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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ZM이즘x문화도시 부평] #24 프롬올투휴먼

웹진 이즘(IZM)이 문화도시 부평과 함께 하는 <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 >는 인천과 부평 지역 출신이거나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순차적으로 인터뷰하는 시리즈 기획이다. 지금까지 이곳 출신의 여러 뮤지션들이 자리해 자신의 음악 이야기와 인천 부평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었다. 이번 스물네 번째 주인공은 깊고 진한 풍미의 알앤비 밴드, 프롬올투휴먼이다.

혹자는 이들을 두고 ‘레지스탕스’라고 표현한다. 동명의 음반 제목만큼이나 현상 유지를 거부하고 꾸준한 음악적 진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 흑인음악의 문화를 탐구하고 전파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수식어인 것이다. 네 장의 EP로 혜성처럼 나타나 여러 수상을 거머쥔 화려한 이력은 밴드가 지닌 굳건한 자세만큼이나 이에 상응하는 수려한 실력을 증명한다.

틀에 갇히지 않는 음악을 위해 진득한 외골수 청년들이 뭉쳐 만들어낸 알앤비 밴드, 프롬올투휴먼의 음악은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창작 세계를 나타낸다. 다양하고 깊은 그루브를 아주 부드럽게 뿜어내다가도, 때론 댄서블한 바이브를 가져오기도 한다. ‘음악은 좋은 대화 수단인 것 같다’는 말처럼 그 순간 하고 싶은 언어를 소리에 담아 흘려보낸다. 그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한 여름 밤, 홍대 사무실에서 프롬올투휴먼의 보컬 ‘블레싱’ 김석근을 만나 그들의 음악관에 대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즘을 보고 계신 독자분들에게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반갑습니다. 저는 프롬올투휴먼이라는 밴드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블레싱(Blesssing)’ 김석근이라고 합니다. 예명인 블레싱은 축복의 의미인 ‘블레스(Bless)’와 노래한다는 ‘싱(Sing)’을 합쳐 만든 뜻입니다. 제가 노래를 할 수 있는 건 하나님께 받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예명을 짓게 되었습니다.

프롬올투휴먼(From All To Human)이라는 밴드명의 뜻이 궁금하다.
단어 뜻 자체로는 ‘모든 존재로부터 인간까지’라는 의미를, 내적으로는 ‘아직 진화가 덜 된 우리가 음악적으로 좀 더 진화를 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사실 ‘프롬올투휴먼’이라는 문구는 앨범에 쓰려고 했던 이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더 형이 우리가 각자 가진 음악적 결핍을 해소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밴드 이름으로 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꺼냈고, 다들 동의하게 되어 지금의 팀명이 결정되었다.

간략한 멤버 소개와 모이게 된 계기에 관해 이야기를 부탁한다.
밴드는 건반을 맡은 리더 문성환, 기타를 치는 박재우, 드럼의 문성호, 베이스의 남우석, 그리고 보컬인 저(블레싱)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멤버끼리 부르는 영어 이름은 있지만 막상 공연에서 부끄러워하더라. 지금은 멤버들의 직접적인 의사가 없으니 일단 본명으로 말씀드린다. (웃음)

리더 성환이 형과 재우 형, 성호 형은 이미 이전에 다른 밴드를 하고 있었고 리뉴얼 과정에서 내게 권유가 들어왔다. 그때가 2015년 정도였을 거다. 밴드에서 마침 흑인 음악을 하는 친구를 찾고 있었고, 한창 페이스북이 유행할 때였는데 리더 형이 SNS의 노래 부르는 제 영상을 보고 멤버 영입을 제안했다. 이건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영상 속 머리를 빡빡 민 내 모습을 보고 팀에 이런 분위기가 강한 친구가 필요했다며 뽑았다고 들었다.

