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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스택스(BILL STAX) ‘DETOX'(2020)

평가: 3.5/5

바스코(Vasco)는 정규 앨범 제목을 < 덤벼라 세상아! >라 지을 정도로 거친 래퍼였다. ‘쇼미더머니’ 출연 후 초심을 찾기 위해 이름을 빌스택스(BILL STAX)로 바꾼 그는 여전히 세상에 덤비고 있다.

2018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후 자숙하는 대신 오히려 ‘Idungivaㅗ’라는 도발과 함께 한국에서의 대마초 합법화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 억지가 아니라 의료용 대마의 필요성, 마약 사범에 대한 진지한 교육과 사회 전반의 인식 재고를 주장하며 국민 청원까지 작성할 정도로 진지하다.

한 술 더 떠 새 앨범 < DETOX >의 콘셉트와 주제조차 대마초로 삼았다. 숱한 래퍼들이 고개를 숙이고 반성의 의사를 비치는 와중에도 아랑곳 않고 거리낌 없이 ‘국내 최초 대마초 앨범’ 타이틀을 획득했다.

분명 거친 반항인데 작품의 태도는 아주 여유롭다. 대마초 합법화의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희석한 덕이다. 대마 흡연자의 위험한 삶이 아니라 ‘대마 흡연’만이 예외일 뿐 ‘Wake n’ Bake’처럼 여타 래퍼들과 동일한 일상을 공유하는 삶이다. 하이(High)한 A사이드 사티바(Sativa)와 릴랙스(Relax)한 B사이드 인디카(Indica)로 작품을 나눠 감정의 흐름을 노래하는 등 의도가 분명하나, 그 속에서 대마초를 소재 제공의 정도로 억제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이 유효하다.

천연덕스레 ‘떨 라이프’를 주장하는 빌스택스의 모습에 거부감은 줄어든다. ‘DJ DOC ‘슈퍼맨의 비애’ 속 ‘어젯밤 우리 엄마 아빠 부부싸움에 잠을 잘 수가 없네…’를 빌려 대마 흡연을 와사비의 맛에 비유하는 ‘WASABI’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흥얼거리며 무기력한 감정을 토로하는 ‘Lonely stoner’를 대비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Wickr me’처럼 과감하다가도 ‘허경영’의 허황된 주장을 소재로 직접 찍은 그라임(Grime) 스타일 비트 위 랩을 뱉다 ‘한국거가 아닌거’라며 별종임을 선언하는 모습은 미워하기 어렵다. 아미네(Aminé)의 ‘Caroline’을 닮은 ‘TNF’의 흥도 자연스럽고 앨범을 마무리하는 ‘[Thur’sday]’의 멜로디라인은 선명하다.

분명 ‘한국거가 아닌거’지만 수많은 ‘외국거’들의 흔적은 들린다. 현재 최고 주가의 트랩 비트 위 과거의 자신을 지워버린 새로운 플로우로 무장한 빌스택스에겐 40대 기성 래퍼보단 트렌디한 20대 초반 이모 랩(Emo Rap) 뮤지션들이 더 가깝다.

이는 ‘답답해’, ‘Price tag’ 등으로 축 늘어지는 B사이드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탄탄한 랩과 프로듀싱에 비해 기시감이 짙어져 의외로 작품 단위의 독창성을 깎는다. ‘한국의 대마초 앨범’이라는 간판을 떼고 나면 숱한 해외 트랩과 대마초 서사에 비해 새로운 지점이 많지 않다. 국내 힙합 신에서 흔치 않은 스타일을 개척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으나, ‘WASABI’나 ‘Lonely stoner’처럼 ‘외국거’ 보다 ‘한국거’를 외친 트랙의 감흥 정도는 아니다.

과감한 청사진을 그리고 이를 음악으로 선언했다는 데 음반의 의의가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에 고개 숙이는 대신, 허허실실 하면서도 치열한 반론을 제시하며 허술하지 않은 결과물로 커리어의 새 전기를 열고 사회 담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향후 빌스택스의 행보에 따라 가치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앨범인 것도 사실이다. 금세 흩어질 뿌연 대마 연기보다 그 아래 창작자의 성실함에 성패가 달려있다.

