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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스텔라장 인터뷰

에드 시런이 활용하던 루프 스테이션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급기야는 인디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세기말 콘셉트의 걸그룹 ‘치스비치’를 조직하기도 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바삐 움직이게 하는 걸까.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스텔라장은 이 다양한 팔레트의 비결을 ‘자연스러움’이라 강조했다.

최근 근황은 어떤가.
작업 및 스케줄 소화 중이다. 최근엔 치스비치 겨울 싱글을 작업하고 있다.

치스비치는 치즈, 스텔라장, 러비, 박문치가 모여 결성한 걸 그룹이다. 9월 프로젝트 싱글 ‘Summer love’를 발표했는데.
단기 프로젝트였는데 하다 보니 다들 너무 재미있어했다. 본업 할 때와 다른 에너지도 신난다.

지난 8월 치스비치의 막내 박문치와 인터뷰했던 기억이 난다. 누가 먼저 제안한 프로젝트인가.
5월 말쯤이었나. 알지도 못하는 러비에게 ‘언니, 걸그룹 하실래요?’라는 문자가 왔다. 그게 치스비치의 시작이다. 러비와 나는 달총과 친분이 있었고, 일단 셋이 모이고 나자 문치와 같이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생겼다. 문치는 사실 최근 알게 된 동생이다.

프로듀서 박문치가 처음 모은 프로젝트라 생각했는데, 의외다.
문치는 처음에 뮤직비디오, 사진 촬영 등 아무것도 몰랐다. 언니들이 알아서 잘하겠거니 싶었는데 어느 순간 커버를 찍고 있던 거지 (웃음).

인디 싱어송라이터들이 치스비치처럼 명확한 콘셉트 아래 걸그룹으로 활동한 것이 흔치 않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이 프로젝트가 각자의 이름을 걸고 멋지게 해 보자는 취지였다면 어려웠을 거라 본다. 각자 모두가 정말 재밌자고 모인 터라 작업 과정에서 장애물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많이 의견을 낸 멤버는 누군가.
의견은 다 많이 냈는데 콘셉트가 달랐다. 나는 아무 말이나 다 하는 타입. 드립 욕심도 많고 아이디어도 막 냈다. 달총이 그 생각을 정제해서 조율하고, 러비가 현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문치는 묵묵히 편곡. 하루 만에 편곡 과정을 마무리해야 해서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나온 ‘노래’에 모두가 만족했다.

실제로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 등에서 치스비치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상당하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우선 곡을 낼 때마다 리더를 바꿔 시즌제로 간다. 지금 리더는 치즈고 다음 싱글이 나오면 내가 리더다. 그다음 싱글은 러비, 마지막은 박문치… 이렇게 한 바퀴는 돌아야겠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1년에 두 곡을 발표하기로 했다. 여담으로 1대 리더인 치즈는 본인이 리더라는 사실을 자주 잊더라 (웃음).

치스비치는 핑클, SES 등 1990년대 말 걸그룹의 콘셉트가 확실한데, 스텔라장이 생각했을 때 가장 콘셉트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멤버는 누구인가.
주변에서 듣기로는 ‘이 사람 진짜 옛날 사람 같다’는 멤버가 한 명 있다는데, 그게 나다(웃음). 혼자 그렇게 입고 다니기 부끄러운 콘셉트인데도 모이면 좀 덜 부끄럽더라.

싱글이 나올 때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 들어 유튜브를 중심으로 ‘온라인 탑골공원’이 화제 아닌가. ‘가요톱텐’과 ‘인기가요’가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뮤직비디오에 정말 웃긴 댓글이 많다. 정말 예전에 있던 그룹이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계시고, ‘전설의 가요톱텐 1위 곡’이다, ‘치스비치 해체할 때 울고불고 난리였다.’ 등등…

이런 복고 흐름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테다. 온라인 탑골공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아무래도 문화를 주도하는 세대가 2~30대 아닌가. 정신없이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세대인 만큼 어떤 하나가 유행으로 떠오르면 확 끌리는 경향이 보인다. 사실 ‘온라인 탑골공원’과 ‘치스비치’가 완벽히 우리가 겪었던 문화는 아니다. 살짝 위, 문치는 아예 갓난아이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어 치스비치가 이만큼 많이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스텔라장이 그 시절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1990년대 노래보다는 2000년대 초반 음악을 많이 들었다. 동방신기, 신화, 주얼리, SS501… 제일 좋아한 팀은 지오디다. 태어나서 제일 처음으로 산 CD가 지오디의 앨범이다. 여담으로 치스비치의 치즈가 지오디 팬클럽 ‘팬지(Fan god)’였더라.

