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Interview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인터뷰

독특한 마케팅 요소로 눈길을 끈다 해도 좋은 음악만 한 정공법이 없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부드러운 멜로디와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운 < The Fifty >를 시작으로 K팝 팬들은 물론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이끌며 그 불변의 진리를 몸소 증명해 내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과하게 반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에게 파고들 수 있는 방도를 깊이 모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색깔’이란 단어가 이들의 입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아우를 수 있는 컬러를 찾기 위해 네 명의 소녀는 여전히 활동의 주체가 되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도회적인 디스코 트랙 ‘Cupid’로 좋은 음악을 갈망하는 이들의 가슴에 또 한 번 화살을 겨눈 지금, 당차고 싱그러운 에너지로 더욱 짙어진 피프티 피프티만의 색채를 확인해 보라.

▶ 좌측부터 아란, 시오, 새나, 키나

최근 ‘Cupid’가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에서 주간 8위를 기록했고 뮤직비디오엔 유튜브 공식 계정이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새나 : 내가 아는 그 빌보드, 유튜브가 맞나 하고 두 눈을 의심했다. 여전히 믿기지 않지만 당장의 지표보다 팬들이 피프티 피프티의 음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이렇게 주목해 주는 순간에 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마인드를 되새겼다.

세계적으로 관심받을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데뷔 EP < The Fifty >의 공이 크다. 앨범에 수록된 4곡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새나 : 호응에 대한 본능적인 확신이 있었다. 비슷한 질감의 트랙 ‘Tell me’, ‘Lovin’ me’, ‘Higher’와 완전 반전 이미지를 갖고 있는 ‘Log in’만으로도 우리가 갖고 있는 다양한 스타일을 상당 부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키나 : 소위 말하는 ‘걸크러시’ 음악이 최근에 꽤 많다고 생각했는데 유행과 결을 달리하는 콘셉트로 우리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갔다.

앞서 언급한 ‘Log in’은 다른 세 곡에 비해 동시대 걸그룹들의 음악과 큰 차이가 있진 않다.

새나 : 사실 ‘Log in’과 ‘Higher’를 두고 어떤 곡을 메인 타이틀로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처음엔 아무래도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Log in’ 쪽으로 의견이 몰렸지만 두 곡을 계속 듣다 보니 ‘Higher’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듣기 편한 음악이라는 것만으로도 현 K팝 신에서 돋보일 수 있는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서 회사와 긴 상의 끝에 ‘Higher’가 메인 타이틀이 될 수 있었다.

‘Higher’의 어떤 부분에 끌렸나.

새나 : 구름 같은 매력이지 않을까. 몽글몽글한 멜로디가 잔향이 오래 드리우는 향수처럼 은은하게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머지 2곡에 대한 첫인상도 궁금하다.

아란 : ‘Tell me’는 가장 발랄한 느낌의 시티팝이다. 그런데 디렉팅 때는 마냥 발랄하지 않게 불러달라고 요청을 받았다.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항상 행복한 건 아니니까 그런 역경까지 이겨내면서 나는 너를 계속 알아가고 싶다는 내용을 노래하는 트랙이었고, 그 주체가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멤버 모두의 생각을 고루 녹여냈다.

시오 : ‘Lovin’ me’의 경우 데모 버전과 가사가 달라졌다. 회사 측에서 우리 이야기를 더 풀어내고 싶다고 먼저 의견을 주셨고 기존 노랫말과 함께 풀어낼 수 있는 단어들이 어우러지면서 ‘Lovin’ me’가 완성됐다. 그리고 노래 자체도 ‘Higher’, ‘Tell me’와는 다르게 EDM 사운드를 강조해서 색다른 감상을 선사했다.

▶ 아란(리드보컬, 리드래퍼), 시오(메인보컬, 리드댄서)

신곡 ‘Cupid’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다만 이전에 비해 힘을 좀 뺐다는 느낌이 든다.

아란 :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부드러워졌다. 큐피드가 쏜 화살 덕분에 사랑을 비롯한 목표를 이룰 수 있겠지만 우리 모두 그런 도움 없이도 충분히 스스로 쟁취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Cupid’ 트윈 버전에선 랩이 아예 빠졌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키나 : 애초에 원곡 자체가 편안한 감상을 노린 만큼 전략적으로 랩을 완전히 제거한 트윈 버전도 수록하게 됐다. 오리지널 버전은 방송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적인 부분도 고려해서 4명의 다채로움을 담는데 집중했다면 트윈 버전은 좋은 멜로디와 비트를 더욱 앞세워 차별점을 두었다.

그런 면에서 멤버 모두 보컬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한 것 같다.

