적인 육성 및 데뷔 과정, 보편적인 걸 크러쉬를 따른다.

< ITz Me >의 곡들은 2010년대 초 EDM 유행을 적극 참고하고 리틀 믹스, 피프스 하모니 등 해외 걸그룹들의 스타일을 닮았으며 ‘누가 뭐래도 난 나야'(‘Wannabe’), ‘태생이 그래 난 흥이 넘쳐 / 열일곱 살인데 뭐 그래 봤자'(‘That’s a no no’) 등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가사를 뱉는다. 활용하는 작법 모두가 현재보다 과거와 가깝다.

마치 앞서 언급한 선배 그룹들 및 과거 케이팝을 종합한 평균치를 보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있지는 JYP 걸그룹의 계보 중 가장 평범한 팀이 됐다. 복고의 원더걸스, 당당한 미스에이, 발랄한 트와이스만큼 확고하지 않다. 미국식 펑크(Funk) 디스코에서 유로 댄스와 일렉트로닉으로 선회하는 최근 소속사의 음악 기조만이 선명한데, 이마저도 케이팝 규격에 다듬어진 탓에 듣는 재미가 반감된다.

퓨처 하우스를 개척한 DJ 올리버 헬덴스(Oliver Heldens)의 ‘Ting ting ting’, 혁신적인 샘플 운용과 과감한 구성으로 주목받은 소피(SOPHIE)가 참여한 ’24Hrs’가 그 예로, 놀라운 작곡가의 이름값에 비해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평범하다.

로킹한 기타 연주를 더한 ‘Wannabe’ 역시 다양한 샘플을 운용했으나 밀도 있게 신인의 패기를 밀고 나가던 ‘달라달라’, ‘ICY’만큼의 쾌감이 크지 않다. 그래서 비교적 귀에 잘 들어오는 곡들은 확실한 노선을 갖춘 곡이다.

강렬한 록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Nobody like you’나 뭄바톤으로 시작해 트랩을 섞어 강한 기조를 이어가는 ‘That’s a no no’, 처지는 부분 없이 정직한 파티 튠 ‘I don’t wanna dance’가 흐트러짐 없이 당찬 이미지를 향해 달려간다. ‘ICY’의 그루비한 면모보단 ‘달라달라’의 과감한 질주야말로 대중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임을 정확히 파악했기에 가능한 포지셔닝이다. 

있지에겐 소속사와 팀 단위의 확실한 계획이 있다. 대중성이 실종되고 팬덤 위주 소비로 재편되는 케이팝 시장에서 이들은 오히려 고전적인 전략을 채택해 범 대중적인 ‘국민 걸그룹’을 꿈꾼다. 숱한 선배 ‘Wannabe’들의 모습을 닮아야 하고 ‘달라달라’라 말하지만 묘한 기시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겠다는 조바심 대신 잘하는 것에 집중하며 답을 찾으려는 전략, 세대교체의 시기를 노려 대중적 성공을 거뒀으나 아직 이 팀에게 어떤 개성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흥행을 바탕으로 ‘누가 뭐라 해도 난 나야 /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라는 노랫말을 쫓아야 한다. 

– 수록곡 –
1. Wannabe 
2. Ting ting ting with Oliver Heldens
3. That’s a no no
4. Nobody like you 
5. You make me
6. I don’t wanna dance 
7. 24H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