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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 ‘Hypnosis Therapy'(2022)

평가: 3.5/5

덩치만큼이나 좋은 먹성을 가진 전자 음악과 힙합은 타 장르와의 무자비한 교배를 기반으로 세력을 부풀려 왔다. 그만큼 둘의 조합인 ‘일렉트로닉 힙합’은 수식만으로도 막대한 범용성을 자랑한다.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는 결과물을 가늠하기 어렵고, 경계에 갇히지 않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2015년 < 물질보다정신 >으로 평단의 찬사를 이끈 ‘와비사비룸’의 멤버, 짱유와 제이플로우가 새로운 프로젝트 힙노시스 테라피의 출격을 알린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를 소환하는 인스트루멘탈 ‘2002 Korea’부터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대한민국의 회복을 위한 초록빛 최면 치료. 뇌쇄적인 저주파 자극과 역동적인 심장 제세동이 차례로 행해진다. 점차 마취액이 혈관을 타고 흐른다. 당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비로소 모든 감각을 잠식하는 물아일체의 현장, ‘레이브’로의 입장이다.

이들에게 스웩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다. 누가 더 플로어에서 상대를 신나게 하고 춤추게 하는지의 도취다. 반복적인 박자감은 트랜스(Trance) 작용을, 묵직한 베이스는 클럽의 정서를 가져온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능숙한 사운드 터치다. 몽환적 작풍으로 개인 서사를 그린 짱유의 < Koki7 >과 차분하고 정교한 배경이 돋보인 히피는 집시였다의 프로듀서, 제이플로우의 집도 감각은 유로 댄스와 테크노, 레이지, 퓨처 레이브와 앰비언트, 다양한 수술 도구를 통해 한 차례 발전을 거둔다.

오랜 호흡은 플레이어와 비트 메이커의 이해관계로 나타난다. 뭉툭한 박자 사이로 보컬 샘플을 촘촘하게 쪼갠 ‘Benz’는 짱유 특유의 혈기왕성한 래핑을 재료로 한 봉합 현장이다. 반면 빠른 스포큰 워드 기법의 ‘Wikipedia’는 비트를 후방에 배치해 등장하는 가사에 집중하게 만들고, 부가 요소를 깔끔히 걷어내어 보컬의 멜로디를 부각한 ‘Highway’는 일종의 쿨링 구간을 마련한다.

캐치한 훅과 완급으로 감칠맛을 자아내는 ‘+82’와 분열적인 랩으로 강력한 기조를 이어가는 ‘Daze’는 일당백으로 주인공 역할을 수행하는 짱유의 캐릭터성을 살린 사례다. 고양감을 자극하는 고감도 비트부터 삶을 예찬하며 이 행진에 동참을 요구하는 동물적인 랩 모두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적어도 이 앨범에서 우울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작업물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돋보인다. 요근래 일렉트로니카를 접목한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수요층이 느는 추세라지만, 이토록 노골적으로 본질에 접근한 앨범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주목받는 디제이 듀오 살라만다(Salamanda)와 프랭크, 디제이 코커가 참여한 리믹스 앨범까지 발표하며 로컬과의 결합까지 노린 이들의 진취적 행보는 현상의 제시를 넘어 로컬 신과의 용접을 도모한다. 아직 구상 단계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서로의 시너지와 틈새시장을 파악한 듀오의 무서움, 오금까지 저리다.

– 수록곡 –
1. 2002 Korea
2. Benz (Feat. Jibin)
3. Wikipedia
4. +82
5. Ht
6. Medusa
7. Daze
8. Brik
9. Highway (Feat. Hans)
10.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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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2022 에디터스 초이스(Editors’ Choice)

조금이나마 서로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던 한 해였다. 그간 억눌려있던 모든 것들이 터져 나왔듯 음악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희로애락으로 가득 찼던 2022년, 이즘 에디터의 일상을 파고든 노래는 무엇일까. 각자 취향을 녹여내 엄선한 플레이리스트지만 필자들이 독자 여러분에게 보내는 소소한 선물이기도 하다. 음악을 사랑하는 모두의 가슴 깊은 곳까지 진심이 전해지길 바란다.

정다열’s Choice

릴 나스 엑스(Lil Nas X) ‘Star walkin”
깜빡일지언정 멈추지 않았던 별들의 서사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50(이오공) ‘춤을 추어요’
세월에 익어 물든 기타 연주와 목소리를 벗 삼아.