시오 : 자신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않을까. (웃음) 보컬이야말로 우리가 당차게 내세울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물론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길이 멀기 때문에 실력이 뛰어나다기 보다 우리만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쪽으로 해석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아란 :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무조건 나의 색깔을 잡아둔다. 그전에 끝마치지 못한다면 결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항상 심도 있게 시간을 두고 고민하는 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 노래에서만큼은 우리라서 살릴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자부한다.

닮고 싶은 보컬이 있다면.

아란 : 딘과 크러쉬는 확실히 다르다. 딘은 사용하는 패턴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송폼이 다채롭고, 크러쉬는 타고난 리듬감 덕분에 귀로 음악을 듣는데 마치 몸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불어넣는다. 똑같이 하려고 해봐도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노래도 마냥 부른다고 다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닫고 내 색깔로 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연구 중이다.

시오 : 보컬만 따진다면 팝 가수 예바(YEBBA)를 뽑고 싶다. 가창력도 가창력이지만 릭(Lick, 짧은 음계 간 연결) 노트를 정말 특이하게 사용한다. 내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에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그의 탁월한 능력을 많이 닮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새나 : 젊은 한국 가수 중에서 이하이처럼 깊은 소울을 품고 있는 뮤지션은 흔치 않다. 툭툭 내뱉는 노랫말에 특색 있는 애절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 역시 확실하다. 나도 목소리를 듣자마자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키나 : 비비를 굉장히 존경한다. 어떤 한 주제에 대해 깊게 파고 들 때 목소리 톤에 변화를 주거나 랩, 보컬을 섞어서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새나(리더, 메인댄서, 서브래퍼), 키나(메인래퍼, 서브보컬)

매체에서는 보컬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아란과 시오를 많이 언급하지만 새나와 키나 역시 수준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키나는 과거 드라마 < 달리는 조사관 > OST에 참여해 ‘Take back my life’라는 곡으로 수준급의 가창력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둘의 보컬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키나 : 아무래도 아직은 아란이와 시오가 보컬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고 판단해서 지금처럼 파트 배분이 이뤄졌다. 물론 나와 새나 만의 색깔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음색에 어울리는 곡을 받았을 때 언제든 참여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들려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룹의 합을 보여주기 바쁜 데뷔 초반임에도 둘이서 부른 곡이 많다. 노래에 참여하는 멤버는 어떤 식으로 정해진 건지 궁금하다.

키나 : 녹음할 때마다 멤버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불러보고 감성이 가장 잘 맞아서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멤버에게 그 파트 혹은 트랙을 맡겨 주신다. ‘Lovin’ me’는 새나와 시오가 좀 더 잘 표현을 했었고 ‘Tell me’처럼 아련함이 돋보이는 목소리는 아란이가 정말 잘 뽐낼 수 있었다. 나는 작사에 참여해서 랩을 비롯한 노랫말들을 조금 더 내 포인트에 맞게 조절하면서도 멤버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랩을 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래퍼는 누구인가.

키나 : 해외 아티스트 중에선 도자 캣. 랩은 물론 보컬까지 통합하며 본인의 색깔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본받고 싶다. 국내에선 김하온과 저스디스를 많이 찾아 듣는다. 특히 비방어 하나 없이 본인의 느낌으로 풀어내는 김하온을 리스펙한다.

멤버들의 참여도가 상당해 보인다. 본인들이 작업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키나 : 아직은 30% 정도 같다. 당장엔 나만 작사에 참여했지만 멤버들도 작사, 작곡에 대한 의지가 너무나 커서 점점 참여도가 올라갈 것이다.

새나 : 40~50%라고 생각하는데 신인에겐 이 정도도 아주 큰 기회라고 본다. 덕분에 우리 색깔이 많이 반영되었고 결과적으로 좋은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채워나갈 스펙트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 좌측부터 키나, 아란, 새나, 시오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면.

키나 : 어릴 때 우연히 에이핑크의 콘서트 영상을 접했었다. 무대 위에서 본인 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팬분들과 공감하는 모습이 크게 와닿았고 나도 그런 가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변심 없이 오로지 가수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시오 : 원래 명확한 진로 없이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아이였다. 노래, 그림, 춤과 같은 예체능 분야에 관심이 깊었고 그중에서도 음악, 특히 팝을 좋아해서 중학교 3학년 정도부터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때 샘 스미스, 라우브, 트로이 시반 같은 가수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나를 표현하는 방식을 체득할 수 있었다.

아란 : 4~5살 즈음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 나왔는데 거실에 있던 컴퓨터로 하루 종일 그 노래만 틀어 뒀던 기억이 난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들었던 걸 보면 그때가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새나 : 10살쯤에 베스티의 무대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춤을 따라췄던 적이 있다. 그때 아이돌에 눈을 뜨게 되면서 나도 저런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엄마께서도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게 드셨다고 말씀해주셨다.

