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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의 영화음악 – #2 접속(The Contact, 1997)

이즘은 개설 20주년을 맞아 특집 가운데 하나로 < 김진성의 영화음악(Historical Cinema Music) >을 연재합니다. 영화 역사를 수놓은 작품들 중에서 영화 자체는 물론 특히 영화음악으로 역사와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30개의 작품을 골라 음악을 집중 분석합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기대합니다. 두 번째 편은 < 접속 >입니다.

1997년 9월13일 추석시즌부터 겨울 12월까지 장기상영에 들어가 서울에서만 67만 관객을 동원, 그해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사용된 노래와 연주곡을 묶어낸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앨범이 80만장 이상 판매되며 영화의 흥행기록에 버금가는 명성을 획득했다. 그야말로 쌍끌이 히트, 겹경사였다. 한석규와 전도연, 두 남녀주연배우의 호연이 물론 영화의 흥행에 중대한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영화음악의 영향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화제의 명화.

폴라로이드 즉석카메라와 PC통신을 주요 소품으로 활용해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 <접속>은 동시대의 낭만적 사랑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극에서 차지하는 음악의 지분도 마찬가지, 로맨틱한 무드로 사랑의 감정을 불러내는 노래들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었다. 그렇게 영화의 장면에 유효 적절히 조응하도록 삽입된 노래들은 연이어 인기를 누리면서 영화팬과 음악애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X세대 남녀의 러브스토리에 음악은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충만했다.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구관이 명관임을 다시금 인지하게 만든 셈.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과 테크노(Techno) 음악이 최신 유행하던 1990년대 후반, CD가 음반시장을 재편하던 그 대세 안에서 “길보드” 차트를 점령할 만큼 그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사라 본(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와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는 그중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곡으로, 이후 라디오 신청곡으로도 꾸준히 애청되면서, 영화의 주제가처럼 각인되었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피카디리 극장 앞 광장에서의 종영장면과 함께 울려 퍼진 ‘연인들의 협주곡’과 카페에서 읊조리듯 흘러나온 ‘연푸른 눈동자’는 우리에게 그렇게 영화음악으로 기억에 새겨졌다.

영화는 한석규가 출연한 라디오 심야프로그램 PD 동현과 전도연이 분한 홈쇼핑 콜센터 상담사 수현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동현과 친구의 애인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수현은 각각 “해피엔드”와 “여인 2”라는 대화명으로 인터넷 PC통신에서 만나 서로에게 점점 빠져든다. 사랑의 아픔을 지닌 둘은 모두 상실과 외로움 속에 사이버 채팅을 통해 마음 속 비밀까지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하고, 음악은 두 남과 여의 관계에서 중요한 매개역할로 작용한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속 깊은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만큼 인터넷에서 둘은 자유롭게 대화하지만, 실상 현실에서는 모순되게도 서로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가고, 둘의 엇갈림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 연출되는 장소가 레코드가게 좁은 계단이라는 점도 음악적으로 관심을 집중시키는 대목. 신인 감독 장윤현의 섬세한 연출력과 더불어, 영화 장면 속에서 주인공의 심리에 접속해 공감할 수 있게 한 선곡이 특출하다. 우선 영화에 주제곡처럼 쓰였을 뿐만 아니라, 동현과 수현의 만남을 가능케 했던 곡이 바로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다.

동현의 옛 연인 영혜가 즐겨듣던 이 곡을 수현이 방송에서 우연히 듣게 되고, 다음날 “여인 2”라는 아이디로 이 곡을 신청하면서 동현과의 연인이 시작된다. 루 리드(Lou Reed)가 소곤거리듯 낮게 읊조리는 가창이 조용히 가슴에 와 닿는 이 곡은 한석규의 동현을 위한 곡이다. 이 노래로 관객은 떠나간 옛 사랑에 대한 동현의 그리움과 다가오는 새로운 연인을 향한 기다림의 정서를 미리 짐작하게 된다. 특히 영화의 인물설정 상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PD인 남자주인공의 이 곡에 대한 애정은 진정한 애호가가 아니면 잘 몰랐던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대중적으로 알렸다는데 의미가 남다르다.

PC통신으로만 얘기를 나누던 남여주인공이 서로 만나게 되는 엔딩장면에 쓰인 곡은 1966년 재즈 가수 사라 본(Sarah Vaughan)이 다시 불러 히트한 재즈 풍의 노래, 원래 바흐(Johann Sebastian Bach)가 두 번째 아내 안나 막달레나를 위해 작곡한 춤곡(Minuet)을 1965년 흑인 여성 3인조 그룹 토이즈(The Toys)가 노래해 빌보드 핫100차트 2위까지 올려놓은 ‘A lover‘s concerto'(연인들의 협주곡)다. 밝고 경쾌하게 박진하는 리듬과 호소력 짙은 그녀의 보컬은 행복한 결말과 함께 빛나면서 이 곡을 최고의 라디오 애청곡 목록에 올려놓았다.

“저는 눈물이 안나요… 정말 바보 같죠.”란 독백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수현의 아픔을 온유하게 보듬어 주는 곡은 ‘The look of love’(사랑의 모습), 영국이 낳은 위대한 소울 여가수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가 라틴 룸바 리듬을 실은 재즈 반주에 맞춰 불렀다. 작곡가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과 작사가 할 데이비드(Hall David) 명콤비가 공작해낸 사랑의 발라드로, 이 노래 역시 많은 팝송 팬들의 심금을 울리며 애청되었다.

이외에도 탐 웨이츠(Tom Waits)의 작별과 회한을 노래한 ‘Yesterday is here'(어제는 여기에)와 록 밴드인 트록스(Troggs)의 1966년 발표 히트곡 ‘With a girl like you'(당신 같은 여인과 함께)까지, 다양한 팝의 클래식들이 수현과 동현의 내면을 대변하는 한편, 송지예와 방대식이 두 남녀주인공이 되어 대화하듯 부른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는 ‘The look of love’와 유사한 라틴 재즈풍의 곡으로 영화에 일관된 기조의 분위기를 유지해준다.

별도의 사운드트랙앨범으로 발매된 음반에서도 파악할 수 있듯 영화 <접속>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음악은 재즈, 엄밀히 퓨전 재즈적 감성으로 충만하다.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드럼과 베이스를 기본 악기구성으로 ‘연인들의 협주곡(A lover’s concerto)’과 바흐의 클래식원곡의 느낌을 함유한 연주곡 ‘사랑의 송가’는 그 대표적 증거. 이 곡을 필두로 ‘거리에서’, ‘해피엔드&여인 2’, ‘방황’로 이어지는 Cucina Acoustica(쿠치나 어쿠스티카)의 연주가 때론 밝게 때론 차분한 사색조로 화면을 채워준다. 이들 곡에서 느껴지는 감성적 터치는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나 <사랑의 행로>(The Fabulous Baker Boys)의 음악처럼 영화에 대한 시각적 인상을 도회적 세련미로 물들이는 한편, 극적으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불안한 로맨스 스토리를 관통한다.

