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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 ‘Hotspot'(2020)

평가: 3.5/5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는 14번째 정규 음반으로 일렉트로 팝의 귀재 스튜어트 프라이스(Stuart Price)와 7년 전 < Electric >에서부터 이어온 3부작을 장식한다. 1980년대부터 한결같은 신스팝의 물결을 고수하고 있는 팀은 본작에서 장기인 춤추기 좋은 비트와 1990년 < Behavior >식 서정적 발라드까지 듀오가 다져온 요소들을 집약한다.

펫 샵 보이스의 명석함은 가사와 음악의 극적인 대조에 있다. 이들은 영락없는 댄스 비트를 깔아놓고 그 위에 송곳처럼 날카로운 언어를 심는다. 시작을 여는 첫 곡 ‘Will-o-the-wisp’에서 그 면모를 십분 활용한다.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뜻의 제목과 함께 허황한 희망을 좇는 사람들의 현실을 처연하게 꼬집으면서도 80년대를 재현한 듯한 사운드는 더없이 흥겹게 구성되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영국 후배 일렉트로닉 팝 밴드 이어스 앤 이어스(Years & Years)의 보컬 올리 알렉산더(Olly Alexander)와 함께 현실 밖의 낙원을 노래하는 디스코 풍의 ‘Dreamland’, 수줍은 남자아이의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동성애자 아이의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보이는) ‘I don’t wanna’도 춤추거나 찔리거나다. 이번 앨범도 신나게 음악에 빠져 놀다 보면 입안에 잔뜩 고이는 쓴맛이 핵심이다.

본작의 또 하나 두드러지는 부분은 밝음과 어두움의 공존이다. 신경이 날 선 곡들과 결을 달리하는 따뜻한 색채의 트랙들이 곳곳에 자리하여 절제미를 덧댄다. 다소 신파적이지만 발라드 ‘You are the one’은 팀의 특출한 멜로디 감각을 담았고 ‘Only the dark’의 부풀어 오른 사운드 스케이프와 그에 스며든 예스러운 선율도 풍성하게 작품을 감싼다. 작중 가장 돋보이는 곡으로는 ‘Burning the heather’를 들 수 있는데, 여타 곡들과 달리 앞세운 관악기와 어쿠스틱 기타가 개별 트랙으로서의 가치를 톡톡히 다진다. 진지한 고찰을 담은 노랫말과 무드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한 편의 동화를 연상하게 할 만큼 신비롭다.

다만 이러한 다양한 질감의 곡들이 띄엄띄엄하고 무질서하게 배치가 되어 이음새가 다소 산만한 것은 단점이다. 유기적인 앨범보다 여러 곡을 모아놓은 모음집의 인상이 강해 작품의 외적인 테마가 전작들만큼 뚜렷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 Hotspot >은 덜어냄의 미덕이 승리한 성공적인 끝맺음이다. 테크노사운드로 강한 에너지를 뿜던 첫 장 < Electric >과 비교해 힘을 줄인 겉모양은 ‘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상관없이 우리는 결혼을 한다’고 노래하는 ‘Wedding in Berlin’으로 이어져 성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메시지도 놓치지 않았다. 문법은 과거로, 시선은 미래로 향해있다. 팀의 총명함이 다시 한번 날카로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수록곡 –
1. Will-o-the-wisp
2. You are the one
3. Happy people
4. Dreamland
5. Hoping for a miracle
6. I don’t wanna
7. Monkey business
8. Only the dark
9. Burning the heather
10. Wedding in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