– 수록곡 –
1. Side A : SATIVA
2. WASABI (Feat. Boy Wonder) 
3. Wicker me
4. 허경영 (Feat. Tommy Strate) 
5. 한국거가 아닌거 (Feat. Lil Frost)
6. TNF (Feat. lobonabeat!, Furyfromguxxi, Boy Wonder)
7. Side B : INDICA
8. Wake n’ bake
9. Lonely stoner (Feat. 염따, Rakon) 
10. 답답해
11. Price tag
12. [Thur’sday] (Feat. Ted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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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쿤스트(Code Kunst) ‘PEOPLE'(2020)

평가: 3.5/5

3년 만에 선보인 < PEOPLE >은 그가 선보인 앨범 중 가장 친절하면서 명확하다. < MUGGLES’ MANSION >이 뮤지션과 프로듀서 사이의 밸런스를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흔적이 역력했다면, 이번 작품은 자로 잰 듯 치우침 없이 반듯하다. 힙합, 알앤비 씬의 현주소를 그대로 옮겨 놓은 참여진의 화제성과 캐릭터에 걸맞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유려한 프로덕션은 균형감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서사를 관통하는 기타 리프는 게임 체인저를 자처한 씨잼과 사이먼 도미닉 듀오에 의해 한 템포 멀어진다. 선공개 곡 ‘JOKE!’는 트랙 리스트 중앙에서 이질적이면서 독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KnoCK’이 쏘아 올린 서정적 긴장감을 강력한 개성을 통해 순간적으로 잠재우고, 중반 즈음 등장하는 ‘Get Out’과 ‘Rollin’을 더욱 또렷하게 밝힌다. 트랙 간의 전후 구조를 단단히 잇는 역할 덕에, 자칫 흐릿한 인상으로 귀결될 수 있었던 후반을 다시금 도입부 무드로 자연스레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정적인 짜임새를 넘어 뮤지션의 개성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자리 배치다.

용의주도함 속에서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것은 프로듀서의 관조적 태도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두고 각자 자유로이 말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인간 군상을 꽃의 외관과 상징성에 비유한 ‘꽃’, 허상뿐인 인간관계에 염증을 느낀 ‘F(ucked up)’ 등 사람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을 소주제 삼아 이야기를 풀어냈다. 앨범의 끝은 사람을 계속해서 믿어보자고 다독이는 ‘PEOPLE’로 맺으며, 허무나 회의가 아닌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관계로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그동안 코드 쿤스트의 행적에는 수많은 만남이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능을 한껏 펼쳐 대중과의 접점을 형성했고 소속사를 옮기며 새로운 동료들과 작업 환경을 얻었다. 만남 속에서 함께한 사람들은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임계점을 허물고 자연스레 영감과 소통의 원천이 되었다. 어느 정도 작가주의에서 해방된 상태에서 써내린 < PEOPLE >은 신선함은 적을지언정 그의 현재와 미래 작업 방향성을 되짚는 따뜻한 해례다.

– 수록곡 –
1. KnoCK (Feat. 백예린)
2. 꽃 (flower) (Feat. 박재범, 우원재, 기리보이) 
3. Xii
4. O (Feat. 이하이)
5. Woode
6. F(ucked up) (Feat. 개코, GRAY) 
7. Set me Free (Feat. Loopy, Jvcki Wai)
8. JOKE! (Feat. C JAMM, 사이먼 도미닉) 
9. Get Out (Feat. Kid Milli, EK, HAON (하온))
10. Rollin (Feat. pH-1)
11. Let u in (Feat. DeVita, Colde)
12. Dirt in my HEAD (Feat. 카더가든)
13. Bronco (Feat. 뱃사공, BLNK, jayho, 재달 of LEGIT GOONS)
14. 춤 (Feat. 넉살) 
15. PEOPLE (Feat. Paloalto, The Quiett) 
16. (Bonus track) 01 No more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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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플로우(Deepflow) ‘Founder'(2020)

평가: 4/5

고전적인 할리우드 포스터 스타일의 앨범 커버 아래 예스러운 밴드 연주가 펼쳐지며 오래된 필름이 돌아간다. 빅딜 레코드, 지기 펠라즈, 비스메이저(VMC)를 거치며 오랜 시간 주류와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레 자리를 지켜온 래퍼, 헤비 누아르 < 양화 >로 ‘당산대형’이라 불리게 된 빅 브라더, 그럼에도 이후 미디어에 적극 출연하며 논란의 중심을 가져온 보스, 딥플로우의 이야기다. 