사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스무드 재즈(Smooth Jazz) 스타일의 반주와 숨은 명곡들을 선정해 결합해낸 음악감독 조영욱의 뛰어난 감각과 노고가 아니었다면 영화 <접속>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 색깔에 어울리게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을 고른 것이 젊은 관객들의 감성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영화의 성공의 반은 국내최초 영화음악 프로듀서로 공인된 조영욱의 공이 컸다.

추억에 매달리는 주인공들의 인물됨과 취향에 맞춰 옛 노래이면서도 당시 젊은이들에게는 새롭게 가닿을 수 있는 노래를 주로 선택한 사운드트랙 구성이 주효했던 것이다. 또한 노래에 대한 ‘저작인접권’이나 원곡 작곡가가 지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당시, 빈약한 영화음악예산으로 영화의 질과 음악의 상업성을 모두 만족시키려한 노고의 결실이었다. 그렇게 영화 <접속>은 만인들의 마음에 음악으로 접속했다.

– 수록곡 –
01. Prologue
02. Cucina Acoustica – 사랑의 송가
03. 수현의 독백
04. Dusty Springfield – The Look of Love
05. Cucina Acoustica – 거리에서
06. Cucina Acoustica – 해피엔드 & 여인2
07. 폴라로이드
08. The Troggs – With A Girl Like You
09. 운명의 반전
10. The Velvet Underground – Pale Blue Eyes
11. Tom Waits – Yesterday is Here
12. 손지예, 방대식 –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13. Cucina Acoustica – 방황
14. 수현의 전화
15. Sarah Vaughan – A Lover’s Concerto6.
16. J.S.Bach – 2 Minuet G Major & g minor BWV 114 & BWV 115
17. Cucina Acoustica – 방황(Take 2)
18. Title (Instrum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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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의 영화음악 – #1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 1939)

이즘은 개설 20주년을 맞아 특집 가운데 하나로 < 김진성의 영화음악(Historical Cinema Music) >을 연재합니다. 영화 역사를 수놓은 작품들 중에서 영화 자체는 물론 특히 영화음악으로 역사와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30개의 작품을 골라 음악을 집중 분석합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기대합니다. 첫 편은 < 오즈의 마법사 >입니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장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가 놀라운 상업적 성공을 거둠에 따라 MGM 스튜디오 임원인 루이스 메이어(Louis Mayer)는 그에 필적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즉시 엘. 프랭크 바움(L. Frank Baum)의 소설<오즈의 위대한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 1900)에 대한 판권을 사들였다. 노엘 랭리, 플로렌스 라이어슨(Noel Langley, Florence Ryerson)과 에드가 앨런 울프(Edgar Allan Woolf)가 각본을 쓰고, 베테랑 감독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이 연출을 맡았다.

이제 전설이 된 출연배우에는 도로시(Dorothy) 역에 주디 갈란드(Judy Garland)를 비롯해, 마블 교수 마블/오즈의 마법사 역에 프랭크 모건(Frank Morgan), 허수아비 역에 레이 볼거(Ray Bolger), 양철 나무꾼(Hickory/Tin Man) 역에 잭 헤일리(Jack Haley), 겁쟁이 사자(Zeke/Cowardly Lion) 역에 버트 라(Bert Lahr), 북쪽의 착한 마녀 글린다(Glinda) 역에 빌리 버크(Billie Burke)와 서쪽의 사악한 마녀 알미라 걸치 역에 마가렛 해밀턴(Margaret Hamilton)이 캐스팅되었다.

배역을 정한 영화는 그런데 원작 소설에서 바움이 실제 장소로 구상한 오즈를 꿈의 풍경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상호 거리감이 있었다. 각색된 꿈의 세계를 무대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토네이도를 타고 캔자스 집에서 놀라운 오즈 왕국으로 이송된 어린 소녀와 강아지의 마법적이고 환상적인 모험극으로 그려진다. 시골의 현실에서 오즈라는 판타지의 세계로 장소를 옮긴 소녀 도로시는 북부의 착한 마녀 글린다의 도움을 받아 위대한 여정을 시작한다. 충견 토토와 함께 에메랄드 도시에 사는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 집으로 되돌아가게 해달라는 소원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두뇌를 찾는 허수아비, 마음을 찾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찾는 비겁한 사자를 만나 친구가 된다. 서쪽의 사악한 마녀 걸치가 도로시의 소원성취를 방해하지만, 도로시와 친구들은 뜨거운 우정과 눈부신 협력으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간다. 절박한 공존의 필요성 속에서 믿음과 진심으로 각자의 콤플렉스를 극복해내는 주인공들. 여러 모험을 겪은 끝에 마침내 도로시는 신고 있던 루비 구두를 이용해 가족이 있는 캔자스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행복한 결말을 맞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개봉당시보다 이후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최다 상영과 최다관객동원이라는 기념비적 기록을 세웠고, 영화 예술의 걸작으로 칭송받으며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대중의 반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작품상을 포함해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된 영화는 무엇보다 최우수 음악(Best Music)상 2개 부문 트로피를 모두 석권했다는데 의미가 깊다. “스코어(Original Score)”와 “원곡/주제가(Original Song)”, 두 부분을 공히 수상함으로써 명실공이 뮤지컬영화 최고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특히 ‘Over the rainbow’의 주제가상 수상은 이 영화에 상징적 가치를 더할 뿐만 아니라, 후대에 길이 빛날 시대의 명화가 될 신호탄임을 확증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뮤지컬이 될 것이라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래서 많은 노래를 작곡하기 위해 작곡가 해롤드 알렌(Harold Arlen)과 작사가 입 하부르크(Yip Harburg)로 구성된 신뢰할 수 있는 팀이 고용되었다. 작곡가 허버트 스토다트(Herbert Stothart)는 자신이 쓴 스코어의 패턴 내에서 노래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임무를 맡았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등장인물들과 무대가 되는 배경에 맞춰 다양한 라이트모티프(leitmotif)의 연주곡을 단편적으로 사용해 극의 장면전개를 보강하는 한편, 작곡가 스토다트는 유명한 고전음악을 발췌해 넣기도 하고, 알려진 대중음악도 사용했다.

