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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피에이치원(pH-1) ‘Lately (Feat. Hoody)’ (2021)

평가: 3/5

피에이치원의 겨울왕국엔 외로움이 군림한다. 작년 한 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폭넓게 협업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 그가 2018년 ‘Communicate’ 이후 후디와 다시 한번 합을 맞췄다. 3년 만에 힘을 모은 듀오의 연말은 온기와 낭만이 사라진 지 오래다.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기타 리프가 건축한 알앤비 넘버엔 소울 넘치는 사색과 고독감만이 서려 있다. 계절감 가득한 멜로디에 부드러운 랩을 얹어 어긋난 관계와 결별을 노래한 이들의 동계작전은 쓸쓸한 감정을 증폭한다. 완급 조절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래퍼와 적재적소에 존재감을 발휘한 싱어, 그리고 힙합 레이블 AOMG의 범용성이 빛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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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Album

후디(Hoody) ‘Departure’(2019)

평가: 3/5

짙은 음색과 세련된 이미지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AOMG 레이블의 홍일점 후디는 정규 1집에서 미니 앨범 < On And On >과 비교해 어두워진 사운드를 선보인다. 장르로는 여전히 얼터너티브 알앤비, 뉴 잭 스윙, 트랩 등 흑인 음악의 여러 문법을 따르지만 ‘Your eyes’나 ‘By your side’와 같은 이전 대표곡들과 견주어 보면 환한 색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전면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응축된 듯한 음향 등 신보는 전작만큼 다채로운 첫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신보는 투박하지 않다. 유려하게 흐르는 선율이 흡인력을 이끄는 덕이다. 단출하면서도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의 ‘그대로 있어줘’, 긴 호흡으로 저음역과 고음역을 폭넓게 가로지르는 ‘또’가 몰입감을 조성하며 작품의 생기를 끌어올린다. 특히 ‘Love again’은 단연 핵심 트랙. 뉴 잭 스윙 풍의 둔탁한 드럼 비트 위 자유롭게 리듬을 타는 보컬 라인과 중독성 강한 후렴으로 듣는 쾌감을 선사한다. 그가 가진 대중 감각이 작곡에 매끄럽게 녹아들었다.

피처링에 참여한 뮤지션이 줄었다. 자연스럽게 후디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윤곽 위, 그는 더욱 탄탄해진 발성으로 밑그림을 채운다. 흡사 드레이크의 ‘From time’을 연상케 하는 ‘Thank you’에서는 침잠하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편곡을 보컬이 호소력 강한 음색으로 이어받아 매력을 살리고, AOMG 프로듀서 차차말론의 손길이 닿은 트랩 반주의 ‘안녕히’에서는 반대로 들뜬 톤으로 노래하며 기조를 밝게 환기한다. 이처럼 후디의 앨범 전체를 감독하는 주인공의 면모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선율보다 분위기에 무게를 둔 후반의 곡들은 다소 집중력이 떨어진다. ‘선과 악’의 오묘한 비유는 의미를 직선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인디 뮤지션 제이클레프가 랩으로 참여한 ‘춤’과 끝을 매듭짓는 ‘Complex’는 편곡이 선사하는 세련된 기류에 비해 단조로운 음이 매력을 퇴색시킨다. 긴장감이 높고 팝 성향이 강했던 초중반과의 밸런스 유지를 위해 더욱 짙게 기운을 가라앉힌 곡들인데, 선명한 곡조의 부재로 확실한 소구점을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몇몇 한계에도 불구하고 음반의 무게는 묵직하다. 그가 추구하는 알앤비의 토대 아래 여러 장르를 포용한 짜임새, 각 노래들에 저마다의 감각을 부여하는 작곡, 작사, 가창 능력에 아티스트의 가치가 조명된다. 대중과 애호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성이 승리한, 안정적인 알앤비, 팝 음반이다.

– 수록곡 –
1. Perfect timing
2. 그대로 있어줘 (Feat. Ugly Duck)
3. Love again 
4. Thank you 
5. Miro
6. Something missing
7. 또 
8. 안녕히 (Adios) (Feat. GRAY) 
9. 춤 (Feat. Jclef)
10. 선과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