치스비치 프로젝트 이전에도 옛 가요의 느낌을 내려 노력했다.
20대부터 1990년대 한국 가요,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을 거의 숭배하듯 들었다. 토이, 이승환, 김경록, 김동률… 신기하게도 예전엔 토이가 유희열의 프로젝트 이름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외국 유학 시절 입시 공부로 힘들 때 < 유희열의 스케치북 > 프로그램으로 처음 접한 인물이었고, 그의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다. 토이의 음악을 가장 많이 들었다.

실제로 < 유희열의 스케치북 > 출연을 소원으로 꼽기도 했는데 정말 출연하게 됐다.
멍했다. 엄청 좋거나 들뜨지 않았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 나는 보통 말하는 대로 잘 이뤄지는 편인데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됐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 출연 후 윤상도 만나고 이적도 만났다. 물론 자연히 ‘그렇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도 따라왔는데, 그로부터 여러 깨달음을 얻었다. 그동안 나만을 위해 해온 음악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또 위로를 얻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당시 그 회차에서 노래했던 ‘뜨거운 안녕’의 6개 국어 버전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였다.
뜻깊었다. 다만 어느 정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날 2018 아시안 게임 축구 결승전이 있던 날이었다. 중계 관계로 원래 시간에 방영되어야 할 프로그램이 한 시간 늦게 나갔다. 때마침 축구도 이겨서 사람들이 계속 TV를 틀어뒀고, 내가 노래하는 모습이 더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아이디어를 내주신 프로그램 작가님에게 감사했다.

6개 국어 아이디어가 < 유희열의 스케치북 > 작가의 작품인 건 몰랐다.
tvN < 문제적 남자 >에서 6개 국어 구사자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는데 작가님이 그걸 보고 제안을 주셨다. 처음엔 다른 노래를 준비했는데, ‘본인이 유희열의 팬이시니 토이 노래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라고도 말씀해주셨다. 토이 메들리를 만들었더니 너무 복잡해서 고민하다가 나온 게 ‘뜨거운 안녕’이다. 마지막 6개 국어로 인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더라.

‘뜨거운 안녕’ 이전에도 네이버 뮤직의 ‘디깅 클럽 서울’ 프로젝트 싱글 ‘아름다워’ 뮤직비디오 역시 유튜브에서 소소한 화제를 모았다.
뮤직비디오로 주목받기 쉽지 않은데 레트로적인 요소들이 잘 묻어난 것 같다. 보통 이런 프로젝트가 처음에 잘 되기 쉽지 않다. 아무래도 대중은 프로젝트, 참여 같은 경우 아티스트의 커리어로 포함하지 않더라. ‘아름다워’도 처음부터 잘 된 게 아니라, 야금야금 잘 된 스테디셀러같은 곡이다.

윤수일 밴드의 ‘아름다워’를 젊은 뮤지션 스텔라장이 선택한 것도 의외다.
온스테이지 담당자가 메일로 10곡 정도의 후보곡을 보내줬다. ‘아름다워’는 그중 포함돼 있었던 곡이다. 최종적으로는 ‘단발머리’와 ‘아름다워’ 중 고민했는데, ‘단발머리’는 이미 많이 커버된 곡이라 ‘아름다워’를 골랐다. 윤수일 밴드의 음악을 잘 알진 못했지만 계속 영상을 보며 어떤 느낌을 내야 할지 연구했다.

젊은 음악 마니아들이 오래된 레코드 판을 구입하고 옛 노래를 듣는 등 레트로의 경향이 선명히 드러나는 요즘이다.
LP를 직접 사진 않지만 집에 판은 많다. 퀸, 비틀즈, 이문세… 가끔 집에서 음악을 들을 때 신기한 느낌을 받는다. 집에 있는 턴테이블이 USB 형식으로 전원이 공급되는데, 보조배터리를 연결해서 정말 옛날에 나온 LP를 재생하고 있노라면 ‘이게 무슨 시대의 산물이지?’ 싶다. 재밌다.