슈만(Schumann)의 ‘The Happy Farmer'(행복한 농부)에서 발췌한 부분을 영화의 초반 몇몇 장면에 사용했는데, 도로시와 토토가 걸치 여사를 만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오프닝 장면과 토토가 그녀에게서 탈출 할 때, 그리고 집이 토네이도를 타고 날아갈 때 삽입되었고, 토토가 마녀의 성에서 탈출했을 때는 멘델스존(Mendelssohn)의 ‘Opus 16, #2’에서 발췌한 곡의 일부가 들어갔다. 또한 도로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비겁한 사자가 마녀의 성에서 탈출하려 할 때는 무소르그스키(Mussorgsky)의 ‘Night on bald mountain'(민둥산의 밤)에서 발췌한 주요 악절을 지시악곡에 결합해내기도 했다.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의 ‘Waltz of flowers'(꽃의 왈츠)가 도로시,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 비겁한 사자 토토가 양귀비 밭에서 잠들 때 사용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 도로시와 허수아비가 의인화 된 사과나무를 발견할 때 ‘In the shade of the old apple tree'(오래된 사과나무의 그늘에서), 마법사가 도로시와 친구들에게 상을 수여할 때 학생찬가로 유명한 ‘Gaudeamus Igitur'(가우데아무스 이기투어), 캔자스에 있는 도로시의 집에서 폐막하는 장면의 일부에 ‘즐거운 나의 집’으로 매우 친숙한 ‘Home! Sweet Home!’이 기성고전가요로 차용되었다.

알다시피 뮤지컬로 제작된 영화는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그 주제에 얽힌 노래가 풍부하다. 북방의 선한 마녀로서 천상의 특성으로 그녀의 페르소나를 강조하는 글린다(Glinda)의 테마를 위시해 서쪽의 사악한 마녀 걸치(Gulch)의 테마, 장난꾸러기 강아지 ‘토토의 테마’, ‘마블 교수(Professor Marvel)의 테마’, 그리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등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각자에게 특징 있는 주제적 악상을 주고, 그 주제곡들을 변주해 영화 전반에 골고루 배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메인테마 ‘Over The Rainbow‘는 갈란드(Garland)가 1막에서 부른 노래에서 파생되어 나온다. 영화의 스코어 역사상 가장 숭고한 가사와 멜로디의 조화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도로시의 테마 역할을 하고, 작곡가 스토다트는 “꿈은 실현된다.”는 이야기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오케스트라로 반주된다.

이 주제곡은 영화의 개막을 알리는 ‘메인타이틀'(Main Title)에서도 연달아 이어지는 여러 테마들과의 조화 속에서 최고의 순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주디 갈란드(Judy Garland)의 가창과 더불어 관객들은 목가적인 것에 대한 그녀의 열망을 듣고, 영화 내러티브의 정서적 핵심을 포착할 수 있다. 도로시 역의 갈란드가 하늘을 향해 노래할 때 그녀의 뛰어난 보컬은 완벽한 영화의 순간을 만든다.

「무지개 너머 높은 곳 어딘가에
자장가에서 한 번 들었던 땅이 있습니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 하늘은 파랗고
감히 꾸는 꿈들이
정말로 이루어집니다.

언젠가 별을 향해 소원을 빌 겁니다.
그리고 저 너머 구름에서 깰 거예요.
걱정이 레몬 방울처럼 녹아버리고
굴뚝 꼭대기 저 위에
당신이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이죠.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파랑새가 날고,
새들이 무지개 너머로 날아갑니다.
왜 그때, 오, 나는 날아가지 못하는 걸까요?
행복한 작은 파랑새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는데, 왜, 오, 왜 난 못하는 거죠?」
 -“Over the rainbow”노랫말 중-

입 하부르크(Yip Harburg)의 가사와 해롤드 알렌(Harold Arlen)의 작곡이 탄생시킨 주제가 ‘Over the Rainbow’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지금까지 대중들의 기억에 각인되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영화에서 주제가가 주는 파장은 실로 대단하다. 영화가 전하고자하는 함의를 오롯이 내포한 이 노래는 ‘AFI(American Film Institute)’의 100년… 100곡과 미국 음반 산업 협회의 “세기의 365곡”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3월, 주디 갈란드가 부른 ‘Over the Rainbow’는 “문화적, 역사적 또는 예술적으로 중요한” 음악으로 선정돼 국회도서관의 “내셔널 레코딩 레지스트리(National Recording Registry)”에 등재되었다.

–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노래 곡명 –
1. ‘Over the Rainbow'(무지개 너머) – 주디 갈란드(Judy Garland), 도로시 게일(Dorothy Gale)
2. ‘Come Out…'(나와…) – 빌리 버크(Billie Burke), 길린다(Glinda)와 먼치킨스(the Munchkins)
3. ‘It Really Was No Miracle'(정말 기적이 아니었어) – 주디 갈란드(Judy Garland), 빌리 블레처(Billy Bletcher) 그리고 먼치킨스(the Munchkins)
4. ‘We Thank You Very Sweetly'(매우 감사합니다) – 프랭크 쿡시(Frank Cucksey)와 요셉 코지엘(Joseph Koziel)
5. ‘Ding-Dong! The Witch Is Dead'(딩-동! 마녀는 죽었다) – 빌리 버크(Billie Burke)와 먼치킨스(the Munchkins)
6. ‘As Mayor of the Munchkin City'(먼치킨 시의 시장으로서)
7. ‘As Coroner, I Must Aver'(검시관으로서 나는 주장해야한다)
8. ‘Ding-Dong! The Witch Is Dead'(Reprise) – 먼치킨스(The Munchkins)
9. ‘The Lullaby League'(자장가 리그)
10. ‘The Lollipop Guild'(롤리팝 길드)
11. ‘We Welcome You to Munchkinland'(먼치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먼치킨스(The Munchkins)
12. ‘Follow the Yellow Brick Road/You’re Off to See the Wizard'(노란 벽돌 길을 따라서/마법사를 만나러 간다) – 주디 갈란드(Judy Garland)와 먼치킨스(the Munchkins)
13. ‘If I Only Had a Brain'(내가 뇌가 있다면) – 허수아비 레이 볼거(Ray Bolger)와 도로시 주디 갈란드(Judy Garland)
14. ‘We’re Off to See the Wizard'(마법사를 만나러 간다) – 주디 갈란드와 레이 볼거
15. ‘If I Only Had a Heart'(내게 심장만 있다면) – 양철 나무꾼(the Tin Man) 잭 헤일리(Jack Haley)
16. ‘We’re Off to See the Wizard'(Reprise 1) – 주디 갈란드, 레이 볼거, 원래 양철 나무꾼 버디 엡슨(Buddy Ebsen)
17. ‘If I Only Had the Nerve'(내가 신경만 가졌다면) – 겁쟁이 사자 버트 라(Bert Lahr), 양철 나무꾼 잭 헤일리, 허수아비 레이 볼거, 그리고 주디 갈란드
18. ‘We’re Off to See the Wizard'(Reprise 2) – 주디 갈란드, 레이 볼거, 버디 엡슨, 버트 라.
19. ‘Optimistic Voices'(낙관적 음성) – 엠지엠 스튜디오 합창단(MGM Studio Chorus)
20. ‘The Merry Old Land of Oz'(오즈의 즐거운 옛 땅) – 마차 기사 프랭크 모건(Frank Morgan), 주디 갈란드, 레이 볼거, 잭 헤일리, 버트 라, 그리고 에메랄드 도시 주민들(the Emerald City townspeople
)
21. ‘If I Were King of the Forest'(내가 숲의 왕이었다면) – 버트 라, 주디 갈란드, 레이 볼거, 잭 헤일리
22. ‘The Jitterbug'(지르박) –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삭제된 노래지만, 일부 확장판 편집 CD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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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한동윤의 러브 앤 어택