2017년부터 꾸준하게 팀 단위 작업물을 내고 있고, 의상을 맞춘 단체 사진을 보면 유독 팀 분위기가 돈독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는다.
우리도 사실 안에서 엄청 싸운다. 대신 다소 언쟁이 있더라도 한 명이 이해를 못하면 모두가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의견을 나누는 편이다. 다른 팀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떤 내용의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먼저 얘기한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굉장히 습하고 처음 보는 장소라면, 이 점에 대해 어떤 기억이 떠오르고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모두가 동의를 마치고 합주에 들어가서 이 메타포에 어울리는 코드 진행을 던진다. 돈독해 보이는 이유가 이런 솔직함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팀 내부에서 이러한 언쟁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등을 묵히지 않고 바로 표출하고 해소하는 스타일인지.
맞다. 다만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지기까지 리더 형이 엄청나게 노력했다. 누군가 의견을 제시하면 싸울지언정 서로 가감 없이 얘기한다. 그래야 ‘이 멤버가 이런 생각을 하고, 왜 이렇게 생각할까?’ 한 번 더 짚고 넘어갈 수 있지 않나. 물론 쉽지는 않아도 팀이 이어지려면 어쨌든 필요한 과정이다. 결정을 내리려면 누군가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겠지만, 결국 생각을 같이하기 위해 모였으니까. 그래야 더욱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음악을 할 수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

멤버 간 음악 취향은 어떻나.
지금이야 하고 싶은 음악이 절충되어 서로 알앤비, 소울, 힙합 등 흑인 음악에 대한 내용을 많이 공유하는 편이지만, 옛날에는 조금 달랐다. 기타 형은 AC/DC 같은 록을 좋아하고 나는 국내 음악은 잘 안 듣고 흑인 음악만 듣는 타입이었다. 근데 서로 교류하며 다른 것도 듣다 보니 이런 편견들이 깨지더라. 그런 곳에서 오는 충격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또 듣는 취향이 다양해질 수 있던 것 같다.

뭔가 일종의 합주 같다.
오, 얘기하고 보니 그렇다. (웃음)

프롬올투휴먼의 음악을 정의하자면.
오,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의도는 너무 잘 알겠지만 ‘정의’라는 단어가 특히 답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듣는 사람들이 결정해 주는 게 나은지, 아니면 우리가 말을 드리는 게 나은지. 게다가 나 혼자 말하는 건 팀의 의견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정의를 굳이 하자면 ‘대화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메타포를 두고 많은 경험을 공유하지 않나. 이 비유하는 과정도 누군가에게는 경험 일수도, 누군가에게는 설득 일수도, 누군가에게는 공감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롬올투휴먼의 음악은 좋은 대화 수단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순간 공유하는 추억이나 관심사를 음악으로 표출하는 건지.
그게 제일 가깝다. 나중에 가서 음악을 들었을 때 이걸 만들 때 어떤 기분이었고 또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록물인 셈이다. 물론 옛날에는 훨씬 비장했고, 누군가한테 인정받기를 원했고, 염세적인 마음도 굉장히 강했다. 또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려야 한다는 욕구가 강해서 그런 앨범을 낸 것도 있었고. 근데 그런 것들이 조금씩 해소되다 보니 또 다른 대화 주제를 꺼내게 되더라. 지금은 우리가 그 순간 하고 싶은 대화가 자연스럽게 담기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1990년대 컨템포러리 알앤비부터 뉴잭스윙, 네오소울까지 다루는 장르가 굉장히 다양하다.
그런 요소를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수단이 흑인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이 장르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더 연구하고, 다른 것을 발굴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 팀은 EP와 싱글만 가득하고 아직 정규 앨범이 없는데, 1집에서는 뭔가 다양한 것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정규 1집은 지금까지 선보인 음악의 종합편인 건가.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 마침 얼마 전에 리더 형과 정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나는 남의 의견을 잘 수렴하지 않는 성격인데 어느 순간 도태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 고민을 리더 형에게 꺼내니, 오히려 ‘나는 네 것이 좋다. 잘하고 있으니 보여줘도 괜찮다’라며 편하게 다독여주었다.

여태까지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음악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던 것처럼, 우리 밴드도 삶을 살아가면서 조금씩 달라졌으니까.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사랑을 주고받으며 에너지가 바뀌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뭔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가 주제일 것 같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분까지 음악을 들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나중에 우리가 죽어서 없어졌을 때 이 친구들은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얘기를 했구나 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지만, 오랫동안 남을 음악적 언어를 물려주고 싶다.