< 양화 >가 한국형 갱스터 영화를 닮았다면 < Founder >는 모든 부분에서 고전을 의도하고 있다. 우선 이 앨범의 소리는 808 베이스와 드럼의 힙합 비트가 아니다. 프로듀서 반루더(TK)와 밴드 프롬올투휴먼, 리얼 세션들의 손에서 빚어진 빈티지한 소울, 알앤비, 재즈와 블루스다. 유명 곡을 샘플링하거나 과거의 유산을 소환하는 대신 2010년대 중반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커리어가 연상되는 밴드 합작을 통해 손수 리프를 만들고 라이브의 느낌을 강조한다. 완성도에 대한 고집을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이는 작품이 딥플로우의 삶을 투영하여 펼쳐 놓은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시도기도 하다. 유년기부터의 경험과 기억을 파편처럼 제시하여 좌우 교차하는 ‘Panorama’부터 마지막 ‘Blueprint’까지, 모든 기록은 ‘실제로 일어난 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주요 시간대는 2010년대 초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던 시절부터 기획사의 사장직에 오른 현재까지다. “이 앨범은 내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다”라는 아티스트의 설명이 정확하다. 13개의 단편 영화 모음집이 아니라 38분짜리 한 편의 작품이다. 

미디어와 타협한 후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은 이후의 결과물이기에 앨범은 자칫 대중에게 자기변호로 비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딥플로우의 영리한 화술은 그런 비판적 렌즈를 모두 거둬들일 정도로 효과적이다.

VMC의 경제적 곤궁 시기를 상징하는 숫자 ‘500’이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막막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를 타개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득이 ’Low budget’에서 극적인 성공가도로 연결되고, 그 성과를 멤버들과 함께 ‘품질보증’으로 치하한 후 복잡한 사업자 등록 과정의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거쳐 ‘500짜리 계약서가 이제 뒤에 0이 아홉 개’의 ‘Big deal’로 거듭나는 이야기 구조가 대단히 통쾌하다. 뜻밖의 행운이나 허세 가득한 과시 대신, 절박함이 낳은 성공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업가 딥플로우’의 성장 스토리 이후엔 ‘인간 류상구’의 고백이 다가온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래퍼의 현실적인 시선이다. 넉살과 함께 지난 몇 년간의 성공 이면을 돌아보는 ‘Harvest’, ‘돈을 버는 거야 쉽지 / 근데 돈을 쓰는 건 더 쉽지’라는 ‘BEP’의 독백에는 교만이 없다. 오히려 ’36 dangers’처럼 자본과 미디어에 의해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된 힙합 신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씁쓸함이 짙다. 변화의 과정 속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부가가치세에 비유한 ‘VAT’의 비유는 특히 날카롭다. 

정공법(正攻法)으로 승부했다. 미디어가 사랑하는 래퍼, ’30대 꺾인 래퍼 라인업'(’36 dangers’) 등의 틀에 갇히지 않고 베테랑, 사업가, 사장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삶의 궤적을 꾸밈없이 공개하며 깊이를 더한다. 서사를 뒷받침하는 기술적인 차원에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공들이기’ 과정을 통해 숱한 범작들과 다른 차원에 위치한다.

사업가와 엔터테이너의 포지션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음악으로 답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연 ‘대형(大兄)’이다.