레트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스텔라장은 가요계에서 최신의 장비 루프 스테이션을 수준급으로 활용하는 아티스트기도 하다.
회사 동료가 라이브 무대에서 오토튠을 활용하기 위해 구입한 기기로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를 커버한 것이 처음이다. 한 번 해보니 기계가 성에 안 차더라. 루프가 ABC 밖에 없고 기능도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루프가 다섯 개인 새 장비를 사서 활용 중이다. 이렇게까지 잘 쓸 줄은 몰랐다.

에드 시런은 루프 스테이션이라는 기기를 대중에게 처음 알린 아티스트 아닌가.
에드 시런을 좋아하긴 하는데 ‘Shape of you’가 최고의 곡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인기 있는 곡이라 선택했는데, 당시엔 에드 시런이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한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다. 주한 프랑스 문화원이 개최했던 ‘프랑코포니 음악 투어 < 마르스앙 폴리 >’ 무대에서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함께 공연했던 스위스 출신 아티스트 파네드폴 역시 루프를 잘 다룬다.

< 문제적 남자 > 출연 후 스텔라장을 수식하는 단어는 ‘학구파’였다. 음악보다 외적인 요소로 알려져 속상하지 않았나.
‘저렇게 공부해서 왜 음악 하냐’는 댓글이 정말 많았다. 우선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극복하고 음악으로 인정받는 것 또한 나의 몫이라고 여겼다. 또 하나 기억나는 댓글은 ‘어차피 음악으로 성공하긴 힘들 것 같음’이었다. 그 댓글을 캡처해뒀다. 출신 대학, 유학 경험 대신 당당히 음악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과거도 지금도 ‘넘어야 할 산’으로 생각하는지.
한때는 과거를 부정하려고도 해봤다. 지금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이것도 나를 구성하는 희소가치 아닌가. 내 자아의 굉장히 큰 부분을 구석으로 밀어 숨겨 둔 느낌이었다. 역으로 ‘왜 불어로 노래할 생각을 안 했지?’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 어린 왕자 >를 불어로 읽은 영상이 인기를 얻는 걸 보고 더 그런 마음을 굳히게 됐다.

유년기 유학 경험을 가리고 보면 스텔라장의 노랫말은 상당히 한국 청년들의 생활을 잘 묘사하고 있다.
생활 밀착형이라기보다는 ‘생활 밀착형’ 노래가 잘 돼서 그런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순간순간에 느낀 감정을 담아내려 한다. 우울할 땐 뭘 안 해서 우울한 노래가 별로 없다. 오히려 우울 후에 찾아오는 분노, 다짐 등의 내용이 많다. ‘어제 차이고’도 그렇고, ‘환승입니다’도 그렇고. 그런데 요즘 그때 썼던 노랫말을 다시 보는데… 지금은 못 할 날 것의 감정이라 좀 놀랐다(웃음).

최근 스텔라장의 감성을 담은 작품으로는 올해 3월 발표한 < 유해물질 > EP를 찾으면 되나.
‘어떻게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는 그렇다. ‘일산화탄소’, ‘알콜맨’은 과거 써 둔 노래다. 여담으로 < 유해물질 >을 발표하면서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 Colors >,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을 발표할 땐 그만큼의 감정은 없었다. 특히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을 낼 땐 그런 이미지로 내가 굳어지는 게 염려되기도 했다.

그런데 싱글 ‘Yolo’를 보니 대중은 내가 밝은 노래를 할 때 더 좋아해 주시더라. 밝고 맑은, ‘미세먼지 한 번 먹지 않은 목소리’라는…(웃음).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꿈과 희망보다 현실을 믿고 사는 사람인데.

‘어제 차이고’, ‘환승입니다’ 등에서 랩을 선보이기도 했다. 랩에 대한 애정은 여전한가.
이미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흐름을 못 따라가겠다.(웃음) 날 것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예전인 패기도 넘쳤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은 너무 멀리 가버리게 되면 나중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그래도 여타 아티스트들에 비해 아직은 내가, 날 것의 감정을 좀 더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
평소의 모습이나 무대, 인터뷰할 때의 내 자아가 분리되지 않는다. 스텔라장이어야 하는데 장성은이 자꾸 튀어나온달까. 아티스트로의 자아가 평소에 등장할 때도 있고, 평소의 자아가 아티스트일 때의 나에게 나타나기도 한다.