언텔(Untell) < Human, The Album >
인간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근본적인 물음에 날을 부딪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향연.

신해경 ‘리얼러브 (Feat. 청하)’
양극단의 아티스트를 이어준 오작교 위의 황홀경.

그웬노(Gwenno) < Tresor >
익숙한 듯 낯선 미지 세계 속 보물. 위로라는 감정에 언어 장벽이 무슨 소용인가.

장준환’s Choice

MJ 렌더맨(MJ Lenderman) < Boat Songs >
마이크(The Microphones)를 든 채 인도(Pavement) 위 나타난 현대판 ‘마티 맥플라이’.

길라 밴드(Gilla Band) ‘Post Ryan’
어느 날 자택으로 배달된 택배. 그리고 이 불길한 난수 암호에 빠져들게 된 당신.

선과영 < 밤과낮 >
실이 바쁘게 오가듯, 미소가 배시시 오가듯. 그 소박함이 넘실넘실.

펜타곤 ‘관람차 (Sparkling Night)’
빠져들기까지 10초, 벗어나기까지 10개월. 키노 감성의 무서운 마력이란.

파더 존 미스티(Father John Misty) < Chloë And The Next 20th Century >
세기를 연결하는 낭만의 무도회장. 미스터 틸먼, 나와 함께 춤을 추겠어?

염동교’s Choice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Lizard Wizard) < Ice, Death, Planets, Lungs, Mushrooms And Lava >
1970년대의 잼(Jam)이 그립다면.

톰 제(Tom Zé) < Língua Brasileira >
MPB와 트로피칼리아(Tropicália)의 거목, 건재함을 과시하다.

FKA 트위그스(FKA Twigs) < Caprisongs >
스멀스멀 중독성 있는 앨범. 자꾸 손이 간다.

메가데스(Megadeth) < The Sick, The Dying… And The Dead! >
역시 메탈리카보다는 메가데스! 여전히 날카롭고 신랄하다.

뷰 파르카 투레, 크루앙빈(Vieux Farka Touré, Khruangbin) < Ali >
나른한 아프로 사이키(Psyche). 결은 다르지만 진저 베이커와 펠라 쿠티의 협연이 떠오른다.

김성욱’s Choice

프로미스나인(fromis_9) ‘Dm’
머리 아픈 콘셉트들 사이 투명하게 빛나는 보석. ‘눈을 못 피하게, 말도 못 돌리게’ 만들었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 Memphis Special One Take Live >
멤피스가 주목한 ‘우리들의 블루스’. 2022 올해의 발견.

야드 액트(Yard Act) < The Overload >
갱 오브 포와 카이저 치프스 그사이 어딘가. 신랄하고 유쾌한 브렉시트 시대의 포스트 펑크.

비치 하우스(Beach House) < Once Twice Melody >
비치 하우스의 모든 앨범을 사랑한다. 이 앨범도 그렇다.

씨에이치에스(CHS) ‘Highway’
‘여름’하면 떠오를 노래가 하나 추가됐다. 8월 휴가철, 꽉 막힌 서울양양고속도로 위에서 들어보자.

임동엽’s Choice

텐투포(10 to 4) < 말하기 듣기 쓰기 >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움.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 < Hypnosis Therapy >
정말로 최면에 걸린 줄 알았다.

이권형 < 창작자의 방 >
그저 음악을 할 뿐.

Various Artists < Elvis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
위대한 유산.

원슈타인 ‘존재만으로’
막힘없이 편안하다.

김호현’s Choice

해파 < 죽은 척하기 >
불안은 이렇게 사랑을 끌어안고 기어이 잠깐의 휴식을 만들어 낸다.

이수정 & 강재훈 < Stellive Vol.56 | Duology: Live At Stellive >
한국 재즈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들의 근사한 조합.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 ‘Never gonna be alone (Feat. Lizzy McAlpine, John Mayer)’
천재 마케팅을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 Black Radio III >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최첨단 흑인음악 실험실.

도미 앤 제이디 백(DOMi & JD BECK) < Not Tight >
재즈 역사를 이끈 거인들의 어깨 위에 새로운 세대가 올라서다.

손민현’s Choice

글렌체크(Glen Check) < Bleach >
아직 어른이 되긴 이르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차오른다.

이찬혁 < Error >
어떤 예술가의 기행은 시대를 여유롭게 스쳐가기도 한다, 파노라마처럼.

9와 숫자들 < 토털리 블루 >
코로나에 무뎌진 현대인들을 위한, 시기적절한 푸른 위로 한 가닥.

