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엘비는 미디어가 조명하는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청춘의 대척점을 그린 < 독립음악 >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유명한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청년의 우울하고 열등감 가득한 민낯에서 많은 20대가 자신의 초상을 발견하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 차례 성공을 거둔 뒤에도 래퍼는 여전히 초연하고 스스럼없다. 작업을 마치고 완전히 빈 껍데기가 된 자신을 비유한 가사는 자동 기술법을 사용한 것처럼 무의식을 담고 있다. 정처 없이 늘어놓는 노랫말에선 ‘그다음 나왔어 독립음악 그다음은 뭐지’라는 다음 앨범에 대한 부담과 외로움이 드러난다. 도입부의 독백은 상황극을 연출한 ‘독립음악’의 방식을 닮아 있어 이전만큼 신선하지는 않지만 가사와 연결되어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장치가 된다. 애써 설득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최엘비식 모노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