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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오로라 피플'(2018)

평가: 3.5/5

허클베리 핀의 음악은 그들의 내면을 닮아있다. 이기용, 이소영, 성장규 이 세 사람이 그려낸 여섯 번째 앨범은 밤하늘 속에서도 자신만의 물결을 펼쳐내는 오로라와 같다. 2011년에 5집을 발표한 후 마음을 치유할 시간이 필요했던 이기용은 제주도로 내려가 자연을 마주했다. < 오로라 피플 >이 나오기까지 7년. ‘죽이다’, ‘불을 지르는 아이’, ‘불안한 영혼’을 비롯한 초기 곡들의 제목은 ‘남해’, ‘오로라’, ‘항해’ 같은 키워드로 변화했다. 노이즈 낀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 날 선 분노와 지울 수 없던 우울의 정서는 자연이라는 존재 앞에 희미해진다.

이번 음반은 그런지의 비중이 컸던 초창기 음악이나 전자음을 전면에 배치한 전작 < 까만 타이거 >의 수록곡 ‘도레미파’와는 거리가 멀다. 강렬한 록의 무게, 묵직한 리듬을 덜어내고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와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곡을 이끌어간다. 아이슬란드 출신 밴드, 시규어 로스의 ‘Hoppípolla’가 연상되는 앨범에는 북유럽의 황량함, 오로라의 황홀함, 제주도의 자유로움이 밴드의 색깔과 한 몸이 되어 녹아있다.

< 오로라 피플 >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항해’를 지나면 모던 록의 향취를 품은 기타 리프가 등장하는 ‘누구인가’를 만나게 된다. ‘남해’는 허클베리 핀 음악의 특징이기도 한 침잠하는 우울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스카 밴드인 킹스턴 루디스카에서 브라스 연주를 맡은 멤버들이 세션으로 참여한 노래이기도 하다. 전체 선율을 감싸며 파동을 주는 혼 섹션의 사운드는 음악을 차분하게 마무리 지어준다.

중성적인 목소리를 가진 이소영은 그만의 독보적인 탁성을 살리기보다 가사를 담담히 짚어내는 데 집중한다. 신비로우면서도 문학적인 가사로 유명한 이들의 노랫말은 선율에 이질감 없이 녹아든다는 특징이 있다. ‘너의 아침은 어때’는 보컬의 숨 쉬는 지점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연주곡 ‘오로라’를 지나 ‘오로라 피플’에 다다르면 자신을 ‘먼지’라 칭한 화자가 ‘너의 삶에 따뜻한 햇살이 펼쳐지길 기도해’라고 외치며 위축된 내면을 껴안는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닮아있다. 6집은 허클베리 핀이 음악적 고민과 심적 회복을 중심에 두고 제작한 음반이다. 손전등 하나 없이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그 순간에 밴드는 다시 일어나 음악을 했고, 진심을 노래했다. 1990년대 후반에 결성된 밴드는 어느덧 20년을 지나 또 다른 시간으로 향하고 있다. 허클베리 핀은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았다. 밴드의 성숙과 치유의 이야기가 담긴 수필집.

  • – 수록곡 –
  1. 항해
  2. 누구인가
  3. 너의 아침은 어때
  4. 영롱
  5. Darpe
  6. 라디오
  7. 오로라
  8. 오로라 피플
  9. 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