어찌 보면 정규에 앞서 네 장의 EP로 연습을 마친 것은 아닌지.
어떻게 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정규라는 어감 자체가 굉장히 무게감이 있다. 이 무게감이 어디로 가고,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발표한 EP들은 네 번의 질문, 혹은 네 개의 대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각각 EP별로 설명하자면 첫 EP < LIEF >는 삶의 어려움과 휴식이라는 굴레 속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다음 EP < Paradise >는 조금 원초적이게도 여름에 꽂혀서 뉴잭스윙 스타일로 갔고, 세 번째 EP < Double Barrel > 같은 경우에는 영화 < 쟝고 >를 보고 바로 만든 작품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EP < Resistance >는 우리 밴드가 보여줄 수 있는 비장함의 절정이라고 생각한다.

힙합 아티스트와의 콜라보가 매우 많다. 한요한, 재달, 큐엠과의 같이 작업했고, 피처링으로는 딥플로우의 < Founder >와 최근 피타입의 < Hardboiled Café >에도 참여했는데.
맞다. 그분들 중에는 우리 음악을 좋게 들어주신 분도 계시고, 부탁했을 때 흔쾌히 응하여 참여해 주신 분도 계시다. 특히 VMC에 반 루더(Van Ruther)라는 아티스트가 있는데, 딥플로우 님이 리얼 밴드로 앨범을 만들고 싶은데 주변에 밴드가 없을까 하는 질문에 반 루더 형이 우리를 소개해 주었다. 사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지만, 그 밖의 이면에서 보면 장르 간의, 더 나아가면 문화 간 연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힙합 덕에 좀 더 자연스럽게 협업을 펼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흑인 음악과 밴드 사운드를 결합하려는 이러한 시도가 과거부터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미국의 퀘스트러브(Questlove)가 속해 있는 더 루츠에서 영감을 가장 많이 받았다. 더 나가서 디안젤로 앤 더 뱅가드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뭔가 편하게 재밍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에서 많은 음악적 영감을 얻을 수 있던 것 같다.

앨범 아트가 되게 인상적이다. 사운드만큼이나 비주얼에서 오는 디자인적 일치감이 있는 것 같은데.
밴드의 아트워크는 유자(Yooz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유재형 작가가 맡아주었다. 팀 로고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EP를 초창기부터 다 작업해준 분이다. 당시 우리는 미국에 있는 카툰 문화 그 서브 컬처적인 장르들을 전부 다 결합해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거를 표현할 수 있는 분이 유자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모든 앨범아트를 카툰 형식으로 정하게 되었다.

사실 힙합이나 알앤비, 소울은 흑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고, 그런 의미에서 정통 알앤비는 우리나라에서는 서브 컬처에 속한다. 주류가 되고 싶어도 부딪히는 현실이 있기에 그런 문화를 이해하려는 자세와 사랑을 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온 것 같다. 아트워크를 자세히 보면 표현 방식이 굉장히 직관적일 때도 있고, 많은 요소를 숨겨놓아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되게 재밌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을까.
지금은 새로운 도전보다 이 흑인음악 장르를 좀 더 깊게 파보고 싶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몰두하다 보면 나중에 지나고 나서야 도전이었구나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여름을 맞이해 뉴잭스윙 앨범을 만들었을 때도, 영화 < 쟝고 >의 스토리만으로 음악을 만들었을 때도, 모두가 도전이었다.

인천에 대한 추억이 궁금하다.
음, 우선 태어난 고향은 의정부지만 어릴 때 이사를 하다 중학생 때 인천에 정착하게 되었다. 청소년기는 정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기지 않나. 마침 집도 안정해지고, 좋은 친구들을 만난 덕에 기억이 제일 편하다. 그리고 음악을 시작하면서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가 필요했는데, 인천에 있는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다 보니 인천이라는 지역이 음악적으로 다가온 것이 많았다. 자아 형성과 음악적 고리를 모두 인천에서 형성할 수 있던 셈이다.

그리고 기타(박재우)형도 인천 출신이다. 둘이 학원에서 만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밴드 제의를 받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소래에 있는 한 맥주집에서 나눈 기억이 난다. 그때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이 도전이고 무서워서 선택을 주저하고 있었는데, 형이 강력하게 설득하면서 결정권을 준 덕에 지금의 프롬올투휴먼이 결성되었다.