‘노랫말싸미’, 참신한 기획, 아쉬운 구성

2월 10일 tvN의 음악 예능 < 케이팝 어학당 – 노랫말싸미 >가 처음 전파를 탔다. 이 프로그램은 물릴 대로 물린 가창력 대결의 장이 아니다. 순위를 매기지도 않는다. 특정 출연자를 깎아내리는 가혹한 연출도 없다. 소란스러운 순간이 이따금 발생하지만 대체로 차분한 담소가 이어진다. 훈민정음의 서문 첫 문장을 익살스럽게 바꾼 제목이 암시하듯 이 프로그램은 노랫말, 즉 가사를 주된 소재로 삼는다. 기존 음악 예능이 다루지 않은 분야라서 참신하다.

제목에 들어간 ‘케이팝’과 ‘어학당’이라는 단어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형태를 구체적으로 일러 준다. < 노랫말싸미 >는 김종민, 이상민, 장도연이 진행을 맡는 가운데 독일, 미국, 영국, 칠레, 콩고민주공화국, 폴란드, 프랑스 등 일곱 개 국가에서 건너온 외국인들 총 10인이 패널로 출연한다. 여기에 매회 새로운 가수가 강사라는 직함을 달고 나온다. 스튜디오에 모인 이들은 강사로 초대된 가수의 노래를 매개로 한국어와 외국어를 배우고, 우리나라와 타국의 문화를 알아 간다.

첫 방송은 백지영이 강사로 나섰다. 그녀는 2008년 발표한 7집 수록곡 ‘총 맞은 것처럼’과 이듬해 낸 2PM 옥택연과의 듀엣 ‘내 귀에 캔디’로 강의를 열었다. 강의 시작에 앞서 외국어 번역기로 번역한 노래 일부 가사를 해당 언어를 쓰는 외국인 출연자가 읊고, 외국어로 바뀐 가사를 토대로 패널들이 어떤 노래인지 유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은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한테도 각 나라의 언어를 경험하고, 이런저런 표현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을 듯하다.

유익함은 그것으로 동났다. 전반적으로 방송은 ‘백지영의 노래 교실’에 지나지 않았다. 백지영은 직접 노래를 부른 뒤 노래 속 화자의 상태나 기분 등을 설명하며 어떤 식으로 불러야 하는지 신경 써야 할 포인트를 짚어 줬다. 간단한 교습이 끝나면 외국인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 활동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두 번째 노래 ‘내 귀에 캔디’를 배울 때에는 춤에 초점이 맞춰졌다. 댄스음악이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두 명씩 짝을 짓기 전 각자 춤 실력을 뽐내고 커플 댄스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마치 명절이면 편성되곤 하는 외국인 장기 자랑 방송 같았다.

1회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 노랫말싸미 >는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를 편집한 영상과 함께 “노래를 통해 한국을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의 어울림을 만들려 합니다.”, “노래로 배우는 문화 이야기” 등의 자막을 띄우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는 교양에 보탬이 될 나라별 문화, 사회상은 얼마 만나 볼 수 없었다. ‘총 맞은 것처럼’을 언급할 때 콩고에서 온 조나단이 자기네 나라는 내전이 심해서 총을 보유한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한 것이 한 나라의 특수한 사정을 알 수 있는 소식의 전부였다.

출연자들의 얘깃거리는 거의 연애에 국한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귀는 사람과 진도를 나가고자 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식으로 애교를 부리는지, 어떤 외모가 이성한테 인기를 끄는지 등 1, 2, 3회 모두 연애를 주제로 한담을 나누는 데 바빴다. 지금까지의 방송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성 얘기가 꽃피는 춤추는 노래 교실’이다. 물론 연애도 문화의 하나지만 그 이상의 깊이와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해서 아쉽다.

신통찮은 대화만 나눠 가뜩이나 따분한 상황에서 홍진영이 강사로 초대된 2회에서는 편향적인 정보마저 담겨 답답함이 가중됐다. 홍진영은 ‘사랑의 배터리’를 설명할 때 “흥으로 시작해서 흥으로 끝나는 것이 트로트예요.”라며 트로트는 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댄스음악의 인자를 들인 경쾌한 스타일이 트로트의 부흥을 이끌며 인기 양식으로 자리 잡긴 했어도 모든 트로트 노래가 그런 것은 아니다. 차분한 분위기를 띠거나 애수를 핵심 정서로 둔 노래도 많다. 홍진영의 정의는 트로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소지가 다분했다.

이제 3회, 두세 술에 배부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헛헛함은 계속 감돌 듯하다.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가볍게 감상할 수 있거나 재미를 느낄 만한 장치에 신경 쓰느라 취지 구현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진행자들, 혹은 패널들의 시시하고 유치한 설정 연극이 거듭되는 것이 프로그램의 선천적 한계를 나타낸다.

< 노랫말싸미 >가 이 약점을 극복하고 내실 있게 문화를 교류하는 장으로 성장하려면 노래 선정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대중음악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제재는 사랑이기에 강의에 쓰이는 노래도 대체로 사랑 노래에 한정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재료로 하는 노래 중에 단순한 감정 표출 외에 사회의 양상이나 특정 세대의 생활 습관을 기록한 작품들도 존재한다. 그런 노래를 골라야 문화에 관한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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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콘서트’ 유투 내한 지침서 15곡

u2 joshua tree tour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모든 것을 갖춘 밴드’ 유투의 무대는 흔히 ‘지상 최대의 콘서트’로 묘사된다. 지난 40여년 간의 역사를 완벽히 압축하는 무대 구성과 압도적인 연출,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영리한 기획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이 거대하고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통해 유투는 2018년에도 최대의 수익을 올린 아티스트에 올랐다. 현재진행형의 전설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이자, 지속적인 혁신의 상징이 바로 유투 콘서트다.