스텔라장은 본인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 브이 라이브(Vlive),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로 공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냐는 질문을 건네자 ‘루프 스테이션 튜토리얼, 불어로 시 읽기, 곡 작업기, 6개 국어 노래하기’ 등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영상 편집이 서툴러도 본인이 직접 해보는 것이 좋다는 그의 모습에선 감출 수 없는 끼와 재능이 선명했다.

‘유튜브로 팬이 유입될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꿈이 있다면 외국 곡 커버 영상을 올려서 해외 팬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 소박한 바람은 곧 현실이 됐다. 10월 18일 스텔라장이 유튜브에 업로드한 픽사 애니메이션 < 라따뚜이 >의 OST ‘Le festin’ 커버 영상은 11월 7일 현재 기준 93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8만 6천 개의 ‘좋아요’와 더불어 댓글 난에는 3200개에 달하는 세계 각국 음악 팬들의 메시지가 달렸다. 스텔라장의 꿈은 현실이 된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듣고 있는 음악이 있다면.
브루노 메이저(Bruno Major)의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 음악 중에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 속물들 > 음악을 최근 많이 들었다.

인디 팝, 랩, 루프 스테이션, 걸그룹 등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는 스텔라장이다. 향후 해보고 싶은 음악적 시도는?
오케스트라가 가미된 대곡이다. 전조가 많고 화려한 스타일, 뮤지컬, 디즈니 OST 풍의 노래를 좋아한다. 워낙 제작 과정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섣불리 시도하기가 어렵다. 트렌드에 맞지도 않다. 다행히 기회가 되어 폴킴, 멜로망스의 정동환과 함께 ‘보통날의 기적’을 작업했다. 불어로도 노래 불러보고 싶다. 영어보다 불어를 더 잘한다(웃음).

마지막으로 스텔라장이 대중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여러 가지를 하지만, 애매하지 않은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다.

인터뷰 : 김도헌, 장준환, 조지현
정리 :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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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I Am Woman

리조의 묵직한 진실, ‘너 자신을 사랑하라!’

lizzo truth hurts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카우보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가 19주 연속 1 위를 차지하며 온갖 기록을 휩쓸고 간 빌보드 싱글 차트를 5주 연속 점거하고 있는 노래가 있다. 리조(Lizzo)의 ‘Truth hurts’가 바로 그 주인공.

9월 7일부터 10월 5일까지 한 달 동안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라있는 이 노래는 2년 전 2017년 발표된 곡이나, 최근 틱톡(TikTok)에서의 유행과 넷플릭스 시리즈 < 썸원 그레이트(Someone Great) > 수록에 힘입어 뒤늦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케이팝 그룹 에이비식스(AB6IX)와 함께한 리믹스 버전으로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리조는 ‘Truth hurts’ 한 곡으로 벼락같이 성공한 아티스트가 아니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한 리조는 2014년 프린스(Prince)와 협업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2016년부터 팝 씬에서 독특한 개성으로 두각을 드러냈으며 올해 3월 세 번째 정규 앨범 < Cuz I Love You >를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앨범 발매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와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고, MTV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 및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쾌거를 거듭하다 ‘Truth hurts’로 정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리조를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다채로움과 당당함이다. 리조는 자신의 몸과 재능, 검은 피부, 성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모든 선입견과 고정관념, 차별 의식을 과감히 부숴버린다.

플러스 사이즈 젠더리스 흑인 여성의 캐릭터는 이 자신만만한 아티스트에게 훈장과 같다. 리조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 몸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 Cuz I Love You >로 본인의 지향을 분명히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며,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는 것이다.

리조의 세계엔 제약이 없다.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휴스턴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미네아폴리스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리조의 음악은 팝과 가스펠, 디스코와 힙합을 자유로이 포용한다. 2013년 데뷔 앨범은 완연한 트랩 앨범이며, 현재 차트에 오른 ‘Truth hurts’ 역시 피아노 루프와 트랩 비트 위 선 굵은 목소리로 여성상을 노래하는 곡이다.

