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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Ed Sheeran) ‘=’ (2021)

평가: 2.5/5

지난 10년을 요약할 ‘유니콘 아티스트’를 뽑는다면 에드 시런이 당당히 그 후보에 올라갈 것이다.‘Blower’s daughter’를 부른 데미안 라이스의 발자취를 좇았던 센세이션한 데뷔작 < + >를 신호탄으로 포크에 매몰되지 않고 저변을 넓힌 < x > 그리고 팝적인 터치를 강화한 < ÷ >까지 각종 시상식과 차트를 섭렵하며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전할 만큼의 지위에 올라섰다. 오롯이 본인 노래로 영국의 심장부 웸블리 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는 팝 스타는 서른이란 나이와 함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바로 결혼과 출산, 한 여자의 남편이자 딸 아이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

오프너에서부터 ‘나는 어른이 됐고, 이젠 아빠가 됐어’(Tides)라며 성숙해진 삶을 고백한다. 사랑의 결실을 감격에 찬 목소리로 노래한 ‘First time’과 소중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Love in slow motion’, 오르골처럼 흐르는 귀여운 멜로디의 자장가 ‘Sandman’까지 이제 막 단란한 가정을 꾸린 그의 콧노래는 가족을 향한다. 가장의 결의는 익숙한 레퍼토리를 소환하며 시간의 역행으로 이어진다. < ÷ >의 연장선에 배치한 위 네 곡의 세레나데는 기타 중심의 간단한 멜로디로 초기 작법을 따르며 장르 융합에 발군의 감각을 선보인다.

고전적 방법론을 작동시키더라도 사랑으로 물들인 핑크빛 유토피아는 에드 시런의 발목을 잡는다. 과잉된 감정을 주입한 ‘The Joker and the Queen’은 연말 특수를 겨냥한 발라드에 그칠 뿐 ‘Perfect’의 뒤를 잇기엔 역부족이다. 드럼 앤 베이스 재질의 ‘Collide’와 달콤한 신스라인을 앞세운 ‘Be right now’로 템포를 높여 다변화를 꾀하려는 접근마저도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사랑이라는 화두가단조롭게 다가와 궁금증을 앗아간다.

그럼에도 빌보드 차트 최상단을 장기 집권한 ‘Bad habits’의 흥행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비슷한 갈래로 1980년대 팝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Shivers’, ‘Overpass graffiti’가 상승기류를 타고 기록한 높은 스트리밍 횟수는 그의 탁월한 멜로디 주조 능력을 방증한다. 듣기 수월한 팝 스타일의 기조에도 결코 트렌디함을 경시하지 않고 재차 솜씨를 발휘해 결과물들을 준수한 성적표로 귀결시켰다.

주관적인 관찰을 직선적인 멜로디로 치환했던 10년간의 연산 작업은 나름의 결론을 도출한다. 비좁은 시야로 응시한 가족애와 상업적 수확을 노린 술책. 과거 자신의 본능을 따라 눈부신 활공을 펼쳤던 싱어송라이터의 답안은 결국 진부한 성공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 = >는 대중음악가로서 건재함을 과시한 에드 시런의 면모와 달리 최소한의 재료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감싸 안아주던 청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제아무리 더하고 곱한들 ‘빼기(-)’를 배제한 무조건적 수용은 덜어냄의 미학을 다시금 일깨운다.

수록곡-

1. Tides
2. Shivers
3. First times
4. Bad habits
5. Overpass graffiti
6. The Joker and the Queen
7. Leave your life
8. Collide
9. 2step
10. Stop the rain
11. Love in slow motion
12. Visiting hours
13. Sandman
14. Be right now