이 황홀한 경험은 지금까지 한국엔 허락되지 않았다. 입이 떡 벌어지는 유투의 공연은 거대 규모의 공연장을 갖추지 못한 한국에선 영원히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더는 DVD와 유튜브를 뒤적일 필요가 없다. 2019년 12월 8일, ‘조슈아 트리 투어(The Joshua Tree Tour)’의 일환으로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유투의 첫 내한 공연이 성사됐다. 이들의 2019년 셋리스트 중 핵심적인 15곡을 선곡하여 소개한다.

Sunday bloody Sunday (1983, < War > 수록)
“일요일, 피의 일요일. 얼마나 오래 우린 이 노래를 불러야 할까?”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는 13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영국 군인들의 무차별적인 총격에 의해 사망한 ‘피의 일요일’ 사건이 있었다. 그 비극의 증거이자, 동시에 정치적인 분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곡이다. 둔탁한 드럼연주로 시작돼 거친 목소리를 가진 보노의 노래는 울부짖음에 가깝다. 이는 저항 정신보다도 현실을 토로하는 탄식이다. 영국 차트 1위에 올라있던 마이클 잭슨의 < Thriller >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앨범 < War >에 이 곡이 수록되어있다.

북아일랜드에서 시작된 ‘피의 일요일’은 여전히 존재한다. 세상이 변하지 않은 탓에 그들은 변함없이 이 노래를 부른다. 그들이 대부분의 투어 때마다 부르는 곡으로 유명한 ‘Sunday bloody Sunday’는 평화의 갈구요, 전쟁과 비극의 산물이다. 세계 곳곳, 유투의 공연장에서는 멈추지 않고 그날의 일요일을 울부짖는다. (조지현)

New year’s day (1983, < War > 수록)
소년과 10월이 떠나가고 < War >가 찾아온 1983년, U2는 당시 유럽 곳곳의 혼란스러움을 짚어내며 밴드의 이미지와 위치를 확립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피의 일요일 사건을 말하는 ‘Sunday bloody sunday’과 함께 앨범에 정치적 성향을 짙게 풍기게 한 노래가 바로 ‘New year’s day’다. 원래의 곡은 보노가 그의 와이프에게 쓴 가사로 채워져있었으나, 당시 폴란드 내에서 일어나고 있던 공산당과 연대자유노조의 갈등에 대한 언급이 추가되었다. 우연의 장난인지 혹은 실로 노래의 힘인지 알 수 없지만 곡이 발매된 후 폴란드 정부가 계엄령 폐지를 선언했다.

실제로 폴란드에서 열린 ‘버티고 투어(Vertigo tour)’나 ‘360°투어(360°tour)’ 관련 영상들에서 이 곡이 연주될 때마다 온 관중이 빨간색과 하얀색 수선을 활용하여 자신의 국기를 그려 밴드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곧 다가올 밴드의 내한공연에서 지구 저편의 국민들이 가졌던 당시의 감동을 간접적이라도 느낄 수 있길 기대해보자. (이택용)

Bad (1984, < The Unforgettable Fire > 수록)
혼란, 무력감, 절망, 고립. 이 모든 것을 내버리라고 외치는 ‘Bad’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다. 유투가 결성된 곳이자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은 1980년대 초반 경제난의 영향으로 마약 중독자가 증가했고, 사람들은 고통 속을 헤엄쳐야 했다. 보노는 당시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위로를, 우리에게는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이 곡으로 전하고 있다.

‘Bad’는 또한 유투가 세계적인 밴드로 성장하는 일에 기여한 곡이다. 1985년 라이브 에이드에서 이 곡을 부르던 보노는 앞으로 밀려오는 관객들에게 밟혀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했다. 여성을 직접 만나러 가기 위해 무대 밑으로 뛰어내린 보노는 구출된 관객을 따스하게 안아주며 함께 춤을 췄다. 유투는 이를 계기로 전 세계 팬을 확보하게 되었고, 상징적인 라이브를 보여준 밴드로 각인됐다. ‘Bad’는 유투에게도, 우리에게도 각별한 곡이다. (정효범)

Pride (In the name of love) (1984, < The Unforgettable Fire > 수록)
1987년에 < The Joshua Tree >에 수록된 ‘With or without you’와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를 발표하기 전까지 유투의 독보적 대표곡은 ‘Pride (In the name of love)’다. 딜레이 효과를 극대화한 기타 전주만 들어도 끓어오르는 피는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탑 40에 올라 유투를 각인시킨 이 노래에는 정치도 없고, 허세도 없으며 눈지 보기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음악의 변방 아일랜드에서 온 20대 중반 청년들은 자신들이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것을 투영하지 않고 투명하게 직접 통과시킨다. 초기 유투 음악이 후련했던 이유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의 상징 마틴 루터 킹을 통해 보편적 인류애를 설파한 ‘Pride (In the name of love)의 두려움 없는 기타 리프와 ‘떼창’을 위한 후반부 코러스의 힘은 늘 그래왔듯 내한공연에서도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소승근)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1987, < The Joshua Tree > 수록)
앰비언트의 선구자 브라이언 이노가 영적인 신시사이저로 여백을 채우면 리듬을 잘게 쪼갠 악기들이 혈관으로 타고 들어와 심박수를 높인다. 기타 연주를 지연시켜 만든 딜레이와 깨끗한 공간감은 1984년 전작 < The Unforgettable Fire > 이후 완성시킨 유투 사운드의 정수. 누가 들어도 유투임을 알리는 이 소리 체계는 이들의 노래를 들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거리에 따라 계급, 종교가 나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와 달리 모든 것이 무명에 가까웠던 에티오피아를 본 보컬 보노는 구분 지어 차별하는 세상이 아닌 ‘이름 없는 거리’, 시온(Zion)을 꿈꿨다. 가사를 쓰고 이를 알리기 위해 어떠한 장벽도 없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콘서트를 갈망했고, 마침 공연용 곡을 연구하던 기타 주자 에지에 의해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길이 탄생했다. 보노, 에지 콤비의 인류애적 사색이 확실한 목적 아래 담긴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은 곧 있을 국내 무대에서도 새 역사를 쓸 유투의, 유투 라이브의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임동엽)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1987, < The Joshua Tree > 수록)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가 매만진 광활한 사운드 속 절규하는 보컬 보노의 목소리는 꼭 인간이 대자연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로큰롤을 넘어 의미가 담긴 음악을 만들기 원했던 유투는 이 곡에서 그들의 종교적 신념을 이야기했다. ‘나는 아직 내가 원하는 걸 찾지 못했다’ 한탄하는 가사는 보노가 < 롤링스톤 >지에서 밝힌 대로 신에 대한 의심, 그에 따른 좌절을 표현한다. 고된 진리 탐색의 과정에는 그러나 희망이 서려 있는 법. 나약한 인간의 절규 속에는 그렇게 회복과 성장에 대한 가능성이 함께 자라난다.