‘Good as hell’ 같은 팝, ‘Cuz I love you’처럼 가스펠에도 능하며 첫 리드 싱글 ‘Juice’는 1970년대를 연상케 하는 펑크/디스코 트랙이다.

자유로운 음악 세계에 방점을 찍는 것은 그가 훌륭한 가수임과 동시에 훌륭한 플루트 연주자 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휴스턴 음악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리조는 2016년 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연주 실력을 발휘했고, 래퍼 퓨처(Future)의 히트곡 ‘Mask off’와 켄트릭 라마의 ‘Big shot’의 커버 영상으로 SNS에서 화제를 몰고 왔다.

리조는 비욘세의 앨범 < I am… Sasha Fierce >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그의 플루트를 사샤 플루트(Sasha Flute)라 명명했고, ‘지루한 재즈 음악’을 연주하기보다 최신 힙합 히트곡을 커버하는 사샤 플루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13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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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양한 재능으로 무장한 멀티 플레이어의 무대가 즐겁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이 신기한 일일 테다. 당당한 풍채와 폭발적인 성량, 과감한 랩으로 무대를 휘어잡으며 그와 같은 플러스 사이즈 백댄서들과 함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니 지루할 틈이 없다.

여기에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트월킹(엉덩이를 흔드는 춤)을 선보이며 감각적인 플루트 연주까지 들려주는 모습은 놀랍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대단하다. 지난 2월 엘런 쇼(TheEllenShow)에서 선보인 ‘Juice’ 무대와 6월 BET 어워즈(BET Awards)에서의 ‘Truth hurts’는 그 백미다.

리조가 선사하는 원초적인 즐거움은 그 아래의 묵직한 메시지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사실 그의 존재 자체가 기성과 편견에 맞서는 강력한 반항이다. 마르고 인형 같은 몸매의 연예 산업계에서 플러스 사이즈의 리조는 더욱 크게 엉덩이를 흔들고 살집 있는 몸매를 뽐내며, 개방적인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성소수자 지지 메시지를 숨기지 않는다.

흑인 여성 대중음악가가 클래식 악기를 능숙히 연주하며 유색 인종, 음악 산업의 편견을 깨트린다. 리조는 이미 만들어진 사회의 기준을 거부하고, 그에 사로잡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당당히 고개 들 것을 요구한다.

동시에 리조는 ‘바디-포지티브(Body-Positive)’의 프레임으로 자신이 규정지어지는 것 또한 경계한다. 신인 시절 몸 담았던 애틀랜틱(Atlantic) 레이블은 리조를 ‘뚱뚱하고 굉장한(Fat-a-bulous)’, ‘세상을 바꿀 바디 포지티브 래퍼’로 홍보했다.

미국 매거진 < 더 컷(The Cut) >과의 인터뷰에서 리조는 이에 불쾌감을 표하며, ‘나는 정치적인 아티스트도 아니고 용감한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나를 사랑한다. 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해도 나는 계속 흑인이고 뚱뚱한 편을 택하겠다.’라 대답하며 또 다른 언어의 틀에 자신을 가두길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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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나를 사랑한다’는 강한 선언에서 볼 수 있듯 리조의 핵심은 충만한 자기애다. 최근 음악 시장에서 리조만큼 자기애 충만하며 그것을 거리낌 없이 표출한 아티스트는 없었다. 리조의 시선에서 사람들은 사회가 확립한 미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판단할 뿐,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리조가 트월킹 춤을 추고 더욱 큰 목소리로 자신감을 설파하는 이유도 ‘두껍고 뚱뚱한 나의 엉덩이를 사랑하기에’, 살집 있는 자신의 몸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왜 ‘Truth hurts’가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는지를 돌아보자. ‘왜 남자들은 대단해지기 전까지만 대단할까?’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로 포문을 연 다음, 리조는 삶에 방해만 되는 남자들을 내치며 ‘DNA 검사를 해보니 난 100% 완벽한 여자라네’, ‘너의 세컨드가 될 생각은 절대 없어’, ‘거짓말은 질색이야. 작별 인사도 기대하지 마.’라는 당당함으로 의존적인 자아의 각성을 촉구한다. 대중은 그의 몸보다 그의 멋진 메시지에 열광하고 있다.