기억나는 인천과의 연이 있다면.
예전 부평과 < 부평 사운드 >에서 연을 맺은 적이 있었고, 인천 부평에 위치한 ‘창고 재즈펍’에서 공연했던 기억도 난다. 아쉽게도 당시 코로나 시즌이어서 관객 없이 녹화로만 진행했다. 요즘에는 인천에서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장이 엄청 많아졌다. 카페라든지 펍이라든지, 혹은 페스티벌이라든지 다시 한번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밴드가 주목받기 시작할 즈음 팬데믹이 겹쳤다.
그때가 절정으로 힘든 시기였다. 팀 내부에서도 의욕이 떨어지다 보니 활기찬 회의조차 진행되지 않더라. 우리 밴드가 2019년도에 ‘KT&G 상상마당 밴드디스커버리 선정’이나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 대상’ 등 여러모로 유의미한 외부 활동을 많이 했던 터라 그 아웃풋이 다가오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는 그 의욕을 완전히 끊어버리게 만든 계기였다.

무엇보다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제일 힘들었다. 앨범을 내도 반응이 없고, 막상 밖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환경도 없는데다 상황이 나아진다는 기약조차 없었으니. 카메라 보고 혼자 얘기하며 소통하려니 미치겠더라. 그때 저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다. 사람이 없으면 그냥 합주하는 기분만 들고 재미도 덜하다. 최근 딥플로우 < Founder > 콘서트의 백밴드로 참여했는데, 그 짧은 공연만으로도 해소가 되고 에너지가 생기더라. 그 기억으로 아직까지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단독 공연 계획이 있는지.
당분간은 그때 공연에서 얻은 에너지를 다시 발판 삼아 앨범으로 만드는데 집중할 것 같다. 계획했던 것보다 발매가 많이 밀리기도 했고 그때 가서 천천히 계획해도 되니까. 그리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해외 투어를 해보고 싶다. 예전에 대만에서 초청받아 가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분들이 다들 서투른 한국말로 환호해주던 광경이 기억에 아직도 남는다.

지금의 나를, 그리고 지금의 밴드를 만든 베스트 앨범을 뽑는다면.
개인적으로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2집 < The Wind, The Sea, The Rain >을 꼽는다. 중학교 2학년 때 음악을 시작해야겠다고 맘 먹은 이유다. ‘My story’라는 곡을 듣고 ‘아, 이게 진짜 음악이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그리고 ‘End of the road’가 수록된 보이즈 투 맨의 < Cooleyhighharmony >를 뽑고 싶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도대체 어떤 음악을 듣고 자랐을까, 하는 생각에서 뿌리를 찾아 올라가다 찾게 된 앨범이다.

팀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앨범을 뽑자면, 1996년도 발매된 맥스웰의 < Maxwell’s Urban Hang Suite >와 ‘Untilted (how does it feel)’이 수록된 2000년도 작품 디안젤로의 < Voodoo >를 꼽고 싶다. 사운드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레퍼런스로 많이 삼기도 하고, 멤버들과 같이 들으면서 밴드의 바이블이자 모토가 되어준 소중한 앨범들이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보다도 음악은 되게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불 뒤집어쓴 상태에서 앞서 말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흥미를 붙이게 된 셈이다. 이 분야는 끝없이 연구해야 하는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영향도 많고, 또 그 사람의 뿌리를 찾으려고 올라가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너무 재미있다. 일종의 덕질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제일 존경하는 보컬리스트 역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뽑고 싶다. 사실 나는 개별 보컬도 중요하지만,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지닌 진정한 감성은 멤버 네 명이 모두 모였을 때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 하모니라던가 섬세하게 잡히는 소리 하나하나가 너무 예쁘지 않나. 그리고 보이즈 투 맨과 같은 시기에 나온 조데시(Jodeci) 그룹도 언급하고 싶다. 사랑을 팝적인 감성으로 부르는 보이즈 투 맨과는 다르게 조데시는 굉장히 선정적이고 섹시한 가사를 노래하는 팀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섹시한 음악도 해보고 싶고, 사랑스러운 음악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물론 이런 짙은 감성들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니까, 아직도 열심히 연구 중이다. (웃음)

진행 : 장준환, 임동엽, 정다열, 김성욱
정리 : 장준환
사진 : 프롬올투휴먼 제공
기획 :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