의식적인 메시지뿐 아니라 노래는 차분하게 중심을 잡는 베이스라인과 질주하는 기타,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멜로디를 엮어 대중의 기호에도 적중했다. ‘With or without you’와 함께 1987년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고 이는 1980년대 후반 미국 시장 고지에 꽂은 승리의 깃발이었다. 믿음을 갈망하는 노랫말은 종교의 영역을 가로질러 꿈을 좇는 모든 이들에게 한줄기의 단비가 되어준다. (이홍현)

With or without you (1987, < The Joshua Tree > 수록)
< 보헤미안 랩소디 > 속 퀸(Queen)이 그랬듯, 이들에게도 < Live Aid >(1985)는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스테이지에 내려와 여성관객과 춤을 추는 모습이 100여개 국가에 송출된 그 날 이후, 전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짐과 동시에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은 깊어져 갔다. 그런 와중에 만들어진 데모는 멤버들 사이에서도 혹평을 받았고, 세상에 선보일지조차 불투명한 상태가 되었다. 보노 개인에게는 기혼자와 뮤지션이라는 역할 간의 갭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최악의 시기에 새로운 희망처럼 탄생한 것이 바로 이 곡이다. 실험적인 기타 사운드와 브라이언 이노의 프로듀싱을 거친 끝없는 수정작업을 거쳐 완성된 외관에 자신의 내면을 통찰하는 직관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노랫말을 얹어 세기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명확한 메시지성을 가진 밴드의 여타 노래들과 달리 이 곡의 가사는 다소 모호하다. 그 덕분에 어떤 이에게는 삶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누군가에게는 사랑에 대한 자세를 되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각자 모양과 크기가 다른 자신만의 꽃을 키우게끔 하는 자양분 역할을 하는 셈. 잔잔한 가운데 순간순간 내비치는 역동적인 연주와 호소력 짙은 보컬은 찰나의 전율이 아닌 평생의 여운을 남기며, 그래서 오래 듣고 함께 곱씹어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곡을 듣다 보면 어떤 어려움이나 아픔이 있더라도 결국 우리는 어딘가에 있을 진정한 자신을 찾아 살아가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U2가 있건 없건’, 그 여정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이 시그니처 송 역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황선업)

Bullet the Blue Sky (1987, < The Joshua Tree > 수록)
U2의 많은 정치, 사회적 노래 중에서도 ‘Bullet the Blue Sky’의 논쟁점은 특히 첨예했다. 노래는 1980년대 엘살바도르에서 이데올로기의 대리전을 펼친 미국을 겨눴다. 내전이 한창이던 1986년에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보노는 지면이 떨리고 탄약 냄새가 진동하는 현장에서 그동안 엘살바도르 정부군을 지원해온 미국에 분노를 느꼈다. 단지 파워게임을 위해 그들과 관계없는 땅에 전쟁 무기를 판매하며 살상을 방조한 것에 개탄했다.

참혹한 현실을 확인한 그는 노랫말과 음향으로 미국을 질타했다. 가사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해 무턱대고 정부를 지지하던 미국 내 기독교인의 양심을 저격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며 비판의 대상을 분명히 했다. 전투기 소리와 같은 굉음을 내는 기타 솔로는 디 에지가 울리는 시대의 경종이었다. 문제작 중 문제작이었던 노래의 매서운 메시지는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유효하다. (정민재)

Running to stand still(1987, < The Joshua Tree > 수록)
브라이언 이노가 많은 음악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지만, 그 최고 수혜자가 유투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유투는 밴드의 각인이 새겨진 기타 리프와 각 트랙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공간감을 얻었고 이 안에서 보다 섬세해진 사운드를 구사했다. 구도자의 자세로 종교와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는 < The Joshua Tree >는 이노의 터치 덕분에 설교가 아닌 호소로서 감성의 영역에 닿을 수 있었다.

둔탁한 일렉 기타 대신 초기 블루스의 통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Running to stand still’는 약물을 남용하고 지친 눈빛으로 세상을 배회하는 여인을 관조한다. 피아노 반주와 드럼, 흐릿한 기타 배킹이 주축이 되는 단순한 곡이지만, 잔잔한 수면에 던진 돌이 종래에는 커다란 물결을 만들듯 각 악기의 소리 그리고 보노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어 절정을 향해, 듣는 이의 마음을 향해 나아간다. 유투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종교, 정치 등의 거시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 매몰된 개인을 이야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Running to stand still’이 그렇다. (정연경)

Red Hill Mining Town (1987, < The Joshua Tree > 수록)
유투는 명확한 소신을 지닌 밴드였고, 그들이 주조한 희대의 모던 록 명반 < The Joshua Tree >는 사회적 이슈를 세밀하게 파고든 하나의 생생한 일지였다. 그중 ‘Red Hill Mining Town’은 영국 보수당이 경제개혁을 목적으로 국영 탄광을 폐광 조치한 사건과 졸지에 실업자가 된 광부들이 벌인 1984년도 대규모 파업의 이야기를 광부의 시선에서 담고 있다.

둔탁한 드럼과 명징한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침착한 곡 진행은 장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히 돋보이는 건 광산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연상되는 호소력 짙은 보노의 보컬이다. 그가 절절하게 ‘Hangin’ on’을 울부짖는 부분은 슬픔과 단단한 의지가 한데 섞인 마치 시위대의 선봉장의 인상이다. 현실과 가장 밀접한 위치에서 마음에 와닿도록 풀어낸 스토리텔링, 매력적인 화법이 드러나는 곡이다. (장준환)

In god’s country (1987, < The Joshua Tree > 수록)
때론 시대를 낭만적으로(혹은 낭만주의적으로) 작동하려 한다는 점이 이따금 유투를 무모하게 보이게도 했다. 예컨대 ‘In god’s country’에서의 방식이란 꿈이라는 장소에서 자유의 여신을 현시한 뒤 미국의 한계를 마주해보고 또 이상향을 그려보는, 지극히 영적이고도 구도적인 체험과도 같아서 그저 순진하기만 한 반성에 순수하게 의지하려는 모습처럼 읽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어느 현실적인 접근으로도 해결하기 버거운 거대한 시대 문제 앞에선 낭만적인 텍스트가 되려 선명하게 솟아나기도 한다. 희망이 여전히 몸부림치나 황량한 허화가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해버린 1980년대의 서구 속에서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곡은 < The Joshua Tree >의 단편으로서는 더없이 적확했고, 그래서였을까, 최근 ‘조슈아 트리 투어’의 일환으로 공연을 진행하기 전까진 한동안 셋리스트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수호)

Elevation (2000,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 수록)
새천년 최초의 록 명반,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 앨범의 영광스러운 첫 투어는 ‘뷰티풀 데이 투어(Beautiful day tour)’도, ‘워크 온(Walk on tour)’도 아닌 ‘엘리베이션 투어(Elevation Tour)’였다. 에지의 지글거리는 빈티지 페달 기타 리프 인트로부터 가슴을 끓게 만드는 곡은 새천년의 환희와 열광, 완연한 상승의 에너지를 응축시켜 지글거리는 힙합 리듬을 거쳐, 강력한 후렴구와 보노의 팔세토 후렴으로 폭발한다. 둘의 뒤에서 춤을 추는 아담 클레이튼의 드러밍도 놓칠 수 없다.