– 수록곡 –

  1. Panorama
  2. 500 (Feat. 최항석)
  3. Low budget
  4. 품질보증 (Feat. ODEE, 넉살, Don Mills, 우탄)
  5. 대중문화예술기획업
  6. Big deal (Feat. 화지)
  7. Harvest (Feat. 넉살)
  8. BEP
  9. Dead stock (Feat. QM)
  10. VAT
  11. 36 dangers
  12. Pretext interlude
  13. Blueprint (Feat. 정인, Roh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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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Swings) ‘Upgrade Ⅳ'(2020)

평가: 3/5

스윙스는 2007년 라마가 주축이 되어 만든 힙합 유니트 7人 ST-Ego(칠린스테고)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스스로가 사건의 중심이 되어 힙합 신을 움직였다. 아직 한국형 랩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지속하던 때 펀치라인이란 작법을 정립시켜 ‘펀치라인 킹’이 되길 자처했고 빅 션과 켄드릭 라마의 ‘Control’ 비트에 ‘King swings’라는 제목으로 국내 래퍼 대부분을 디스하며 일명 ‘컨트롤 대전’의 시발점이 됐다. 긍정 혹은 부정적인 비평을 오가며 현장을 주도했던 그의 음악적 색채는 시간이 지난 현재 사업가, 운동과 같은 수식에 잠겨 옅어졌다. 진보를 뜻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모습을 꺼내온 정규앨범 < Upgrade Ⅳ >는 그를 덮고 있던 대외적인 가면을 벗어내고 본연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다.

‘너네들 내 옛날식 그리워한다며?’라고 말하는 ‘카메라 프리스타일’처럼 앨범은 전성기의 스윙스를 복각한다. ‘더 댄스’와 ‘스테이 후레쉬’까지 더해 중요 단어를 문장의 마지막에 배치하는 도치법을 활용한 언어유희로 고전적인 랩을 재현하고 조커와 래퍼 자다키스의 중간에 있는 특유의 웃음소리도 예전의 그를 떠올릴 요소. 1993년 발표한 사이프러스 힐의 ‘’Insane in the brain’이 생각나는 붐뱁 곡 ‘넌 좀 알아야 돼’는 단순하게 구성된 악기가 주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숨 쉴 지점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플로우와 밀고 당기는 박자로 그만의 그루브를 만들었다.

의도적 논란으로 항상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그는 이슈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놓친 갈피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기리보이는 물론 2018년 발매한 전작 < Upgrade 0 >의 프로듀서 세우를 배제하고 처음 시도한 작·편곡으로 17곡을 수록한 이유는 ‘이제 음악은 자신의 한계를 기록하는 외로운 길’이란 ‘라익 어 복서’의 가사처럼 경쟁자가 없어 나태해진 유일한 원동력이 본인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싱은 앨범을 관통하는 자신에 대한 고찰이란 담론의 근거이며 한 번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다.

스윙스는 위를 보고 달려왔다.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경계가 뚜렷했던 시기부터 그룹 업타운의 활동, 엠넷 경연 프로그램 < 쇼 미더 머니 2 >의 출연 등 노골적으로 성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 행동은 ‘누구보다 내가 뛰어나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구축한 캐릭터를 기본으로 했지만 < Upgrade Ⅳ >가 본인의 자양분인 자의식 과잉의 근거가 될 만큼 특출하지 않다. 환기를 위해 선택한 뱃사공, 저스디스, 씨잼 등 시대를 대표하는 참여진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으며 오토튠을 차용한 ‘유어 에너지’는 유행에 뒤처진 그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소기의 목적은 이뤘지만 미래에 대한 해결책의 부재는 아쉽다.

< Upgrade Ⅳ >를 통해 다시 출발선에 선 스윙스가 반갑다. 그가 사회적으로 가꿔온 위치까지 내려놓으며 선택한 자아 찾기는 작품 내에서 통일된 서사로 이어져 그의 진심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분명 낮아진 기대만큼 후해진 평가를 외면할 순 없지만 장시간 그의 음악을 멀리했던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데뷔 14년 차 가수의 뒤로 가기가 영리하다.