카디 비(Cardi B)는 흑인 여성 스트립 댄서도 억만장자 래퍼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자넬 모네(Janelle Monae)는 영화와 음악 양 쪽에서 찬사를 받으며 유색인종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깨트렸다.

비욘세는 팝 역사에 길이 남을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블랙 프라이드(Black Pride), 그중에서도 흑인 여성의 위대함을 온 세상에 선포했다. 이제는 리조의 차례다. 그리고 그를 수식하는 데는 긴 말이나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다. 간결하고도 굵직한 한 마디면 충분하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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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우리의 목소리 : 여성, 그 다양한 감정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가수 헬렌 레디는 1972년 여성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곡 ‘I am woman’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과 그래미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를 거머쥐었다. 50 여년 전 여권 신장을 노래한 그의 메시지는 오늘날 음악에서 핵심이 된 ‘허스토리(Herstory)’를 상징한다. 대중음악계 여성의 발자취를 짚어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정이다.

여성의 노래를 꺼낸다. 그리고 듣는다. 이 과정을 조금만 주목해보면 우리가 향유하는 대중가요 속 발화가 그리 다채롭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하는 굴레에서 몇 가지 감정은 지워지고, 몇 가지 감정은 순화된다.

비단 사랑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가요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을 제외하고서도 여성의 마이크를 통해 불려 져온 곡조는 적극적일 때 보다 꾸며질 때가 많았다. 사회의 입맛에 맞춘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다.

수동성을 지운, 오롯이 내면의 얽히고설킴을 직선적인 노랫말로 다룬 4장의 음반과 4명의 음악가를 소개한다. 다양한 사랑의 단면, 다양한 감정의 단면을 제약 없이 표출하는 그들의 음악은 그간 숱하게 지나쳐온 어떤 마음들을 건드린다. 사회를 향한 연대의 목소리 또한 굽히지 않는 그들을 소개한다.

1. 오지은 < 지은 > (2007)

오지은은 로커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위주의 가벼운 사운드로 구성을 잡았지만, 그의 첫 번째 정규 음반 < 지은 >의 곳곳을 수놓는 건 록의 ‘거침’을 구현하는 그의 목소리다. 지금처럼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2007년, 그는 이 앨범을 크라우드 펀딩의 형식을 빌려 발매했다. 몇몇 곡을 먼저 들려준 뒤 선입금, 선주문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했던 것인데 그의 예상보다 뜨거운 협조로 후에 이 음반은 정식 유통 과정을 밟게 된다.

낮고, 강하고, 어둡다. 때론 ‘널 보고 있으면 / 널 갈아먹고 싶어'(‘화’) 성토하다가도 ‘오늘 하늘에 별이 참 많구나 /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이상하지'(‘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노래하며 외로움을 꺼내 놓는다.

여기에는 솔직한 일기장 같은 독백이 녹아있다. 또한 과감하게 내지르는 보컬의 솟아남이 있다. 불안정한 사랑에 대한 성토, 삶의 고독, 고통, 씁쓸함이 짙은 회색의 공간으로 묻어난다. 연약함을 드러내 역으로 강해졌다고나 할까.

이후 전작과 동명의 소포모어 < 지은 >과 < 3 >을 오랜 시간을 거쳐 발매했으며 ‘오지은과 늑대들’, ‘오지은서영호’와 같은 프로젝트 그룹을 통해 다채로운 음악을 전달하고 있다. 데뷔부터 덧붙여진 ‘홍대 마녀’란 프레임을 재고하게 하는 소소한 움직임을 이끌기도 했다. 최근에는 글로 내면을 확대하며 여전히 높낮이를 품은 감정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섬세하게 포착 중이다.

2. 슬릭 < Colossus > (2016)

슬릭은 주저 않고 앞에 선다. 논란이 되는 사건에 의견을 남기는 것을 망설이지 않으며, 연대의 힘을 믿고, 이를 연결할 줄 아는 영리함 또한 지녔다. 2017년 발매한 싱글 ‘Ma girl’이 그 대표곡. ‘나는 너의 용기야 / 더는 두려워 않아도 돼’. 노래에는 누군가가 절실히 듣고 싶었을 그 다독임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그런 그의 첫 정규작 < Colossus >는 세상의 기준으로 분류될 수 없는 존재인 Colossus를 전면에 내세운다. 범주화를 거부하는 이 발화자는 다름 아닌 그 자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고(‘공연장 맨 앞줄에’), 랩에 대한 강한 자신감(‘Rap tight’)을 뽐내는 와중 ‘내가 되고 싶은 나는 내가 아니지만 / 내가 아닌 나도 내가 아니지'(‘Liquor’) 외치며 사회와 존재 사이의 고민을 이어나간다.