에이비티비(ABTB) < ⅲ >
더 거세게, 더 열정적으로, 더 록스럽게! 새 연료를 주입한 ABTB의 질주.

키스 에이프(Keith Ape) < Ape Into Space >
해묵은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Mull’.

한성현’s Choice

자브 이스…(JARV IS…) < This Is Going To Hurt (Original Soundtrack) >
자비스 코커만의 방식으로 보듬는 ‘따끔’한 세상살이.

1975(The 1975) < Being Funny In A Foreign Language >
괜히 머리 싸매지 말고 쉽게 쉽게 삽시다.

미츠키(Mitski) ‘Glide (cover)’
인간과 로봇,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기억. 에테르는 실존할지도 몰라.

트리플에스(tripleS) ‘Generation’
유닛 시스템, Z세대의 시대정신? 다 떠나서 그냥 즐겁게 랄랄라.

유아 ‘Lay low’
유혹 대신 냉소를 품은 세이렌의 노래지만 홀리는 건 마찬가지.

백종권’s Choice

일삼공공(1300) ‘Rocksta’
시드니에서도 한국 힙합. 음악으로 맺은 FTA.

잭슨(Jackson Wang) < Magic Man >
꾸준한 탈피의 결과물. 장난기 넘치던 악동이 제대로 마이크를 쥐었을 때.

엑스지(XG) ‘Tippy toes’
한국식 제조 과정으로 구현한 미국의 맛. – (Made in Japan)

버둥 < 너에게만 보여 >
올 한 해 발버둥이 석연치 않았다 해도. 나, 너, 우리를 위한 ‘응원’ 소곡집.

사커 마미(Soccer Mommy) < Sometimes, Forever >
웰메이드 얼터너티브 록이 선사하는 평온한 꿈의 체험. 옥에 티는 풋볼 마미가 아니라는 점.

소승근’s Choice

우아!(woo!ah!) ‘별 따러 가자’
이 노래는 우아!가 과소평가받고 있다는 가설을 확인시켜준다.

우연, 민서 ‘Make u move’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해’ 이후 최고의 시티팝.

트라이비(TRI.BE) ‘In the air (777)’
말이 필요 없다. 이게 대중음악이다. 최고의 야구 응원가.

뉴진스(NewJeans) ‘Hype boy’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요 멜로디와 쉬운 안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채연 < Hush Rush >
수록곡이 적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정리 및 이미지 편집: 정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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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2022/10 Editor’s Choice

백가현, 베이(baie) < 진실이 거짓이 되듯 >

상상에서 튀어 오른 오브제들로 조합한 러브 애너그램.
추천곡 : ‘Faith, hope, love? (feat. ㅌ)’, ‘Bad rum’, ‘진실이 거짓이 되듯’

by 정다열

니뇨스 델 세로(Niños del Cerro) < Suave Pendiente >

칠레에서 건너온 산뜻한 꿈결이여, 내게 밀려오라.
추천곡 : ‘Tentempié’, ‘Tamarugal’

by 장준환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 < Hypnosis Therapy >

달리는 도로 위에서 듣다가 과속할 뻔 했습니다.
추천곡 : ‘2002 Korea’, ‘+82’, ‘Medusa’

by 박수진

프레드 어게인..(Fred Again..) < Actual Life 3 (January 1 – September 9, 2022) >

포스트 브라이언 이노를 꿈꾸는 히트메이커의 푸른 빛 일기장.
추천곡 : ‘Kammy (like i do)’, ‘Danielle (smile on my face)’

by 김성욱

릴보이 (lIlBOI) < Meantime >

배부르진 않지만 속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수프처럼.
추천곡 : ‘Travelin’’, ‘Borderline’, ‘Dance(feat. Jason Lee)’

by 손기호

쎄이(SAAY) < S:inema >

재현 아닌 실재의 영화.
추천곡 : ‘Sweet as hell’, ‘S:perience’

by 정수민

이현준 < 번역 중 손실 >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흡수와 소화를 거친 자신과의 대화 기록.
추천곡 : ‘번역 중 손실’, ‘직역’

by 백종권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Lizard Wizard) < Ice, Death, Planets, Lungs, Mushrooms And Lava >

맛깔나는 잼의 향연. 이쯤 되면 밥 먹고 음악만 한다고 봐야…
추천곡 : ‘Ice V’, ‘Hell’s itch’, ‘Iron lung’

by 염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