새나는 데뷔 전에 댄서를 꿈꿨다고 들었다.

새나 : 본격적으로 아이돌을 준비를 하던 중에 춤에 완전히 빠져버린 케이스다. 전문 댄서가 되기 위해 몇 년 동안 무대에 많이 올라보고 대회도 부지런히 참가하며 경력을 쌓았는데, 아이돌의 꿈을 차마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기획사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번번이 고배를 마신 탓에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지금 회사에 지원했는데 다행히 합격해서 데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떨어졌다면 댄서로 활동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까지 발매한 5곡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안무가 있다면.

새나 : 퍼포먼스적으로 보면 ‘Log in’의 기승전결이 깔끔하다. 하지만 보기에 부담 없고 4명의 색깔이 확실하게 묻어 나오는 건 ‘Cupid’라고 본다. 아무리 구성이 뛰어나도 우리가 그 순간을 더욱 즐기며 표현해야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각자 파트를 어떻게 살릴지 깊게 고민하고 춤에 반영했다.

▶ 좌측부터 아란, 새나, 시오, 키나

데뷔 이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하나만 꼽아 본다면.

키나 : 아무래도 처음으로 음악 방송에 출연했을 때가 아닐까. TV에서만 보던 무대에 내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새나 : 이번 ‘Cupid’ 활동 때 객석에 몇몇 팬분들이 계셨는데, 무대를 하는 중에 인이어 사이로 우리를 응원해 주는 소리가 크게 들려서 아주 큰 힘이 되었다. 피프티 피프티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시오 : 모든 곡을 통틀어서 ‘Lovin’ me’는 가장 먼저 우리 이름으로 받았던 곡이다. 그래서 딱 처음 들었을 때 내가 드디어 연습생을 넘어 프로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뭉클했다.

아란 : 최종 녹음본이 나올 때마다 항상 짜릿하다. 특히 타이틀곡인 ‘Higher’는 의도한 바대로 나온 부분도 있고 다르게 들어간 부분도 있었는데 그마저도 결국엔 조화롭게 들려서 더 크게 와닿았다. 내가 부른 노래가 음원으로 세상에 공개되고 앞으로 내가 이 노래를 가지고 무대를 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 딱 그때인 것 같다.

멤버들이 정의하는 피프티 피프티의 음악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새나 : 순수함이다. 우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먼저 입히려 하지 않고 기본적인 것들을 챙기면서 그 위에 다른 색채를 가볍게 덧대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매력이 잘 살아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 대중음악, 그리고 K팝 신에서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시오 :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 그리고 음악이 좋은 그룹으로 남는 게 우리의 목표다.

아란 : 피프티 피프티라는 장르로 남고 싶다.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이건 완전 피프티 피프티 음악이네’라고 하며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

새나 : 무대 자체를 즐기는 그룹으로 기억되고 싶다. 막연하게 노래하고 춤추는 게 아니라 음악에 몰입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임하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보는 사람들도 무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키나 : 다 중요하지만 오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장수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

진행: 임진모, 소승근, 장준환, 임동엽, 정다열
정리: 정다열
사진: 임동엽, ATTRAKT 제공

Categories
POP Single Single

클린 밴딧(Clean Bandit) ‘Higher (Feat. iann dior)’ (2021)

평가: 2.5/5

‘Tick tock’ 이후 반년만의 싱글로, 선율이 명확한 EDM 사운드를 들려주는 팀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트랙이다. 이번에 파트너로 선택된 이는 24k골든(24kGoldn)의 ‘Mood’에 목소리를 보태며 생애 첫 빌보드 핫 100 정상을 밟기도 했던 신예 래퍼 이안 디오르. 대중적인 포인트를 워낙에 잘 잡아내는 팀인 만큼, 전반적으로 크게 모나지 않은 보편적인 넘버를 만드는 데 주력한 느낌이다.

초반에 정적으로 흐르는 키보드와 비트, 여기에 하나씩 슬며시 발을 담그는 여러 가지 신시사이저의 소리들이 다층적인 레이어를 구성. 이어 잠시 완급을 조절하는 듯 여백을 두었다 다시금 소리들을 불러들이며 드롭으로 나아가는 구성은, 일견 전형적이지만 귀에 착 붙는 중독성 덕에 밉지가 않다.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무드와 이에 잘 부합하는 유려한 이안 디오르의 음색이 크게 호불호 없을 댄스뮤직을 만들어 낸 인상이나, 너무 뻔하게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 작품. 누가 틀어주면 듣긴 듣는데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기엔 조금 매력이 덜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