‘Elevation’은 당연히 ‘Elevation Tour’의 시작을 알렸고, ‘Vertigo Tour’에선 인트로 리프를 늘려 전율의 ‘떼창’을 유도했다. 이번 ‘조슈아 트리 투어’에선 앵콜 곡으로 등장해 뜨거운 장내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끌어올린다. 유투의 투어 셋리스트에 영원히 살아남을 곡. 시나위의 ‘상승’보다 U2의 ‘Elevation’을 먼저 알았던 나에게도, 지상 최대의 밴드를 직접 마주하는 고척 스카이돔의 관객들에게도 감격스러운 순간이 될 것이다. (김도헌)

Vertigo (2004, <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 > 수록)
명실상부 전성기인 1980년대와 다채로운 사운드의 1990년대를 지나, 현대에 도달해서도 유투가 가진 왕좌의 위엄은 실로 견고했다. 바로 2004년도 작 <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 >의 리드 싱글이자 앨범의 시작을 강렬히 알리는 ‘Vertigo’가 그 증거다. 능란한 완급 조절과 탄탄한 기승전결은 거장의 면모를, 반면 파열음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커팅과 둔중한 기타 사운드는 예리함을 지니고 있었다.

젊은 세대 못지않은 폭발적인 에너지 또한 돋보이는 요소다. 비록 메시지는 기존의 진중함에 비해 다소 가벼워진 모습이지만, 뚜렷한 멜로디 캐치 능력과 시대를 거쳐온 노련함만큼은 여전히 건재하지 않은가. 1980년대부터 꾸준히 달려온 유투의 기세를 대표하는 ‘Vertigo’는 그해 그래미 어워드 록 부문에서 무려 3개를 수상하며 놀라운 기염을 토했다. (장준환)

Beautiful day (2000,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 수록)
테크노를 앞세웠던 < Pop >이 미미한 반응으로 돌아오자 유투는 빅히트 싱글을 만들기 전까지는 앨범을 내지 않겠다며 음악 활동을 중단했다. 물론 이들의 키워드인 휴머니즘의 실천은 논외다. 제 3세계의 부채 탕감을 위한 쥬빌리 2000(Jubilee 2000) 캠페인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참여한 보노가 영감을 얻어 가사를 만들고 에지의 즉흥 멜로디를 입혀 탄생한 선 공개 싱글 ‘Beautiful day’는 그들이 새로운 역사를 향해 내딛은 첫 걸음이었다.

라틴 팝, 댄스, 아이돌 그룹의 진영이 넓어지면서 록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았던 새 천년, 3년만에 돌아온 유투가 승리했다. 1990년대의 유투보다 더 유투답게 돌아왔음을 선포한 이 곡이 제 43회 그래미에서 3개의 부문을 수상한 것이다. 세상 그 자체에서 환희를 얻을 수 있다는 가사는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감되고 필요하기에 빼놓을 수 없다. 목적 없이 방황하고 있을 때 숨을 고르게 하고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는, 마치 진실된 친구 같은 곡. (임선희)

One (1991, < Achtung Baby > 수록)
1990년대 U2 커리어의 시작을 알린 대표 발라드. 당시 멤버들 간의 불화와 베를린 장벽 붕괴에 영향 받아 쓰인 가사는 ‘One’이라는 제목 아래 화합보단 분열의 아픔을 노래한다. 멤버 에지의 기타 연주가 영감이 되어 15분 만에 완성했으며 싱글로 거둬 들인 수익을 에이즈 연구를 위해 기부하는 등 U2의 사회적 행보는 여기서도 계속된다.

앨범 군데군데 일렉트로니카, 펑크, 사이키델릭 등 전에 없던 다채로운 사운드들이 눈에 띄는 와중 이 곡은 U2표 발라드의 전형을 담고 있다. 천천히 고조되며 갈라지는 보컬 보노의 위태롭고 강렬한 창법이 전하는 울림과 외침은 오늘 날 이 곡을 명곡의 반열에 올렸다. 발매 이후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에 안착했으며 2010년 < 롤링스톤 > 선정 ‘역대 최고의 노래 500’ 속 36위를 차지했다. 메리 제이 블라이지, R.E.M 등 많은 뮤지션들의 커버는 물론 투어마다 빼놓지 않고 선곡되는 대표 히트곡. 애초 쓰인 가사와 별개로 ‘One’은 끊임없는 화합을 양산 중이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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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유열 인터뷰

음악부터 영화까지, 2019년의 젊은 세대들에게 복고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패션, 음악, 영상 등 ‘옛 것’을 꺼내고 동시에 재해석한다. 8월 28일 개봉한 영화 < 유열의 음악앨범 >도 그 복고 열풍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콘텐츠. 하지만 영화 < 유열의 음악앨범 >이 있기 전에,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이 있었다.

1986년 제10회 대학가요제에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유열은 이후 ‘이별이래’, ‘가을비’ 등의 히트곡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확실히 각인한 건 1994년 KBS 라디오 ‘음악앨범’의 DJ가 되면서부터다. 2007년 4월 마이크를 놓기까지, 대중은 재치 있는 언변과 감미로운 목소리로 13년 동안 아침을 열었던 유열의 목소리에 울고 웃었다. 그 목소리의 향수가 < 유열의 음악앨범 >으로 다시 살아났고, 잠들었던 가수 역시 8월 ‘내 하나뿐인 그대’를 발표하며 복귀를 알렸다.

여전한 청춘을 살고있는 그 시절의 DJ, 유열을 만났다. 누구보다 뜨거웠고 투명했던 ‘순수’가 유열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냈다.

< 유열의 음악앨범 >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기분이 어떤가. 
차분하죠. 새로운 시간들 같아요. 

