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중반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귀여워 귀여워’로 시작하는 ‘Hawaiian couple’은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싸이월드 시절’을 대표하는 그 곡을 능가하는 히트곡은 없지만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꾸준하게 다양한 색깔의 곡을 발표하며 폭을 넓혀왔다. 그동안 이진화와 나르샤 등을 기용해 여성 화자의 서사를 지속하던 그는 알앤비 풍의 ‘도마뱀’을 위해 중고신인 오디션 프로그램 < 싱어게인 >으로 화제를 모은 요아리와 손잡았다.
소곤소곤 개인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디 음악으로 뭉뚱그려졌지만 20여 년간 숙련한 소리 연구는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저장고를 풍성하게 채웠다. 가상 악기와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편곡은 최신 경향을 보이면서 아날로그의 여지를 남겨두고 건반 악기가 곡의 주도권을 잡는다. 앙칼진 요아리의 가창은 도마뱀 꼬리처럼 지워도 계속 떠오르는 얼굴에 굴복하며 ‘우리에게 연장전은 없니’라고 애처롭게 물어본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다가도 이내 꼬리를 살랑거리며 주인 품에 안기는 고양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