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의 음악 시장은 청량한 에너지를 선망한다. 헤이즈는 예외다. 장마철 비에 힘입어 댄스곡을 누르고 차트 정상을 차지한 < /// (너 먹구름 비) > 이후 ‘감성’ 키워드를 얻은 그는 꾸준히 멜랑콜리의 정서를 이어 나갔다. 특유의 이미지는 두 번째 정규작 < Undo >에서도 되풀이된다.
그림자에 가려진 무표정한 얼굴처럼 대부분의 수록곡은 식어버린 사랑의 이야기를 텍스트로 삼는다. 뚜렷한 정체성을 잘 반영하지만, 기시감이 강하게 풍기는 멜로디의 ‘I don’t lie’나 다소 뻔한 비유의 ‘도둑놈’ 등은 곡 자체의 매력과는 별개로 익숙함 이상의 진부함을 피워낸다. 날씨라는 환경적 요인에 지나치게 종속적으로 끌려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답답한 이별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치는 작사가로서의 역량이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슈퍼카’는 시적인 언어로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순간’에 대한 향수를 따스하게 자극하고, ‘여행자’의 섬세한 가사는 한 편의 시처럼 음미해서 감상할수록 더욱 깊은 매력이 우러나온다. 씁쓸한 이별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천천히 홀로 되새기는 과정이 남다른 울림을 자아낸다.
유지와 답습 사이 벌어지는 혼란에 대한 타이틀곡 ‘없었던 일로’의 대응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쫀쫀한 베이스부터 서글픈 멜로디까지 히트작 ‘헤픈 우연’의 잔향이 짙긴 하나, 노래 전반을 맴도는 선선한 공기 덕에 보편적인 헤이즈 음악에서 조금은 탈피한다. 아픔과 그리움 대신 후련함의 감정에 집중했다는 아티스트의 설명처럼 비교적 맑은 날에도 큰 무리 없이 들을 만한 곡이 탄생했다.
독보적인 감성에 대한 꾸준한 수요 저편에서는 슬슬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논해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 Undo >는 문제상황에 속 시원한 해결책을 건네진 못한다. 그나마 가장 핵심이 되는 타이틀곡에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는 사실에서 다음 단계의 실마리가 보인다. 긴 시간 활동한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마주하게 되는 시점, 이를 헤쳐 나갈 묘수가 ‘되돌리기’는 아니어야 한다.
– 수록곡 –
1. 없었던 일로
2. 어쩌면 우리 (Feat. 죠지)
3. I don’t lie (Feat. 기리보이)
4. 도둑놈 (Feat. 민니 of (여자)아이들)
5. 거리마다 (Feat. I.M of 몬스타엑스)
6. Love is 홀로
7. 널 만나고
8. 슈퍼카
9. 여행자
10. Abou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