기준, 규율, 시선. 나와 너를 둘러싼 어우러짐 등 이 음반을 통해 슬릭은 지나온 상념의 흔적을 타이트하게 내뱉는다. 에둘러 비판을 미화하지 않고 애써 흔들림을 포장하지 않으며 묵직하게 고수하는 신념들은 그 자체로 올곧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 바닥에 제대로 된 여자 래퍼’란 캐치프레이즈를 꿋꿋이 지켜나가며 오늘도 목소리가 필요한 많은 무대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3. 김사월 < 로맨스 > (2018)

요즘 인디신에서 가장 바쁜 뮤지션을 꼽자면 김사월이 아닐까? 동료 음악가들의 공연에 자주 힘을 보태고, 낭독 및 강연 무대에 서고, 얼마 뒤 발매될 첫 에세이집과 얼마 전 성황리에 끝마친 단독 공연까지. 분명 김사월의 세력은 생생하게 빛나고 있다. 비단 활동성뿐만 아니다. 팬덤의 우열 순위를 가려봐도 그의 이름은 꽤나 상위권에 안착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어쿠스틱 기타로 건조한 포크를 유영한다. 이때 까슬까슬한 그의 음색은 음악에 시린 바람을 불러온다. 나는 이 찬 공기가 김사월의 노래를, 그의 족적을 계속 따르게 하는 일종의 자극제라고 생각한다. 끓어오르는 감정보다 어쩐지 관조적으로 읊어내는 이야기가 때로는 문학적으로 또 때로는 적당한 거리 두기로 마음을 울린다. 그렇게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 우리의 일상은 어떤가. 안쓰럽고 서글프고 그래서 헛헛하다.

2014년 김해원과 함께한 EP < 비밀 >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최우수 포크 음반 부문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2015년 솔로 음반 < 수잔 >에 이어 한 장의 라이브 음반 < 7102 >, 또 한 장의 정규작인 < 로맨스 >를 발매했다. < 로맨스 >에는 실패한 사랑의 조각이 담겨있다.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해 노래하는 ‘프라하’, ‘누군가에게’, ‘세상에게’와 나에 대한 사랑의 실패를 적고 있는 ‘죽어’ 등 그가 전하는 사랑의 온도는 유난스럽지 않게 우리를 파고든다.

4. 천미지 < Mother And Lover > (2019)

2014년부터 홍대 일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천미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일전에 전국 각지를 돌며 풍경이 주는 영감을 음악으로 포착해온 레인보우99의 음반 < Alphaville >을 함께 작업하긴 했지만 단독으로 주도권을 꾸린 건 이 앨범이 처음이다.

그는 여기서 여성, 엄마, 그리고 사랑을 논한다. 그것도 아주 거칠고 폭발적으로. 지금은 대중의 호응에서 조금 멀어진 개러지, 펑크, 포크를 적극 차용해 서사를 꾸리는데 그 접근법에 브레이크란 없다. 엄마의 고통을 어렴풋이 담은 ‘Satisfiable baby’, 엄마와의 불화를 가상의 상상을 통해 품어낸 ‘I want to be your mother’, 사랑의 황량함을 난폭하게 다룬 ‘Searching for lover’ 지나 유일한 모국어인 끝 곡 ‘도피’로 문을 닫는다.

지금껏 우리나라 대중음악에서 전면으로 부각한 적 없던 소재들은 이 앨범의 곳곳에 주요 동력이 된다. 대다수의 곡이 영어로 적힌 탓에 해석상의 난점은 있지만 적어도 그 어려움이 이 음반의 방향성까지 해치지는 못한다. 알싸하고 투박한 음폭이 만들어낸 선율이 모두에게 선호될 멜로디는 아니다. 다만 누군가는 정확히 기억할 울림이 있다. 귀 기울여야 할 여성의 성애, 여성의 삶과 관계가 녹아 있는 음반. 그들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기까지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