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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Familia'(2022)

평가: 3/5

공전의 히트 송 ‘Havana’와 한때 연인이었던 숀 멘데스와 함께한 ‘Señorita’는 쿠바 혈통의 카밀라 카베요를 라틴팝 공주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성공 가도 아래 발표한 정규 2집 < Romance >는 아쉬운 상업적 성과를 남겼지만, 최근 논란에 있는 래퍼 다베이비가 피처링한 ‘My oh my’가 싱글 차트 12위까지 역주행했다. 2021년은 멘데스와의 이별과 영화 < 신데렐라 >의 개봉이 겹쳐 활동이 미미했지만 3년 만의 정규작 < Famila >는 음악적 뿌리를 찾으려는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팬데믹의 괴로움은 안으로의 회귀라는 계기를 주었고 온전히 스페인어로만 된 세 곡이 방증이다. ‘Lola’는 쿠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민중들에게 경의를 표했으며 트럼펫 도입부가 돋보이는 ‘Celia’는 ‘살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쿠바 출신 여가수 셀리아 크루즈에서 제목을 따왔다.

작년 7월에 선공개한 싱글 ‘Don’t go yet’은 랩을 첨가한 라틴 댄스곡이며 후반부에 쏟아지는 코러스가 생명력을 더한다. 에드 시런이 작곡과 보컬로 참여한 ‘Bam bam’은 시런의 리드미컬한 사운드에 쿠바 음악을 기반으로 한 살사와 21세기 라틴 음악의 주요 문법인 레게톤을 뒤섞는다.

비(非)라틴 트랙들은 무게감이 덜하다. 일렉트로니카 곡 ‘Quiet’은 평이하고 미니멀한 구성의 ‘Boys don’t cry’도 보컬만 선명해 라틴과 비라틴의 평형추 역할만 수행한다. 다만 윌 스미스의 딸로 유명한 배우 겸 가수 윌로우 스미스가 참여한 ‘Psychofreak’이 몽환적인 질감으로 감초 역할을 했다.

한층 성숙한 보컬은 다채로운 스타일을 아우른다. 빠른 템포의 곡들에선 라틴 팝 선배 가수 샤키라와 같은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농염한 음색으로 ‘즐거운 인생’이란 뜻의 ‘La buena vida’를 이끌어간다. 피프스 하모니 시절부터 < Camila >와 < Romance >에 이르기까지 영어로 된 곡을 주로 불러왔지만 이번 앨범에서 스페인어의 굴곡과 리듬감을 구현했다.

‘Havana’와 ‘Señorita’, ’My oh my’와 같은 라틴을 덧씌운 힙합 혹은 일렉트로니카로 정상을 맛본 카베요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음악과 춤, 언어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마리아 베케라와 요투엘 같은 라틴 뮤지션들의 참여로 가족애를 강조했고 앨범 곳곳에 쿠바의 흔적을 남겼다. 국제적 성공을 거둔 스물다섯의 팝스타는 새 앨범 < Famila >를 통해 라틴 뮤직의 정통성을 모색했다.

– 수록곡 –
1. Familia
2. Celia
3. Psychofreak (Feat. WILLOW)
4. Bam bam (Feat. Ed Sheeran)
5. La buena vida
6. Quiet
7. Boys don’t cry
8. Hasta los dientes (Feat. Marica Becerra) 
9. No doubt 
10. Don’t go yet
11. Lola (Feat. Yotuel)
12. Everyone at his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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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Don’t go yet'(2021)

평가: 3/5

정규 3집 < Familia >를 위한 전조 ‘Don’t go yet’은 기존 어느 곡보다도 라틴 팝 요소를 충실히 반영한다. 전주를 치고 나오는 플라멩코 기타부터 자연스레 합류하는 리드믹한 퍼커션과 브라스, 이에 격렬한 분위기를 북돋는 합창단의 등장까지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간결한 리듬 배치로 침착하게 유혹하는 ‘Havana’와 가성의 첨가로 역량 피력에 초점을 둔 ‘Never be the same’이 ‘Despacito’가 가져온 라틴 팝 유행에 탑승하며 이러한 소재를 이용하는 단계였다면, 이번 리드 싱글은 본격적인 라틴 팝의 유일 총아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 Romance >의 의도에 가깝다.

‘아직 떠나지 마’라는 노랫말은 간절하게 상대의 잔류를 갈구하지만, 정열적인 분위기 아래 펼쳐지는 것은 이 순간에 도취하기 위한 율동적 파티 사운드다. 중간에는 어눌한 어투의 랩 구간이 짧게나마 등장하며 예상치 못한 환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동적 요소의 과포화 조합은 조금 산만하게 다가올지라도 아무래도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 카밀라 카베요에게는 상황을 타개할 한 방이 필요하고, 특색을 정확하게 포착한 ‘Don’t go yet’의 탄생은 목적을 명확히 증명하기 때문. 비교적 애매한 노선에 머무르던 전작보다 더욱 강력하게, 그리고 확실한 방식으로 정체성 확립의 야망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