어떤 의미에서 그런지
한동안 쉼의 시간이 넉넉하게 있었고, 그 쉬는 시간 동안 많은 걸 돌아봤습니다. < 유열의 음악밸범 >은 아주 큰 선물이죠. ‘내 하나뿐인 그대’ 녹음이 끝나고 매일 매일 새로운 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였습니다. 좋은 일도 마찬가지고 힘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과정에서 분명히 배우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유열의 음악앨범 > 영화화 소식은 언제 처음 들었나. 
작년 봄이었습니다. 놀랐죠.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감사했습니다. 동시에 그 시간이 영화로 담긴다는 게 의미 깊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도 < 유열의 음악앨범 > 작가였던 이숙연 작가였던 터라 스토리를 자세히 보기도 전에 믿음부터 갔습니다. 라디오가 배경이 된 영화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시나리오 속 곳곳에 그 요소가 녹아 들어가 있는 영화는 처음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유열이 생각하는 < 유열의 음악앨범 > 핵심은 무엇인가? 
영화 속 한 장면을 볼까요. 주인공 현우(정해인 분)가 친구와 싸운뒤 은자(김국희 분)의 수제비집을 갑니다. 나중에 미수(김고은 분)은자가 미수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혼잣말하듯이 “내가 저를 믿는다고 했었대. 나는 기억도 잘 못 하는데.”라는 대사를 남기죠. 그 장면을 보며 ‘사랑도, 사람도 믿음으로 세워진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사람이 믿어준다는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요.

개인적으로 영화 감상평을 남겨본다면. 
여백이 많고 대사가 함축 되어있는 모습이 좋더라구요. 스토리가 중간중간 빠르게 전환되는 데, 어떤 분들께서는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힘을 다 빼고 그 중간 중간 여백을 보고 있자니 참 좋았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많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영화랄까요. 막 가져다주지는 않는 작품이지요. (웃음)

배우들도 연기를 너무 잘했고, 영화 음악도 효과적으로 잘 배치됐다. 
극에 ‘처음사랑’이 나오는데요, 전혀 의견 준 적이 없었습니다(웃음). 어느 날 영화사에서 저의 곡을 넣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 곡이 ‘처음사랑’이라 너무 기대됐어요.

사실 ‘처음사랑’이 수록된 5집 < 처음 사랑 >은 히트한 앨범이 아닌데. 
맞습니다. 곡은 너무 좋은데, 저의 노래는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발라드임에도 박자를 쪼개서 불러야 하는 곡인데 그게 잘 안돼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노랫말도 좋고 아련한 곡입니다. 영화 속 장면이 마치 ‘처음사랑’의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지는 게 너무 좋았어요. 

지금까지 녹음한 곡 중 ‘내 인생의 3곡’을 꼽아줄 수 있나.
역시 데뷔곡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와, 1집의 ‘이별이래’, 마지막으로는 이번에 발매된 ‘내 하나뿐인 그대’입니다. 앞의 두 곡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톤의 유열 노래에요. 너무 감정에 몰입하지 않고 약간은 드라이하게, 그러면서도 절묘하게 감정을 잘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전성기 시절 ‘이별이래’를 부르는 유열의 모습을 TV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대학가요제로 대스타가 되어서 갑자기 주목받고, 1집도 가요 톱텐 1위까지 갔는데 모든 게 너무 놀라운 일들 속에서도 마냥 행복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감정적으로는 몇 년간 만났던 첫사랑을 유학 보낸 이후였기 때문에 완전히 충만한 기쁨은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바빴기 때문에 그 일을 생각을 못 했던 것뿐이지 심적으로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웃음)

영화 마지막 장면에 실제로 등장한다. 너무 늦게 나왔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제목이 < 유열의 음악앨범 >이었고 그 내용도 라디오가 주가 되었잖습니까. 감춰졌다 드러난 느낌이라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소리도 많이 나왔으니 만족합니다. (웃음)

< 유열의 음악앨범 >에서 유열이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은자의 수제비집에서 미수가 오랜만에 은자가 만들어준 빵을 먹으면서 현우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혼자서 미수가 현우와 자취하던 자취방 골목길을 찾아가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불 꺼진 골목길 집까지 혼자 걸어가는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젊은 날에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민 없이 말하고, 그것을 수습하던 시간이 있잖아요. 그런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고 성대 문제로 고충도 겪었다. 
저뿐만 아니라 아내 역시 고난이라는 포장에 담긴 축복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됐어요. 가볍게는 일상을 발견하는 것부터 출발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보고, 감사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 유열의 음악앨범 > 영화 소식도 있고, 앨범도 녹음하게 되면서 매일 매일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일을 너그럽게 바라보고, 기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그것 너머의 일을 생각하게 된 시각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아내에게 영화화 소식이 더욱 남달랐을텐데.
“참 좋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터뷰를 나누던 유열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회상하며 “청춘이란 무슨 말이냐. 연령대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 강조했다. “청춘은 내 마음속에 희망,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거를 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면 여전히 청춘이에요. 나이가 어려도 그런 시간을 살고 있지 못하면, 그건 청춘이 아니죠..” 

< 유열의 음악앨범 >을 통해 과거의 흔적이 돌아온다고 느꼈나?
2007년 마지막 방송 때 클로징 멘트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은 우리가 미래를 사는 소중한 빛이 될 거다” 영화 개봉 후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서야 알겠다고.. ‘음악앨범’을 통해 함께 시간을 나눴고,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되었던 거죠.

라디오 프로그램을 그만둔다고 말한 후 한 달 동안 청취자들이 쏟아냈던 말이 있습니다. 너무 기쁘고, 힘이 됐다는 말에 감동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남는 말은 ‘감사’였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흐뭇하게 각 장면을 보며 각자의 삶을 회상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마지막 방송에서의 언어를 기억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진심이 있는 시간들만 살아있는 시간들’이라는 이야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서로 나누는 마음, 통하는 마음들이 있으면 그 시간은 굉장히 살아있는 시간이 됩니다. 이기적인 시간은 죽은 시간이더라구요.

< 유열의 음악앨범 >이 유열에게 컴백이 아닌, 리뉴얼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향후 계획하고 있는 음악 활동이 있다면.
어느 날 그런 글을 쓰게 됐어요. 삶에 대해 고민할 때도 나에 대한 몰입에서 벗어나서 하나님의 드넓은 자유 속으로 시선을 확장하게 해달라고… 그래서 조금 더 진심으로 나누는 노래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내 하나뿐인 그대’도 그런 마음으로 노래했습니다. 저도 제 노래가 사랑스러웠어요. 

앞으로는 가스펠 앨범도 내보고 싶어요. 무대를 대하는 태도, 노래를 부르는 태도와 시선이 달라져 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내 뒤에 남은 삶의 시간도 어떻게 하면 잘 나눈 삶이 될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방송도 언제쯤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준으로 선택하게 될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유열과 유희열을 구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웃음). 제가 언젠가 또 라디오를 하게 된다면, 유희열 아닌 ‘유열’이 하는 라디오는 어떨까 궁금해서라도 반갑게 들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 : 임진모, 조지현, 손기호
사진 : 김도헌
정리 : 조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