-수록곡-
1. 더 댄스
2. 스테이 후레쉬
3. 한계 (Feat. 뱃사공)
4. 아이 럽 유
5. 카메라 프리스타일
6. 넌 좀 알아야돼
7. 몰라? (Feat. JUSTHIS)
8. 승자의 정신 (Feat. LIl tachi)
9. 마이 헤븐 (Feat. YUNHWAY, Jhnovr)
10. 라익 어 복서
11. 스틸 갓 러브 (Feat. 개코)
12. 너띵 이즈 임파서블 (Feat. C JAMM)
13. 나는 (사회 기능이 가능한) 알콜 중독자다
14. 수퍼 리얼
15. 브레익 유어 페이스 (Feat. Owen)
16. 유어 에너지 (Feat. YUNHWAY, 한요한)
17. 5, 4, 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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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 셰이크(070 Shake) ‘Modus Vivendi’ (2020)

평가: 3.5/5

뉴저지의 ZIP 코드를 의미하는 ‘070’ 크루 소속이자 GOOD 뮤직 사단의 일원인 070 셰이크(070 Shake)는 정규작의 이름으로 ‘Modus Vivendi(모두스 비벤디)’를 가져온다. 라틴어로 ‘생활 방식’이라는 뜻이자 동시에 ‘일시적 합의’를 의미하는 외교 용어다. 이 구절로 비추어 본 작품은 마치 그가 가진 재능이 한 데 공존할 수 있도록 타인의 것을 잠시 빌려 마련한 타협의 장으로 보인다. 이제 막 자리를 잡으려는 한 신인의 색을 규정하기 위해 사운드 스케이프 위로 맺은 일종의 평화 협정처럼 말이다.

2016년도 작 EP < Glitter >의 셰이크는 표현이 서툴렀다. 본인이 가진 보컬이란 원석을 어떻게 가공할지 제대로 된 방법론조차 없던 신인 시절이다. 그가 지금의 방향성을 얻은 건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 < ye >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인데, ‘Ghost town’의 마지막 벌스부터 이어지는 ‘Violent crimes’의 도입부가 그렇다. 셰이크는 등장과 함께 특유의 허스키하고 중성적인 보컬로 단숨에 곡을 압도하고, 몽환적인 감각으로 곡에 이름을 아로새긴다. 바로 이 지점이 운명처럼 찾아온 ‘모두스 비벤디’의 3분이다. 타인의 토양 위에서 발견한 자신의 열쇠이자,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을 찾은 순간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 Modus Vivendi >의 토대는 잔향 중심의 몽롱한 분위기와 간단한 음성 변조 시스템이다. 카니예 웨스트의 전반적인 프로듀싱을 담당한 마이크 딘(Mike Dean)에게 앨범 마스터링 지휘권을 맡기며 당시의 환경을 재현하려 노력한 결과다. 그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라면 모방도 마다하지 않는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식의 부유하는 앰비언트와 보컬 이펙트를 차용한 ‘Don’t break the silence’를 지나 카니예 웨스트 풍 불안한 노이즈와 오토튠이 강렬하게 흔들리는 ‘Come around’와 ‘Morrow’, ‘The pines’는 그가 거쳐 간 타 아티스트들의 흔적이다.

탄탄한 사운드적 뒷받침 너머, 전작에 비해 돋보이는 요소는 그가 매 트랙의 기조에 맞춰 보컬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셰이크는 나른한 진행의 ‘Guilty conscience’에서는 늘어지는 멜로디에 맞춰 길게 잡아끈 목소리로 짙은 호소력을, 몽롱함을 자극하는 트랩 ‘Rocketship’과 투박한 노이즈의 ‘Daydreamin’에서는 힘을 빼고 전자음을 가미한 래핑으로 신비감을 자아낸다. 잔잔한 풍경의 ‘Flight319’에서는 읊조리듯 낮게 깔며 가뿐히 몽환경에 탑승하기도 한다. 보컬이 지닌 미묘한 질감을 구분하여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다.

보석을 얻기 위해 과감하게 도려낸 멜로디 라인과 여운을 살리는 잔상 위주의 작법은 분명 기시감을 우려낸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결과적으로 셰이크는 결국 타인의 장점에서 본인의 장점을 구상하고, 타인의 캐릭터에서 본인의 캐릭터를 정립하며, 타인의 작법으로 본인만의 앨범을 완성한다. < Modus Vivendi >는 한 신인의 존재감을 자리매김한 영리한 책략으로 남을 것이다.

– 수록곡 –
1. Don’t break the silence
2. Come around
3. Morrow 
4. The pines
5. Guilty conscience 
6. Divorce
7. It’s forever
8. Rocketship
9. Microdosing
10. Nice to have
11. Under the moon
12. Daydreamin
13. Terminal B
14. Flight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